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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낚시 꽁트-225- 씁새낚시점(상)
낚시 꽁트 씁새

낚시 꽁트-225

 

 

씁새낚시점(상)

 

 

“월레? 박 사장님… 지헌티 억하심정이 있슈? 지헌티 왜 이래유? 지가 박 사장님 집안에 대대루 원수졌남유? 우치키 지헌티 이래유?”
씁새가 거의 울상이 되어 말했다.
“옴마… 내가 뭔 대단시런 말을 했다구 그라는겨? 내 부탁이 그리두 힘들구 어마시러운거여?”
박 사장이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는유, 그저 날씨가 디러우니께 낚시두 못 가구 그려서… 박 사장님 가게에 놀러온 거여유.”
“그라니께. 내가 뭐라 그랴? 그저 온 김에 내가 몹시도 급한 일이 있어서 그라니께 저녁까정만 가게 좀 봐달라는 거이지.”
박 사장이 씁새의 등을 툭툭 쳤다.
“그니께, 지가 잠시 놀러 온 것인디… 이 가게를 봐달라니께 황당시럽지유. 지가 물건을 팔아 봤어야 가격을 알구 그랄 것 아녀유? 그러구 지는 이따가 소소시런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 허는디유?”
“에헤이… 그러덜 말구, 좀 부탁하겠네. 봐주는 대신에 요즘 신상이루 나온 민물대가 있그덩? 이거 세 칸대루 한 세트 줄께!”

 


“귀가 솔깃시러운 제안이긴 헌디유… 차라리 건강원 김 사장님이나 부동산 최 사장님헌티 부탁허시지유?”
“그 사람덜은 낚시에 낚자두 모르잖여? 주변에 낚시허는 놈덜 죄다 부탁해 봤는디, 모두 오늘은 스케줄이 있대는겨. 그라니께 내 사정 좀 봐주시게. 그려! 내가 인심 썼다. 농어 루어대! 우뗘?”
“뭐… 정히, 딱히, 심히… 그러시다면… 헐 수 없지유.”
“그… 그려… 내 속히 댕겨 올라니께. 그러고 물건마다 가격은 죄다 견출지로 붙여 놨으니께 어렵지는 않을껴.”
박 사장이 서둘러 가게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개눔의 씁새, 징글맞은 놈!
박 사장이 자신의 자동차로 급하게 다가가며 중얼거렸다.
-농어 루어대? 우째 손해 본 기분인디… 좀 더 버텨서 릴까지 뜯을 걸 그랬나?
씁새가 정수기에서 커피를 타며 중얼거렸다.
“어서 옵쇼!”
“떠…으! 뭐… 뭐여? 바… 박 사장은 워디 가구, 자네가 거기 있는겨?”
부동산 최 사장이 낚시점으로 들어오다 말고 씁새의 목소리에 놀라며 물었다. 부동산 최 사장의 뒤로 안경점의 정 사장, 건강원 김 사장, 카센터 오 사장까지 놀란 얼굴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낚시점 골방에서 화투패를 던지며 하루를 보내는 패거리였다. 그리고 사사건건 그들에게 대드는 씁새가 여간 성가신 놈이 아니었다.
“박 사장님이 지헌티 오늘 하루 가게를 맡기셨구먼유. 이따가 저녁에 오신댔구먼유. 그런디… 고도리 잡으러 오셨슈? 우치키 오늘은 식전부텀 새 새끼를 때려 잡어유? 골방 들어 가실 거지유?”
씁새가 진열장 뒤에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그… 그렇지… 그려…”
씁새의 잔소리에 놀란 고도리 패들이 쭈뼛거리며 낚시점 골방으로 들어갔다.
“여기 이거 받으셔유.”
고도리 패들이 골방에 앉자마자 씁새가 커다란 대접을 들고 와 방구석으로 놓았다.
“이… 이건 뭣이여?”
“개평 담으시라구유. 그 뉴스에 보문 화투 치는 노름꾼덜이 하우슨지 뭔지서 노름허다가 잽히구 허잖여유? 거기 보문 개평이란 게 있구먼유. 보통, 이 개평이 하우스 주인이 처먹는다는디, 지는 처먹을 것이 아니구유, 우덜 박 사장님이 골방을 이리 친절시럽게 빌려 주셨는디, 수돗세허구 전기료는 드려야 헐 것 아녀유? 그것이 고도리 치는 매너 아녀유?”
씁새가 뒤돌아서며 말했다.
“개색… 우째 오늘 화투패가 조진 기분이여.”
카센터 오 사장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예미… 저 씁새놈 때미 화투 칠 맛이 안 나는디… 저놈 조동아리를 확 붙들어 매고 싶구먼.”
건강원 김 사장이 씁새를 노려보며 말했다.
“기다려봐. 저놈 완전히 기를 죽일라니께.”
안경점 정 사장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아직은 오전 중이라 별 손님도 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무료한 씁새가 진열장 안의 물건들을 꺼내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흐미, 기냥 날씨가 조지니께 기분두 조지는디, 흐미… 울 성님이 워디 계신겨?”
낚시점 문을 열고 큼지막한 덩치 하나가 들어오며 말했다.
“어서 오셔유. 낚시 가실라나봐유? 뭐 드리까유?”
씁새가 넙죽 인사를 하며 말했다.
“그거이 아니고, 울 성님이 여기 계신다구 혀서 왔는디… 아따… 성님!”
덩치가 골방의 안경점 정 사장을 보고 허리를 꺾으며 인사했다.
“그간 무고허셨지유? 간간이 인사를 드려야 허는디, 지가 밑에 애덜 건사하니라 시간이 없다는 핑계루 성님을 모시지 못했구먼유.”
덩치가 꺾인 허리를 풀지도 않은 채 말했다.
“아니여, 바쁘니께 그란 거이지. 여봐 씁새. 이짝은 내 막역시러운 동생이여. 시방 저짝 유성에서 애덜 데리구 힘 좀 쓰고 있는디, 이 성님이 여기 있다니께 득달같이 쫓아 온 모냥이구먼. 여기 내 동생헌티 뜨거거운 커피라두 한 잔 줘봐.”
안경점 정 사장이 골방에서 나오며 씁새에게 말했다. 그러나 씁새는 소가 닭 보듯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셀픈디유?”
“뭐이여?”
덩치가 씁새를 노려보며 물었다.
“셀프. 타 드시라구유.”
“흐미! 날씨가 조지니께 오늘 기분도 조질라 허는디?”
덩치가 씁새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정 사장님두 거친 사람 알구 계시누먼유? 지두 거친 놈 하나 알구 있구먼유. 야가유, 지 불알 친군디유, 월매나 거친지 아셔유? 이놈이 얼굴이 근본이 없는 놈이여. 그려서 김밥천국에 갔더니만 그 놈 얼굴을 보더니 선불을 받더래유. 거칠지유? 그러구유, 이놈이 술 처먹구서 버스에 올라타서는 운전기사헌티 ”아자씨, 홍도동이루 가 주셔유” 그랬대유. 거칠구 근본 없는 놈이여유.”
씁새가 덩치를 마주 노려보며 말했다.
“그게 뭔 소리여?”
덩치가 뭔 소리인지 몰라 멍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는 낚시점이지, 다방이 아니란 거여. 헐 얘기 있음 저기 다방 가서 허고, 지랭이라두 한 봉다리 사갈 거 아니문 나가란겨. 신성시런 낚시방서 뭐허는겨? 날씨가 조진다구? 니미… 날씨가 조지문 애새끼 하나 조진대는겨? 보아 하니께 안적 대구리에 쇠똥두 안 벗겨진 나인디, 그렇게 아무 헌티나 반말허문 쓰겄어? 사람은 공손해야 쓰는겨. 알겄는가? 그려서 영화에서 보문 사람덜이 총 쏠 때 왜 두 손으루 쏘는 중 아는겨?”
“……”

 


“어른에게 공손하게 쏘느라구 두 손으로 쏘는겨. 공손하게.”
무슨 소린지 도통 알 길이 없는 덩치가 벙 찐 얼굴로 정 사장을 쳐다보았다. 정 사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덩치를 데리고 낚시점 밖으로 나갔다.
“저… 씁새. 대단한 놈이네! 저거 저 조폭놈을 보구두 눈 하나 깜빡을 안 혀는디?”
“예미… 씁새… 저거 물건일세.”
골방의 남자들이 씁새의 모습을 보며 감탄을 이어갔다.
-워미… 뒤지는 중 알았네. 영혼까지 개 털리는 기분인디… 근디 내가 뭔 소리를 지껄인겨?
정작 진열장 뒤의 씁새는 다리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잠시 후에 정 사장이 헛기침을 연발하며 들어오더니 씁새의 얼굴을 쭈뼛거리며 쳐다보다 골방으로 들어갔다. 순간, 씁새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덩치와 한바탕 소동이 있고 나서 잠시 후, 낚시점의 첫 손님이 들어왔다.
“내일 낚시를 갈라는디, 낚싯대허구 뭐… 그런 거 살라는디유?”
얼핏 보기에도 낚시의 초짜였다.
“어느 정도 원허시는감유?”
“그…게… 그냥 친구허구 낚시를 갈라는디… 그냥 평범시러운 것이루 두어 대 살라는디유?”
초짜 손님이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그라문, 그 친구라는 분이 낚시 좀 헐 줄 아시는 것 같은디, 같이 오셔서 의논해서 사시는 게 좋을 건디유?”
“그게, 친구두 낚시는 첨이구유, 지두 첨여유. 그냥 인터넷이루 보구서 심심허니께 해볼라는구먼유.”
“그려유? 그라문 초짜구먼.”
씁새가 씩 웃으며 말했다.
“초짜라니유? 그려두 친구허구 둘이서 인터넷 보구 동영상 보문서 낚시 하는 법, 찌 맞추는 법 죄다 배웠구먼유!”
초짜 손님이 발끈해서 말했다.
“이봐유, 당구 80치는 놈 둘이서 입에 짜장 묻혀 가문서 백날 쳐봐유. 그놈덜 실력이 300 되겄슈? 노바닥 그저 80인겨유. 당구 치는 차유람 선수 동영상 본다구 80짜리가 300 쳐유?”
“……”
“낚시 배울라문 지대루 낚시 헐 줄 아는 사람헌티 배워유. 영화루다 죽치구 도박허는 영화 본다구 라스베가스 털 거 같어유? 정선 카지노두 못 가유. 결국은 어느 집 골방에서 화투패나 쪼이문서 무르팍 골병 드는겨유. 일찌감치 배울라문 지대루 배워야 허는겨유. 그저 심심풀이루 해본다구 허다가 냅다 때려치우는 사람덜 무지허니 봤슈. 그런 사람덜이 낚시점 골방에서 죽치구 화투 쪼이는겨. 입이루 낚시하문서.”
씁새가 골방 쪽을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예미! 뭐여? 우덜 들으라고 허는 소리여?”
들고 있던 화투패를 내던지고 골방에서 밖으로 나오며 정 사장이 소리를 질렀다.
“누가 뭐래유? 그저 그렇다 이거지유. 자고로 무엇이든 스승을 잘 만나야 헌다는 거지유. 그래야 스포츠가 노름이 안 되는겨유.”
“그란디 거기서 왜 화투패가 나오는겨? 무르팍이 워쩌?”
뒤이어 오 사장까지 뛰어 나오며 말했다.
“누가 뭐랬다구 그려유? 사장님덜이 원제 정선에 갔다구 혔남유? 라스베가스 갔었다구 혔남유? 내가 아는 사람덜 얘기여유. 아까 말한 근본 없고 거친놈덜 얘기여유!”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그러면 저기… 지는…”
초짜 손님이 이상한 기운을 느끼며 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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