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반찬으로 여기던 갈치가 이제는 대한민국 낚시 장르의 한 축을 이룰 정도로 성장했다.
7월 금어기가 끝나고 8월이 되면 남해와 서해에서는 앞 다투어 갈치 출조를 하고 있으며 장르도 세분화되어 연안, 근해, 먼바다에서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갈치낚시의 최신 트렌드가 있다면, 이제는 채비에 정석이 없다는 것. 고전적인 생미끼 릴찌낚시는 물론 텐빈, 텐야 같은 뉴 아이템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나에게는 어떤 장르가 알맞을까? 현재 갈치가 잘 낚이는 남해와 서해 현장을 통해 갈치낚시 최신 트렌드를 알아보자.
이 맛은 아무도 못 이기지
‘풀치 러버’들의 가덕도 천성항방파제 공략기
김진현 기자
지난 8월 1일, 갈치금어기가 풀리자마자 남해안에서는 내만, 외해 할 것 없이 마릿수 조과가 터져 나오고 있다. 남해뿐 아니라 서해 남부인 해남, 목포부터 서해 북부인 인천 무의도까지 갈치가 붙어 바야흐로 ‘갈치 르네상스’의 서막이 올랐다. 8월부터 갈치가 폭발적인 조과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갈치 금어기 때문이다. 7월 한 달 사이에 갈치의 산란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부화한 작은 갈치들이 연안으로 붙어 호황을 보인다. 상대적으로 먼바다는 이맘때 조황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내만권은 전반적인 호황을 이어간다.
뼈째 썬 갈치회.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갈치 취재를 함께한 한진무역 브리덴 팀
좌측부터 한기석 부장, 최상일 스탭, 김완석 실장
천성항방파제에서 낚은 풀치. 1지 정도 되는 작은 씨알이다
풀치란 몸통 너비가 손가락 1개 또는 2개 정도의 씨알이 자잘한 갈치를 말한다. 요즘에는 큰 갈치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지만 예전에는 풀치의 인기가 대단했다. 풀치낚시의 매력은 가느다란 루어대로 당기는 쫀득한 손맛에도 있지만 야들야들하고 고소한 갈치회 맛은 풀치가 아니면 맛보기 힘들다. 요즘 중내만권으로 출조하면 주로 3지급 갈치를 낚는데, 3지 갈치는 뼈가 억세서 뼈째 회로 먹기 힘들다. 갈치낚시를 처음 하는 낚시인들이 풀치 회가 맛있다는 소리를 듣고, 3지 갈치로 회를 뜨면 뼈가 억세서 제대로 먹지 못한다. 그렇다고 포를 뜨면 살이 적어서 먹을 것이 없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갈치회’ 마니아들은 이맘때 4지급 갈치를 낚기 위해 먼바다로 나가거나 아니면 반대로 고소한 뼈회를 즐기기기 위해 내만권 풀치를 찾아 나선다.
텐빈, 텐야, 루어, 내키는 대로 사용
지난 8월 23일 오후 4시, 일본 브리덴 한국총판(한진무역) 한기석 부장과 김완석 실장, 최상일 스탭과 함께 부산 가덕도 천성항방파제로 갈치 취재를 나갔다. 김완석 실장은 “금어기가 풀린 직후 갈치낚시 출조를 했지만 밤에는 낚시인이 너무 많아 재미를 보지 못했고, 지금은 풀치가 조금 빠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집어등에는 항상 갈치가 모여들고 있으니 손맛 보기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가덕도 천성항방파제는 해양수산부가 410억을 투입해 낚시복합레저공간으로 조성한 시설이다. 발판이 6m 내외로 높지만 안전펜스가 전역에 설치되어 있으며 방파제 상부 빈 공간에서는 캠핑을 해도 된다. 조황이 좋은 시즌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낚시인이 몰리지만 올해는 8월 초에 갈치가 한 번 붙었다가 빠지고 난 뒤라 낚시인이 많지 않았다. 천성항방파제를 돌아보니 낚시인들이 릴찌낚시, 원투낚시, 루어낚시 등 다양한 장르를 즐기고 있었고 그중에는 갈치를 낚는 사람들이 가장 많아 보였다.
천성항방파제 등대 부근에 자리 잡은 후 채비를 시작했다. 록피싱용 브리덴 트레발리즘 카빈 로드에 0.6호 합사를 감은 스피닝릴을 장착하고 2.5호 쇼크리더를 묶은 후 다양한 채비를 연결했다. 한기석 부장은 메탈 계열의 메탈마루를, 김완석 실장은 2g 지그헤드에 2인치 웜을, 최상일 스탭은 텐빈 채비를 사용했다.
천성항방파제는 발판이 높고 주변 수심은 8m 내외로 깊으며 조류가 잘 흐르기 때문에 텐야, 텐빈, 메탈지그, 웜낚시 등 다양한 낚시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현지인들은 릴찌낚시도 즐겨하며 민장대로 발앞만 노리는 낚시인들도 있다.
예상보다 잔 씨알에 지그헤드 채비로 교체
한기석 부장이 메탈마루를 캐스팅하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날아갔다. 그는 “메탈 바이브를 쓰면 매우 넓은 구간을 탐색할 수 있기에 낮에도 갈치의 입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던질찌 채비에 웜을 사용하는 낚시인들도 많은데, 멀리 노리면 낮에도 갈치가 종종 입질합니다”라고 말했다.
액션은 슬로우 리트리브가 기본. 최근 출시되는 메탈 계열 제품에는 블레이드가 달려서 빨리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슬로우 리트리브를 하기 쉽다. 운이 좋았는지 두어 번의 리트리브만으로 바로 입질을 받았지만 그만 채비가 터지고 말았다. 갈치가 들어와 있다고 확신하고 모두 힘차게 캐스팅을 했지만 갈치가 걸렸다가 빠지는 경우만 빈번했다. 그 이유는 해가 지고 알 수 있었다.
해가 질 무렵에 집어등을 켰다. 해가 진 후 시간이 지나니 집어등 불빛 주변으로 갈치가 모여드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모여든 갈치가 너무 작았다. 1지쯤 될까? 김완석 실장이 웜 채비로 살살 유인해 한 마리를 올리니 정확하게 1.5지(손가락 한 개 반 굵기) 정도 되었다. 1.5지면 뼈회용으로 안성맞춤. 집어등에 모인 놈들을 싹쓸이 하겠다는 생각으로 모두 웜 채비로 바꾸고 텐빈에는 고급 미끼인 마루큐 나마 코노시로(생전어)도 사용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갈치는 입질만 할 뿐 바늘에 제대로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 갈치 루어낚시가 성행했을 때 사용한 1g 지그헤드에 2인치 물고기 웜과 트레블훅이 달린 물결채비로 교체했다. 마침내 챔질에 성공해 올려보니 처음 김완석 실장이 낚은 1.5지는 대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웜에 올라온 갈치는 큰 학꽁치 만한 씨알로 1지 크기도 되지 않는 풀치라 너무 작아서 바늘에 걸리지 않은 것이었다.
갈치의 실체를 알고 나니 허탈했다. 수면을 자세히 보니 루어를 던지면 도망가는 녀석들이 절반이고 웜에 관심을 보이는 녀석들도 너무 작았다.
하는 수 없이 취재 첫날은 밤 10시가 너머 종료했고 기대한 1.5지 이상급 갈치는 한물때(보름) 뒤인 9월 9일에 만날 수 있었다. 자잘한 갈치들이 그사이에 많이 자랐고 웜, 메탈, 지그헤드를 가리지 않고 입질했다. 씨알은 뼈회 용으로 딱 좋은 1.5지. 여기에서 더 커지면 튀김이나 젓갈용으로 사용한다.
연안에서도 11월 이후에는 짧게나마 4지급에 이르는 큰 씨알이 붙기 때문에 그때를 노린다면 구이나 조림용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취재협조 브리덴 한진무역 www.hjcm.kr
갈치를 뼈째 썰고 있다. 3지 이상 큰 갈치는 뼈가 억세서 뼈째 먹기 힘들다
9월 9일에 다시 천성항방파제로 출조해 2지급 갈치를 낚은 한기석 부장
해가 질 무렵이 되자 많은 낚시인들이 천성항방파제로 출조했다
갈치용 미끼로 인기 좋은 마루큐 생전어. 냄새가 고약하다
던질찌로 사용하는 한진무역 로켓맨2. 60m가 넘는 비거리를 자랑한다
던질찌에 소형 집어들을 연결한 채비. 멀리 떨어진 중상층을 노린다
마루후지 텐빈 쌍바늘 채비
텐빈용 소형 집어등
텐빈 채비를 연결한 모습. 소형 봉돌을 사용해 일자형 방파제에서 거치해 갈치를 노릴 수 있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천성동에 있는 천성항방파제
해양수산부가 낚시복합레저용으로 만들어 낚시 여건이 매우 좋다
취재 당일 1.5지 갈치를 낚은 김완석 실장
메탈마루를 물고 나온 갈치
9월 9일에 한기석 부장과 김와석 실장이 가덕도 대항방파제에서 거둔 조과
거치용으로 준비한 텐빈 채비
천성항방파제 내항에 정박해 있는 해양수산부 관측선
이 아래로 갈치가 잘 모여든다
물결채비에 입질한 고등어. 물결채비는 트레블훅이 달려 있어
작은 갈치도 잘 걸리며 고등어, 전갱이도 종종 입질한다
갈치낚시용으로 사용한 브리덴 트레발리즘 카빈 로드
소형 갈치를 노릴 때 사용하는 2인치 웜
천성항방파제 이용 안내 현수막
텐트를 쳐도 되지만 일명 알박기 식 장박은 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