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미조북항 내항에서 30cm에 달하는 벵에돔을 낚고 기뻐하는 필자의 아내.
무더운 여름이 되면 갯바위 낚시인들은 갈 곳을 정하지 못해 고민에 빠진다. 낚시도 좋지만, 무더위를 이겨낼 엄두가 나질 않기 때문이다.
불볕더위가 절정인 7월 말의 휴가 시즌. 아내와 함께 벵에돔낚시를 계획했다. 그러나 그늘도 없는 섬으로 가자니 동행할 아내가 고생할 것이 걱정돼 출발이 망설여졌다. 결국 생각해낸 곳이 미조항. 주차가 편하고 방파제에서 감성돔 떼고기를 낚은 기억도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방파제가 아닌 내항에서 제법 굵은 벵에돔까지 낚인다는 소식에 벵에돔 채비도 함께 준비했다.
지난 7월 31일, 대형 파라솔 그리고 얼음과 음료수를 가득 채운 쿨러를 챙겨 미조북항에 도착했다. 북항 우측의 조선소 앞을 지나면 방파제까지 거의 다 가서 넓은 공터가 나온다. 여기가 바로 미조북항의 알짜 포인트다.
오늘은 벵에돔을 목표로 채비를 꾸렸다. 선박이 왕래하는 항구 근처이다 보니 벵에돔이 극도로 예민해 있어 원도권 벵에돔을 노릴 때와는 다른 패턴으로 채비를 준비했다. 미조권에서는 벵에돔의 약은 입질과 잡어의 성화 때문에 빵가루낚시가 보편화되어있다. 찌도 약은 입질에 대비해 발포찌를 많이 쓴다. 심지어 목줄만 살짝 움직이는 것도 입질이므로 집중이 필요하다. 미조 벵에돔이 사악하다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닷물과 섞으면 녹색으로 변하는 카멜레온 빵가루를 준비하고 잡어 성화가 약할 경우를 대비해 집어용 파우더도 준비했다. 크릴을 첨가하면 전갱이, 망상어, 자리돔 성화에 낚시를 못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내항 파라솔 그늘 밑에서 올린 3짜 벵에돔
이제 겨우 오전 11시인데도 기온이 30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일단 파라솔을 펼치고 그늘을 만드니 한결 시원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낚시가 가능했다. 그늘 밑에서 미끼용 빵가루로 경단을 만들고, 밑밥도 준비했다. 밑밥용 빵가루를 바다에 던져 봤다. 아래쪽 깊은 곳에서 반응이 조금씩 있는걸 보니 ‘다행히 오늘은 기분 좋게 놀다 가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낚싯대는 0호 530 릴대, 원줄은 플로팅라인 1.5호, 목줄은 카본사 1호, 찌는 그렉스의 벵에돔 전용찌 바사라G8, 원줄과 목줄 중간에 소형 조수고무를 달았고 바늘은 벵에돔 전용 3호를 묶었다. 목줄에는 G7 봉돌을 하나 물렸다.
일단 이 채비로 낚시하다가 입질이 약하면 투제로찌로 바꾸기로 했다. 와이프도 서둘러 채비를 하고 낚시를 시작했다. 집어를 꾸준하게 해주자 아내가 먼저 씨알 좋은 벵에돔을 낚아냈다. 작아도 28cm는 돼 보이는 녀석이었다.
참고로 미조권은 대다수 벵에돔이 조수고무만 살짝 당기거나 미끼를 물고 옆으로만 움직이는 패턴이라 어신찌에만 의존하면 꽝을 면하기 어렵다. 아울러 밑밥도 너무 많이 주면 조과는 더 떨어지므로 한 번 캐스팅에 한 주걱 동조로 입질을 받아낸다는 생각으로 낚시하는 게 중요하다.
소문대로 밑밥에 부상하는 녀석 중 30cm에 육박하는 씨알도 자주 눈에 띄었다. 아내가 올린 28cm를 시작으로 29, 30cm급이 연달아 올라왔고 중간 중간 감성돔도 섞여 나왔다. 잡어로는 나비로 불리는 돌돔 새끼 그리고 자리돔과 용치놀래기 등도 올릴 수 있었다.
비록 벵에돔만 골라 낚기는 어려운 포인트이지만 주차 후 바로 낚시할 수 있고 전화 한 통이면 중국음식이 배달되는 낚시터라는 점에서 입지 여건은 최상이었다. 여기에 공중화장실, 카페, 편의점 등도 가까이 있어 일거양득이었다.
미조남항 내항에서도 벵에돔 잘 낚여
철수 후 이튿날은 전날 낚시한 미조북항 때신 미조남항을 찾았다. 허창영(쯔리켄 필드스탭) 씨와의 동출이었다. 예상대로 미조남항 내항에도 벵에돔이 많이 보였다. 우리는 남해군수협위판장이 있는 동쪽 빨간등대방파제 안쪽에서 낚시했는데 갯바위 사이즈에 뒤지지 않는 녀석들이 올라왔다. 손맛과 눈맛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30cm급도 여러 마리 올릴 수 있었다. 이곳 역시 주차 후 바로 낚시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었다.
이날 낚은 좋은 사이즈의 벵에돔은 집으로 가져와 회, 구이, 조림 등으로 요리해 먹었다. 나는 한때 횟집을 운영했던 터라 잡어라도 어떤 고기가 맛있고 어떻게 요리해먹는 게 가장 좋은지도 꿰차고 있다. 그런 면에서 미조항에서 낚이는 다양한 물고기는 나에게 있어 최고의 요리감들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에 낚시한 미조항처럼 근거리에서 쏠쏠한 손맛과 입맛을 즐길 곳이 많음에도 요즘 낚시인들은 원도권만 찾거나 선상 찌낚시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약간만 시야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면 굳이 선비를 들이지 않고도 재미를 볼 곳이 많다는 사실을 이번 미조항 출조는 보여주고 있었다. 단, 갯바위도 그렇지만 이렇게 일반인들도 자주 찾는 항구 포인트에서는 지역 주민과의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낚시 후 주변 청소는 필수로 하고 올 것을 부탁드린다. 우리 역시 미조항으로 낚시갈 때마다 미조면에서 종량제쓰레기봉투를 구입한 뒤 밑밥통 손잡이에 묶어 놓고 쓰고 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면 어종이 더 다양해지고 씨알도 굵어진다. 그때 또 아내와 찾기로 마음먹었다.
30cm가 넘는 감성돔도 손님고기로 올라왔다.
흔히 나비로도 불리는 새끼 돌돔.
미조남항에서 올린 벵에돔들. 25~30cm까지 다양했다.
미조남항에 정박 중인 낚싯배들.
독일마을을 지나다 찍은 물건방파제. 이곳은 내항에서 벵에돔보다 감성돔이 잘 낚인다.
필자가 벵에돔낚시에 사용한 그렉스의 바라사 구멍찌. 제로 부력을 사용했다.
미조남항에서 올린 벵에돔을 보여주는 필자.
미조북항에서 올린 조과. 벵에돔 씨알은 남항보다 약간 앞섰다.
벵에돔 미끼로 사용한 빵가루. 경단처럼 만들어 미끼로 썼다.
미조권 벵에돔낚시에서 사용하는 빵가루. 바닷물과 섞으면 녹색으로 변한다.
벵에돔회. 쫄깃하면서 감칠맛이 넘쳤다.
통째로 구워먹는 벵에돔 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