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에서 바라본 송현지 전경.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진입로에 있는 만수면적 3만4천평
규모의 저수지로 예전부터 4짜 붕어가 잘 낚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거무튀튀하고 체고가 높은 송현지 44cm 붕어를 낚은 필자.
딱 한 번 받은 입질에 44cm가 올라왔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충청권에는 큰 비가 한차례 쏟아졌다. 대부분 저수지는 만수일 것이라 생각해 지난 9월 28일, 태안군 소원면 송현리에 있는 송현지 퇴수로로 출조했다. 퇴수로의 낚시 여건은 좋아 보였으나 송현지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저수지나 한 바퀴 둘러 볼 생각으로 올라갔더니 예상대로 만수위였고 상류에는 오름수위를 노린 낚시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살림망은 볼 수 없었다.
송현지 무넘기 앞에 도착하니 마름수초 군락이 그럴싸하게 포인트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퇴수로를 뒤로하고 이곳에 낚싯대를 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불어 낚시하기 딱 좋았다.
블루길 성화로 옥수수, 글루텐 미끼 준비
송현지는 만수면적 3만3천평에 말풀, 마름, 수련, 부들 등 다양한 수초가 자라 붕어의 서식환경이 좋다. 과거 명성에 비해 찾는 이가 많지 않지만 간혹 4짜급 붕어가 낚이는‘한방터’로 유명하다. 외래어종인 배스와 블루길이 서식하고 있다.
지난 봄에 출조했을 때 상류에서 옥수수 미끼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블루길 성화에 시달린 기억이 있어 글루텐 떡밥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희한하게도 다시 옥수수 미끼로 바꿨음에도 블루길이 덤비지 않았다.
밤낚시를 위해 일찌감치 찌불을 밝히고 입질을 기다렸다. 주변에 어둠이 내린 시간임에도 찌는 전혀 미동이 없었다. 블루길 성화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입질에 집중했다. 입질이 전혀 없어 중간에 미끼 상태를 확인해 보니 갉아 먹은 옥수수가 몇 개 확인되었다. 그래서 3~4시간 간격으로 미끼 상태를 계속 점검했다.
마름수초 빈 곳에 세운 찌들은 투척 후에도 바닥까지 채비를 내리기 쉽지 않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반복 투척해 안착시켰다. 하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자정을 넘겼다. 낚시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이 시간을 즐기며 단 한 번의 입질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결국 새벽 4시가 되었다. 얼마 안 있으면 날이 밝아 올 텐데…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그동안 낚시하면서 꽝이 한두 번도 아니었는데 새삼 이날은 기회라고 생각한 만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졸음이 쏟아지는데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새벽 3시 이후 낚시에 집중해야
졸음을 쫓으려고 물병을 들어 뚜껑을 여는 순간 마름수초 안착이 잘 안 되었던 정면 4.2칸 대의 찌가 한마디 슬그머니 오르다 다시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손에 든 물병을 내려놓고 입질에 집중했다.
약 1분이 지났을 때쯤 찌가 한 번 더 꿈틀대더니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찌가 정점에 이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챔질했다. 낚싯대를 통해 묵직함이 느껴졌지만 마름수초 속에서 붕어가 몸부림치자 줄이 수초에 걸려 낚싯대가 꿈쩍하지 않았다.
무리하게 강제집행을 하다가는 목줄이 터질 수도 있어서 낚싯대를 세워 원줄 텐션만 유지한 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붕어가 스스로 수초를 헤집고 나왔다. 어둠 속에서 정체를 드러낸 것은 한눈에 봐도 체고가 높은 4짜 붕어였다.
뜰채를 이용해 연안으로 올려 계척자에 올려 보니 꼬리가 44cm를 가리켰다. 그 사이 주변은 밝아졌고 단 한 번의 입질에 대물 붕어를 낚아내면서 밤새 쌓였던 피로가 단번에 사라졌다.
아침에도 낚시에 집중했지만 블루길이 입질하기 시작해 철수를 준비했다. 송현지에서는 블루길 성화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인 만큼 앞으로 수온이 내려가면 블루길 성화도 그만큼 줄어들면 더 나은 조황이 예상된다.
과거 송현지에서의 경험으로 보면 보통 새벽 3시 이후에 입질이 집중되었다. 미끼는 캔 옥수수와 글루텐 떡밥이 사용되지만 두 가지 다 효과적이다. 하지만 블루길의 성화가 덜 하다면 개인적으로 옥수수 미끼를 추천하고 싶다.
송현지 아래로 만리지까지 이어지는 퇴수로는 수로 폭이 좁지만 우습게 볼 곳이 아니다. 월척 중반급 붕어를 만날 수 있으며 마릿수 조과가 좋다. 밤 기온이 쌀쌀해져 따뜻한 낚시를 위해 보온 장비도 반드시 챙겨서 출조하시기를 바란다.
내비 입력 소원면 송현리 40
29일 아침에도 입질을 보기 위해 낚시에 집중하고 있는 필자.
무넘기 제방에 잡은 필자의 낚시 자리.
송현지 최상류에 자리 잡은 낚시인들. 살림망을 볼 수 없었다.
낚은 직후 계측하니 44cm가 나왔다.
낚은 붕어는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제방 연안 앞에 자라 있는 마름수초와 어리연.
보트낚시인들도 송현지로 출조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