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산소고갈이 생기는 이유
과다한 식물 번식이 산소 유입 방해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 회장
식물이 과다하게 수면을 덮고 있는 습지. 빛과 산소공급을 차단하고 바람의 혼합을
억제하여 수중 산소고갈을 일으킬 수 있다.(경포호 인공습지, 사진 김범철)
대기 중에서는 산소부족을 겪는 일이 거의 없지만 수중에서는 산소고갈이 흔히 일어난다. 산소는 동물의 호흡에 꼭 필요하므로 동물에게 필수적인 생존 요건이며 어류폐사의 원인은 대부분 산소부족이다. 호수에서 산소고갈이 발생하는 조건은 여름의 심수층, 결빙된 부영양호, 수생식물이 밀생한 곳 등인데 가장 흔한 곳이 여름 호수의 심수층이다.
대기 확산과 식물플랑크톤 광합성으로 산소 공급
호수에서는 산소 공급 과정과 소비과정이 있는데, 산소를 공급하는 것은 대기로부터의 확산과 식물플랑크톤의 광합성이다. 대기로부터의 공급은 표면에서만 일어난다. 바람에 의해 수심 2m까지는 잘 혼합되므로 산소가 풍부하지만, 수심이 깊어지면 확산 속도가 느려져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다. 광합성에는 빛이 필요한데 빛은 호수 5m 정도까지만 침투하므로 광합성도 표수층에서만 일어난다.
그에 비해 산소를 소비하는 과정은 유기물 분해인데 심수층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식물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할 때는 산소를 생성하지만 침강하여 빛이 없는 곳에 이르면 분해되면서 산소를 소비한다. 특히 저질 표면에서 가장 산소 소비가 많은데, 플랑크톤과 낙엽이 침강하여 집적된 후 분해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여름의 호수에서는 성층현상이라는 수층분리 현상이 나타난다. 수면의 온도는 25도에 이르는데 심수층에는 겨울에 냉각된 찬물이 남아 있는 현상이다. 소양호에서는 한여름에도 심층 수온이 5도일 정도로 차다. 온도가 높을수록 물의 밀도가 작으므로 표수층에는 밀도가 작은 따뜻한 물이 떠 있고, 심수층에는 밀도가 큰 찬 물이 가라앉아 있다. 바람의 영향도 수심 5m가 넘으면 거의 없어지므로 마치 오뚜기처럼 안정한 상태가 되어 위층과 아래층의 물이 잘 섞이지 않는다. 성층이 강하면 산소가 심수층으로 공급되지 못하여 심수층에서 산소고갈이 일어난다. 이때 심수층의 산소소비량은 침강하는 유기물의 양에 비례하므로 플랑크톤이 많은 부영양호에서는 산소고갈이 일어나지만, 맑은 호수에서는 산소고갈이 일어나지 않는다.
겨울에는 수면 결빙이 산소 공급 방해해 어류 폐사 위험
계절적 온도성층 현상보다 성층이 더 강한 곳이 바닷물이 침투하는 기수호이다. 염분은 물의 밀도를 높이는데 온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므로, 바닷물이 섞인 물은 심층으로 가라앉아 안정한 성층을 형성한다. 향호, 화진포 등의 바닷가 호수에서는 모래 사이로 해수가 침투하는데 이 물은 밀도가 높아 심층에 머물고 표수층에는 담수가 덮인다. 이렇게 되면 혼합이 강하게 억제되어 연중 심한 산소 고갈을 보인다.
산소가 없으면 유기물의 혐기성분해가 일어나므로 황화수소, 암모니아, 메탄 등의 환원기체가 발생하는데, 특히 황화수소는 어류에게 독성이 강하여 어류폐사의 주원인이다. 무산소층이 심수층에만 존재할 때는 어류가 표수층에 머물면서 생존이 가능하지만 간혹 바람이 강하게 불 때 심수층의 황화수소가 표수층까지 확산되어 표수층의 어류도 대량 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겨울에 발생하는 산소고갈은 흔치 않으나 부영양호에서는 날씨에 따라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겨울에는 수온이 낮아 유기물의 분해 속도가 느리고 찬물에는 대기로부터의 산소공급이 빠르기 때문에 산소가 풍부하다. 그런데 얼음이 얼고 그 위에 눈이 덮이면 빛이 모두 반사되어 물속이 암흑세계가 되고 광합성이 중단된다. 얼음 때문에 대기로부터의 산소공급도 차단된 상태에서 광합성도 없으니 산소가 계속 감소한다. 플랑크톤이 적은 빈영양호에서는 유기물 분해량이 적어 산소고갈에까지 이르지는 않지만 부영양호에서는 산소가 완전히 고갈되기도 하며, 추운 지방에서는 겨울마다 반복될 수 있다. 겨울에 산소고갈로 어류가 죽는 현상을 winter kill(동계 어류폐사)이라고 부른다. 이런 호수에서는 내성이 강한 어류만 살아남고 어류의 크기가 작아지는데, 큰 물고기가 작은 개체에 비하여 저산소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인공습지 조성할 땐 개방수면 만들어야
산소가 고갈되는 또 하나의 원인은 수생식물 과밀이다. 식물의 잎은 빛을 차단하여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저해하며 수면을 덮고 있으면 대기로부터의 산소공급도 차단하므로 환경을 더욱 악화시킨다.
수생식물이 밀생하면 바람의 영향도 약해져서 물의 유동이 크게 감소한다. 습지에서 측정해 보면 수심 50cm에서도 강한 성층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수층이 안정하고 산소가 고갈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죽은 식물의 사체가 많이 분해되면서 산소고갈이 가중된다. 우포, 화진포 등의 얕은 습지에서 가끔 어류폐사가 발생하는 이유이다. 수생식물이 밀생한 얕은 습지는 식물이 살기에는 좋은 서식지이지만 어류에게는 좋지 않은 서식지다. 내성이 강한 붕어와 미꾸라지 정도만 살아남는데 산소고갈이 심해지면 이마저도 살지 못한다. 산소가 고갈되어 물고기가 없는 습지에서는 공기호흡이 가능한 모기 유충과 같은 저산소 내성이 강한 동물만 살아남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모기의 피해를 크게 받기도 한다.
그래서 호수의 수생태 건강성을 평가할 때 수생식물이 많을수록 동물 다양성도 증가하고 건강한 생태계로 좋게 평가하지만, 식물이 과다하여 수면의 50% 이상 덮으면 산소부족으로 동물이 살기 어려우므로 오히려 생태계 건강성이 나쁜 것으로 평가한다. 인공습지를 만들 때도 중앙부는 수심을 5미터 정도로 깊게 하여 식물이 없는 개방수면(open water)을 만들어 주고 주변부만 완경사로 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면 깊은 중앙부에 부유물질이 침전하여 장기간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 용량이 커지고, 개방수면에 산소가 공급되어 어류가 생존할 수 있으며 어류가 식물 사이로 드나들며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다.
호수에서 산소고갈이 발생한다면 산소공급 폄프를 설치하여 어류가 생존할 수 있는 피난처를 만들어 주자,
여름에 나타나는 성층 현상과 심수층의 산소 고갈
해안가 기수호에서는 발생하는 성층 현상. 염분에 의해
성층이 강하게 일어나고 심수층에 영구적 산소고갈이 나타난다
겨울 결빙기 성층 현상과 산소고갈에 의한 동계 어류폐사(winter k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