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조홍식의 History of Tackle]
현대적인 주요 낚시 태클의 기원(22회)
조홍식
편집위원,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 1000답」 저자. 유튜브 조박사의 피생랩 진행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 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루어의 본고장’이라고 한다면 어디를 지목해야 좋을까? 루어의 뿌리를 말한다면 당연히 영국이고, 루어 생산량 최대를 자랑하는 핀란드도 있겠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미국을 빼놓을 수 없다. 배스낚시를 통해 루어에 다양성을 부여한 주인공이자 생산과 소비에 있어 최대급이며 전 세계 루어낚시에 미친 영향력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양을 위주로 흘러가던 루어낚시는 동양으로 차츰 전파되었고, 세계적인 조구업체들을 보유하게 된 일본의 루어낚시를 빼놓을 수 없게 변화해 왔다. 신제품 개발에 매진해 오고 있는 일본제 루어의 현 위치를 가늠해 보기로 한다.
일본 태클하우스(Tackle House)의 제품 중 일부. 맨 아래가 최초로 전자동 중심이동시스템이 탑재된 KF우드 모델
세계적으로 알려진 루어의 등장이나 역사적 제품의 발명을 연대별로 늘어놔 보면 솔직히 유럽과 미국의 예가 대부분이다. 1600년대 영국 아이작 월턴(Izaak Walton)의 ‘조어대전(The Compleat Angler)’에 등장하는 털바늘, 1800년대 미국의 뷰엘(Buel) 스푼, 1890년 미국 제임스 헤돈(James Heddon)의 플러그, 1934년 미국 프레드 아보가스트(Fred Arbogast)의 지터벅 등장, 1936년 핀란드 라우리 라팔라(Lauri Rapala)의 코르크 미노우, 1949년 미국 닉 크림(Nick Creme)의 소프트베이트 발명, 1950년 미국 보머(Bomber)의 세계최초 플라스틱 일체형 루어 등등…. 자세하게 적는다면 끝도 없이 장황해지고 마는데, 이런 루어 역사에 한 줄을 그을 수 있는 일본제 루어가 1980년대에 한 번 등장했다.
루어의 역사에 일본제 루어도 등장
일본의 어로도구 및 낚시도구는 일찍부터 발달하였다. 섬나라라는 지정학적 조건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부들이 사용하는 도구에는 ‘뿔바늘(弓角)’이나 ‘참돔바늘(鯛玉)’ 등과 같은 가짜 미끼가 일찌감치 발달해 있었다. 17세기에 이미 사용했다는 취미용 낚시도구라고 할 수 있는 ‘에기(餌木)’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가짜 미끼에 익숙한 그들에게는 현대적인 루어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둔군에 의해 쉽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닐까 추측된다. 일본의 조구업체 중 하나인 ‘야마리아(YAMARIA)’의 홈페이지에는 1948년에 염화비닐을 소재로 한 루어(골뚜기베이트)를 처음으로 생산했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의 현대적인 루어낚시 붐은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1980년대에 들어서부터는 올림픽(Olympic), 다이와(Daiwa), 료비(Ryobi)와 같은 대형 조구업체에서 본격적으로 스푼, 스피너, 플러그 등 여러 형태의 루어를 생산, 판매하기 시작했다.
다만, 당시의 일본제 루어는 대부분이 유명한 서양 브랜드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모조품에 지나지 않았는데, 특히 다이와 루어가 그랬다. 몇 가지 소장하고 있는 당시의 생산 제품은 요즘이라면 모두 다 표절문제를 일으킬 정도다. 프랑스 루브렉스(Rublex)의 오클라(Orkla) 스푼을 그대로 복제한 ‘크루세이더’, 핀란드 라팔라의 미노우를 복제한 ‘발사미노우’, 스웨덴 ABU의 토비(Toby)를 복제한 ‘핼리(Harley)’, 미국 헤돈(Heddo)의 빅버드(Big Bud)를 흉내낸 ‘삿포로SR’ 등등. 너무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이렇게 복제품을 만들면서 기술력을 쌓아간 것은 분명했다.
1980년대 일본제 루어는 대부분 모조품
그러나 일본 제품은 이렇게 베끼는 데에만 그치지는 않았다. 1980년대부터 중소규모의 루어 전문 메이커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루어 제조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에는 캐스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자동 중심이동시스템’을 개발한 회사가 있었다. 바로 1982년에 회사를 설립한 ‘태클하우스(Tackle House)’라는 회사로 무게 중심이동 기술의 개발은 1987
년의 일이었다. 요즘의 루어에는 당연한 기능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동 중심이동기능이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인 기술 개발이었고 이때부터 일본제 루어가 유럽과 미국의 루어를 뛰어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리는 이렇다. 미노우 형태의 플러그 루어는 수중에서의 액션을 위해 몸체에 봉돌을 설치한다. 보통은 루어 내부의 계산된 위치에 고정하는데, 이 봉돌이 자동으로 캐스팅할 때는 루어의 뒷부분으로 이동하고, 루어가 수면에 착수하면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는 원리이다. 비거리가 30%나 늘어난다는 장점으로 무장한 이 기능은 정체되어 있던 루어의 기능 면에서 혁신을 이루게 했다.
개발 초기 이 기능이 설치된 루어는 소재가 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이 모델은 불량률이 높아 생산성이 좋지 않아 곧바로 플라스틱 제품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마침 초기 목재 모델을 개인적으로 한 개 소장하고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새로운 기술의 루어는 상당한 판매실적으로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루어의 인기는 곧바로 다른 브랜드의 루어에도 영향을 주었고 현재는 브랜드마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루어를 생산하고 있다.
1987년 전자동 중심이동시스템 개발
유럽이나 미국과 일본은 루어에 대한 생각이 서로 많이 다른 것 같다. 유럽과 미국의 루어는 오래전 처음 등장했던 당시의 모델을 조금씩 개량하면서 그 모습 그대로 아직도 유통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루어는 빠른 주기로 신제품이 등장하고 지난 모델은 폐기하고 있다. 또한, 서구의 루어가 수수하고 단조로운 외모인 것에 비해 일본의 루어는 세련되고 화려하며 어떤 제품은 마치 살아있는 실제 생물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미국의 루어가 무뚝뚝한 목각인형이라면 일본의 루어는 화려한 의상을 매일 갈아입히는 바비인형과 같다고나 할까? 어느 루어를 좋아하고 자주 사용하는가에 대해서는 앵글러마다 선호도가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어느 쪽이 더 좋다는 문제가 아니라 기호의 차이일 뿐이다.
좋은 루어는 누가 사용해도 잘 낚인다. 오늘 처음 낚시를 하는 어린이가 단순히 감기만 했는데도 물고기가 낚였다면 그게 바로 좋은 루어, 좋은 제품이다.
루어의 본고장이 동양과 서양 두 곳으로 나뉘는 것 같은 요즈음이다.
1980년대 프랑스 루블렉스의 오클라 스푼(좌)을 모방한 다이와의 크루세이더 스푼(우)
1980년대 스웨덴 ABU의 토비 스푼(좌)을 모방한 다이와의 핼리 스푼(우)
1980년대 미국 헤돈의 빅버드(좌)를 모방한 다이와의 삿포로SR과 드렁커(우)
일본 태클하우스의 전자동 중심이동시스템의 작동 모습
자석을 이용해 쇠구슬이 이동하도록 만들었다
태클하우스의 중심이동시스템이 등장한 이후, 다른 메이커에서도 개성적인 중심이동시스템을 개발하여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