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5일 춘천 소양강으로 출조한 윤혁 씨가 60cm급 브라운 송어를 낚았다.
브라운 송어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낚시 대상어로 길이 1m 이상 자라는 대형 어종이다.
춘천 소양강 브라운 송어에 관해서는 이미 4~5년 전부터 들은 적이 있다. 소양호 하류에 브라운 송어가 자생하며 개체가 점점 증가한다는 내용이었다. 2년 전 공중파 뉴스에서도 ‘소양강 생태계를 해치는 유해어종’으로 크게 보도했기 때문에 낯선 어종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국내 번식이 어렵다’거나 ‘자원이 적어 금방 씨가 마를 것이다’ 등의 설이 있었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그동안 낚시춘추에서 브라운 송어를 취재하지 않은 이유는 ‘과연 낚시 대상어로서 가치가 있을까’란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개체수는 많아졌고 이제는 브라운송어를 노리는 전문 낚시인들까지 늘어났다. 오히려 배스보다 높은 확률로 손맛을 볼 수 있다는 말까지 나돌아 취재에 나섰다.
소양호 방류 시각에 맞춰 활성 좋아져
지난 4월 4일 플라이낚시 전문가 윤혁 씨와 춘천 소양강을 찾았다. 윤혁 씨는 현재 전북 군산에 거주하고 있지만 브라운 송어의 실체와 손맛을 경험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왔다.
오후 4시 춘천에서 만난 우리는 시내에 있는 피시위즈 낚시점에 먼저 들었다. 현지에서 잘 먹히는 미노우를 구입하고 포인트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피시위즈 이순재 사장은 60mm 헤비 싱킹 미노우와 우두산 아래에 있는 자전거길 포인트를 추천했다. 그는 “소양호 하류는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대부분 포인트에서 브라운 송어가 낚입니다. 소양호 하류 10km 지점까지 퍼져있다고 합니다. 단, 낚시하기 위해서는 소양호 방류 시각(보통 오전 8시, 오후 5시지만 저수율, 강수량에 따라 변동)에 맞춰 가야 합니다. 브라운 송어는 물이 세차게 흘러야 활성이 살아나는데, 유속이 빠른 곳에서 낚시하려면 헤비 싱킹 미노우가 필수입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미노우를 구입 후 곧장 포인트로 들어갔다. 춘천시 우두동에 있는 한국폴리텍3대학 춘천2캠퍼스 아래로 자전거길 다리가 놓여 있는데, 다리 아래 교각으로 내려가니 낚시할 수 있는 연안이 나타났다.
윤혁 씨는 엔에스 송어 전용대 타이푼 S602UL 로드에 2500번 스피닝릴, 합사 0.8호, 쇼크리더 1.2호, 엔에스 쏘베이트 S60 싱킹 타입 미노우로 채비를 마치고 캐스팅을 시작했다. 오후 5시가 되니 소양호 방류 방송이 나왔고 우리는 찬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방류 방송이 나오고 한참을 지나도 물이 흐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소양호 수문을 열고 적어도 1시간이 지나야 방류한 물이 포인트에 도착한다고 했다. 오후 6시30분이 되자 잔잔하던 소양강 수면이 급류처럼 흐르기 시작했고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캐스팅을 이어갔다.
드론으로 촬영한 소양강 브라운 송어 포인트. 자전거길 다리 아래 연안이 주요 포인트다.
포인트 초입에 있는 입석.
윤혁 씨가 자전거길 교각 아래 연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1 급류 공략에 사용한 엔에스 쏘베이트 S60 미노우.
2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벚꽃.
3 브라운 송어 포인트로 잘 알려져 있는 춘천 자전거길 도로 아래 연안.
4 윤혁 씨가 사용한 송어 전용대. 엔에스 타이푼 S602UL.
소양호 방류 후 빠른 물살을 헤비 싱킹 미노우로 공략하고 있는 윤혁 씨.
6 출조 첫날 낚은 브라운 송어. 60cm가 넘는다.
7 브라운 송어의 체색.
8 춘천의 명물 닭갈비.
9 피시위즈 이순재 사장이 추천한 트리코롤 헤비 싱킹 미노우.
급류 공략용 헤비 싱킹 미노우 필수
나는 급류에 미노우를 운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윤혁 씨는 원핸드 캐스팅 후 재빨리 자세를 잡고 릴링을 이어갔다. 곧 해가 질 시간. 비까지 내려서 조급해하고 있는데 윤혁 씨가 ‘히트’를 외쳤다.
미터급 대형 가물치도 거뜬하게 제압하는 윤혁 씨지만 급류 속에서 정체 모를 어종을 올리니 자세를 잡기 힘들었다. 너무 묵직해서 처음엔 대형 잉어나 누치의 등에 바늘이 걸린 줄 알았지만 이내 송어가 점프하는 모습이 보였다. 첫 수로 60cm가 넘는 브라운 송어를 올렸고 이후 폭우가 내려서 첫 날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이동했다.
다음날 아침. 오전 8시에 소양호 방류가 시작되는 것을 확인 후 오전 6시에 같은 포인트로 나갔다. 예정대로 오전 8시에 방류 방송이 나왔고 오전 9시30분이 되자 물이 세차게 흐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곧바로 입질이 오지 않아 점점 하류로 걸어서 이동하며 공략했는데, 거의 1시간이 지나서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60cm에 가까운 브라운송어가 올라왔고 성공적으로 취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윤혁 씨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큰 브라운 송어를 낚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한 출조였습니다. 더구나 5짜 배스를 낚기도 어려운 소양강에서 60cm급 브라운 송어를 만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강계 배스나 양식장 무지개송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손맛이 일품이었고 이보다 더 큰 개체가 있다고 하니 앞으로 춘천으로 출조할 일이 많아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브라운 송어는 냉수어종이라 수온이 10~15도일 때 가장 활성이 좋다. 한겨울에는 활성이 떨어지며 여름에는 수온이 20도 이상 올라가 자칫 폐사할 수도 있는데, 소양호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 덕분에 자생이 가능하다고 한다. 여름에는 잘 낚이지 않고 3~5월에 활성이 좋다고 하니 지금 바로 춘천으로 출조해도 좋겠다.
문의 춘천 피시위즈 033-244-3274
출조 이튿날 낚은 브라운 송어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이완옥 회장은 “브라운송어가 국내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양식하기 위해 유전적으로 변형된 개체다. 순종과는 다르며 춘천에 자생하고 있는 브라운송어의 형태도 여러 가지다. 오래 산 개체는 붉은 점이 사라지며 갈색 체색도 희미하게 변한다. 브라운송어의 치어가 쉽게 발견되고 있어 자생하는 것이 명확하다. 토종 열목어 등과 교배가 이뤄질 수 있기에 유해어종으로 지정된 만큼 포획한 개체는 방류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 흐름이 없는 소양강. 소양호 수문을 열면 수위가 약 1m 상승하며
수문을 닫은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수위가 점점 내려간다.
소양호 수문을 열고 1시간이 지나자 소양강 물살이 거세지고 있다.
브라운송어는 어떤 고기인가?
북유럽이 원산지인 브라운송어가 국내에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1975년 국내에 무지개송어 양식을 보급하며 수정란을 들여올 때 함께 이식이 되었거나 내수면연구소 등지에서 양식 목적으로 연구용으로 들여온 것이 퍼져나갔다는 등의 추측만 있을 뿐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선정한 세계 최악 100대 침입외래종에 포함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환경부도 지난 2021년에 유해어종으로 지정했다.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성격이 난폭하며 1m 넘게 자라기 때문에 무지막지한 괴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지만 냉수어종이라 국내 다른 수계에서는 자생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수온이 25도가 넘으면 폐사하기 때문에 생태 전문가들도 브라운 송어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확률은 극히 낮다고 한다. 단지, 소양강에 서식하는 열목어나 산천어 사이에서 교잡종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유해어종으로 지정했다. 무지개송어보다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어서 현지인들은 낚은 브라운송어를 먹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