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문 선상낚시에서
54cm 갈돔
이민선 신한대학교 교수
제주도 중문 앞바다 선상낚시에서 낚은 54cm갈돔을 보여주는 필자.
햇살이 맑은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Y대 군동기 단톡방에 톡이 와있다. 열어보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로 친숙한 안치환 가수가 같은 시절을 보낸 추억이 좋은 것을 회상하며 만든 노래인 ‘오늘이 좋다’를 보내왔다. 가사가 우리 얘기 같다.
“우리 모두 함께 모여 너무 오랜만에 모여. 지난날의 추억을 나눠보자 …중략… 오늘이 좋다.”
그렇게 동기생 중 3명의 낚시꾼이 의기투합하여 낚시 일정을 잡았다. 낚시 갈 생각에 비행기표를 구매하고 나니 기분이 들떠 애인을 찾아가고픈 심정이다. 지난 6월 8일, 공항에서 3명이 완전체를 이루며 반가운 악수를 나누고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쒜~’ 하는 날카로운 기계음과 함께 기체가 박차 오를 때면 삶이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 든다. 때에 맞춰 휴대전화기를 서둘러 비행기 모드로 바꿔본다. 복잡한 일상에서 끝없이 멀어지는 느낌. 이번 조행이 설레는 것도 이 시점일까 싶다. 오늘이 좋다. 누구와의 여행이든 여행의 매력은 동반자의 간격을 집중시키는 것 같다. 균형 있는 셋이라 더 좋다.
제주에 도착한 후에는 얼마 전 제주살기를 시작한 동기생을 만나 중문 근처 맛집에서 돼지 구이와 소주로 그간 있었던 소식을 안주삼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40년이 지났건만 그간 몇번이나 들었을만한 추억담이지만 언제 들어도 늘 새롭고 즐겁다.
날물이 흐르자 시작된 입질
아침에 일어나니 제법 소리를 내는 빗소리가 감춰둔 기억마저 젖어 들게 만든다. 그냥 반갑다. 낚시하기엔 다소 귀찮을 수 있으나 그래도 팥소 가득한 찐빵 같은 옛 낭만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스텝이 꼬이면 탱고, 동기랑 얽히면 우정이라고.
중문에 있는 S선장은 20년을 본 단골인데도 겸연쩍은 웃는 얼굴로 어색하게 나를 반긴다. S선장 안내로 승선명부를 작성하고 배에 오르니 배 밑이 출렁하며 나를 반긴다. 채비하기에 맘이 바쁘다. ‘오늘 다 죽었스’하는 마음으로 선상 대물 전용대 1.8-500T에 5000번 릴, 원줄 5호, 목줄 4호를 연결했다. 10물이라 조류가 빨라 투제로 찌는 안 가라앉을 거 같아 쓰리제로 찌를 사용했다.
그러나 오전 10시가 지나도 조류가 흐르지 않아 다시 투제로 찌로 바꾸고 나니 왼쪽에서 낚시하던 동기가 30cm급 긴꼬리벵에돔 한 마리를 올렸다. 덩달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정오가 되어 날물이 흐르니 범섬 쪽으로 배가 서서히 자리를 잡았고 조용하던 선상에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작은 참돔, 30cm급 긴꼬리벵에돔, 40cm급 벵에돔 몇 마리가 순식간에 올라왔다. 그러던 중 강한 어신이 왔고 챔질하니 2호대가 활처럼 휘며 초릿대가 바다와 평행하게 누웠다. ‘대형 참돔인가?’ 그 생각도 잠시. 곧 녀석의 움직임이 멈추었고 빠른 속도로 릴을 감아 올렸다. 제법 힘을 썼지만 이내 배 밑으로 희미하게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몸통에 코발트색 점이 촘촘히 박힌 멋진 갈돔이었다! 그 후 감당이 안 되는 두 번의 대형 입질이 왔지만 4호 목줄이 터져버렸다. 놓친 고기는 크다는데….
철수할 때 갈돔을 계측하니 54cm가 나왔다. 맛은 어떨까 하고 회를 쳐보니 지금이 제철인지 기름이 꽉 찬 게 정말 맛이 기막혔다. 이 기쁨을 동기생과 더불어 월간 낚시춘추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다. 오늘이 좋다.
줄자로 계측하니 54cm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