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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낚시 꽁트 씁새 (208)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낚시 꽁트 씁새

낚시 꽁트 씁새 (208)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박준걸  artella@lycos.co.kr / artella@nate.com

 

 

“어허이! 씁새. 오랜만이여. 우째 작년에는 재미 좀 봤는가?”
낚시점 문을 열고 들어서던 부동산 장 사장이 테이블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씁새를 보고는 흠칫 놀라며 말을 건넸다.
“재미는 마누라허구 노바닥 보지유.”
씁새가 심드렁허니 대답했다.
-개늠의 새키! 저 우라질 놈은 언능 뒤져야 혀!
장 사장이 씁새를 노려보며 화투패거리들이 모여 있는 골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장 사장님은 노바닥 화투패나 쪼이문서 쪼그려 앉아 있으니께 무르팍이 삭아서 밤에는 재미두 못 보실껴. 사모님이 내쫓덜 않는 것이 이상혀.”
씁새가 골방으로 사라진 장 사장의 뒤에 대고 떠들었다.
“저 지대루 뒤지지두 않을 인간!”
장 사장이 골방 화투판 앞에 앉으며 화를 벌컥 냈다.
“냅둬. 워낙이 저 지랄인 놈인디 우쩌겄어? 저눔의 조둥아리는 해가 바뀌어두 시들덜 안 혀.”
건강원 김 사장이 장 사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씁새야. 터진 주둥아리가 네 것이니께 뭐라 하기는 그렇다만, 인자 내년이문 환갑인디, 주둥아리 좀 얌전시러이 놀리문 안 되겄냐?”
낚시점 박 사장이 물건을 정리하며 씁새를 보고 말했다.
“내 주둥아린디유?”
“썩을 종자!”
박 사장이 정리하던 낚시가방을 구석으로 팽개치며 중얼거렸다.
“그란디유, 요즘이는 대형 낚시점이 많이 생기잖여유? 접때두 거제도 가다 보니께 상설할인매장이 두어군데 더 생겼드만유. 그란디는 박 사장님네 보담은 엄칭이 싸겄지유?”
씁새가 해묵은 낚시잡지를 뒤적이며 말했다.
“지랄맞은 놈! 그라문 거제도 가서 사문 되잖여! 우째 아침부텀 나타나서 염장 지르는겨?”
박 사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는 있는 그대루 얘기허는 거지유. 아무캐두 상설 쪽이 더 싸지, 박 사장님네가 더 싸겄어유? 저기 몇 년 전에 암이루 돌아가신 백석이 성님 아시지유? 집이서 생활허시는 시간보담 낚시터서 생활하시는 시간이 많았던 그 성님 말여유. 참이루 붕어 빼먹는디는 귀신 같았었는디.”
“그란디?”
“그 성님이 돌아가시문서 그 형수님헌티 낚시점 물려 주셨잖여유? 톨게이트 앞이다가. 큼지막허니.”
“계속혀봐.”
“거기두 상설매장이대유? 접때 들렀는디 물건이 엄칭이 많구유, 가격두 엄칭이 싸대유? 손님덜두 많구유. 그 형수님이 정신없이 바쁘시더만유.”
“그라문 거기 가서 놀지, 왜 비싸게 파는 구멍가게에 와서 염장질이여?”
“거기는 놀 자리가 마땅찮드라구유.”
씁새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개눔의 시키! 여기가 니놈 놀이터여? 돈 잘 버는 백석이네 가게에서 놀아! 상설매장서 놀문 되잖여!”
박 사장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걸레를 집어 던지며 말했다.
“박 사장님두 돈 솔찮이 버시잖여유?”
자신의 앞에 떨어진 걸레를 천연덕스럽게 집어 들고는 씁새가 대답했다.
“개뿔이나! 하루 죙일 공치구 앉았는디 무신 돈을 번다는겨?”
박 사장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골방에 하우스 차렸잖여유? 거기서 빼내는 꽁짓돈두 무시 못 할 거인디?”
내친김에 씁새가 걸레로 테이블을 닦으며 말했다.
“내가 말이여. 니놈 뒤지는 날, 우덜 가게에 현수막 하나 내걸 것이다. 축! 씁새 사망기념 공짜세일!”
박 사장이 씁새의 손에서 걸레를 빼앗으며 말했다.
“그런 날이 오문 월매나 좋겄슈?”
씁새가 또 다시 낡은 낚시잡지를 뒤적이며 말했다.
“우째 요즘 낚시기자덜은 글을 발로 쓰덜 않고 입이루 쓰내벼. 맨나닥 그 기사가 그 기사여…”

“안녕하… 뜨헉!”
씁새가 중얼거리는 동시에 낚시점 문이 열리며 한 녀석이 들어오려다 말고 씁새를 보더니 주춤 멈춰 섰다.
“얼씨구리? 삼식이 개눔 아니여?”
씁새가 얼어붙은 듯 서 있는 놈을 보며 이를 부드득 갈았다.
“씨불넘이… 괴기가 1초에 한 마리씩 올라오는 장소라구 알려 주드만, 배스 소굴을 갈챠줘? 니놈 주둥아리를 찢어서 미끼루 쓸껴!”
씁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자 상식이놈이 부리나케 사라졌다.
“개눔!”
씁새가 자리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그 꼴을 보고 있는 박 사장은 웃지도 화를 내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오죽했으면 낚시꾼들마다 씁새놈에게 엉터리 장소를 알려주며 약을 올렸으랴 싶었다. 잠시 후, 또 한 놈이 무심코 낚시점 문을 열었다.
“오냐! 이 시궁창에 쥐새끼 같은 종자!”
씁새가 또다시 벌떡 일어섰고 녀석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저 상만이 개눔이 지놈만 아는 최고의 장소라문서 지도까지 주더만, 소류지 덮어서 골프장 만든 곳을 알려줘? 4칸 대루 골프공 때리란겨? 개눔!”
벌떡 일어선 씁새가 부리나케 도망치는 놈을 진열장 너머로 바라보며 말했다.
“참이루 희한스러운 종잘세… 우째 죄다 웬수진 놈덜인겨?”
골방 안에서 바깥의 소리를 들으며 화투패를 돌리던 지물포 조 사장이 말했다.
“말하문 뭐허겄어? 저 씁새놈이 우째서 별명이 씁새간디? 곳곳이 웬수고 곳곳이 기피대상 인물인디….”
장 사장이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박 사장 있는가? 연도루 드갈라는디… 찌를 개비허야 쓰겄… 어헉!”
이번에 낚시점으로 들어선 인물은 박 사장보다 연배였지만, 그 역시도 씁새를 보더니 문을 반쯤 열고는 얼어붙었다.
“요호! 김씨 성님 아니시래유? 용포리 쪽이 성님만 아는 새로 생긴 방파제가 있대매유? 거기서 감생이 30다마가 지천이루 나온대매유? 성님은 산골짜기 인삼밭이서 감생이를 뽑아내나뵈유? 증말루 시상은 살다 볼 일이여.”
씁새가 잡지를 소리 나게 덮으며 이죽거렸다.
“그거이… 참이루… 그거이… 내가 이… 지도를 잘못 그려준… 어허! 박 사장 담에 들리겠네.”
엉거주춤 서 있던 김씨가 그대로 꽁무니를 뺐다.
“저 냥반 돌아가시문 그 무덤이서 내가 낚싯대 한번 던지고야 말껴!”
씁새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에혀. 씁새야… 그러게 맘보를 성실히 써야 혀. 니놈이 죄다 사고만 치고 다니니께 니놈헌티 당헌 사람덜이 우치키든 니놈을 골탕 먹일라고 허는 것이잖여?”
박 사장이 체념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신 사고를 쳐유? 지는 그저 낚시 가니께 따라 간 것이고, 일이 잘못 돌아가는 꼴이 뵈기 싫어서 난리 친 거지유. 반칙이루 낚시허문 되겄슈?”
씁새가 떨떠름한 소리로 말했다.
“무신 소리여?”
박 사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개눔덜이 변칙적이루 낚시를 헌다는겨유. 바늘 6개짜리 멍텅구리를 쓰덜 않나, 안 잽힌다고 넘의 자리까정 마구 치들어와서 난리를 치덜 않나, 지놈덜 원하는 괴기가 안 잽힌다구 선장덜헌티 욕지거리를 허덜 않나, 작은 괴기 잽히문 땅바닥에 패대기를 치덜 않나, 갯바위 구석구석에 쓰레기 쑤셔 박고 다니질 않나… 저 김씨 성님은 내가 낚시가방에 한가득 갯바위 쓰레기 주워 몰래 담아줬대니께유.”

씁새의 너스레를 들으며 박 사장은 뭐라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대체적으로 보면 그들의 낚시 행태가 잘못이었지만, 씁새의 변덕스럽고 고약스러운 성질머리는 당해본 놈만이 아는 일이었다.
“낚시헐라문 지대루 허야지. 개눔덜이 지집 안마당이문 그 짓은 안 할 거여.”
씁새가 다시 잡지를 들추며 말했다.
“월레? 씁새 아녀?”
한참 후에 또다시 낚시점 문이 열리고 들어선 인물이 말했다. 녀석의 얼굴을 본 씁새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일어섰다.
“지대하시고 위대하시고 고명하시며, 게다가 개차반낚시회의 명예호이장이시며 낚시계의 한 획을 그으신다는 씁새님께서 우째 이리도 누추시러운 곳을 방문하셨대?”
녀석이 씁새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그것이… 에또… 신년을 맞이험서… 인자…”
씁새가 횡설수설거리기 시작했고 녀석은 슬금슬금 씁새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신년을 맞이혀서 이번에는 누구를 등칠라고?”
“에… 그게 그러니께… 인자… 사실적이루… 상곤이 자네에게는 참이루 고맙기도 허지만, 그 또한 실질적이루 미안한 그런… 엇! 저놈! 저놈! 저거 저놈을 그냥!”
뒷머리를 긁적이던 씁새가 갑자기 밖을 향해 소리치더니 그대로 뛰쳐나가버렸다.
“월레? 우째 들어오는 사람덜마다 죽일 듯이 지랄허던 씁새가 상곤이 자네에게는 무신 일이여?”
박 사장이 상곤이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 백석이 성님 부인께서 톨게이트 앞이다가 낚시점 열었잖여유? 그려서 지난번에 들렀는디, 저 씁새놈이 있드라구유. 그람서 백석이 성님허구두 잘 아는 처지였고 헌디, 우치키 형수님이 어렵시리 가게 꾸려 나가는디 도와주자 허드만유?”
“그려서?”
“그려서 그러마 했지유. 마침 사야 헐 장비들두 있구유. 근디 저눔이 그 장비하구 물건덜을 죄다 적어달래는겨유. 우덜 집이루 신속배달 해준다나 그라문서유. 잘됐다 싶어서 적어서 줬드만… 저 죽일 눔이 그 담날 택배루 무려 다섯 박스를 보낸 겨유! 필요한 물건들을 죄다 마구잽이루 싸 넣어서는 말여유! 그 중에 압권이 뭔 중 아셔유? 크릴새우가 스무 덩어리나 들었구 바늘하고 찌를 한가득 한 박스에 넣었구유, 압맥두 아예 박스채루 보냈드라구유. 소도구에 소모품에… 구명조끼가 다섯 벌에… 갯바위 신발이 다섯 개… 전화루 지랄허니께 내가 숫자를 안 적어서 적당히 많이 보냈다대유? 일 년치를 몽땅! 지는 집이서 쫓겨나게 생겼어유. 아니면 낚시가게를 차리든가… 예미럴!”
상곤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박 사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뭐… 그럴 만두 허구먼. 상곤이 네놈이 돈 많다고 자랑질을 하고 다니고 장비가 최신형에 최고로 비싼 것이라고 그리 유세를 떨었으니 씁새의 눈에 곱게 보였겠는가. 이거 욕해야 하는 게여, 칭찬해야 하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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