[추천 낚시터]
진도 천망제
서리 내렸어도
월척은 여전히 미터 수심에 옹기종기
김현 아피스 필드스탭

전용배, 서미숙 씨가 천망제에서 수확한 월척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추수가 끝난 천망제 상류 논둑 앞에 자리를 잡았다.
수확의 계절이 왔다. 농부들은 풍성한 수확, 우리 붕어꾼들은 풍성한 조과의 계절이다. 이는 매년 이루어지는 자연으로부터의 혜택이다. 그러나 올해는 초가을 잦은 비로 인해 일조량이 적었고 기온 변화도 심했다. 그 탓에 곡식 수확이 조금 늦어지고 있고 붕어 조황도 기복이 심한 상황이다.
출조지를 두고 고민할 즈음 고흥의 내대지, 강진의 화산제, 영암의 태간지, 진도의 봉암지 등에서 천고어비(天高魚肥)의 계절답게 붕어 조황이 살아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곳은 이미 입소문이 나 많은 붕어 낚시인들이 몰리던 상황. 그래서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손맛 보기 좋은 곳을 찾던 중 영암의 전용배 씨 부부로부터 연락이 왔다. 전용배 씨는 이맘때 진도 봉암지에서의 호황을 떠올리며 일단 진도권을 추천했다. 차선책으로 천망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했는데 결국 우리가 자리를 잡은 곳은 천망제였다.
초저녁부터 자정 무렵까지 입질 쏟아져
진도군 의신면에 있는 천망제는 칠전리에 있다고 해서 현지에선 칠전제라고도 불리운다. 약 7만평 규모이며 여전히 녹조 현상이 남아있었다. 상류 연안에 뗏장수초와 갈대가 아주 약간 형성돼 있을 뿐 수면 위에 눈에 띄는 수초는 없었다.
상류권을 중심으로 1~2m의 수심을 유지하고 삭아 내린 마름 줄기가 가끔 바늘에 걸려 나올 뿐 비교적 바닥상태는 깨끗한 편이었다. 근처의 일부 논은 추수가 끝났으나 아직도 많은 논은 수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 텅 빈 연안을 둘러보며 여건을 확인할 무렵 전용배 씨 부부가 도착했다. 녹조가 걸림돌이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농도가 약했고 하층은 물색이 괜찮아 보였다. 더 이상의 고민 없이 거리를 두고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차가운 북풍이 맞바람이었으나 오후부터 바람이 잦아든다는 예보를 믿고 대편성을 마쳤다. 전용배 씨의 부인 서미숙 씨 자리는 약 1m, 전용배 씨 자리는 약 1.5m, 내 자리는 약 1.2~2m의 수심이 나왔다. 채집망을 던져 넣은 후 미리 준비해온 옥수수와 지렁이를 병행하여 미끼로 꿰었다. 가을 햇살이 지고 찌불을 밝히자 강하게 불던 바람은 서서히 자기 시작했다.
가장 얕은 수심에 대를 폈던 서미숙 씨가 31cm 월척 붕어 소식을 알려왔다. 그 소식에 긴장했으나 새우 미끼에 동자개와 20cm급 붕어만 입질을 해댔다. 초저녁이 지나자 좌측 대각선 방향으로 세워둔 3.2칸 대의 찌가 한 마디 오르다가 빠르게 수중으로 빨려 들어갔다. 물파장과 동시에 저항하는 붕어는 33cm짜리 월척이었다. 이어 우측에 자리한 전용배 씨도 월척을 올렸다며 소식을 전해왔다.
자정 무렵까지 준척과 월척급 붕어의 낱마리 입질이 이어지다가 서리가 조금 내릴 정도로 기온이 낮아진 새벽에는 소강상태를 보였다.

칠전마을 앞 상류에서 붕어를 노리고 있는 서미숙 씨.

최상류에 있는 칠전리 마을 이정석.

최상류에서 바라본 천망제.

월척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연안에서 가까운 1m 안쪽 수심에서 입질이 잦았다.

천망제의 잡어였던 살치(위)와 동자개.

천망제에서 쓰레기를 수거한 촬영팀.

촬영팀이 올린 조과.
장거리 원정 출조로 한적한 손맛을 느껴보시길
동이 터 오르기 전에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추위와 피곤함을 풀며 아침낚시를 준비했다. 날이 밝자 살치 성화가 심했고 붕어 입질은 뜸하게 들어왔다. 그래도 모두들 비슷하게 붕어 손맛을 본 터라 철수를 준비했다. 날이 밝은 아침에 보니 녹조는 전날에 비해 농도가 더 짙어져 있어 붕어 입질 보기는 쉽지 않았다.
취재일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미끼는 새우였다. 그러나 잡어인 동자개와 살치 입질 극복은 필수였다. 전용배 씨는 의외로 글루텐으로 준척급 붕어를 많이 올렸다. 아직까지는 연안에서 가까운 1~1.2m 수심에서 입질이 잦았으며 초저녁에 가장 입질이 활발했다. 그 외 시간에는 간헐적으로 입질이 이어졌다. 녹조 현상과 급격한 기온 변화 탓에 기대했던 타작 수준의 조황은 아니었지만 조용히 가을 밤 찌불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좋은 출조였다.
참고로 조용한 낚시를 원한다거나 홀로 힐링의 낚시를 원한다면 장거리 출조가 단연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대물낚시도 가까운 곳에서 실속을 채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가을이 점점 무르 익어가는 시기인만큼 모처럼 한가로운 원정 출조를 기획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내비 주소 진도군 의신면 칠전리 1261(낚시한 상류 포인트)

아침이 되자 녹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필자의 포인트. 바닥에 삭아 내린 마름 줄기가 있었다.

새우와 참붕어를 채집하기 전에 사용한 글루텐 떡밥.

추수가 끝난 저수지 인근 농지.

어두워지자마자 월척을 올린 전용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