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남해 전역에서 호황을 보이고 있는 볼락. 회와 구이가 맛있으며 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연안 갯바위와 방파제에서 잘 낚인다.
볼락이 호황을 보여 많은 낚시인이 출조하고 있는 울산 슬도방파제(좌).
우측은 방어진남방파제며 국가어항으로 관리되고 있어 어선이 정박하는 주변과 테트라포드 일대는 낚시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거제는 볼락보다 학꽁치가 더 호황
낚시춘추 필자로 활동하고 있는 라팔라 필드스탭 박상욱 씨는 지난 1월호에 부산 해운대 청사포 볼락 루어낚시 현장기를 기고했다. 청사포에서 볼락이 호황이라는 소식을 듣고 갔더니 연안에 15명도 넘게 있었고 큰 볼락도 잘 낚인다는 내용이었다. 올해는 부산을 비롯해 울산, 기장, 통영, 거제 등 전체적으로 볼락 조황이 살아나는 추세다. 덕분에 그동안 활동이 뜸했던 볼락 루어낚시인들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갯바위를 누비고 있다.
지난 12월 19일, 박상욱, 최문기 씨와 볼락 탐사를 위해 거제도 여차방파제로 향했다. 박상욱 씨의 정보에 의하면, 거제도 남부 일대에 볼락이 숨기 좋은 해초가 많이 자라 있고 해초 주변을 10~12g 메탈지그로 노리면 낮에도 왕볼락이 입질한다고 했다. 박상욱 씨는 “낮볼락은 주로 여름에 낚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겨울에도 낚입니다. 겨울에 외줄낚시를 나가면 깊은 곳에서 왕볼락이 줄줄이 물고 나오며 연안에서도 거제도 여차처럼 수심 깊은 곳을 찾으면 어렵지 않게 낚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오후 3시에 여차방파제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낚시인이 더러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볼락 낚시인은 한 명도 없고 모두 학꽁치를 노리는 낚시인이었다. 여차방파제에 오랜만에 학꽁치가 붙어 많은 낚시인이 몰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포인트를 옮겨야 했다. 우리는 거제 홍포와 다포를 돌며 이동했지만 어딜 가든 학꽁치를 노리는 낚시인만 보였다.
이참에 학꽁치 취재로 방향을 돌릴까 싶었지만 크릴과 밑밥을 준비하러 다시 시내로 나갈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차라리 밤에 내항에서 볼락을 노리자고 했다.
그런데 밤이 되니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마을 바닷가마다 캠핑카가 북새통을 이뤘고 연안 곳곳에 생활낚시인들이 자리를 잡았다. 거제도에서는 원하는 취재가 될 거 같지 않아 결국 장소를 옮겼다 .
바늘 품이 좁은 지그헤드 인기
차선으로 울산을 택했다. 원래 처음부터 거제냐 울산이냐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거제 낮볼락이 더 흥미로운 기사가 되겠다’는 판단에 거제로 간 것인데 일단 첫 계획은 실패였다. 울산 슬도방파제(정식명칭은 방어진 슬도북방파제) 역시 포인트 전역에 볼락이 붙어 많은 낚시인들이 찾는다는 정보를 들었기에 기대가 됐다.
거제도를 출발, 거가대교를 건너 양산-대구 고속도로를 타니 2시간30분이 넘게 걸렸다. 밤 9시를 넘겨 슬도방파제 입구 공영주차장으로 들어가니 주차비가 무료였다. 공영주차장은 평일 2시간, 주말 1시간 무료며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만 주차료를 징수한다. 야간에는 무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밤낚시를 하는 낚시인이라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박상욱, 최문기 씨는 던질찌를 사용해 채비를 꾸렸다. 20g 내외의 플로팅 던질찌를 원줄에 체결 후 도래를 달았다. 1m 길이의 목줄 끝에는 지그헤드 채비를 달았다.
채비를 마치고 슬도방파제로 진입하니 이미 방파제 주변 테트라포드와 내항에 집어등 불빛이 난리였다. 모두 볼락을 노리는 낚시인들이었다. 그래서 인적이 드문 슬도
갯바위로 들어갔다.
박상욱 씨의 볼락 채비를 보니 낯선 제품이 많이 보였다. 우선 바늘 품이 일반 볼락 지그헤드보다 좁은 지그헤드가 눈길을 끌었다. 보통 일반 볼락 지그헤드는 볼락이 루
어를 삼켰다가 뱉는 순간 자동으로 걸리도록 바늘 품이 큰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에 출시되는 볼락용 지그헤드는 품이 좁았다. 그 이유는 전갱이를 비롯해 기타
잡어도 함께 낚기 수월하도록 제작한 게 목적이었다. 박상욱 씨는 “연안에는 잔챙이 볼락이 많고 잡어도 많아 후킹에 실패하는 일이 잦습니다. 바늘 품이 좁은 지그헤
드는 전갱이 루어낚시와 겸용으로 쓰기 좋고 입이 작은 고기의 약한 입질도 쉽게 잡아내기 때문에 오히려 인기가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웜도 형태가 특이했다. 예전보다 마디와 굴곡이 많아 훨씬 유연했고 꼬리가 가는 것이 특징이었다. 박상욱 씨는 웜 역시 볼락뿐 아니라 전갱이까지 삼키기 좋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슬도방파제 볼락 패턴은 청갯지렁이!?
볼락은 금방 낚을 수 있었다. 방파제 초입 주변 해초 군락에서 20cm 내외의 자잘한 볼락이 올라왔고 슬도 갯바위에서는 볼락보다 쏨뱅이가 더 많이 낚였다. 갯바위만 노려도 충분한 조과를 거둘 수 있을 만큼 입질이 잦았다. 그러나 만조가 지나니 조류가 너무 빨라져 낚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많은 낚시인들이 방파제 내항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이유 역시 슬도 갯바위와 외항의 조류가 빠르기 때문이었다.(가을에 전갱이를 노릴 때는 조류가 빠른 갯바위와 외항에서 더 큰 씨알이 낚인다고 한다)
우리는 등대 아래로 이어진 테트라포드로 자리를 옮겼다. 약한 입질에 챔질하면 빈바늘만 나오기 일쑤였다. 잔챙이인가 싶어 집중해서 챔질하니 이번에는 25cm급으로 제법 큰 씨알이 올라왔다. 최문기 씨는 4cm 볼락을 낚은 기염(?)을 토하기도 했으나 볼락 씨알은 전반적으로 만족할 수준이었다.
그런데 볼락을 잘 낚는 주변 낚시인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모두 청갯지렁이를 미끼로 쓰고 있었다. 웜에 입질이 약했기 때문이다. 박상욱 씨는 “슬도방파제 내항은 수심이 2m 내외로 얕고 바람이 부는 날은 수온까지 빨리 떨어져 볼락의 먹성이 저조해집니다. 이때는 청갯지렁이가 잘 먹힙니다. 또 주변에서 모두 청갯지렁이를 쓰면 웜에는 반응이 약합니다”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루어낚시인의 자존심을 운운하며 루어낚시에 생미끼를 사용하는 것을 좋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타이라바, 한치, 대구낚시 등 다양한 장르에서 루어에 생미끼를 옵션으로 달아주기 때문에 개의치 않고 사용하는 편이다.
‘청갯지렁이 낚시’ 사이에서 오직 루어낚시로만 고군분투한 결과 볼락 15마리와 쏨뱅이 7마리를 낚을 수 있었다. 호황이라기엔 적은 양이지만 해 지기 전부터 내항에 자리를 잡았더라면 이보다 훨씬 많은 볼락을 낚았을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튼 동해남부권으로 볼락 루어낚시를 출조한다면 청갯지렁이나 집어제가 발린 웜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한편 현재 울산 슬도방파제에서는 볼락뿐 아니라 80~100cm 농어가 잘 낚여 화제다. 울산 상여바위부터 대왕암 사이의 갯바위가 포인트며 예년 같으면 12월 중순에 시즌이 끝났을 테지만 올해는 이상하리만치 시즌이 오래 이어지고 농어 씨알도 크다고 한다. 실제로 볼락을 낚던 중 한 낚시인이 70cm급 농어를 낚아 차에 싣고 가는 것을 목격했다. 일부러 울산까지 볼락 원정을 갈 계획이라면 농어 루어낚시 장비도 꼭 챙기길 바란다.
내비 입력 동구 방어동 2-3
거제도 다포방파제 외항에서 학꽁치를 노리는 낚시인들. 거제 남부 일대에는 오랜만에 학꽁치가 붙어 낚시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거제도 다포마을 연안에서 촬영한 해초군락. 해초 주변을 메탈지그로 노리면 낮에도 큰 씨알의 볼락을 낚을 수 있다.
다포방파제 내항에서 볼락을 노리는 취재팀. 집어등을 켰지만 볼락이 입질하지 않았다.
밤이 되어 마을 공터로 모인 캠핑카.
슬도방파제 초입에 있는 대형 네임보드.
슬도방파제는 초입 외항과 등대 아래에 있는 슬도 갯바위 그리고 갯바위 우측으로 이어지는 방파제로 포인트가 구분되며 전 구간에서 볼락이 낚인다.
25cm가 넘는 볼락을 낚은 박상욱 씨.
20cm급 볼락을 낚은 최문기 씨.
박상욱 씨가 사용하는 볼락웜. 모두 스트레이트 타입으로 전갱이 루어낚시 겸용이다.
동해남부권 볼락 루어낚시에 필수품인 던질찌. 던질찌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전자찌를 부착한다.
박상욱 씨의 지그헤드 태클박스. 예전과 달리 바늘 품이 좁고 슬림한 지그헤드를 주로 사용한다.
큰 볼락과 쏨뱅이를 보여주는 최문기(좌), 박상욱 씨.
볼락 포인트로 가장 인기가 좋은 슬도방파제 내항. 집어등을 설치한 후 던질찌를 이용해 멀리 노린다.
방파제는 야간 산책로로 꾸며 밤에도 안전하게 오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