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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낚시터] 화성 왕모대소류지 요새 같은 말풀밭 뚫고 44.5cm 뽑았다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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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낚시터]

화성 왕모대소류지

요새 같은 말풀밭 뚫고 44.5cm 뽑았다

이영규 기자

수도권 올드팬들에게 유명했던 화성시 서신면 왕모대수로 상류에 3천평 남짓한 소류지가있다. 여지껏 제대로 된 이름이 없어 흔히 왕모대 둠벙으로 불리는 곳이다. 배스와 블루길이 들어간 지 오래라 현재는 밤새 한두 번 입질도
받기 힘든 한방터. 그 터 센 곳에서 44.5cm가 솟구쳤다.




비바붕어 스피돔보트를 탄 박현철 프로가 44.5cm붕어를 올렸던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말풀이 밀생한 상황이었지만 신속한 제압으로 안전하게 끌어낼 수 있었다.


왕모대 소류지에서 올린 44.5cm 붕어를 자랑하는 박현철 프로.





비바붕어 운영자 박현철 프로와 보령권 취재를 떠났다가 꽝을 맞고 돌아온 지난 9월 중순 어느 날. 박현철 프로가 자신 있게 취재를 제안한 곳은 의외의 장소였다. 박 프로의 집이 있는 안산에서 40분 거리 소류지라는데, 알고 보니 화성시 서신면 사곳리에 있는 왕모대 소류지였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니 왕모대수로 상류에 있으며 낚시인들 사이에 터 센 한방터로 잘 알려진 곳이었다. 인근에 있는 문호리지 만큼 터가 세 그냥 하룻밤 찌불 구경이나 하고 온다고 생각으로 찾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운 곳이다라고.

그나저나 규모가 작은 이 소류지에 보트를 띄울 수 있었을까? 연안에 낚시인들이라도 있으면 아예 보트를 론칭할 곳 찾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나 박현철 프로는 이미 이틀 전 보트를 띄워 놓은 상태. 얘기를 들어보니, 날이 무덥고 수온까지 너무 높아 소류지를 찾는 노지 낚시인이 급격히 줄었다고. 덕분에 가장 안쪽인 상류 연안에서 보트를 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녁식사 후 돌아오니 붕어 2마리가 자동빵

내비 주소를 받고 찾아간 왕모대소류지는 전 수면에 말풀이 가득 차 있었다. 과거에는 소류지 전역에 포인트가 있었지만 취재 당시는 중상류권은 장시간 출입이 뜸했는지 진입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그나마 중하류 노지 포인트는 지속적인 낚시로 어느 정도 말풀이 제거된 상태였다. 그 바람에 상류권 포인트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보트가 필수였고, 상류권 역시 말풀이 빼곡해 수초제거작업이 필수였다.

오후 4시경 현장에 도착한 나는 제방 우안 모서리 자리가 비어 그곳에 대를 폈다. 주차하기도 좋고 발판도 너무 편했지만 그만큼 조과는 떨어지는 자리로 예상됐다. 그러나 제방 좌안 모서리에 앉있던 단골 낚시인이 “거기가 의외로 입질 빈도가 높은 자리다. 내가 거기 앉고 싶었지만 어제 오후 도착했을 때는 먼저 온 낚시인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밤새 한두 번은 입질이 올 것이다”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오후 5시경 대편성을 마치자 먼저 도선 보트를 타고 들어갔던 박현철 프로가 땀범벅이 돼 연안으로 나왔다. 그 더운 날씨에 말풀을 제거하느라 온 몸이 땀에 젖었던 것. 서둘러 시내로 나가 함께 저녁식사를 먹은 뒤 다시 둠벙으로 복귀해 낚시를 시작했다. 박현철 프로는 전날 밤에 2마리의 월척을 낚아놓은 상태였는데, 식사 후 보트로 돌아와 보니 8치급과 9치급 2마리가 자동빵 돼 있었다. 일단 붕어가 움직인다는 증거인만큼 기대감도 커졌다.


3호 원줄을 요절낸 괴어의 습격

밤 10시가 넘을 무렵 나에게 첫 입질이 왔다. 아니 입질이라기보다는 예상 못한 괴어의 공격에 대응도 못하고 채비를 터트리고 말았다. 핸드폰을 보며 한눈을 파는 사이 케미 하나가 솟아있는 게 보였는데 갑자기 불빛이 사라졌다. 순간 나는 ‘전자케미 배터리가 다 됐나?’ 싶어 멍하니 바라만 봤고, 곧바로 “쒜에엑!” 하는 날카로운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앗 내 낚싯대 끌려 간다’는 생각에 서둘러 랜턴을 켰으나 낚싯대 8대의 손잡이는 그대로 뒤꽂이에 박혀있었다. ‘뭐지?’ 싶어 케미불빛이 사라진 낚싯대를 들자 찌와 바늘 채비가 몽땅 사라지고 끊어진 원줄만 나풀대고 있었다. 정체 모를 큰 고기가 바늘에 걸리자마자 반대편으로 도주하며 3호 원줄을 끊어버린 것이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지만 4짜나 5짜 붕어일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보통의 붕어들은 대부분 옆이나 낚시인 쪽으로 도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직선으로 낚시인 반대편으로 순간적으로 도주하며 원줄을 끊는 녀석들은 대부분 잉어다.

박현철 씨에게 전화를 걸자 “인근 지역 낚시인들이 유료터에서 낚은 잉붕어를 재미 삼아 이 소류지에 방류했답니다. 그 녀석들이 5짜 6짜로 성장해 낚시인들을 놀라케 하고 있습니다”라며 상황 설명을 해주었다. 이후 밤 12시까지 찌는 꼼짝하지 않았다. 더위와 피로에 지친 나는 그때쯤 차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새벽 4시에 걸려온 44.5cm 붕어 소식

새벽 4시경, 핸드폰 벨 소리에 깨어보니 박현철 씨의 숨 가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44.5cm를 올렸다는 소식이었다. 깜짝 놀랐지만 이 시간에 도선 보트를 타고 들어갈 수도 없는 일이라 날이 밝은 후 촬영하기로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날이 완전히 밝은 후 도선 보트를 타고 박현철 씨의 보트로 가보았다. 박현철 씨는 비바붕어의 플래그십 초대형 보트인 스피돔을 타고 있는데 이 보트는 언제 봐도 멋졌다. 크고 넓고 높아서 공간 활용성이 좋고 바람을 넣으면 보트와 텐트가 한꺼번에 완성되는 일체형이라 매우 편리하다. 비싸서 그렇지 개인적으로는 지금껏 출시된 튜브형 붕어보트 중 완성도가 가장 높은 제품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살림망 속 44.5cm 붕어를 꺼내 놓자 먼저 낚은 허리급 월척은 새끼처럼 보였다. 황금빛 진한 4짜 붕어를 본 나는 그 위용에 감탄함과 동시에 이 난공불락 요새 같은 말풀 속에 얼마나 더 많은 4짜 붕어가 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한편 나흘 뒤 다시 왕모대 둠벙으로 출조한 박현철 프로는 새벽에 57cm를 또 낚았으나 아침에 확인하니 이 고기는 잉붕어였다)

아침이 되자 밤을 샌 낚시인들은 모두 철수하고 또 다시 다른 낚시인들이 들어와 대편성에 한창이었다. 연안에서는 밤새 1마리도 안 낚였음에도 낚시인이 계속해 들어오는 것을 보니 노지낚시라고 해서 아예 확률이 없지는 않은 듯 싶었다.

내 생각으로는, 좀 더 날이 추워져 말풀이 삭고 수온이 안정되면 중상류 말풀 속에 박혀 있던 대물들의 연안 접근이 활발해질 것으로 판단됐다. 그때 다시 한 번 왕모대소류지를 찾아보기로 하고 촬영을 마쳤다.


내비 입력 서신면 사곳리 647




왕모대소류지 바로 옆에 있는 왕모대수로. 사진 우측으로 갈수록 수면이 넓어진다.


왕모대소류지 좌안 상류에서 제방 쪽을 바라본 모습.


박현철 프로의 채비. 신의 한수 전자찌에 해결사 채비를 사용했다.


스피돔보트의 내부. 공간이 널찍해 많은 짐을 싣고도 쾌적한 낚시가 가능하다.


제방에서 바라본 왕모대 소류지 최상류.


박현철 프로가 올린 44.5cm 붕어와 허리급 월척들.

허리급 월척은 마루큐 노리텐 떡밥으로 올렸다.


“때깔 좋습니다.” 박현철 프로가 두 마리의 허리급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촬영 후 모두 방류했다.




*왕모대수로 근황은?


3년 전부터 씨알 급속히 잘아져 월척도 귀한 상황

왕모대소류지 바로 옆에는 왕모대수로가 바로 붙어있다. 취재일에도 몇몇 낚시인들이 떡밥낚시로 붕어를 낚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올라오는 씨알은 전부 5치 내외급. 입질은 잦아 심심하지 않았지만 씨알이 너무 잘았다. 또 다른 단골 낚시인을 만나 조황을 묻자 ‘어쩐 이유인지 몰라도 3년 전부터 급격하게 씨알이 잘아졌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시기에 가뭄이 들었었나 싶었지만 ‘최소한 5년 안에는 마른 적이 없다’는 게 단골 낚시인의 말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왕모대수로 조황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왕모대소류지 공략법


옥수수 미끼에 저부력 긴 목줄 채비가 유리

사진에서 보듯 왕모대소류지 물속은 온통 말풀 투성이다. 박현철 프로가 며칠 전부터 들어가 작업을 했음에도 한 번에 바닥을 찍는 경우가 없을 정도였다. 이에 박현철 프로는 채비가 바닥에 안착되지 않더라도 그냥 말풀 위에 얹혀 놓는 식으로 낚시를 진행했다. 붕어들은 비좁은 말풀 속을 헤치고 다니는 게 아니라 약간이라도 빈 틈 또는 말풀 위로 유영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올린 44.5cm 붕어는 비교적 바닥이 깔끔한 곳에 채비가 떨어져 찌올림이 좋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저부력 긴 목줄 채비로 수초 위를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단 이런 거친 여건에서 채비를 반복 투척해 낚시하려면 미끼가 바늘에 오래 붙어있는 옥수수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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