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바라 본 남북지 전경.
2박 동안 홀로 낚시한 남북지에서 올린 35cm, 42cm, 45cm, 49cm 붕어를 자랑하는 필자.
새물 유입되는 상류 수몰 유초대 공략
오후 2시쯤 저수지에 도착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물속 지형을 파악하고 포인트마다의 수심을 측정했다. 중류와 하류는 수심이 너무 깊어 좋은 포인트가 될 수 없다고 판단, 새물이 유입되는 상류권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남북지에는 상류가 두 군데 있는데 먼저 제방 기준 우안 상류인 제2지천교 쪽을 둘러보았다. 장화를 신고 물속으로 들어가 바닥상태와 지형을 탐색했다. 모래 바닥에 낮게 육초가 자라있었고 연안에서 30m 정도는 완만한 지형이었다. 수심은 80cm 정도였다. 물색은 적당히 탁해 좋은 편. 그러나 너무 얕은 수심이 길게 이어져 붕어들이 올라탈 것이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다음으로 월명1리 쪽 상류를 둘러보았다. 얕은 수심대에 여뀌풀이 적당히 잠겨 멋진 포인트 여건을 형성하고 있었다. 여뀌풀 주변 1m 이하 수심대는 바닥이 지저분해 채비 안착이 쉽지 않았다. 나는 1~1.5m 정도의 적당한 수심대를 찾아 수중에 좌대를 설치했다.
도로에 주차할 공간이 없고 깎이는 듯한 경사 아래로 내려가야만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대물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 정도 고생은 전혀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9월 말에 내린 비로 한동안 말랐던 상류가 물에 잠기면서 바닥에 육초대가 적당히 깔려 있었다. 바늘에 가끔 풀 찌꺼기가 걸려나오긴 했지만 채비는 잘 안착되는 편이었다.
대편성을 마치고 첫 입질을 받았는데 1m 정도 되는 대형 잉어가 수면 위로 꼬리지느러미만 살짝 보여주더니 이내 옆 낚싯대 두 대의 채비를 감은 뒤 스스로 목줄을 끊고 달아나 버렸다.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열심히 낚시에 집중했지만 간간이 미끼를 건들기만 할 뿐 제대로 된 입질은 들어오지 않았다. 12시 정도까지 낚시하다 기온이 뚝 떨어지며 강풍까지 몰아쳐 차로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했다.
망상어바늘 6호에 걸려든 49cm
눈을 뜨니 아침 7시였다. 너무 늦게까지 자는 바람에 새벽 낚시를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아침 낚시라도 하기 위해 서둘러 자리로 돌아가 미끼를 달아 던지고 찌를 응시했다.
8시 쯤 좌측으로 벌려둔 NT수향2 4.8칸 대의 찌가 깜빡하더니 천천히 물속으로 사라졌다. 입질 형태가 잉어나 거북이 같아서 별다른 기대 없이 챔질했다. 이내 물속으로 강하게 힘을 쓰는 녀석. 한참을 몸부림치다 뜰채에 담긴 녀석은 42cm 대물 붕어였다.
30분 후 이번엔 정면 5.5칸 대의 찌가 정점을 향해 솟아올랐다. 정확하게 챔질에 성공, 한동안 힘겨루기를 하다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45cm가 조금 넘는 멋진 대물이었다. 미끼는 모두 옥수수, 수심은 1.5m 정도였다. 기대감에 가득 차 정오까지 낚시를 이어갔지만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철수할지 고민 하다가 한동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판단하고 하루 더 낚시를 진행하기로 했다. 주변 식당에서 식사하고 잠시 휴식 후 오후 5시에 자리로 돌아와 낚시를 시작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낮게 깔려있었고 찌불을 밝히자마자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수온을 떨어뜨리는 가을비는 악재일 텐데….
5시30분경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 낮에 철수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던 중 좌측 4.8칸 대의 찌가 살짝 올라오더니 다시 제자리로 내려왔다. 수상함을 느끼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데 다시 내려왔던 찌가 급하게 솟아올랐다. 파라솔 밖으로 나와 비를 맞으며 강하게 챔질하자 손끝에 엄청난 무게감과 저항감이 느껴졌다.
‘보통 녀석이 아닌데?’ 망상어바늘 6호에 1.2호의 약한 모노 목줄을 쓰고 있기 때문에 강제로 힘을 쓰며 잡아당겼다간 바늘이 빠지거나 목줄이 터질 것만 같았다.
서서히 낚싯대를 세우고 버티다 보니 녀석은 조금씩 나에게 다가왔다. 잠시 후 뻐끔거리며 수면 위로 떠오른 녀석은 지름 40cm의 뜰채를 훌쩍 뛰어넘는 엄청난 대물이었다. 계측자에 올려보니 꼬리지느러미 끝이 49cm를 가리켰다.
2박 낚시를 마치는 동안 연휴임에도 그 누구도 남북지를 찾지 않았다. 나 홀로 대형 저수지를 전세 내고 42cm, 45cm, 49cm 대물 붕어를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누군가는 나에게 어복이 참 좋다고 말한다. 물론 그 말도 맞지만 나는 도전하지 않는 이에겐 어복도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5짜 붕어를 꿈꾸며 미개척 저수지를 찾아 나선다.
내비입력 남북지
적당한 수심대를 공략하기 위해 물 속에 좌대를 설치 중인 필자.
바늘에 삭은 육초가 걸려 나왔다. 수심은 1~1.5m
여뀌풀이 물에 잠겨 멋진 포인트를 형성하고 있다.
남북지에는 두 개의 상류가 있다. 왼쪽이 월명1리권, 오른쪽이 지천2교권이다.
비 내리는 초저녁에 나온 49cm 대물 붕어.
남북지를 지키고 있는 두 그루의 고목.
49cm 붕어를 뜰채에 담고 있는 장면.
허리힘이 좋은 은성사의 NT수향2 낚싯대.
물이 차기 전 남북지의 모습(6월).
물이 차고 난 후 남북지의 모습(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