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손곡지 도로 건너편 산 밑 연안. 기자가 타고 들어간 마그마레저의 H멀티 좌대를 수심 얕은 둔덕 위에 고정시켜 놓고 낚시했다.
도로 건너편 산 밑은 오전 10시 무렵부터 종일 그늘이라 여름낚시 포인트로도 좋은 여건이다.
지난 7월 28일 새벽에 올린 50.3cm 붕어를 보여주는 인천의 이평우 씨.
세팅을 마친 마그마레저의 H멀티좌대.
만수 덕에 최상류 송정교 그늘 밑에서 보트를 조립할 수 있었다. 좌대에 올린 텐트는 2000X2000짜리로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트라이캠프의 무결로 솔무늬 낚시텐트이다.
20년 전에도 터 센 낚시터로 유명
지난 7월 29일 인천에 사는 전재홍 씨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인인 보트낚시 전문가 이평우 씨가 원주 손곡지에 가 있는데 전날 새벽에 50.3cm를 낚았다는 것이다.
전재홍 씨의 목소리가 반가웠던 것은 5짜 붕어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는 전국이 불볕더위에 달궈진 상황이라 보트낚시인들의 출조 자체가 뜸할 때였다. 나는 며칠째 보트낚시 취재를 위해 취재원을 찾던 중이었고, 마침 며칠 째 장박낚시에 들어가 있고 5짜까지 낚아냈다는 이평우 씨 소식은 말 그대로 가뭄 속의 단비 같았다.
이평우 씨와 통화하니 50.3cm 붕어는 이미 방류했고 사진만 남겨 두었다고 했다. 일단 ‘5짜 붕어 사진은 확보했으니 함께 낚시하며 추가로 한두 마리만 더 올리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계획은 예상처럼 쉽지 않을 듯 했다. 손곡지는 대물 낚시인들도 잘 찾지 않는, 극강의 터 센 한방터였기 때문이다.
2000년 무렵, 나는 전국 낚시터 책자 제작을 위해 손곡지를 처음 들렀는데 그 당시도 손곡지를 찾는 낚시인은 많지 않았다. 현지 낚시인에게 이유를 물으니 “워낙 터가 세서 고기잡기 힘들다. 그리고 잉붕어가 많이 서식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침 그 무렵 배스까지 유입돼 더욱 터 센 낚시터로 변해 있었다.
만수 때는 최상류 송정교 밑에서 보트 론칭
7월 30일 아침 10시경 손곡지 최상류 송정교에 도착했다. 손곡지는 급경사 지형이 대부분이라 보트를 펼 만한 곳이 드물었다. 마침 만수위라 최상류까지 물이 차 있어 최상류 송정교 밑에서 보트를 펼 수 있었다.
이날 내가 타고 낚시할 보트는 마그마레저의 H멀티좌대. 양쪽에 길고 널찍한 튜브가 달리고 그 위에 알루미늄 상판이 올라가는 보트이다. 이런 H멀티좌대 타입 보트는 상부 공간을 100% 활용할 수 있고 딱딱한 상판 덕분에 울렁임 없는 낚시가 가능하다.
특히 마그마레저의 H멀티좌대는 보트를 수면에서 약간 띄울 수 있는 ‘리프팅’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안정성이 매우 뛰어난 제품이다. 폴대에 강력한 간이 크레인을 끼운 후 견인 끈을 좌대에 끼워 레버를 돌리면 보트 전체가 들리는 방식이다. 보트가 워낙 무거워 수면에서 완전히 띄울 수는 없지만 약간만 들려도 막대한 보트 무게가 폴대를 짓누르기 때문에 단단하게 고정된다. 마그마레저의 H멀티좌대를 타본 낚시인들은 “일반 고무보트보다 짐이 다소 많고 조립에 약간의 시간이 더 들지만 상부가 넓고 흔들림이 없어 일반 수상좌대를 탄 느낌이다”라고 설명한다.
도로 건너편 산 밑은 오전 10시부터 그늘 져
송정교 밑은 보트 론칭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시원한 다리 그늘 아래에서 보트 조립이 가능했기 때문이다.(수위가 1m 정도 내려가면 최상류 전체가 드러나기 때문에 그때는 제방 쪽 정자 부근에서 보트를 띄워야 한다) 보트 조립이 끝난 뒤 이평우 씨 포인트로 이동했다. 이평우 씨는 좌측골(큰골) 우안 중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평우 씨 보트에서 봤을 경우 우측 연안은 급경사, 좌측은 완만히 깊어지는 콧부리였다. 깊은 곳과 얕은 곳 중 어디서 고기가 나올지 몰라 양쪽을 모두 노리고 있었다. 원래 이평우 씨가 대를 펴려고 한 곳은 이보다 하류인 좌측골의 초입이었다. 물이 빠지면 커다란 바위가 두 개 나오는데 그 일대가 유난히 수심이 얕다는 것. 실제로 6월에 이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던 이평우 씨는 53cm를 낚아내기도 했다.
그 이후 장맛비로 다시 수위가 오르는 바람에 현재의 포인트로 옮겼는데 다시 물이 빠져 바위가 드러나면 그 포인트로 이동할 작정이었다. 장박낚시 중인 이평우 씨는 휴대용 태양광 패널로 파워뱅크를 충전하고 있었다.
☞ 손곡지는 최상류를 빼곤 중류부터 하류까지는 대부분 급심을 보인다. 기사에서 얕다는 곳도 적어도 2.5~3m가 나오는 곳들이다. 보통은 3.5m 안쪽을 노려야 붕어 입질을 만날 수 있다.
상류 개울에서 목욕과 천렵 가능해
보트를 정박하고 낚시 준비를 끝내고 나니 어느새 오후 3시. 부론면소재지로 나가 시원한 콩국수로 점심 겸 저녁을 먹은 뒤 돌아와 밤낚시를 준비했다. 여유를 갖고 수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조과에 대한 욕심이 싹 사라졌다.
그런데 그 이유가 멋진 풍경에 반해서가 아니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산재한 온갖 악재 때문이었다. 찌몸통까지 들여다보이는 맑은 물빛, 겁도 없이 좌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수많은 새끼 배스들, 여기에 밤새 한 번 올까 말까한 입질 확률까지…. 상황이 이렇다보니 손곡지 단골들 사이에서는 “5짜를 만나려면 적어도 열흘은 버텨야 한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날 밤낚시는 보기 좋게 꽝을 맞았다. 꽝도 그냥 꽝이 아니라 밤새 입질은커녕 스마트케미의 불빛이 한 번도 변하지 않았을 정도로 조용히 날이 밝고 말았다.
‘열흘에 한 번 올까말까~’라던 소문이 실감이 났다.
결과가 이렇게 끝남에 따라 과연 이달에 손곡지를 소개해야할지를 놓고 갈등이 생겼다. 그리고 결국에는 소개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손곡지가 갖고 있는 여러 매력 때문이었다.
첫째 최근에도 5짜를 여러 마리 배출한 초대물터라는 점에서 대물 낚시인의 정복욕을 불러일으키기기 좋은 스타성을 무시할 수 없다.
둘째 보트낚시인들의 피서 대물터로서 이만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손곡지 최상류에 있는 작은 개울이 기가 막히다. 송정교에서 약 50m 거리로, 맑은 계곡물이 흘러내려 땀을 식히기 좋다. 깊지도 얕지도 않은 허벅지 수심이라 수영을 빙자한 목욕을 하기도 좋은 여건이다. 여기에 개울에는 피라미가 우글거리고 있어 어항이나 반두를 이용하면 매운탕 꺼리는 어렵지 않게 장만할 수 있어 천렵을 해먹는 것도 좋을 듯싶다.
보트를 론칭하는 송정교 아래 그늘은 햇빛을 피하기 좋은 천혜의 피서공간이다. 청량한 바람까지 솔솔 불어와 시원하다. 개울에서 목욕 후 이곳으로 이동해 음식을 해먹거나 낮잠을 잔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참고로 내가 낚시 한 손곡지 도로변 건너편 산 밑은 빠르면 아침 9시부터 그늘이 진다. 이곳에 포인트를 잡으면 거의 종일 햇볕을 피할 수 있다)
50.3cm 올린 지 5일 만에 46cm 낚아
9월호 마감 작업에 돌입했던 지난 8월 2일 아침 이평우 씨로부터 카톡이 한 통 날아들었다. 내용은 이날 새벽 5시경 46cm를 낚았다는 소식이었다. 부리나케 카메라를 챙겨 원주로 달려갔다. 아침 11시경 도착하자 이평우 씨가 도선보트를 타고 제방 쪽으로 마중 나와 있었다.
살림망을 열자 34cm짜리 월척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이 녀석은 그저께 밤에 낚은 것인데 스스로 경사진 땅바닥을 구르더니 자동방생이 되었다. 곧이어 모습을 비춘 46cm 붕어는 한눈에 보기에도 대물다운 풍체가 눈에 띄었다. 이평우 씨는 “지난 7월 28일 새벽에 올린 53cm보다 이 녀석이 힘은 더 셌다. 이 기자가 철수한 후 5일 만에야 붕어다운 녀석을 만났지만 이런 한방이 있어 내가 손곡지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우스개로 말하는 ‘열흘에 한 마리 꼴’보다는 빠른 조과였지만 어지간한 인내심이 없으면 결코 도전하기 어려울 듯한 원주 손곡지. 그러나 아직 4짜, 5짜 목표를 이루지 못한 대물 낚시인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여름낚시 때 인기가 높은 파워탱크(삼성비즈솔루션)사의 서큘레이터. 충전식으로 최대 30시간 연속 사용도 가능하다.
도선 보트를 타고 기자에게 산 밑 포인트 여건을 설명 중인 이평우 씨.
케미를 밝힌 초저녁. 터 센 한방터답게 밤새 단 한 번의 입질도 받지 못했다.
만수위로 최상류 송정교 밑까지 물이 찬 상태.
50.3cm 붕어의 깔끔한 자태.
도로 건너편 연안 콧부리에 자리한 이평우 씨의 구형 마그마좌대. 사진상 우측의 수초가 부근으로 편 낚싯대에서 50.3cm 붕어가 올라왔다.
“힘만 봐서는 5짜인 줄 알았는데 46cm 밖에 안되더군요.”
이평우 씨가 지난 8월 2일 새벽에 올린 46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46cm 붕어 촬영 후 보트로 돌아가는 이평우 씨. 수위가 낮아져 하류쪽(바위가 나온 곳)으로 포인트를 옮겼다.
송정교에서 50m 상류에 있는 개울. 맑은 계곡수가 흘러들어 목욕도 가능하다.
손곡지 보트낚시 때 사용한 군계일학의 굿바디 붕어낚싯대와 와이어 스위벨 채비.
이평우 씨의 낚시 자리. 포인트 뒤편에 태양열 집열판을 놓아 파워뱅크를 충전했다.
부귀막국수 식당의 물막국수. 직접 면을 뽑아 만들며 메밀 함유량이 많아 입 안 가득 풍미가 넘친다.
부론면소재지에 있는 부귀막국수. 지역 맛집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