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운암지
초저녁에 들이닥친 45cm 붕어에 홀려…
박민배 유튜브 보통의존재, 네이버카페 보통의존재들 운영자
대편성을 마친 필자가 찌를 바라보며 초저녁 입질에 대비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밤 8시경 입질이 들어왔다
체고가 매우 높았던 운암지45cm 붕어
보는 순간 5짜로 착각할 정도였다
지난 8월 27일, 여름 내내 지속되던 폭염이 잠시 주춤한 틈을 타 예천 운암지를 찾았다. 양은 적었지만 오랜만에 비가 내려 한낮에도 더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운암지는 약 60%의 수위를 나타내고 있었고 조금씩 배수가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운암지에 도착해 가장 먼저 좌안 상류 쪽을 둘러보았다. 100m 정도 도보로 이동해야 낚시가 가능할 정도로 바닥 지형이 그대로 다 드러나 있었다. 차를 돌려 우안 상류로 갔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이 빠지고 난 후 드러난 진흙 바닥 때문에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수심을 찍어보기 위해 물가로 다가갔다가 장화가 깊게 박혀 빠져나오느라 곤욕을 치렀다. 멀리 중류에는 제방 증축 공사 전 밭이었던 땅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상류 쪽은 도저히 낚시 자리가 나오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제방 쪽으로 이동했다. 무넘기에서 상류로 약 100m 지점에 제방 증축 공사 때 물에 잠긴 도로가 있는데 밖으로 드러난 그 길을 따라 내려가니 멋진 포인트가 나타났다. 도로에서 50m 정도 경사로를 따라 이동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수심이 2m 내외로 적당해 딱 마음에 들었다. 오르락내리락 경사로를 왕복하며 짐을 옮긴 후 낚시 준비에 들어갔다.
7칸 대 찌가 정점을 향해 치솟았다
물속으로 쓰러진 커다란 고사목을 우측에 두고 대편성을 시작했다. 수심은 좌측이 1.5m 정도였고 우측으로 갈수록 깊어져 고사목 근처는 2.2m 정도의 수심을 나타냈다. 계속해서 배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조금 더 깊은 곳이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고 4칸부터 7칸까지 긴 낚싯대 위주로 대편성을 완료했다.
배수로 인해 꾼들로부터 외면 받은 넓디넓은 저수지. 드론의 띄워 주변을 둘러보니 낚시하는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룻밤 쉬었다 간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밤낚시를 준비했다.
운암지에는 블루길 없이 배스만 서식하고 있어서 생미끼를 포함해 다양한 미끼를 사용할 수 있다. 나는 절반은 옥수수, 절반은 글루텐을 사용했다. 물에 손을 넣어보니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기포 현상도 없어 찌나 원줄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밤기온이 19도까지 떨어진다고 예보되었고 해가 넘어가기 전부터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로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입질이 없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너무 좋아 내심 기대가 되었다. 어둠이 내려앉기 전 미리 찌불을 밝히고 조용히 밤이 오길 기다렸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이른 시간대에 갑자기 입질이 찾아왔다. 저녁 8시, 우측 고사목 근처에 세워둔 7칸의 찌가 한동안 꾸물거리더니 이내 정점을 향해 치솟았다. 챔질 순간 장대의 무게감에 녀석의 몸부림까지 더해져 낚싯대를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묵직함이 느껴졌다. 녀석은 엄청난 힘을 쓰며 옆에 있는 4칸 대의 원줄까지 감고서야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옆으로 누운 우람한 어체를 보는 순간 ‘5짜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뜰채에 담긴 녀석은 괴물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엄청난 체고의 대물 붕어였다. 계측자에 올려보니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아쉽게도 길이는 45cm가 조금 넘는 씨알이었다.
잠깐 곯아 떨어진 틈에 다녀간 녀석의 정체는?
초저녁부터 입질이 찾아왔기에 기대감을 갖고 밤낚시를 이어갔다. 이후로 지저분한 입질에 몇 차례 헛챔질 하다가 결국엔 작은 잉어 몇 마리를 낚았다.
쉽게 오지 않을 기회라 생각하고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며 낚시를 하다가 결국 새벽 5시 쯤 나도 모르게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30분 쯤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좌측 4.8칸의 찌가 우측으로 5m 정도 이동해 여러 개의 찌가 한군데에 모여 있었다. 유튜브 영상 촬영용 카메라를 돌려보니 전형적인 붕어의 입질이었다. 아! 잠을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내비 입력 운암지 경북 예천군 용문면 내지리 603
계측자에 올린 45cm 붕어의 위용
드론을 띄워 상류에서 바라본 운암지. 제방 증축 공사 전 밭이었던 땅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제방 밑으로 멀리 보이는 저수지는 금당지로 씨알은 운암지에 비해 뒤지지만 마릿수 조과가 좋은 곳이다
예전 도로 우측 연안에 자리를 잡은 필자. 우측 고사목 근처에서 45cm 붕어의 입질을 받았다
주차 후 예전 도로를 따라 포인트로 진입 중인 필자
수위 변화를 체크하기 위해 연안에 꽂아놓은 막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