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조 첫날 서귀포 호근동에 있는 속골 포인트로 진입해 넙치농어를 노리고 있는 양범석 씨.
이곳에서 낮에 넙치농어 3마리를 낚았다. 멀리 범섬이 보인다.
박성준 씨가 서귀포 속골에서 낚은 80cm 넙치농어를 보여주고 있다.
매년 겨울이 오면 제주도로 출조해 넙치농어낚시를 즐긴다. 골퍼나 스키어들이 리조트 시즌권을 끊어 즐기듯 매년 겨울이면 지인들과 함께 수시로 제주도를 찾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넙치농어를 잡기 위해 제주도 출조 계획을 세웠고, 이미 12월부터 여러 차례 다녀왔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제주 넙치농어는 해가 갈수록 낚을 확률이 높아지는 듯하다. 지난 1월부터 5차례 출조해 단 한 번도 꽝을 치지 않았다. 넙치농어 개체가 증가한 덕도 있겠지만 그동안 많은 낚시인들이 무수히 많은 포인트를 개발하고 공개한 것도 한 가지 이유라고 생각한다.
제주도 출조가 처음인 낚시인들은 넙치농어 포인트를 찾는데 애를 먹는데, 사실 따져보면 크게 고민할 일이 아니다.
험한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갯바위에 낚시인이 서 있다면 그곳은 십중팔구 넙치농어나 부시리 포인트다. 심지어는 ‘과연 저런 곳에서도 낚시가 가능할까?’ 싶은 자리라면 십중팔구 대물이 낚이는 명당이니 차를 몰고 제주도 해안을 다니면서 갯바위를 눈여겨보면 어렵지 않게 좋은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속골에서 80cm급 3연속 랜딩 성공
지난 1월 24일, 팀루어테크 멤버 양범석, 박성준, 주선호 씨와 서울 김포공항에서 아침 첫 비행기에 몸을 싣고 제주도로 향했다. 양범석, 박성준 씨는 재작년부터 넙치농어 출조를 계속하다 보니 이미 여러 번 넙치농어 손맛을 본 경험이 있지만, 주선호 씨는 이번이 첫 출조가 낯설기만 한듯 보였다. 조석, 날씨, 수위 등 모든 조건이 맞아야 넙치농어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만큼 주선호 씨에게 정확한 코칭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생겼다.
이번 출조 때는 북서풍이 강하게 불었고 그 바람이 제주도 남쪽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해 제주도 남쪽의 서귀포 포인트를 노려볼 참이었다. 24일 아침 8시에 렌터카를 인수 후 제주시에서 식사하고 서귀포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에 도착 후 짐을 맡기고 곧바로 태클을 챙겨 서귀포 호근동에 있는 속골 포인트로 진입했다.
포인트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 만조를 지나 썰물이 시작해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속골은 수심이 얕은 몽돌밭 지형이라 만조 수위가 2m이상 나와야 낮에 넙치농어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적당한 너울파도가 일어야 하는데, 현장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적당한 너울과 포말이 일었다.
각각 흩어져 낚시를 시작. 30여 분이 지났을까? 멀리 떨어져 있던 양범석 씨에게 전화가 왔다. “사장님…. 이쪽으로 오세요. 입질 계속 들어와요.” 양범석 씨가 자리 잡은 곳으로 이동하니 이미 80cm급 넙치농어 한 마리를 낚아 웅덩이에 넣어 놓은 것이 보였다. 다들 힘을 얻어 캐스팅을 시작. 루어테크 고블린 123F 미노우를 사용했으며 수면을 훑는 살짝 빠른 속도로 감아들였다.
파도 잔잔한 날은 조과도 ‘잔잔’
첫 입질은 박성준 씨가 받았다. 능숙하게 녀석을 제압해 올리니 70cm가 넘는 넙치농어였다. 약 10분 뒤, 내 로드에도 입질이 들어왔다. 이번에도 70cm 넙치농어가 올라왔다. 연이어 주선호 씨에게도 입질이 들어왔으면 했지만 넙치농어는 3마리가 전부였다.
그렇더라도 낮에 한 자리에서 3마리는 고무적인 조과라 우리는 기세를 이어 서귀포 법환포구 선녀탕 포인트로 이동했다. 옮긴 자리 역시 적당한 파도와 함께 포말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입질을 받을 수 없었고, 서귀포 논짓물 포인트로 이동했으나 마찬가지로 입질을 받지 못했다. 해질녘에 철수를 결정하고 첫날 낚시를 마무리했다.
둘째 날은 제주도 남쪽 서귀포 일대는 전부를 뒤져보기로했다. 서귀포 동남쪽 표선면 해비치 호텔 앞부터 서남쪽 강정까지 샅샅이 탐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표선에 도착하니 일기예보와 다르게 파도가 거의 치지 않았다.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라 표선부터 태흥리 일대를 모두 훑었지만 입질을 받지 못했다. 데이게임은 실패로 끝났고 우리는 밤에 남쪽의 강정포구를 찾아갔다.
표선과는 반대로 강정포구는 엄청나게 강한 바람과 위험할 정도의 파도로 인해 낚시 자체가 불가능했다. 용기를 내어 연안으로 진입했지만 마치 천둥 치듯 굉음을 내며 파도가 밀려와 도저히 낚시가 불가능했다. 다른 곳을 훑었지만 입질 무. 그렇게 둘째 날은 허망하게 실패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눈 내리는 갯바위에서 손맛 작렬!
셋째 날은 북서풍이 불었는데 파도가 높아도 맞바람을 뚫고 서쪽을 노리기로 했다. 서귀포 대정읍 영락리 일대로 가니 예상대로 파도가 높았고 눈까지 내려 갯바위로 진입하기 수월한 일과리로 들어갔다.
오전 8시가 되어 양범석 씨가 숏바이트를 받았으나 더 이상 반응 무. 지체하지 않고 대정읍 롤앤스시앞 포인트로 이동했는데 30분 정도 캐스팅하자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 입질은 내가 받았다. 강력한 입질에 챔질하니 60cm급 넙치농어가 올라왔다. 다시 캐스팅하니 5분이 지나지 않아 다시 입질이 왔고 이번에도 비슷한 씨알의 넙치농어가 올라왔다. 내가 2마리를 연거푸 잡은 후 다들 열심히 캐스팅했으나 입질을 받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자 바람이 더 강해져 파도도 더 높아졌다. 서쪽에서는 더 이상 낚시가 힘들어져 남쪽에 있는 서해수산 아래 포인트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가장 사이즈 좋은 놈을 걸었으나 바늘털이에 미노우 바늘이 부러져 놓치고 말았다.
물때가 바뀌어 철수를 결정.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쉬다가 저녁에 서귀포 강정포구로 나갔다. 낮부터 조금씩 내렸던 눈이 그치질 않았다. 강정포구에 도착해 낚시를 시작, 얼마 시간이 흐르지 않아 핀포인트를 노리던 박성준 씨가 “왔다”하며 외쳤다.
드랙 풀리는 소리가 멀리까지 들렸다. 능숙하게 끌어낸 녀석은 80cm급 넙치농어. 이 녀석을 마지막으로 낚시를 마쳤다. 이번 출조에서 가장 아쉬웠던 건 처녀 출조한 주선호 씨가 입질만 두 번 받고 랜딩에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외 나머지 인원은 모두 손맛을 보았다.
제주도 넙치농어는 4월까지 시즌이 이어진다. 제주도 부속섬에서는 5~6월에도 큰 씨알이 낚이기 때문에 앞으로 기회는 더 남아 있다. 개인적인 기록도 경신해보고 싶은 욕심이 난다.
눈이 내리던 셋째날 출조에서 60cm 넙치농어를 낚은 필자.
속골에서 낚은 80cm급 농어 두 마리.
서귀포 서쪽 해안의 높은 파도. 출조 첫날 방문했을 때 파도가 너무 높아 포인트에 진입하지 못했다.
출조 마지막 날에 거둔 넙치농어 조과.
속골에서 낚은 넙치농어를 보여주는 양범석 씨.
제주도 영락리 롤앤스시 앞 포인트에서 60cm 넙치농어 두 마리를 낚은 필자.
강정 포인트에서 70cm 농어를 낚은 박성준 씨.
출조 둘째날 서귀포 강정 포인트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