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70리터 아이스박스. 얼음을 뺐지만 갈치로 아이스박스가 가득 찼다.
승선한 낚시인들이 자리 추첨을 하고 있다.
여수 신월동 앞 선착장에서 출항을 준비하고 있는 퍼펙트호.
여수 내만에서 갈치가 쏟아지는데 먼바다로 나가는 이유는 딱 하나다. 쿨러 가득 큰 갈치를 낚고 싶기 때문이다. 갈치 금어기가 해제된 후 여러 번 갈치 지깅을 다녔지만 만족할 조과를 얻지 못했다.
루어낚시를 즐겨하지만 생미끼 외줄낚시에 올라와 쿨러 가득 담겨 있는 갈치를 보고 있다가 홀린 듯이 예약을 하고 말았다.
첫 포인트에서는 잡어 탓에 꽝
지난 10월 7일 월요일, 여수 신월동 앞 선착장에서 출항하는 퍼펙트호에 올랐다. 외줄낚시 장비가 없어서 로드, 전동릴, 아이스박스를 대여하니 비용은 더 들었지만 무척 편했다. 출항 전에 선장과 인사를 나누고 포인트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 4시간 가량 이동해 포인트에 도착했다. 익숙하지 않은 긴 갈치대와 전동릴을 장착하고 채비를 마친 뒤 꽁치를 썰어 8단 채비에 꽁치살을 꿰었다.
도착한 포인트는 백도 외곽의 남해 먼바다. 해가 짧아져 금방 어둠이 내렸고 집어등이 환하게 밝혀졌다. 봉돌 투척기(일명 대포)에 봉돌을 넣고 버튼을 누리면 채비가 알아서 멀리 날아가 내려간다. 비가 잠깐 내린다는 예보와는 다르게 계속 비가 내렸지만 낚시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수심 90m. 봉돌이 바닥에 닿으면 바닥에서 10m 정도 채비를 감아 올려 갈치 입질을 기다렸다. 갈치 어군이 형성된 수심을 노렸지만 8개 바늘에 작은 갈치가 한두 마리 올라왔다. 조류가 흐르니 갈치 뿐 아니라 고등어, 삼치, 물메기, 만새기 등 다양한 어종들이 올라왔다. 갈치를 기대했건만 만새기가 물어 옆 사람과 라인이 엉키고 많은 낚시인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포인트 이동을 결정. 40분 정도 달려 백도 동쪽으로 향했다.
“70리터 아이스박스가 넘치는구나”
도착한 곳은 여수와 통영의 경계 지점으로 수심은 60m였다. 갈치 어군들이 보였고 선장의 신호에 맞춰 바로 채비를 내렸다. 그랬더니 마치 로드가 춤을 추듯 연신 갈치 입질이 들어왔다. 전동릴 핸들을 두어 바퀴 감은 후 낚싯대를 들어 올리니 갈치들의 몸부림에 낚싯대가 너무 묵직했다. 8단 채비에 3지가 넘는 갈치가 7마리 올라왔고 그때부터 꽁치살을 교체해 내리기만하면 입질이 이어졌다.
여기저기 바구니에 은빛 갈치들이 가득했다. 나는 욕심을 내서 두벌채비를 준비했고 채비를 올리면 바로 다음 채비를 내리기 반복해 쉴틈 없이 갈치를 올렸다. 이날은 채비를 한 번 내리면 적어도 6마리씩 올라왔고 두어 시간이 지나니 70리터 쿨러가 갈치로 가득 찼다. 갈치 외줄낚시를 하면 아이스박스가 모자란다, 스티로폼 박스 값이 더 든다는 말을 허세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경험하니 충분히 납득할 말이었다. 아이스박스가 비좁아 바닥에 깔린 얼음을 퍼내고 갈치를 가지런히 놓았다. 주변 낚시인들도 얼굴에 웃음을 띠며 열심히 갈치를 정리하는 것이 보였다.
철수 시간을 1시간 남긴 상황에서는 70리터 아이스박스에 더 이상 갈치가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갈치는 계속 올라와서 추가로 낚은 갈치는 서울에서 출조 온 낚시인들에게 나눠주었다. 갈치 외줄낚시의 마력을 제대로 실감한 하루였다.
갈치가 가득 담긴 쿨러를 보여주고 있는 김정욱 씨.
필자의 낚시자리.
8단 채비에 꽁치살을 미끼로 꿰었다.
한 번에 올린 갈치를 보여주는 박재홍 씨.
3지가 넘는 굵은 씨알의 갈치를 보여주고 있다.
해수로 얼린 얼음에 바닷물을 부어 갈치를 시원하게 보관하는 빙장.
신정원(위), 김순오 씨가 아이스박스에 갈치를 가득 담은 낚시인들이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