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 이영수 선장이 참다랑어를 낚은 후 오산항으로 돌아와 도움을 준 다른 선장과 함께 기념 촬영했다.
좌측부터 마린셀라 홍선표 선장, 이프로호 이영수 선장, 에이스호 이용한 선장 오산피싱 윤무호 선장.
울진 오산항에서 빅게임을 전문으로 출조하는 이프로2호 이영수(가미마린, 금호마린 스태프) 선장이 지난 7월 23일 길이 212cm, 무게 140kg이 넘는 참다랑어를 낚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 캐스팅 게임으로 140kg이 넘는 참다랑어를 낚은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빅게임 마니아들은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참다랑어 빅게임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라고 기대하며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면 위로 뛰어 오르며 먹이 사냥을 하는 참다랑어.
배에 올린 직후 계측하니 212cm가 나왔다.
국내에서 참치가 낚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참다랑어가 낚시춘추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83년이며 그 전에도 제주도와 부산에서는 참다랑어가 출현해 화제가 된 적 있다.
1990년에 들어서는 제주도를 기점으로 북태평양을 오가는 참다랑어의 양이 증가해 우리나라와 일본이 수산협정을 맺는 등 이미 참다랑어는 우리와 먼 어종이 아니었다.
2000년에 들어서는 제주도에서 트롤링(끄심바리)이나 정치망에 참다랑어가 대량으로 잡혀 수산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2010년 3월에는 제주도 인근에서 참다랑어가 대량으로 포획되어 대형 마트에서 할인 행사를 하기도 했다. 그때도 방송에서 메인 뉴스로 다룰 정도로 양이 많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부산을 비롯해 동해북부 강릉에서도 참다랑어 무리가 발견되는 일이 잦아졌고 그 양은 점점 늘어갔다.
2000년 중반 이후부터는 부시리를 중심으로 빅게임(지깅, 캐스팅)이 국내에 보급되었다. 더 큰 대상어를 원한 낚시인들은 자연스레 이웃한 일본에서 선보인 참다랑어낚시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일본, 필리핀, 미국 등으로 참다랑어 원정을 떠나는 마니아들이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엔에스의 신동만 프로가 멕시코, 미국 등으로 원정을 떠나 참다랑어를 낚는데 성공했고, 한국다이와주식회사는 이영수, 성상보 등 스탭들이 일본 오키나와까지 출조해 참다랑어와 황다랑어를 낚아 화제를 모았다.
동해안에 매년 증가 중인 참다랑어
국내에서는 포항, 경주, 영덕을 중심으로 2010년 중반부터 대삼치낚시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7~8월에 수온이 28도 이상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삼치 무리 속에서 참다랑어가 대량으로 낚이며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대형급은 아니었다. 참다랑어가 낚인다는 소식에 낚싯배는 물론 레저보트를 동원해 추적에 나서는 일이 잦아졌고 최대 60kg급 참다랑어를 포획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청새치가 출현하는가 하면 자동차만한 참다랑어가 뛰는 것을 봤다는 낚시인도 점점 늘어갔다. 하지만 주로 낚이는 참다랑어 씨알이 대부분 10kg 내외에 그쳐 ‘작은 참치를 낚아도 되냐’는 비판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사실이 있다면 포항~영덕~울진~강릉에서는 매년 낚이는 참다랑어가 증가하고 씨알이 커졌다는 것이다. 일부 낚시인들은 ‘잠시 반짝하는 해가 잦고 아마도 일시적인 추세일 것“이라고 치부하며 참치낚시의 흥행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참치의 양은 점점 늘어갔다. 2020년에 들어서는 씨알마저 급격하게 커졌다. 매년 여름이면 대형 참다랑어 포획 소식이 뉴스에 등장했다.
올해 7월 영덕 앞바다에서는 정치망에 참다랑어 100여 톤이 포획되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때 이미 참다랑어의 총허용어획량제도의 할당량을 초과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도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총허용어획량제도(TAC)를 도입, 이미 조항에 참다랑어가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그 양은 빠르게 증가했었다.
한국다이와에 “국내에서 가장 강한 로드를 지원해 달라” 요청
한편 이영수 씨는 이번에 우연히 130kg 오버 참다랑어를 낚은 것이 아니다. 2000년 초부터 바다루어클럽 임원, 한국다이와 필드스탭으로 활동하며 동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변화를 모두 체험했고 그 변화의 중심에서 활동했다. 일본 오키나와 등지로 수차례 참치낚시 원정을 떠났는가 하면 포항, 영덕, 울진에서 일어나는 대광어, 대삼치, 대부시리, 참다랑어낚시의 선두에 서서 발전시킨 주인공 중 한명이다.
순수 낚시인에서 빅게임 전문 낚싯배 선장으로 전직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고 캐스팅 게임으로 국내 처음으로 160cm의 벽을 깨는 대부시리 기록(2021년 8월 27일 낚은이 이영주)을 서포트 할 정도로 국내 빅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선장이다.
그의 올해 목표는 미터급 참다랑어를 낚는 것이었다. 그간 참다랑어 회유 데이터를 축적해왔고 올해도 반드시 참다랑어가 들어올 것으로 확신했다. 그래서 이영수 씨는 7월 초부터, 그것도 혼자서 참다랑어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울진에서 포항으로 탐사를 다녔다. 왕복 100km 거리를 하루 두 차례씩 오르내렸다. 기름이 바닥나 본전도 못 건진 날이 허다했다. 간혹 의지가 맞는 낚시인들과 합류하기도 했다.
마침내 7월 4일 처음으로 영덕 앞바다에서 참다랑어 보일링을 맞닥뜨렸다. 전속력으로 배를 몰아 보일링 근처로 접근, 캐스팅해 히트까지 성공했지만 기존 장비로는 속수무책이었다. 대부시리 전용 장비로는 겨우 버티기만 할뿐 릴 핸들을 감을 수 없었다. 수십 분을 버티다가 허무하게 놓치는 경우가 잦았다.
결국 한국다이와에 지원을 요청했다. “국내에서 가장 강한 로드를 지원해 달라”는 것이 그의 주문. 그렇게 솔티가 C78XXHS·J 로드(현재 단종)와 솔티가 25000P 스피닝릴을 구비했고 원줄 12호에 쇼크리더 220lb로 무장했다. 100kg 오버급 참치는 거뜬히 상대할 수 있는 헤비급 태클이었다.
7월 23일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그날도 혼자 배를 몰고 울진에서 영덕으로 달렸다. 손님이라도 몇몇 모집되면 기름값이라도 조금 아낄 수 있으련만. 낚기도 어렵고 걸어도 먹기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아는 낚시인들은 모집되지 않았다.
영덕 앞바다에 도착하자마자 참다랑어 보일링을 만났다. 연안에서 고작 3km 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였다. 보일링까지 빠르게 접근해 캐스팅! 대여섯 번 입질을 받았지만 히트에는 실패, 마지막으로 카펜터 가람 120g 펜슬베이트로 또 한 마리를 걸었지만 놈은 단숨에 220~240m를 내달려 원줄이 다 풀려나갔다. 혼자서는 힘들겠다고 생각해 로드를 낚싯배 난간에 꽂고 배로 따라가며 대응했지만 40여분의 파이팅은 원줄이 터지며 끝나고 말았다.
40분 파이팅 끝에 팔 마비, 주변 선장에게 구호 요청
승부욕에 불탄 이영수 씨는 오산항으로 곧바로 귀항. 스피닝릴에 PE 12호 라인을 감고 배에 기름을 채운 후 다시 영덕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씨비원 딕슨 220 폽퍼를 세팅했다.
또 다시 보일링을 찾아내 추격한 끝에 히트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처음과 달리 해볼만 하다고 느껴 파이팅을 시작했다. 반드시 끌어낸다는 일념으로 40여 분을 버텼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장시간 파이팅에 팔에 마비 증상을 느꼈고 결국 참다못해 무전으로 주변 선장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오산피싱호, 마린셀라호, 에이스호였다. 순식간에 배 3척이 모여 참다랑어 포획 작전에 돌입했다.
오랜 파이팅 끝에 이영수 씨가 참다랑어를 간신히 수면으로 띄워 올렸다. 한참 동안 기회를 노리던 이영수 선장이 뜰채봉에 연결해 만든 작살로 참다랑어를 찍어 올렸다. 이때가 오후 7시30분경. 이 녀석을 히트한 지 무려 3시간이나 지난 후 마침내 참다랑어가 뱃전에 그 위용을 드러냈다.
오산항 입항 후 참다랑어를 수협 크레인에 달아 올리니 무게가 140kg(크레인 저울의 오차 범위)이 나왔고 길이는 212cm였다. 낚은 참다랑어는 랜딩을 마지막까지 도와준 선장들, 지인들과 나누어 먹었다.
다음날 이영수 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밴드에 게시글을 올렸고 그 소식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낚시인들은 너도나도 이프로2호를 예약하기 위해 문의했고 참다랑어용 빅게임 장비 주문도 쇄도했다. 그 후 7월 말과 8월 초에 참다랑어의 보일링을 목격했고 입질까지는 받았지만 랜딩에 성공한 것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참치가 너무 거대해 파이팅 자체가 힘들고 2~3시간 혈투를 벌이다 결국 코앞에서 원줄이 터지고 말았다.
이영수 씨는 그날 이후로 수면까지 끌어온 참다랑어를 좀 더 확실하게 랜딩하기 위해 일본 식 랜딩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치낚시 대중화하려면 50kg급이 많이 낚여야
많은 낚시인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참다랑어낚시 국내 대중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다. 긍정적인 면은 국내에 이미 빅게임 마니아층이 두텁고 매년 출현하는 참다랑어의 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다랑어낚시 방법이나 테크닉, 장비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어 대중화는 시간문제라는 의견이다.
부정적인 면은, 150kg이 넘는 참다랑어의 경우 캐스팅 게임으로는 낚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 큰 참다랑어는 캐스팅 게임 대상어가 아니며 트롤링으로 낚거나 어부식으로 낚아야 한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참다랑어낚시의 경우 작은 것은 20kg, 큰 것이라도 해도 80kg 내외기 때문에 혼자서 랜딩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낚이는 참다랑어는 너무 큰 것이 문제다. 즉 일본처럼 참다랑어, 황다랑어, 눈다랑어, 날개다랑어가 혼재하면 좋고 랜딩이 가능한 50kg 내외의 씨알이 주종이 되어야 대중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다.
고기가 너무 커서 발생하는 예상 못한 문제점은 또 있다. 한 명이 고기를 걸어 2~3시간 장시간 마라톤 파이팅에 들어가면 그사이 다른 낚시인들은 구경만 해야 한다. 낚은 이가 지치면 대신 손맛을 볼 수는 있겠지만…. 이 경우 자연스럽게 ‘돌아가며 손맛 보는 낚시’라는 새로운 패턴이 자리 잡을 지는 모를 일이다.
마지막으로 여름 시즌 한 달 만으로 참다랑어낚시 대중화를 논하기에는 그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도 문제다. 여름은 태풍이나 집중호우 같은 기상 변수가 많고 동해는 냉수대라는 악재가 항상 존재하기에 한 달 내내 참다랑어를 못 볼 수도 있다. 일본처럼 봄이나 가을 시즌에도 다랑어류가 나타나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지금은 미지수다.
아무튼 현재 상황만으로 참다랑어낚시의 대중화까지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있다. 하지만 이영수 선장 같은 선구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신기루 같던 목표가 현실이 되지 않았는
가. 낚시인들이 바라는 먼 미래가 다가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문의 울진 오산항 이프로2호 010-4728-6565
참다랑어의 괴력으로 원줄이 모두 풀려 나가고 드랙이 망가진 솔티가 스피닝릴. 25000P 모델로 참다랑어를 올렸다.
참다랑어의 괴력으로 완전히 망가진 씨비원 딕슨 220.
낚은 참치를 지인들과 나누어 먹었다. 대형 참치답게 기름진 부위가 많았다.
참치의 심장.
수면까지 올라온 참다랑어.
이영수 선장이 130kg 참다랑어 낚은 장비
로드-다이와 솔티가 C78XXHS·J
릴-다이와 솔티가 25000P
이영수 선장이 본인 밴드에 장비를 공개한 후 많은 전문가들이 ‘참다랑어를 상대하기 약한 장비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단순히 스펙으로만 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 실제 참다랑어낚시에 필요한 장비라면 이 정도로 충분하다. 일본에서는 이보다 더 약한(반응성이 좋은) 장비를 쓰는 마니아들도 많다.
솔티가 C78XXHS·J 로드는 국내에 없고 일본 다이와에서 이미 단종한 제품이다. 이영수 선장이 참다랑어를 낚기 위해 한국다이와에 요청해서 받은 것으로 한국다이와 재고 상품 중 가장 강한 스펙이다. 대형 참치용 캐스팅 로드며 50~100kg 참치를 타깃으로 한다. 참치는 크든 작든 다양한 크기의 베이트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시기마다 편식이 심하다. C78XXHS·J는 다양한 루어를 매치시키기 좋아 미들 사이즈부터 대형 펜슬베이트까지 폭넓게 루어를 사용할 수 있다. 이영수 씨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로드가 많이 휘어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낚싯대의 앞부분은 휘어지지만 블랭크가 매우 강해 최강의 리프트 능력을 가진 제품이다. 로드가 빳빳하면 할수록 장시간 파이팅에는 불리하다. 그래서 C78XXHS·J는 장시간 파이팅을 염두에 두고 설계해 가볍고, 가늘지만 최고의 강도를 가지고 있다. 전장 2.34m, 루어 맥스 180g, 합사 6~10호.
보디와 대형 스풀의 찰떡궁합으로 최적의 드랙력 구현
낚시인들은 참치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시중의 30000 스피닝릴을 구비해야 하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이에 대해 이영수 선장은 “제조사마다 다르겠지만 20000 보디에 대형 스풀을 채용하면 밸런스가 맞지 않고 그로인해 드랙력을 손해 보기도 한다. 전체적인 스펙이 중요하지만 스피닝릴의 중심인 보디 사이즈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 솔티가 25000P는 대형 스풀에 적합한 대형 보디를 가지고 있어 최상의 드랙력을 선보이며 실제로 내가 경험했다. 일본에서도 주력 모델로 사용하는 낚시인들이 많으며 50kg 내외의 대상어라면 이보다 더 낮은 스펙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솔티가 25000P는 다이와의 스피닝릴 제조 기술을 집약한 모델이다. 대형 스피닝릴에만 장착하는 DRD 노브를 채용했다. 8개의 금속 와셔를 사용해 기존 카본 와셔 대비 5 배 향상된 드랙력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