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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낚시 꽁트 씁새 (213)-달콤한 인생
낚시 꽁트 씁새

낚시 꽁트 씁새 (213)

 

 

달콤한 인생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지가유, 그니께 근 5년 전쯤일 거구먼유. 유성사거리 만식이네파가 우덜 나와바리를 또깽이 새끼가 풀 뜯어 먹듯이 야금야금 뜯어 먹더라 이거여유. 예미럴 놈덜이 아무리 무식허게 살아온 건달들이라 혀두 지켜야 헐 상도덕이 있는 거 아녀유? 지놈 파는 사거리 짝이루 나와바리 갖고, 우덜 파는 시장통이루 나와바리 갖기루 협정을 맺었는디 말여유!”
덩치가 어깨를 흔들거리며 떠들어댔다. 가뜩이나 비좁은 승합차가 녀석이 타자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대는 느낌이었다.
“저 인간산맥은 또 뭐여?”
조수석으로 올라탄 씁새가 뒷좌석에서 열심히 떠드는 덩치를 보며 호이장놈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몰러, 씨벌! 총무놈이 데려 온 놈인디 세월을 존나게 험히 산 놈인개벼. 30분째 사람 조진 얘기만 허구 있는디, 완전 공포영화여. 예미랄!”
호이장놈이 입맛을 쩍 다시며 조용히 대답했다.
“개눔새끼. 개차반낚시회를 증말루 개차반이루 맨들 모냥인개비네. 허다허다 인자는 조폭두 가입하는겨?”
씁새가 고개를 푹 숙이고 속삭였다.
“우쩌겄슈? 그런 놈덜헌티는 조직의 쓴 맛을 뵈 줘야 허는 거 아녀유? 그려서 야심시런 밤에 야탑동 공터서 한판 붙었지유. 양쪽 조직에서 이백 명 정도가 모였는디 참이루 장관이었슈. 언놈이 우리 편인지, 언놈이 저짝 패거린지두 모르구 난장이루 전투가 벌어졌는디, 지는 그저 잽히는대루 배때지만 쑤셨슈. 닥치는 대루 쑤셨지유. 난중에 보니께 지가 뚫구 나간 자리루 즐비허니 적군덜이 쓰려져 있드먼유. 우덜이 압도적이루 승리현 전투였는디, 우덜은 그 전투를 야탑대첩이라구 부르지유. 으허허헛.”
덩치가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니이미! 강감찬 장군의 살수대첩이여, 뭐여? 깡패새끼덜 쌈질을 전투라구 허는겨?”
씁새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는 조용하게 이죽거렸다.
“목소리 낮춰. 저눔이 꽤 대단시런 조폭 행동대장 정도는 되는 모냥이여! 근디, 이 씨부랄 총무놈은 우째 안 오는겨?”
호이장놈이 씁새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덩치의 옆으로 앉아있는 회원놈과 거시기는 아예 입을 닫은 채, 덩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몸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가뜩이나 왜소한 거시기놈의 몸이 덩치의 옆에 옴짝달싹 못 하고 붙어있는 꼴이 말 그대로 고목나무의 매미 꼴이었다. 회원놈도 덩치와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하염없이 창밖만 바라보는 중이었다. 덩치의 불룩한 배가 씩씩거리며 오르내렸다.
“하이고, 오래 지달렸구먼? 장비 챙기서 내리오는디, 휴대폰을 깜빡 했잖여? 어여 떠나자구.”
드디어 총무놈이 승합차에 오르며 말했다. 총무놈이 올라타자 회원놈과 거시기가 자연스럽게 맨 뒷자리로 넘어갔고, 덩치와 총무놈이 중간 좌석을 차지하게 되었다.
“좌우간 뵙게 되어서 반갑구먼유.”
덩치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 짝이루 풍채 좋은 양반은 누구셔?”
씁새가 백미러로 뒤를 쳐다보며 물었다. 누구 하나 덩치에 대해 물어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에, 이짝은 유성에서 건축일 허는 성님이 가끔 낚시 좀 데불구 가라구 신신당부 허셔서 모시구 온 분이여.”
총무놈이 덩치를 쳐다보며 말했다. 총무놈의 눈에도 일행들에게 미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런 문제 있는 놈을 데리고 와서 미안하다는 뜻일 것이다.
“지가 인사허겄슈. 아까 말씸드린대루 대첩 한 판 치르구 저짝 애덜헌티 쫓기는 몸인디, 몸을 숨기고 잠잠헐 때를 지달리느라구 여기 총무님께 몸을 의탁했구먼유. 지가 의리 하나루 인생을 버텨 온 놈여유. 그니께 여러 성님덜 잘 모실 테니께 잘 줌 봐주셔유.”
덩치가 승합차를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녀석의 행동은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자신이 주인인 듯한 모습으로 좌중을 훑어보고 있었다.


“개눔 새끼야! 어디서 데리구 와두 저런 깡패새끼를 데리구 오면 우쩌자는겨? 겁나서 낚시나 제대루 허겄냐? 말 한마디 잘못허문 우덜 배때기 쑤시는 거 아녀?”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호이장놈이 총무놈에게 쏘아 붙였다. 휴게소까지 오는 동안에도 녀석은 사람 팬 얘기에 조직 얘기뿐이었다. 승합차 안은 덩치 녀석의 떠드는 소리만 들릴 뿐, 어느 누구도 말 한마디 못한 채, 쥐죽은 듯 조용했으며 공포 분위기까지 느껴졌다.
“근디 저 덩치가 조폭은 맞는겨?”
씁새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압도적인 몸집으로 휴게소를 활보하는 녀석 때문에 주위의 사람들도 슬슬 비켜가고 있었다.
“나두 잘 몰러… 알문 데불구 왔겄냐? 건축일 허시는 성님이 부탁허셔서 데불구 오긴 혔는디, 그 성님두 저 작자에 대해서는 일절 말씸을 허덜 안으시니께 뭔가 사연이 있겄지. 증말루 조폭이면 완전 좃됐는디? 요상시런 놈을 맡았구먼, 예미!”
총무놈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저놈 몸집으루는 넘어져도 제 힘이루 일어나덜 못할 것 같은디?”
씩씩거리며 화장실을 다녀오는 덩치를 보며 씁새가 눈을 쨍 빛냈다.
“근디유, 작년에는 지가 유성 뒷골목이서 칼침을 맞았거등유. 그야말루 순식간에 뜨끔 허드만유. 순간 지는 죽었구나 싶었지유. 그려서…”
덩치가 승합차가 출발하자마자 또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잠시만. 그짝 양반 얘기를 들어보니께 유성이서 참이루 유명시런 조직 같은디… 조직
이름이 뭣이여?”
씁새가 덩치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야? 우덜 조직은 말씸 드리기가 조심시럽구먼유. 지가 쫓기는 몸이라서 조직의 이름을
얘기허는 순간, 저 짝 조직이서 지를 찾아올….”
“그라문 자네가 그 짝 조직의 높은 자리에 있는 모냥이구먼, 그라문 자네는 유성 건달들
의 전설로 남은 똥통대첩은 아는가?”
씁새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또… 똥통대첩유?”
“그려! 십 여 년 전에 온몸에 똥을 뒤집어쓰고 적 조직의 본부에 홀홀단신이루 쳐들어간 분이 계셨지. 그 양반의 무시무시헌 모습에 놀란 적 조직이 그야말루 파죽지세루 다 쓰러졌다는 전설을 모른다는겨? 그 조직이 그날루 공중분해됐는디?“
무슨 소린지 모르는 호이장놈과 총무놈, 거시기, 회원놈이 씁새를 쳐다보았다.
“그라문, 8년 전 엄청난 태풍이 부는 날, 단 세 명이서 적 조직으로 쳐들어갔던 수중대첩은 아는가? 천둥 번개가 겁나게 내리치는디, 단 세 명이서 적진을 쑥대밭을 만들고 근 백여 명의 적 조직원들을 씨러트린 사건이었지. 모르는겨?“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모… 모르는… 디유!”
덩치가 놀라 대답했다.
“그려? 그라문 자네 조직이 워딘지 알아봐야 쓰겄는디? 건달덜의 전설을 하나도 모른다는겨? 그라문 마지막이루 겁나 유명시러운 귀곡대첩을 알려 주겄네. 이 전설을 모르문 그건 건달이 아녀! 뒷골목 양아치여! 때는 지금으루부텀 15년 전이여. 적 조직의 어깨덜이 대청댐의 모처에 모여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홀홀단신이루 쳐들어갔었지.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는디, 칠흑 같은 어둠을 케미라이트 불빛에 의지혀서 그놈덜이 모여 있다는 별장을 급습하기 위해 떠났는디, 경비가 철통 같은겨. 그려서 놈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폭우와 밤길을 뚫고 그 대청댐 산길을 타고 긴 시간을 보내며 홀로 넘어간겨! 그 머나먼 길을!”
그제서야 무슨 이야기인지 눈치 챈 호이장놈과 총무놈, 회원놈이 고개를 꺾고 소리 나지 않게 웃어대기 시작했다. 무슨 얘기인지 모르는 덩치와 거시기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씁새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덩치는 한껏 벌렸던 양 다리까지 모으고는 허리를 곧추세우고 경청 중이었다. 녀석의 눈에 흔들리는 공포의 빛이 보였다.
“결국, 놈들의 별장을 뚫고 들어가서는 초토화시켰지. 그 개고생을 하면서까지 적들의 어깨들을 아작 낸 후에 그 조직은 영영 사라졌다네. 고수는 말을 허덜 않는 벱이여. 조용시럽게 말허는디, 다음 휴게소서 내려!”
씁새가 나지막이 말했다. 덩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이 없었다.

 


“근디… 그 똥통대첩… 그거 10년 전에 수로낚시 갔다가 씁새, 네 놈이 똥통에 빠져서 자동차 지붕위에 매달려 오던 그 때 그 사건 얘기여? 적들이 파죽지세로 씨러졌다는 것은 씻으러 목간통에 갔다가 목욕하는 사람덜 기겁을 해서 도망간 그 얘기고?”
덩치가 휴게소에 쓸쓸히 내린 후 다시 달리기 시작한 승합차 안에서 총무놈이 물었다.
“그려!”
씁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라문… 수중대첩은?”
이번에는 호이장놈이 물었다.
“니놈도 인자 나이 처먹으니께 대가리가 안 도는겨? 고삼지에 니놈허고 태풍 부는 날 낚시 갔다가 뒤질 고생을 허든 일이 생각 안 나는가? 붕어 백 여 마리 잡던 그 때 얘기여. 씨알은 개떡 같았는디.”
“그라문 그 거시기… 케미 거시기… 귀곡 거시기는 또 뭔 거시기래유?”
한참을 웃어대던 거시기가 물었다.
“대청댐 아방궁이루 혼자 낚시 갔다가 태풍 불고 배도 안 오구 혀서 밤새 울며불며 산길
타고 도망쳐 나오던 때를 말허는겨!“
씁새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나저나 저 덩치가 지대루 대전이루 돌아갔을까나? 증말루 조폭 놈이면 해꼬지 허는
거 아니여?”
호이장놈이 근심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말허는 짓거리허고 허는 행동을 보니께 조폭은 아니여. 그저 덩치 믿고 까부는 놈이지. 어쩌문… 집구석이서 조폭 영화나 보문서 집 밖이루 한 번도 안 나온다는 은둔형 외톨이 아닌가 모르겄네. 웬지 짠허구먼. 적당허니 혀서 데불구 갈라 혔는디, 허는 짓이 기고만장이여. 괜히 내가 잘못헌것은 아닌가 모르겄구먼….”
씁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좌우간, 씁새. 니놈도 증말루 대단헌 놈이여.”
총무놈이 킬킬거리며 말했다.
“낚시 가서 일으킨 사건이루 어찌 그리 절묘히 써먹는겨? 증말루 대단헌 놈이여.”
호이장놈이 씁새를 흘깃 쳐다보고는 말했다. 하지만 씁새의 마음은 자꾸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 큰 덩치로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한 채 외롭게 살아오다가 즐거운 기회를 만나 한껏 부푼 마음에 거짓말이라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랬다면 힘든 사람을 더욱 힘든 구석으로 몰아넣은 것은 아니었을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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