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이 되면서 갈치금어기가 풀렸다. 갈치는 맛있고 값도 비싸서 온 국민이 사랑하는 생선 1순위에 꼽힌다. 최근 각광받는 생활낚시 장르로 한치낚시, 갑오징어낚시 등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단 갈치낚시가 시작되면 전세는 역전된다. 일단 루어낚시로 낚는 어종들에 비해 어렵지 않고 채비와 장비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법에서 주꾸미낚시가 더 쉽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식탁의 최고 반찬’ 갈치의 위상을 넘보기는 불가능하다.
텐빈 채비로 갈치를 낚고 기뻐하는 필자. 텐빈낚시는 장비가 간단하고 낚시법도 쉬워 누구나 쉽게 갈치를 낚을 수 있다.
아이스박스 가득 찬 갈치와 고등어.
갈치 선상낚시 기본 장비 세팅. 왼쪽이 텐야를 운영하기 좋은 스피닝릴 장비, 오른쪽이 거치식 텐빈에 유리한 베이트릴 장비이다.
갈치 외줄낚시보다 쉽고 재밌는 텐빈, 텐야
손맛에서도 차원이 다르다. 외줄낚시는 한 번에 여러 마리의 굵은 갈치가 올라오긴 하지만 정작 갈치를 올릴 때는 전동릴이 그 역할을 다한다. 갈치가 다 올라오면 그때는 낚싯대를 들어 채비를 잡은 뒤, 바늘에 걸린 갈치를 일일히 손으로 한 마리, 두 마리 떼어가며 바구니에 담는다. 따라서 호쾌한 파이팅이나 손맛 따위는 일절 느낄 수 없는, 말 그대로 어부들의 조업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하지만 텐야와 텐빈은 ‘낚시’ 자체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호쾌한 캐스팅, 초릿대를 통해 전달되는 어신 간파, 챔질과 동시에 전달되는 통쾌한 손맛 등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갈치낚시 자체가 처음이라면, 늘 방파제나 방조제에서 캐스팅낚시로 ‘풀치’만 낚아왔던 사람이라면 텐야와 텐빈 출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초보자도 쉬운 텐빈에 쌍바늘 달면 조과도 업
지난 8월 초에 떠난 취재는 거제도 지세포항에서 출항하는 뉴해림호를 타고 나섰다. 뉴해림호의 선비는 평일 기준 10만원, 주말에는 12만원을 받는다.
출조 시간은 오후 5~6시경이다. 낚시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자주 이용하는 낚싯배다. 갈치 텐야, 텐빈, 지깅 등 다양한 갈치낚시에 특화돼 있어 초보자도 쉽게 낚시를 배우고 즐길 수 있다.
취재일 낚시한 곳은 안경섬 부근. 날이 어두워지자마자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심 40~50m에서 입질이 들어왔다. 필자는 먼저 텐빈낚시를 시도했는데 초반 시즌이지만 벌써 3지급으로 굵은 갈치가 올라왔다. 텐빈은 한치낚시의 오모리그와 유사한 채비로, 바늘에 꽁치포를 꿰어 사용하는 일종의 ‘미끼 낚시’다.
입질 수심층을 정확히 맞추자 채비를 내리는 족족 갈치 입질이 들어왔다. 갈치 어군을 제대로 찾으니 고수와 초보를 가리지 않았는데 특히 텐빈낚시는 생미끼를 사용하기 때문에 루어낚시처럼 꾼들 간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은 편이다.
텐빈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편대채비이다. 봉돌에서 길쭉하고 탄성 좋은 철사가 옆으로 돌출돼 있고 그 끝에 목줄을 연결한 것으로, 외형상 ‘L자 편대’라고 불리는 채비를 쓴다. 갈치가 입질하면 철사가 부드럽게 휘어지기 때문에 이물감을 주지 않는 게 장점이다.
갈치 활성도가 좋다면 쌍바늘 채비를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목줄을 두 가닥 쓰는 것으로 한 번에 두 마리의 갈치에 동시에 걸 수 있어 다수확에 유리하다. 특히 갈치낚시는 미끼 털림이 잦은 특성이 있어 쌍바늘을 쓰면 그런 위험도 예방할 수 있다. 갈치는 한 번 잘라 먹은 미끼에는 또 다시 관심을 갖지 않는 점도 미끼가 하나 더 달린 쌍바늘 채비의 장점이다.
챔질 시 요령이 있다면 입질이 왔다고 무작정 챔질하지 말고 바늘을 확실히 물고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야 완벽한 걸림이 된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으로 낚시한 결과 열 번에 세 번 정도는 쌍걸이가 나왔다. 쌍걸이 3할 정도면 갈치가 굉장히 많다는 증거이다. 갈치낚시도 한치낚시처럼 수심층 공유가 필수다. 옆 사람과 입질 수심을 공유하면서 마릿수에 도움이 된다.
큰 갈치를 선별해 낚을 수 있는 텐야. 무거운 지그헤드에 꽁치살 등을 묶어서 사용한다.
전용 집게로 갈치를 제압한 장면. 갈치는 이빨이 날카롭기 때문에 집게 사용이 필수이다.
낚시점에서 쓰기 좋게 판매하는 청어 살 미끼.
잔챙이 갈치는 포를 떠서 미끼로 써도 잘 먹힌다.
텐빈 쌍바늘 채비로 두 마리의 갈치롤 동시에 올린 필자.
씨알, 강력한 손맛 원한다면 텐야 강추
텐야는 공격성이 강한 갈치 습성에 맞게 만들어진 아이템이다. 지그헤드에 생미끼를 감아쓰는 하이브리드 채비로 루어낚시와 생미끼 낚시의 장점을 결합했다고 보면 된다. 텐야는 강점은 굵은 씨알을 갈치를 선별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생미끼만 달린 텐빈은 큰 갈치와 작은 갈치가 구별 없이 달려들지만(주로 잔 갈치가 먼저 미끼에 달려드는 편이다) 텐야는 일단 무겁고 미끼를 감은 전체 볼륨이 커서 잔챙이보다는 큰 갈치가 잘 낚이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잔챙이가 먼저 달려들었어도 미끼를 먹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사이 큰 갈치가 달려들 확률도 높다)
낚시 요령도 텐빈과는 약간 다르다. 텐빈은 마치 한치낚시처럼 일정 수심에 채비를 고정시키고 가끔씩 고패질하며 입질을 유도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다. 반면 텐야는 캐스팅 후 다양한 수심층에서 액션을 취하며 어군을 찾는다.
입질 시 들어오는 손맛도 텐빈보다 강력하다. 액션을 주다보면 ‘땅~’하고 망치로 때리는 듯한 충격이 로드에 전달된다. 어떤 때는 폴링하는 채비를 때리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파이팅 묘미에서는 텐빈에 앞서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다수 낚시인들이 조과가 안정적인 텐빈 채비를 거치해 둔 뒤 한 대는 텐야 채비를 운영하며 씨알 선별력을 높이는 낚시를 즐긴다. 낚시 특성이 다른 만큼 텐빈낚시는 로드도 약간 부드러운 액션을 사용하며 텐야는 무거운 지그 무게와 굵은 갈치 씨알에 대비해 강한 액션의 로드가 유리하다.
바늘 날카롭고 강도 뛰어난 프로그레 마츠리 텐야
텐야로 유명한 제품은 프로그레에서 출시한 마츠리 시리즈로 우리나라 바다에서 가장 많이 쓰는 그램 수로 출시했다. 색상도 다양하다.
텐야의 원리는 갈치가 미끼를 물면 강한 챔질로 갈치의 단단한 머리(또는 몸통)에 바늘이 박히도록 하는 것인데 그만큼 바늘의 강도와 날카로움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저가의 중국산 제품과는 품질에서 차이가 크다. 특히 한두 번은 몰라도 여러 번 관통이 지속되면 바늘 끝의 날카로움에서 큰 차이가 난다.
갈치의 씨알, 수심에 따라 텐야의 크기도 달라진다. 텐야는 30, 40, 50호 등으로 사이즈가 나눠지며 50m 이상의 깊은 수심에는 50호를 많이 쓰는 편이다. 보통 수심과 조류에 따라 먼바다는 30호 40호 50호의 텐야 바늘을 많이 사용한다.
취재일은 새벽 2시에 이미 아이스박스 가득 차 조기 철수했다. 지난 여름에 한창 애를 먹인 한치를 생각하니 갈치가 너무 고맙게 생각될 정도였다. 풍성하게 낚은 갈치는 가까운 가족, 지인과 나누어 먹을 수 있어 더없이 좋은 고기이다. 그동안 여러 장리의 선상낚시를 소개했지만 갈치낚시만큼 가성비 높고 조과도 안정적인 장르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갈치는 9월이 되면 더 마릿수가 많아지고 씨알이 굵어지니 이참에 갈치낚시에 입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출조문의 거제 뉴해림호 010-9234-6677
텐빈 쌍바늘 채비. 활성이 좋을 때는 한 번에 두 마리씩 올릴 수 있다.
프로그레의 도인 텐야. 외바늘과 두바늘 채비가 있다.
갈치의 난폭해 보이는 얼굴. 날카로운 이빨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도인 텐야에 낚인 갈치.
거제도 지세포에서 출항하는 뉴해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