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영암호 석계수로
추억의 명낚시터, 여전히 살아있네!
김현 아피스 필드스탭
동이 터올 무렵 입질을 감지한 필자가 챔질 준비를 하고 있다.
늦은 밤 시간에 석계수로에서 월척을 올린 서미숙 씨.
지난 12월 3일, 영암 부부조사 전용배 씨 일행과 함께 지난 달에 출조했던 해남 솔라시도 기업도시 사업 중인 산이면으로 향했다. 영암호의 가지수로인 구성리수로와 함께 사업권 영역에 포함된 석계수로 탐색 차 나선 출조였다. 석계수로는 구성리수로와 함께 늦가을부터 동절기 명당으로 각광받던 곳이었으나 개발 사업으로 인해 수년간 출조객의 발길이 뜸했던 곳이다.
오후에 광주를 출발, 1시간 30분을 달려 석계수로에 도착했다.(구성리수로에서 약 4km 더 진입하면 석계수로 하류권에 도달한다) 석계수로의 길이는 약 3.3km, 폭은 80~100m 이상으로 구성리수로 보다 규모가 크다. 연안을 따라 뗏장수초와 갈대가 약간 형성돼 있고 배스, 블루길을 비롯한 다양한 강계 어종이 서식한다.
석계수로 하류에는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인근 중류권 연안 곳곳에 꾼들이 자리들을 꿰차고 앉아 있었다. 상류권은 강한 북서풍 그리고 올라갈수록 수심이 얕아지는 탓에 하류권에서 연결된 샛수로를 둘러봤다. 길이는 약 2km, 굽이굽이 물길이 형성돼 있었고 수심은 80cm~1m를 유지했다. 하류에는 크고 작은 둠벙이 두 개 형성돼 있었는데 둘 다 물길이 이어져 있었다. 수초 형성 등의 포인트 여건은 좋아 보였으나 물색이 조금 맑았다. 그래서 확신이 서지 않아 일단 확률이 높아 보이는 본류권을 포인트로 정하고 하류권 일대를 둘러봤다.
석계수로 하류권에서 허리급 속출
하류권에도 곳곳에 꾼들의 흔적이 있었다. 우리는 무성히 자란 갈대와 잡풀들을 제거하고 생자리를 만들어 앉았다. 옆바람을 맞으며 연안 공략을 위해 2칸에서 3칸 사이의 짧은 대 위주로 대편성을 했다. 미끼는 옥수수글루텐과 지렁이를 병행했다. 강풍 속 높은 물결을 따라 움직이는 찌를 응시하니 입질 파악이 쉽지 않았다. 해가 지기 전에 바람이 조금씩 약해지는 틈을 타 서둘러 이른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초저녁 입질을 기대하며 찌불을 밝혔다.
서미숙 씨가 첫 입질을 받아 24cm짜리 붕어를 낚았다. 이후 전용배 씨도 20cm급 붕어 입질을 연달아 받아냈다. 반면 초저녁까지 전혀 입질을 받지 못한 필자는 ‘포인트 선정에 문제가 있었나?’하는 고민과 자책 중 전용배 씨로부터 허리급 붕어를 낚았다는 소식을 듣게됐다. 사진 촬영 겸 곧바로 이동해 계측해보니 37cm 월척 붕어였다. 전용배 씨는 “주로 4칸 이상 긴 대에서 예민하고 약한 입질이 이어지는데 바람 때문에 입질 파악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들은 나는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서둘러 대편성을 새로 했다. 3.6칸부터 5칸까지 10대를 재편성하고 미끼는 모두 지렁이를 꿰어 찌불을 밝혔다. 마침내 늦은 밤 시간 4칸 대에서 첫 입질을 받아 27cm짜리 붕어를 낚았다. 이후 자정 무렵까지 적잖은 마릿수 입질이 들어왔다.
새벽이 되자 바람은 잦아들었으나 기온이 많이 낮아져 바짝 움츠리며 난로에 의지한 채 찌불을 응시했다. 동이 터오기 직전, 일행들과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잠시나마 추위와 피로를 풀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 순간 새까맣게 하늘을 덮어버린 철새 떼들이 이동하며 장관을 연출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새로 미끼를 갈아 꿰며 아침낚시를 준비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씨알이 연속으로 올라오며 손맛을 제공했다. 짧은 아침 시간이 끝나자 바람이 다시 불어오면서 입질도 소강상태를 보여 철수했다.
석계수로 둠벙은 수로 본류보다 씨알 압권
1차 출조의 철수 때 석계수로 인근에 있던 두 개의 둠벙을 들렀다 왔는데 이후 둠벙 탐색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일주일 후 황금무지개 정성훈 고문과 함께 이곳을 다시 찾았다. 정성훈 고문도 수 년만에 찾는 둠벙이라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감회에 젖는 듯 했다.
이날도 역시 북풍이 강하게 불어왔으나 저녁 무렵부터 바람이 잦아든다는 예보를 듣고 두 둠벙을 자세히 둘러봤다. 작은 둠벙은 물색이 너무 맑고 물 유입구에 턱이 있는 보의 형태였다. 큰 둠벙은 물색이 좋았고 형태만 둠벙이지 본류와 물의 흐름은 자유로운 게 특징이었다. 두 곳 모두 수심은 1m권으로 비슷했다.
약간 옆바람을 맞으며 큰 둠벙의 끝자락인 막다른 곳을 공략하기 위해 잡풀 제거 후 자리를 잡았고 정성훈 고문은 본류 수로권을 택했다. 며칠 전 출조 경험을 토대로 3.6칸 이상 긴 대 위주로 대편성을 한 뒤 지렁이를 꿰어 찌를 세웠다. 강풍 탓에 오후에는 전혀 입질을 못 받았고 찌 보기도 쉽지 않았다. 정성훈 고문이 올린 준척급붕어가 전부였다.
바람이 조금씩 약해지는 밤이 되자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저녁까지와는 달리 정직한 찌올림이 나타나며 35cm 월척 붕어가 걸려들었다. 자정 무렵부터 바람이 완전히 죽자 잦았던 입질이 간헐적으로 바뀌었고 새벽에는 어떤 입질도 없었다.
동이 터 오르는 순간, 졸고 있던 나의 귀에 “월척! 월척! 33cm!”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성훈 고문의 외침이었다. 조용히 문자로 축하 메시지를 보낸 후 미끼를 새로 꿰어 찌를 세웠다.
정성훈 고문은 아침에 10여 마리의 붕어 입질을 받았고 필자는 간헐적이었지만 준척~월척급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아침이 되자 다시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해 철수 준비를 했다.
두 번에 걸친 출조 결과 입질 시간대는 이렇게 나타났다. 샛수로 본류권에서는 초저녁부터 밤 11시경 입질이 활발했고 아침에는 예민하고 약한 입질이 이어졌다. 큰 둠벙은 저녁부터 자정 무렵까지 입질이 활발했고 아침에도 시원한 찌올림이 이어졌다. 대체로 씨알은 샛수로 본류권보다는 둠벙에서 더 굵게 낚였다. 미끼는 공히 지렁이에 입질이 빨랐고 씨알도 굵게 낚였다. 영암호 가지수로와 둠벙에서의 풍족한 조과로 2024년 마지막 출조를 기쁜 마음으로 마칠 수 있었다.
내비 입력 솔라시도 기업도시 내 공사가 진행 중이라 내비 주소 입력으로는 찾아가기 어렵다. 따라서 주소보다는 글로 가는 길을 설명해 본다.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소재 달도교차로에서 해남, 산이 방향 약 170m 지점에서 좌회전, 약 600m 직진 후 우회전하면 영암호 연안 길이다. 이 길을 따라 약 3km 직진하면 구성리수로가 나온다. 이곳에서 약 4km 더 진입하면 석계수로 하류권에 도달하며 서쪽으로 하류권에 연결된 샛수로가 펼쳐진다.
아침 시간에 월척을 올린 필자. 아피스의 천년지기 프리미엄 낚싯대를 사용했다.
석계수로 하류권. 어선과 몇몇의 낚시인들만 보였다.
석계수로를 처음 찾아 놀라운 조과를 거둔 영암의 전용배 씨 부부.
석계수로 하류권에 있는 둠벙. 경계면에 수초가 자라있어 형태를 가늠할 수 있다.
석계수로에서 초저녁에 첫 월척을 올린 전용배 씨.
둠벙 출조에서 아침 시간에 첫 월척을 올린 황금무지개 정성훈 고문.
필자가 둠벙에서 거둔 조과.
석계수로 진입로. 비포장길이었으나 비교적 진입이 용이했다.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포인트로 향하는 필자.
저녁 시간에 전용배 씨가 올린 37cm 월척.
생자리를 개척해 대를 편 전용배 씨.
석계수로와 퇴수로를 잇는 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