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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낚시꽁트 씁새 (235)-기인열전 둔산동 백가
낚시 꽁트 씁새

낚시꽁트 씁새 (235)


기인열전

 

 

둔산동 백가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시상에 낚시꾼이 넘쳐나니께, 덩달아 웃겨 뒤지는 놈덜두 많아졌구먼유. 그려서 가끔씩 웃기는 종자덜 얘기를 헐까 허는디, 그 첫 번째 인물 얘기여유. 작년 이맘때, 동구리찌나 한 개 사볼 모냥이루 둔산동 낚시점에 갔는디, 낚시점 장 사장이 이라는겨유.
“우찌, 너거덜 또 녹동이루 감싱이 잡으러 간다문서? 그라문 내가 아조 그냥 낚시 쥑이게 잘하는 친구 하나 소개해줄 테니께 데불구 가봐. 니놈덜처럼 낚시 개판이루 휘날리는 놈덜은 세숫대야두 못 내밀껴. 완전 잘 혀. 암만. 완전 귀신이여.”
그라문서 장 사장놈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늘어놓는겨유. 가끔썩 우덜 개차반낚시회를 까대문서 말이지유. 은근히 부애가 나대유?
우덜이 뭐… 조금… 사고는 치지만, 그렇다구 개판이루 휘두르는 놈덜은 아니잖여유? 우쩌겄슈? 여허튼 그 인물이 낚시 쪽이루는 완전 잘헌다니께 같이 가기루 했지유.
그 인물이 둔산동 백가여유. 장 사장이 전화헐라니께 얼굴 인사나 먼첨 하라구 혀서 호이장놈허구 잠시 커피 마심서나 지달리니께 그 백가라는 인물이 등장했어유. 뭐… 세숫대야 생김새는 그저 그렇드만유. 실지루 뭣이나 괴기 잘 잡게 생기덜은 안 했어유. 대충이루 말허자문 저기 논빼미서 바지 걷어 부치구 미꾸리나 잡게 생겼드만유. 한 마디루 촌놈처럼 생겨 처먹었다, 이 말이지유.
“장 사장님이 같이 괴기 잡으러 갈 사람덜이 생겼다구 혀서 달려 왔구먼유. 백가라구 허는구먼유.”
원이가 이 촌놈덜이 부침성은 좋잖여유? 널름널름 말허는 것을 보니께 그닥이 모난 놈은 아닌 듯혀드만유.
“그라문, 백가님은 낚시를 월매나 허셨는가유?”
호이장놈이 물었드니
“그… 뭐… 이짝 저짝 혀서 괴기잡이 헌 것이 50여년은 넘었지유? 그 사이에 잡아낸 괴기덜만 일 톤 도라꾸루 근 백여 대는 될 거여유. 빠하하!”
개눔… 그라문 괴기를 백 톤을 잡아냈다는겨, 뭐여? 지놈이 무신 저인망 어선이여? 개눔….
“그려유? 그라문 괴기를 엄칭이 잘 잡으시는 모냥이여유?”
“뭐… 잔챙이덜 빼구 큰 놈덜루만 그렇다는 거지유. 잔챙이까정 허문 수 백 톤 될 거구먼유.”
개눔… 뻥치는 솜씨로는 우덜 개차반낚시회에 정회원이루 가입혀두 손색이 없겄드라구유.

여허튼 그렇게 똥 누구 밑 안 닦은 것마냥 찜찜허게 헤어졌구먼유. 그러구 녹동이루 떠나는 날 새벽이 되었는디, 약속장소에 나타난 모습을 보니께 참이루 요상시럽드라구유!
뭔 놈이 복장이냐구 전혀 낚시복장두 아니구, 그냥 대충 집이서 입는 옷 꿰 입구 온 모냥새인겨. 그러구 낚시 간다는 놈이 뭔 큼지막헌 등산배낭을 둘러메고 나타났어유. 그놈이 낚시 가는 놈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우덜 아이스박스보담 배는 큰 아이스박스 하나여유. 도저히 낚시 가는 놈 복장은 아녀.
“우째 낚시가방은 워디 숨겨뒀대유? 그냥 그런 모습이루 괴기 잡으러 가는가유?”
수상시러우니께 총무놈이 물었지유.

“고기 잡는디 어수선시럽게 장비 들구 댕기덜 못해서유. 괴기는 장비루 잡는 게 아녀유.”
백가놈이 씩 웃으문서 그리 대답했지유. 얼핏 들으문 어마무시헌 낚시의 고수처럼 들리지만, 그렇다구 맨손이루 괴기 잡겄다는 것은 아닐 거 아녀유?
“저놈… 저거 요상시러운디? 우째 허는 짓이 새로워. 저놈이 설마 잠수질 허는 놈은 아니지?”
총무놈이 지 귀에 대구 속삭였슈. 독자님덜두 아시지유? 괴기 잡는디, 물속에 들어가서 분탕질허문 괴기잡이 말짱 황인 거. 그려서 낚시질 허는디 해녀덜이 나타나서는 ‘호이- 호이’ 숨쉬문서 댕기문 낚싯대 접어야 헌다는 거 말여유.
문득 오늘 낚시두 조진 기분이대유? 저놈의 큼직헌 배낭에 잠수복이 들어있을 것 같드라구유. 그려두 근 반 백년 괴기잡이 혔다는 놈이 그 정도 예의도 없는 상놈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유.
“죽일껴. 호이장아. 접때 외나로도 갔을 때 말여. 막 감싱이 잡아 올리는디, 워디서 스쿠바 다이빙인지 뭣인지 허는 놈덜이 나타나서는 그날 낚시 조진 거 알지? 인자부텀 내가 낚시허는디 잠수질 허는 놈덜 있으면 멱을 따 버릴껴!”
백가놈이 들으라고 한 소리 했지유. 니놈도 잠수질 헐 생각이면 제 명에 못 죽는다는 위협질이었어유.
“그러지유, 그러지유. 괴기잡이두 예의가 생명이잖여유? 잠수질 헐라문 주위에 낚시꾼덜이 미리 선점허구 있으문 다른 곳이루 가야 허는 거 아녀유? 고요허니 괴기 잡는디 물탕치문 공개처형을 허야 되는겨유!”
얼레? 백가놈이 한 술 더 뜨대유?
그렇다면, 저 배낭에 들어 있는 것이 기필코 잠수복은 아니고, 백가놈도 잠수질 헐 놈이 아니라는 얘기지유. 그렇게 무지스러운 궁금증을 품고 녹동의 우철리 조그만 방파제루 도착혔구먼유. 지가 씁새 연재허문서 자주 언급 드린 그 방파제여유. 조그마해서 이름두 제대루 없는 방파제라 아는 사람두 없어유. 근디 감생이는 잘 잽히는 곳이구먼유.
도착허기 무섭게 낚싯대 펴구 밑밥 주구 한바탕 바쁘게 움직이는디, 얼레? 백가놈이 방파제에 주저앉아서는 바다만 쳐다 보는겨!
“우째 괴기 안 잡어유?”
호이장놈이 그리 물으니께
“안적 때가 안 되?네유?” 이라대유. 허긴, 저 백가놈이 온전시런 낚싯대를 들고 온 것도 아니니께 우덜은 희한허다는 생각만 허구 낚시를 시작했구먼유. 근디, 매번 갈 때마다 괴기가 잘 잽히간디유? 예미럴, 붙으라는 감싱이는 안 붙구, 달고기가… 그것두 단풍잎 크기의 달고기만 엄칭이 달라 붙는겨유. 난감허대유. 그러다가 갑자기 수면이 허옇게 학공치 떼가 붙어버린겨! 크기두 형광등 크기루 딱 좋드먼유. 녹동 쪽이루 학공치덜이 산란허러 붙는 시기가 딱 이맘때 늦겨울에서 초봄이그덩유.
아… 저놈덜이라두 잡아야 쓰겄다 싶은디, 아시다시피 학공치는 속전속결이잔여유? 감싱이 잡겄다구 가져온 릴대보담은 민장대가 훨씬 좋은겨유. 거기다가 학공치 떼가 발 밑이루 붙었는디, 그눔의 릴대 휘두르는 것두 힘들구 웃기잖여유. 근디 가는 날이 장날이라구 우덜 중에 민장대 가져온 놈이 한 놈두 없드라구유! 우찌 우찌 용을 쓰문서 릴대루 학공치를 겨우 겨우 잡아 올리는디, 거시기가 저를 쳐다봄서 ‘혀… 형님… 저기… 거시기! 거시기!’ 이라대유?
뭔 똥 싸는 소린가 싶어서 거시기가 가리킨 쪽을 보니께, 아… 글쎄 백가놈이 배낭을 열드만, 커다란 투망을 꺼내는겨!
워미! 워미! 워미!!!
방파제 끄트머리에 떡 서더만, 최촤착! 투망을 던지는디… 솔직허니 황홀스럽드만유. 아… 백가놈 투망에 속절없이 잽혀 올라오는 학공치가 수십 마리여! 증말루 백가놈은 반 백 년 괴기잽이 허문서 수 백 톤 괴기를 잡구두 남을 놈이었던 거지유! 그놈 말대루 낚시질이 아니여! 이건 괴기잽이여.
문득, 백가놈이 말끝마다 왜 낚시질이 아니고 괴기잽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드만유. 잽힌 학공치 중에 잔챙이는 물로 던지구, 큰놈이루 아이스박스에 착착 넣드만, 또다시 투망을 촤촤착! 완벽하게 둥근 원을 그리며 퍼지는 투망… 그러고는 비늘을 번뜩이며 잽혀 올라오는 학공치!!!
아… 아름답… 기는 개뿔!
옘병! 예미랄, 조지나! 승질이 훅 올라오는겨! 알고 봤더니, 이 백가란 놈이 전국의 학공치 이동로를 손바닥처럼 꿰고 있드만유. 우덜이 녹동이루 낚시를 간다니께 마침 학공치 산란장소가 이맘때 녹동이란 거 아니께 쫓아온 거지유.
낚시구 뭣이구 옘병헐 부애만 끓어오르는디, 아… 이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호이장놈이 제 놈의 아이스박스를 들고 백가에게 가드만, “저기… 잔챙이 버릴라문 내 아이스박스에 버리시면 우떨까유?” 이 지랄을 허는겨! 배낄루 호이장놈 똥자바리를 걷어차서 물에 빠트리고 싶었어유.
순식간에 백가놈 아이스박스가 가득 차버렸지유. 아… 증말루 낚시 헐 맛 안나대유. 예미… 죄다 낚싯대 팽개치구 방파제에 걸터앉아서 쐬주 깠구먼유. 안주… 는 백가놈이 잡은 학공치 회루….

 


백가놈은 방파제 계단 아래루 내려가서 학공치 다듬는디, 예술이여! 순식간에 배 따구 머리치구 착착 아이스박스에 손질해 넣는디… 예술이여! 아이스박스 다섯 개에 아름다운 학공치덜이 몸통만 남아서는 고이 쟁여지는디 예술이여!
백가놈 아이스박스가 한 개라드만, 우째서 아이스박스가 다섯 개냐구유? 아… 우덜… 아이스박스도… 에… 또… 그… 뭐 다 그렇지유. 백가놈이 학공치 나눠 준다는디, 그걸 마다허겄슈?
잽히덜 않는 감싱이 잡겄다구 빈 아이스박스 들구 집이루 허망시럽게 돌아가야 쓰겄어유? 예술시러운 놈이 예술시럽게 잡아낸 학공치 나눠 준다는디, 뭐… 그러라구 허는 거지유. 우덜이 나눠 달라고는 허덜 안 했어유.
그냥, 뭐… ‘참이루 괴기잽이에 정평이 나셨네유? 실지루 보니께 아릅답구먼유. 시상에 이런 일이 그런 프로에 소개해 드리고 싶구먼유.’ 요런 얘기는 던져 줬지유.
살다 보문 다 그런 거지유. 주겄다는 놈 마다허문 그것두 인간이 헐 짓이 아녀! 결국, 모두들 백가놈헌티 얻은 학공치를 아이스박스에 가득 채워서 돌아왔지유. 낚시꾼이 어찌 어부에게 괴기를 적선 받았느냐고 역정 내실 독자님도 계실 테지만… 시상 다 그렇게 타협허문서 사는 거지유.
아마도 조만간 백가놈과 또 녹동이루 들어갈 것 같어유. 살을 에이는 겨울철에 뭔 괴기가 잽힌다구 쏘다니겄슈? 안전빵이루 백가놈 데불구 가문 학공치는 실컷 먹겄지유. 세상이 다 그런 거여유. 안 그려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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