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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낚시 꽁트 씁새 (226)-씁새낚시점(하)
낚시 꽁트 씁새

낚시 꽁트 씁새 (226)-

 

 

씁새낚시점(하)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오늘은 씁새님이 사장 한다, 그쵸?”
문이 열리고 박격포가 들어오며 말했다.
“어김없이 고도리 사장님들도 오셨다, 그쵸?”
“시끄러워, 이 인간은 또 왜 와서 지랄여?”
안경점 정 사장이 박격포를 보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순간, 고도리 패들과 씁새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박격포가 재빨리 밖으로 나가더니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 그람… 지는 다시 오께유.”
박격포가 나가자 틈을 보던 손님마저 뛰어 나갔다.
“자네는 예전버텀 우덜만 보문 못 잡아먹어서 지랄인디, 뭔 억하심정이라두 있는겨?”
카센터 오 사장이 씁새를 노려보며 말했다.
“억하심정이라니유? 지가 뭔 억하심정이 있겄슈? 지가 노름허다가 집 날린 놈도 아니구 패가망신헌 놈두 아닌디, 사장님덜이 노름 헌다구 지가 뭔 기분 나쁠 일이 있겄어유?”
씁새가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라문 뭐여? 아까부텀 계속해서 우덜을 씹어 제끼는디, 그건 뭐 허자는 짓이여?”
“에이, 지가 뭔 사장님덜을 씹어유? 가뜩이나 치아두 부실혀서 잘 씹덜두 못 혀유. 매장이 복잡시럽고 시끄러우니께 어여 들어가서 잡던 고도리나 잡으셔유.”
씁새가 고도리 패들의 등을 떠밀며 말했다.
“월레? 씁새가 낚시점 사장님이 된겨?”
“요것은 뭔 일이랴? 씁새가 사장님이문 낚싯대두 막 싸게 주구 그라는겨?”
“그라문 우덜 모임두 요서 허는겨?”
“거시기하문 참이루 우덜은 거시기허겄는디, 이거 참이루 거시기하구먼유.”
고도리 패들이 방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개차반낚시회 패거리들이 몰려들었다. 아마도 고도리 패들과 씁새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박격포가 놈들을 부른 것 같았다.
“어이쿠, 이짝 사장님덜은 오늘도 고도리 삼매경여유?”
총무놈이 골방으로 다가가며 떠들었다.
“판돈은 얼마 안 된다, 그쵸? 그러면 경찰에 신고해도 별 일 없을 거다, 그쵸?”
“아니여! 접때부텀 거시기가 거시기면 신고하면 거시기헌댔는디, 그러면 대반 거시기헐껴.”
총무놈을 따라서 골방으로 몰려간 박격포와 거시기가 한마디씩 거들었다.
“씁새야. 인자 니가 오늘만 주인이니께 낚싯대를 바겐세일 혀봐. 이참에 낚시장비 싹 개비헐라니께.”
호이장놈이 진열대 상단의 낚싯대 세트를 힘겹게 꺼내며 말했다.
“아녀! 그짝이는 허접시런께 이짝이 낚싯대를 바겐세일루다가…”
회원놈이 호이장놈이 힘겹게 꺼내는 낚시세트의 옆 장비들을 건드리며 말했다.
-와장창!

 


두 놈의 실랑이에 위쪽 선반의 캠핑용품이 우르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우덜이 살림을 거덜낸다, 그쵸? 이거 망가지면 호이장님이 돈 물어낸다, 그쵸?”
“예미럴! 내 대구리에 처맞을 뻔 했잖여! 조심해 이 싸가지덜아!”
회원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미랄! 저 놈의 새끼 보낼 수 있었는디!”
씁새가 회원놈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만! 그만… 그만 혀! 이 개종자놈덜아! 고도리 조졌다. 패 접고 가자!”
부동산 최 사장이 화투패를 엎으며 소리를 질렀다.
“개눔의 새끼들!”
정 사장도 화투패를 벽에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그러게 신성시런 낚시점에서 왜 화투패를 쪼이구 지랄이여?”
낚시점 창문 밖으로 총총히 사라지는 고도리 패들을 보며 총무놈이 중얼거렸다.
“지랄 말고 어여 니놈덜이 어질러 놓은 장비나 수습혀!”
씁새가 바닥에 쏟아져 내린 캠핑용품을 보며 말했다.
“어질러진 뒷수습은 원이가 주인이 해야 허는겨.”
호이장놈이 낚시점 중앙의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염병을 하구 앉아있네… 쓰벌눔들. 호환마마 같은 잡것들.”
씁새가 흐트러진 용품들을 치우며 말했다.
“인자 우덜이 거시기했으니께 저 거시기덜이 다시 거시기허덜 못허겄지유? 인자 거시기하문서 우덜두 거시기해유.”
거시기가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거시기 얘기는 이 세상에서 씁새 형님만 알아듣는다, 그쵸?”
“뭐여? 이 거시기는 내 나이가 너보담 거시기헌디, 이 거시기가 왜 자꾸 거시기허는겨.”
“시끄러워. 이 프롤레타리아 천민놈들아!”
총무놈이 두 놈을 보고 소리쳤다.
“더러운 부르조아 새끼.”
회원놈이 총무놈을 보며 이를 갈았다.
낚시점 안은 고도리 패들이 있을 때보다 더 소란스러워져 가고 있었다.

“낚…싯대 사러 왔….”
여전히 시끄러운 낚시점 문이 열리며 두 명의 손님이 낚시점 문을 열고는 안을 살피며 말했다.
“오오! 손님이다, 손님!”
“씁새야! 손님 오셨다. 손님 받아라!”
“이짝으루 앉으셔서 우선 커피부텀 한 잔 하셔유.”
“거시기! 거시기!”
“손님이다, 손님, 그쵸? 낚싯대 사러 오셨다, 그쵸?”
순식간에 개차반 패거리들이 먹이를 본 굶주린 늑대들처럼 그들을 포위하듯 안으로 모시며 떠들어댔다. 어리둥절한 손님들이 그들의 안내를 받아 테이블 의자에 앉았고, 총무놈이 커피를 손수 끓여 내주었고, 나머지 놈들이 그들 주위로 빙 돌아 포위하듯 에워쌌다.
“낚싯대 뭘 보실라는디유?”
씁새가 두 손을 비비며 물었다.
“그게유, 접때 거제도 갔다가 릴낚싯대 1번 대를 뿌라먹어서유… 감생이 1호대 하나 살라 하는구먼유. 겸사겸사혀서 이 친구 농어대두 하나 사 볼까 혀서유.”
손님이 이 희한스러운 광경에 주눅이 들어 대답했다.
“그려유? 그라문 1번 대를 고쳐서 쓰시문 될 것인디?”
회원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랄! 고쳐서 쓰문 또 뿌라질 것인디, 새로 하나 장만허는 게 이득이여. 이참에 새로 나온 신상으루 장만하셔유. 낚시는 뽀대여. 명품 낚싯대루 하나 장만허셔유.”
총무놈이 회원놈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이 개눔의 부르조아 새끼는 온통 돈이루 낚시를 헐라구 지랄이여! 시상두 각박시럽구 어지러운디 뭔 돈지랄을 허라는겨? 겨우 물고기 새끼 잡는디 뭔 명품이구 지랄이여?”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낚시는 간지여! 이 천박스러운 노동자 계급 새끼들아!”
“낚시하구 싶어서 탈북한 부르조아 새끼!”
“내 고향이 논산이여, 썩을 놈아. 호국의 요람, 논산!”
총무놈이 지지 않고 소리쳤다.
“그라문, 인자 거시기허니께 앞으루 거시기헐 걸 생각혀서 거시기를 허시는 게 거시기헐 것이구먼유.”
씁새와 총무놈이 싸우는 틈을 타 거시기가 두 손님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효과는 완벽한 역효과였다. 두 손님의 얼굴에는 뭔가 잘못 들어왔다 싶은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면 거제도로만 낚시 다니신다, 그쵸?”
“에? 아… 아닌디유? 다른 데두 가는디….”
“썩을 놈아! 낚시꾼이 노바닥 일 년 내내 한군데만 파 먹구 댕기겄어? 온 천지사방 죄 돌아다니는 것이지!”
호이장놈이 박격포를 보고 말했다.
“으응? 나는 루어하면서 금강 팔각정이루만 다녔는데… 그쵸?”
“아… 저기… 지덜이 뭔가 급한 일이 생겼는디, 낭중에 다시 올 거구먼유.”
정신 사나워진 두 손님이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서며 말했다.
“에헤이, 손님, 싸게 드리께. 여기 주인이 하루만 장사하는 주인이라서 오늘만 바겐세일 해 드릴건디?”
“거시기해봐야 다 거시기여유. 우덜이 거시기해드릴 거니까 웬만큼 거시기허문 여기서 거시기해유.”
“수리해 쓰는 게 싼겨!”
“낚시는 뽀대여. 천박스럽게 굴덜 말어.”
“네놈 나라로 다시 돌아가, 개종자야.”
이놈 저놈 소리치고 떠드는 통에 혼이 나간 두 손님이 뒤도 안 돌아보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갔네… 손님이 갔어.”
회원놈이 길 밖으로 사라지는 손님을 보며 중얼거렸다.

“야이, 개 상녀리 종자새끼들아! 고도리 패들 쫓아주러 온 것은 고마운디, 인자 그만 혀구 집으루 돌아가라, 이 상녀리들아!”
씁새가 갑자기 빗자루를 들더니 가게 안을 쓸어내며 소리쳤다.
“그라문 바겐세일 안 허는겨?”
호이장놈이 먼지를 피해 코를 막으며 물었다.
“네놈들 인생을 바겐세일 헐 모냥이니께 어여 꺼져!”
씁새의 호통에 놈들이 우르르 밖으로 뛰어 나갔다.
“개눔의 종자들! 이 씨불놈덜은 원제 이 난장판을 저지른겨?”
놈들이 떠난 가게 안은 전쟁터와 같았다. 어느새 진열장 안의 릴과 소품들이 밖으로 너저분하게 나와 있었고, 선반에 걸려있던 낚싯대들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었다.
“내가 이름 하나는 잘 지었다니께… 이 개차반낚시회놈들!”
물품들을 정리하며 씁새가 중얼거렸다.
“자네덜 패거리덜허구 최 사장네 고도리 패덜허구 한바탕 혔담서?”
저녁에 돌아온 박 사장이 씁새에게 물었다.
“자네덜헌티 개챙피를 당했담서 최 사장이 전화루다 쌍욕을 허드만. 다시는 여기서 고도리 치면 지놈덜이 개 아들놈들이라드만.”
“뭐… 그게… 그렇게 됐구먼유.”
씁새가 박 사장에게 욕이라도 한 바가지 먹을 각오를 하고 대답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진열대에서 고가의 농어 루어대와 함께 고가의 릴까지 꺼내 씁새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안 그래두 그 패거리덜 때미 어쩌덜 못했는디, 쫓아줬다니께 고맙구먼. 손님덜 오실 때마다 그눔의 회투패덜 때미 여간 신경 쓰인 게 아니여. 이 릴은 고마워서 주는겨. 눈에 가시 같은 고도리 패들 쫓아줘서 고맙네!”
놀란 씁새의 눈이 기쁨과 황망함으로 동그랗게 커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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