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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조홍식의 History of Tackle] 현대적인 주요 낚시 태클의 기원(20회) 20세기 말, 유럽제 릴 최후의 자존심 D·A·M & ABU
2024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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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조홍식의 History of Tackle]

현대적인 주요 낚시 태클의 기원(20회)

20세기 말, 유럽제 릴 최후의 자존심

D·A·M & ABU


조홍식

편집위원,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 1000답」 저자. 유튜브 조박사의 피생랩 진행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성능으로 세력을 키운 일본제 릴이 이윽고 1990년대부터는 전 세계 낚시 시장에 우점종이 되다시피 하였다. 그 결과,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던가, 눈에 띄는 외형 디자인을 가진 개성미 넘치는 유럽제 릴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20세기가 저물어가던 1990년대 후반에 일본제 릴과는 확실하게 다른 설계로 유럽제 릴의 자존심을 보여준 두 종류의 스피닝릴이 있었다. 독일 D·A·M의 퀵과 스웨덴 ABU의 수베란이었다.



1994년~1995년, 딱 2년간 한정생산된 D·A·M ‘Quick Royal MDS’.

독일 자국 제품.


1998년~2003년, 5년간 카탈로그에 등장한 ABU ‘SUVERÄN’.

스웨덴 자국 제품.




그동안 유럽제 릴이라면 항상 프랑스의 ‘미첼(MITCHELL)’과 스웨덴의 ‘ABU’를 언급하게 되었던 것은, 그들이 세계 최대의 낚시 시장인 미국에서 다른 유럽 브랜드를 능가하는 인기가 꾸준했던 덕분이었다. 물론 이 두 브랜드만 미국 시장에서 팔린 것은 아니었다. 유럽 브랜드는 영국의 ‘하디(HARDY)’, 이탈리아의 ‘콥테스(COPTES)’, 독일의 ‘D·A·M’ 등 여럿 존재했다.

‘스피닝릴의 원조’였던 영국의 하디는 1966년을 끝으로 스피닝릴 제조를 중지하고 플라이낚시 전문 브랜드로 돌아섰다. 물총새 마크가 부착된 알체도(ALCEDO) 릴로 유명했던 이탈리아의 콥테스는 미국 시장에서 일부 인기가 있었지만, 1980년대 들어서 릴 생산을 중지하고 퇴장하고 말았다. 그 밖의 유럽제 중소 브랜드는 일찌감치 사라졌다. 그래도 오래 살아남은 브랜드라면 독일의 D·A·M과 스웨덴의 ABU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연합군 측이 독일제 무기나 자동차 등 기계의 견고함과 정밀성 등 우수한 성능을 인정하게 된 것처럼, 전후 미국 시장에서도 독일(당시, 서독)의 D·A·M에서 만드는 ‘퀵(QUICK)’이란 이름의 스피닝릴은 은근한 인기가 있었다. 독일 탱크처럼 튼튼하고 정밀하며 실용적이라고 인정을 받았다. 물론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일본제 릴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쇠락의 길로 들어서 회사의 매각, 파산 등을 거치다가 결국, 2022년에 다른 유럽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퓨어피싱에 흡수되었다.


1980년대까지 수많은 유럽제 릴 브랜드의 몰락

D·A·M의 퀵 스피닝릴은 서구인들, 특히 미국에서 탱크같이 튼튼한 스피닝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견고함과 기어 수명에 대해서는 오늘날의 어떤 스피닝릴과도 비교 불가일 정도다. 퀵 스피닝릴이 낚시계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이라고 말하자면, ‘대어는 양축릴로 낚는다’라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사실이다. 강력한 조력을 가진 스피닝릴 시대를 연 것이 바로 퀵 스피닝릴이었다. 이런 대단한 릴을 만드는 브랜드였지만, D·A·M 역시 1980년대 중반부터 일본제 릴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다른 유럽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자국 생산을 그만두고 제3국 생산을 하게 되었다. 그러길 10여 년, 1994년과 1995년에 한정판 스피닝릴 ‘Quick Royal MDS 시리즈’를 Made in Germany, 독일 자국 내에서 소량 생산하였다. 이 릴은 목제 케이스와 금색으로 칠해진 장식만이 눈에 띄었고 1950년대부터 이어진 D·A·M 퀵 스피닝릴의 전통적인 형태를 그대로 물려받은 모습으로 재등장해 전혀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다. 독일제 릴다운 굵은 메인 샤프트와 풀메탈 보디는 견고하였고, 내부 기어는 퀵의 전통적 구조인 황동 드라이브기어와 탄소강 피니언기어로 조합된 웜기어(Worm gear) 시스템. 1990년대 중반에 생산되고 있던 다른 제품, 특히 일본제 스피닝릴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기어 시스템이었다.

이 웜기어 시스템은 왕년에는 최고급 릴에만 적용되던 것으로 유럽 릴의 자존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실제 사용감도 매우 매끄러워 최신식 스피닝릴의 릴링 감촉과 비교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구형 릴을 그대로 답습한 것만은 아니고 여기에 특수한 드랙 기능을 추가하였다. 자석의 자력을 이용한 드랙은 챔질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개념의 드랙이었는데, 역시나 일본제 스피닝릴에서는 볼 수 없는 특수한 설계의 개성적인 기능이었다.


퀵(Quick), 독일 탱크와 같은 스피닝릴의 재등장

1998년, 스웨덴의 ABU가 명성을 잃고 소비자들은 실망감에 사로잡혀 있던 그때, 전세를 뒤엎듯 베이트캐스팅릴 ‘모럼(MORRÜM)’ 시리즈와 스피닝릴 ‘수베란(SUVERÄN)’ 시리즈를 발표하였다. 베이트캐스팅릴 ‘모럼’은 엉망이던 전작과 달리 정밀함과 견고함으로 ABU의 명성에 걸맞은 릴로 인기가 높았다. 스피닝릴 ‘수베란’은 OEM이 아닌 Made in Sweden, 스웨덴 자국제조에 더해 다른 어떤 스피닝릴과도 다른 설계로 독특한 구조와 기능, 강력함을 갖춰 유럽 릴의 자존심을 되찾고자 하는 ABU의 목표가 보이는 릴이었다.

결과적으로, 모럼 시리즈는 이후로도 오랫동안 명기로 인정받는 ABU 베이트캐스팅릴의 한 모델이 되었지만, 수베란은 그동안의 스피닝릴의 개념을 근본부터 흔드는 설계로 인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말았다.

기어는 역시 고급 유럽제 릴 전통인 웜기어 시스템, 메인 드라이브기어 소재는 황동, 피니언기어 소재는 스테인리스 강철의 조합이었다. 이 기어를 감싸고 있는 몸통은 알루미늄합금으로 만든 일체형 프레임 구조로 두툼한 쇳덩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나사 하나만 풀면 릴풋이 분리되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로, 동전을 이용해 나사 하나만 풀면 정비가 가능했던 과거의 ABU 카디날 스피닝릴의 특징을 계승하여 정비가 손쉽게 한 것도 독특한 발상이었다. 또한, 드랙이 특수했다. ‘프론트드랙’이거나 1980년대에 유행했던 ‘리어드랙’도 아닌 새로운 개념의 ‘미드드랙(Mid drag)’은 드랙 와셔와 같은 부품이 로터 속에 설치되는 구조였다. 드랙 용량이 기존의 드랙에 비해 2~4배에 달하는 등 기존과는 아주 다른 스피닝릴이었다.


수베란(SUVERÄN), 스웨덴의 자존심이었던 스피닝릴

독일 D·A·M의 퀵도 스웨덴 ABU의 수베란도 직접 만져보고 작동시켜보면, ‘철커덕’하는 소리에서 유격이 없는 단단함과 속이 꽉 찬 육중함을 느낄 수 있다.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릴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각이다. 두 릴 모두 기어 시스템에 대한 고집과 디자인 철학도 인정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유럽제 릴의 운명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몇 년 정도 생산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지금은 기억에서조차 사라져 버렸다.

이 두 릴이 등장했던 당시, “역시 독일제는 뭔가 달라.”라든가 “명문 스웨덴 ABU가 아직 죽지 않았군.”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는가 하면, “기준을 벗어난 결점투성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헛수고다.”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많았는데, 무엇이 맞았는지 결과는 시간이 말해주고 있다.

1960년대에 미국에 수출된 D·A·M 퀵 스피닝릴의 설명서 하단에 영어로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It’s what’s inside that counts.” 의미는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가 중요하다” 라고 의역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스피닝릴에 대한 도구로서의 본질을 말하는 것 같다. 현재의 릴은 모두 다 개성을 잃고 구동하는 기어에서부터 각 부품은 물론, 외형까지 198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일본제 릴과 다 비슷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유럽제 릴의 자존심을 지키려 애쓴 두 릴과 같은 개성미 넘치는 릴이 다시 등장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면, 회사 측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을 모델에 투자할 이유가 없으니 자본주의 시장에서 다시는 이런 릴이 등장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1950년대~1980년대까지 생산된 이탈리아 COPTES의 ‘ALCEDO MICRON’.

성미 넘치는 이탈리안 디자인의 스피닝릴.


D·A·M Quick Royal MDS는 한정생산품으로 목제 케이스에 들어있었다.

과거의 모델과 디자인과 내부구조는 동일, 다른 점은 오로지 드랙 뿐이었다.


D·A·M Quick Royal MDS의 신개념 드랙구조.

자력을 이용하는 특이한 것이었다.


ABU SUVERÄN은 나사 하나만 풀면 간단히 기어 정비를 할 수 있는 구조였다.


ABU의 2000년 카탈로그. 베이트캐스팅릴 ‘모럼(MORRÜM)’과

스피닝릴 ‘수베란(SUVERÄN)이 주인공이었다.


1965년, 구형 D·A·M Quick의 미국판 설명서의 일부.

“It’s what’s inside that counts.” 문구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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