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태안 정죽지 가물치 루어낚시
마름 아래 우글대는 블랙 몬스터들
김진현 기자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에 있는 정죽지. 만수면적 3만6천평의 평지형 저수지며
여름과 가을에 대형 가물치가 잘 낚이고 겨울 얼음낚시터로 유명하다. 제방 너머는 바다다
김태경 씨가 프로그를 물고 나온 가물치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월 27일 가물치낚시 전문가 윤혁 씨 그리고 라팔라 필드스탭 김태경 씨와 함께 태안 정죽지로 가물치낚시를 떠났다. 태안 근흥면 해안가에 있는 정죽지는 3만6천평 규모의 평지지며 겨울철 붕어 얼음낚시터로 유명하다. 마름이 온 수면을 덮는 여름과 가을에는 씨알 굵은 가물치가 잘 낚여 손맛을 더해주는 곳이다.
취재팀이 정죽지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5시. 오전 피딩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자정에 인천에서 출발해 일찍 도착했다. 현장에서 만난 윤혁 씨는 “태안은 추억이 참 많은 곳입니다. 20년 전에 활동했던 서울 루어클럽, 김포 삼원레저 멤버들과 태안과 서산권 저수지를 탐사했는데 당시에는 80~90cm 가물치를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마릿수가 예전만 못하지만 8월~10월을 노리면 어렵지 않게 손맛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떡마름’ 밀생한 곳에서는 30g대 무거운 프로그 유리
5시30분이 되자 해가 뜨는 것이 보였고 금세 날이 밝았다. 정죽지 수면은 대부분 마름수초로 덮여 있었는데 잎이 작은 것은 애기마름, 잎이 큰 것은 네마름으로 흔히 떡마름으로 부르는 종이었다. 애기마름의 경우 20g 내외의 프로그만 써도 마름 아래로 프로그의 액션이 잘 전달되지만 떡마름은 잎이 넓고 줄기가 굵어 30g 내외의 무거운 프로그를 사용해야 제대로 된 액션을 연출한다. 특히 프로그가 너무 가벼우면 가물치가 마름 위로 덮칠 때 프로그가 제대로 걸려들지 않기 때문에 떡마름이 많은 곳에서는 다소 무겁게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첫 포인트는 정죽지 상류 초입 연안. 수면은 마름과 가시연, 줄풀이 자라 있었고 물가에는 뗏장수초가 어우러져 천혜의 가물치낚시터로 보였다. 윤혁 씨가 수면을 보자마자 “가물치가 많다”며 손가락으로 마름 군락의 중심을 가리켰다. 자세히 보니 작은 기포들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가물치가 호흡하며 내는 공기방울이라고 했다.
무게는 20~30g이지만 몸통은 조금 작은 프로그를 세팅했다. 장타를 주로 하는 윤혁 씨이지만 평소와 달리 첫 캐스팅은 가볍게 했다.
김태경 씨는 “만약 마름이 저수지 한가운데에만 자라있다면 그곳까지 혼신을 다해 풀캐스팅 해야 합니다. 여름에는 그것이 곤욕이죠. 다행히 이곳은 상류에 마름이 몰려있어 루어를 슬쩍 던져도 되는 상황이라 근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장타에 대한 부담은 적고 좁은 공간에서 가물치와 신경전을 벌이는 지금 여건이 너무 재밌습니다”라고 말했다.
김태경 씨의 프로그가 마름 가장자리로 접근했을 때 주변에서 수면이 일렁였다. 순간 수면에서 물보라가 일어났고 김태경 씨가 순간적으로 로드를 세우고 가물치를 랜딩하기 시작했다. 단숨에 ‘들어 뽕’을 시도하려 했지만 수면으로 튀어 오른 녀석은 입에 문 프로그를 털어버리고 물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얼핏 봐도 80cm 정도라 너무 아쉬웠다.
이후에도 입질은 계속 되었지만 프로그에 반응하는 가물치는 40cm 내외로 씨알이 작았다. 김태경 씨는 “정죽지에서는 80~90cm가 큰 씨알에 속합니다. 예전에는 더 큰 가물치도 많았지
만 최근 태안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물치를 포획해 먹기 때문에 큰 개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30~40cm 개체가 많아 지금이라도 자원을 잘 보존한다면 앞으로 더 큰 씨알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9~10월 마름 삭을 때가 피크
우리는 포인트를 옮겨 정죽지 상류에 있는 작은 섬 포인트와 제방권을 탐색했다. 섬까지는 누군가 연결해 놓은 밧줄이 있었고 이 밧줄을 잡고 작은 배를 타면 진입이 가능했다. 우리는 300m 정도를 이동해 섬으로 들어갔으나 아쉽게도 섬에서는 입질을 받지 못했다. 이후에 옮긴 제방권에서도 입질은 받았지만 모두 털리고 말았다. 제방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운 후엔 입질이 뚝 끊겼고, 가물치가 맞은편 연안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생각해 다시 포인트를 옮겼다.
정죽지 상류에서 우측 연안을 따라 진입, 논을 지나 작은 숲길로 들어서자 2~3명 낚시하기 좋은 연안 포인트가 나왔다. 제방을 마주보는 곳으로 멀리 캐스팅하면 마름 군락 중앙에 프로그를 안착할 수 있었다. 몇 번의 캐스팅이 이어졌고 곧이어 김태경 씨가 시원한 입질을 받았다. 멀리서 입질을 받았기에 씨알을 가늠할 수 없었고 가물치가 마름에 감겨 끌어내기도 어려웠다. 가까스로 연안으로 올려보니 70cm가 넘는 가물치가 올라왔다. 낚은 가물치는 촬영 후 바로 방생하고 다시 주변을 노렸지만 더 이상 입질이 없었다.
인근 식당에서 막국수로 점심을 먹은 후 오후에 후반전을 시작했다. 오후 6시 피딩타임을 노렸으나 거짓말처럼 입질이 없었다. 오전 상황만 보면 오후에도 충분히 입질을 기대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 입질이 이어지지 않았다.
김태경 씨는 “정죽지는 지금 만수입니다. 가물치는 수위가 조금 내려가서 70~80% 유지할 때 입질을 잘 합니다. 가을이 되면 마름도 삭고 수위도 내려가기 마련이므로 9월 중순 이후를 노린다면 정죽지에서 충분히 손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정죽지 인근에는 모항지, 곰섬각지, 죽림지 등 다양한 가물치 낚시터가 있는 덕분에 시간 여유가 있다면 1박2일 일정으로 서너 곳을 들러가며 낚시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비 입력 -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 453(도로에 주차 후 3분 정도 걸어서 진입. 마을 내에는 주차할 곳이 협소하다)
동이 트는 정죽지에서 윤혁 씨가 프로그를 캐스팅하고 있다
정죽지 상류에 있는 섬 포인트. 밧줄로 연결된 배를 타고 들어가서 낚시할 수 있다
김태경 씨가 사용한 라팔라 콘셉트 A2 베이트릴. 합사는 라팔라 서픽스 131 8호다
윤혁 씨의 프로그 박스. 주로 20g을 사용했으며
떡마름이 많은 곳에서는 30g 내외로 묵직한 것을 썼다
정죽지 펜션 내 수조에 들어 있는 가물치
라팔라 필드스탭 김태경 씨가 오전에 마름 군락 중앙에서
입질을 받아 올린 70cm 가물치를 보여주고 있다
정죽지 무넘기가 있는 하류 포인트. 좌측 제방에서 김태경 씨가 한 마리를 놓쳤고
연안에서도 윤혁 씨가 가물치 한 마리를 놓쳤다
정죽지 펜션 내 연안에서 마름 군락을 노리고 있는 윤혁 씨
펜션으로 진입해 낚시해도 되며 펜션에 숙박하면 낚시장비를 무료로 대여해 준다
마름 군락을 헤집고 다니는 잉어. 씨알이 커서 가물치와 종종 헷갈린다
태안 정죽지 취재를 함께한 윤혁(좌) 씨와 김태경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