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거리의 마름 포켓을 노리기 위해 6칸 대를 휘두르고 있는 필자. 대부분 입질이 마름 언저리에서 들어왔다.
아침 시간에 마름 포켓을 노려 34cm 월척을 낚아낸 광양 낚시인.
유튜버 흥양붕어TV 운영자 이민성 회원이 밤새 낚아낸 붕어를 펼쳐놓고 기념 촬영했다.
좌측부터 동행한 이광희, 이민성 회원.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출조가 망설여지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매 주말이면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게 된다. 무더위에 시원한 계곡지를 찾아 하룻밤 힐링하면 좋으련만 붕어 조황은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7월 26일, 주말을 맞아 그늘이 있는 화순군의 도암지를 찾아 그늘 밑에서 쉬면서 이틀이나 낚시를 해 봤다. 결과는 이렇다 할 입질 한 번 못 받은 채 붕어 얼굴도 보지 못하고 철수해야 했다.
호남지방은 지역에 따라 폭우가 내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비가 내리지 않아 저수위로 허덕이는 곳도 많다. 그래도 밋밋한 계곡지보다도 수초 여건이 좋은 평지형 저수지가 붕어 조황에서 더 나을 수 있다. 기왕이면 한편에 그늘이라도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아 평지형 저수지 위주로 여기저기 조황 정보를 확인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예전 출조 기록을 토대로 살펴보던 중 고흥의 신양지가 눈에 띄었다. 아쉽게도 신양지는 그늘이 전혀 없는 곳이지만 지난 2023년도 여름 출조에서 대박을 치며 낚시춘추 화보로 연결했던 곳이다.
신양지로 확정 짓기 위해 함께 할 유튜버 ‘흥양붕어TV’ 이민성 회원에게 전화를 해봤다. 이민성 회원은 “그렇지 않아도 전화 드리려 했습니다. 최근 신양지에서 월척과 준척이 마릿수로 낚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신양지는 낚시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다. 언제나 꽝이 없는 곳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씨알과 마릿수를 노리려면 시기를 제대로 맞춰야 하는 곳이다.
12단 받침틀 모두 채우기도 전에 12마리 낚아
지난 8월 2일 오후 6시경 신양지에 도착했다. 구름 한 점 없이 폭염이 지속되는 무더운 날씨. 뜨거운 태양이 서쪽 하늘로 기울었지만 완전하게 넘어가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포인트를 살피기 위해 북쪽 제방을 둘러봤다. 무넘기 부근은 마름이 찌들어 찌 세울 공간이 전혀 없었다. 마침 북쪽에 있는 고흥호 양수장에서 물을 퍼 올려 새물이 유입되고 있었다. 동쪽으로 갈수록 빼곡했던 마름이 옅어지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포켓이 여러 개 보였다. 좀 더 내려가 보니 먼저 와 대를 폈던 이민성 회원이 후다닥 챔질하는 게 보였다. 바늘에 매달린 붕어는 8치급이었다.
이민성 회원이 하는 말이 “최근 월척이 마릿수로 낚였다는 포인트가 북쪽 제방 중간 지점인 여기입니다. 입질이 붙으면 몰아치기로 낚이는 경향이 짙어요”라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또 다른 낚싯대를 치켜들며 챔질 했다. 월척에 육박하는 29cm짜리 붕어였다.
연안으로 붕어가 붙었다는 판단에 서둘러 낚시 자리를 선정해야 했다. 마름으로 뒤덮여 있는 포인트였지만 유독 눈에 띄는 자리가 있었다. 6칸 대 거리의 작은 마름 포켓, 5.3칸대 거리에도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포켓이 있었다. ‘저기에서는 무조건 입질이 붙겠는 걸?’하고 생각하며 자리를 잡았다. 그 외 2.8칸에서 4칸 대 거리까지는 넓게 형성된 빈 구멍을 노릴 생각이었지만 씨알보다도 마릿수 조황이 뛰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해가 서산을 넘어가는 오후 7시 반. 일찍 케미를 달고 글루텐도 달아 찌를 세우고 있는데 먼저 투척해 놓은 4.6칸 대의 찌가 어느새 올라왔는지 수면 위에 벌러덩 누워 있었다.
‘채비가 잘 못 들어갔을까?’ 생각하며 낚싯대를 살짝 들자 묵직한 느낌이 손목에 전해졌다. 마름 속으로 파고든 녀석을 돌려 세워 꺼내보니 28cm짜리 붕어였다. 예전보다는 붕어 체고가 높아져 마치 해창만수로의 빨래판 붕어를 닮아가는 듯 했다.
12단 받침틀에 열 번째 낚싯대를 다 펴기도 전에 12마리의 붕어를 낚아냈다. 월척은 없었지만 모두 손맛보기 좋은 사이즈인 27~29cm 붕어가 주종이었다.
6칸 장대로 뽑아낸 4짜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필자가 사용한 글루텐 떡밥과 서진레저의 붕어도시락 떡밥통.
남은 떡밥을 붕어도시락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면 오랜 시간 물성 변화 없이 재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이민성 회원이 아침 시간에 소나기성 입질을 받아내고 있다. 낚싯대 칸수 관계 없이 마름 가까이에서 입질이 잦았다.
정종복 씨가 사용한 소야 레전드 낚싯대. 짧은 대를 주력으로 활용하면서도 손맛을 톡톡히 즐겼다.
“더워도 너무 더워!” 휴대용 선풍기로 불볕더위를 이기며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 이광희 회원.
초저녁에 올라온 41cm 붕어
밤 8시 반. 정면 6칸 대의 마름 포켓에 정성스럽게 글루텐을 달아 찌를 세웠는데 이전의 입질과는 사뭇 다른 양상의 찌놀림이 전개되었다. 슬슬 올리다가 내리기를 반복했다. 낚싯대가 길어 일부러 글루텐을 단단하게 개어 던졌고 한참 동안 미끼를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던 낚싯대였다. 잠시 후 찌가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몸통까지 올리고 기울어지는 순간 두 손으로 힘차게 챔질! 이번 낚시에서 느껴보지 목한 묵직함이 느껴졌다.
마름수초 속으로 파고들 것을 예상하고 강제집행. 마름수초 위로 스키를 태우듯 좌대 밑에까지 끌고 오는 데 성공했다.
플래시를 비춰보니 거대한 붕어였다. 족히 4짜는 될 듯 보였다. 계측자에 뉘인 붕어의 꼬리는 41cm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녁 7시 반부터 이어졌던 소나기성 입질이 밤 9시를 넘기면서 잠잠해졌다. 낚시 시작한 지 두어 시간 만에 살림망에는 서른 마리에 가까운 붕어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한편 우측에 앉았던 보성군 벌교읍 낚시인 정종복 씨 자리에서도 연신 붕어를 끌어내는 물보라 소리가 들려왔다. 정종복 씨는 넓게 형성된 마름 포켓 끝자락을 노리는 듯 짧은 대 위주의 대편성을 했었다.
다음날 아침에 사진 촬영하며 인사를 나누기로 하고 낚시에 집중했다. 시간이 갈수록 더딘 입질이었지만 씨알은 굵게 낚였다. 입질은 마름에 바짝 붙여 놓은 찌에만 집중됐다. 모두 턱걸이 월척 정도 씨알이었다. 이른 아침시간에 또 한 차례 폭풍입질이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잠시 눈을 붙일까 했지만 드문드문 이어지는 입질에 잠을 잘 수 없었다.
밤 12시가 넘은 시간, 좌측 이광희 회원의 자리에서 커다란 물보라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낚싯대에 걸려있는 케미가 춤을 추고 있었다. 31cm짜리 월척이었다.
이광희 회원은 “이번 낚시는 월척은 드물지만 준척급이 마릿수로 낚여 손맛은 원 없이 보네요”라고 말했다. 이광희 회원 역시 모처럼의 마릿수 입질에 만족스러운 듯했다.
새벽 5시를 넘기면서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소문대로 아침 낚시에 또 다시 폭풍 입질이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하며 글루텐을 새로 개어 찌를 세웠다. 6칸 대로 4짜를 끌어낸 전반의 마름에 유독 신경이 쓰였다. 또 다시 입질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라고나 할까?
아침 6시경, 6칸 대가 아니라 그 옆 5.3칸 대의 찌가 순간적으로 떠올라 벌러덩 누워버렸다. 하는 행태가 딱 잔챙이였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예상 외의 큰 손맛을 전해주며 끌려나온 놈은 34cm 월척이었다.
말복 지나면서 씨알 더욱 굵어질 듯
하룻밤에 40마리 넘는 붕어로 손맛을 본 터라 더 이상 미련은 없었다. 조황 사진도 촬영할 겸 커피를 끓여 각 포인트마다 커피 서비스를 했다. 먼저 우측에 자리했던 보성 벌교 낚시인 정종복 씨의 자리로 가봤다. 어딘가 모르게 멋진 포스가 느껴지는 낚시인이었다. 깔끔하면서도 단정한 옷차림이 멋져 보였다. 게다가 낚시장비 역시 깔맞춤으로 펼쳐놓고 입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밤새 조황을 묻자 “신양지는 4짜, 5짜터라고 들었고 여러 유명 유튜버들도 다녀갔기에 지금이 시즌이 아닐까 싶어 와 봤습니다. 지난밤에는 26~29cm짜리 붕어가 많았고 턱걸이 월척까지도 낚아내 손맛은 실컷 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살림망을 들춰 보여줬다. 살림망에는 30마리에 가까운 씨알 좋은 붕어가 들어 있었다.
밤새 유튜브 영상 촬영을 하며 손맛을 봤던 흥양붕어 이민성 회원의 자리로 가봤다. 이민성 회원은 “씨알 좋은 마릿수 붕어 덕에 유튜브 영상은 성공적으로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오로지 옥수수어분글루텐만을 사용했는데 마름 수초가 없는 밋밋한 지역보다는 마름이 한 포기라도 있는 곳에서 비교적 입질이 빨랐습니다” 라고 말했다.
촬영을 마무리하면서 목격한 것은 출조한 낚시인 모두 마릿수 조황을 누렸지만 월척보다는 26~29cm의 준척 붕어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제 마름 잎이 갈색으로 퇴색되기 시작했기에 말복이 지나 초가을로 접어들면서 붕어 씨알은 더 굵어질 것으로 생각되었다.
최고의 피크는 추석 전후가 되지 않을까 싶어 그 때 회원들과 함께 다시 출조를 하기로 약속했다.
내비 입력 전남 고흥군 도덕면 신양리 2824-1
벌교 낚시인 정종복 씨가 붕어로 가득 찬 살림망을 들춰내고 있다.
정종복 씨가 철수 전에 낚아낸 34cm 월척.
마름을 뒤집어쓰고 나온 준척급 붕어. 붕어의 힘이 세 마름 포켓을 노릴 때는 강한 채비가 필요했다.
4짜 붕어와 마릿수 붕어를 올린 필자의 포인트. 정면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마름 포켓을 노려 4짜 붕어를 만났다.
정종복 씨의 하룻밤 조과. 26~29cm의 중치급부터 턱걸이 월척으로 마릿수 손맛을 누렸다.
필자가 사용한 글루텐과 군계일학의 와이어 스네이크형 스위벨채비. 확실히 찌올림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차분하게 아침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 정종복 씨.
옥수수 미끼로 올린 월척 붕어를 자랑하는 이광희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