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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낚시 꽁트 씁새 206_개프로
낚시 꽁트 씁새

낚시 꽁트 씁새 206

 

 

개프로

 

 

박준걸  artella@lycos.co.kr / artella@nate.com

 

 

“갯지렁이를 통째루 크게 누벼야 되는겨.”
원주로 이사 간 지 벌써 7년여가 다 되건만 이 썩을 놈은 여전히 충청도 사투리를 쓰고 있다.
“지랄 말어. 3칸 막장대에 농어 새끼들만 처올라오는디 무신 갯지렁이를 한 마리씩 누비라는겨?”
“미끼를 크게 써야 큰 게 물리는겨.”
이 빌어먹을 자식은 여전히 방파제 위에서 입만 나불대는 중이었다. 밤새 퍼먹은 술로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로 승합차에 기대어 퍼질러 앉아 씁새의 낚시질만 구경하는 중이었다.
“개눔아! 그라문 니가 혀봐. 낚시질 와서는 낚싯대두 안 담그는 놈이 뭔 훈수를 둔다는겨?”
씁새가 잡아 올린 농어 새끼를 녀석에게 집어 던지며 말했다.
“씁새야. 내가 원제적버텀 낚시를 댕긴 중 알어? 바다낚시만 20년이여. 농어 새끼들만 줄창 올라올 때는 4호 바늘에 통째루 누벼서 멀리 던져야 허는겨. 큰 놈은 멀리 있는거덩.”
녀석이 지지 않고 떠들었다.
“개눔! 니놈은 어여 바닷가 과수댁이나 찾으러 쏘다녀. 낚시질두 안 헐 놈이 훈수질이나 허덜 말고.”
씁새가 또다시 물려 올라온 농어 새끼를 녀석에게 던지며 말했다.
이놈이 속칭 뺀질이라고 불리는 서인환이라는 인물이다. 늘 씁새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으면서도 할 말은 다하는 놈이었다. 개차반낚시회가 만들어지기 전, 창수 형님과 씁새, 그리고 이 녀석, 이렇게 세 명이 단짝처럼 전국의 낚시터를 누비고 다녔었다.
IMF로 건설경기가 죽어가자 대전에서 자리 잡았던 설비회사도 기울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대전의 터전을 버리고 자신의 고향인 원주로 이사를 가버린 것이 7년여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창수 형님의 초대로 녀석이 내려와 녹동으로 낚시를 온 상황이었다. 예전처럼 녀석은 씁새에게 좋은 소리 못 들을 것을 알면서도 씁새의 등 뒤에서 구시렁대는 중이었다.

“창수 성님! 저 쓰부랄 놈이 예전에 뭔 짓거리를 했는 중 알어유?”
씁새가 방파제 맨 끝에서 릴을 던지고 있는 창수씨를 보고 말했다.
“왜? 뺀질이가 뭔 짓을 한겨?”
막장대를 던지는 씁새와 달리 창수씨는 릴을 던지고는 있었지만, 창수씨의 낚싯대에도 15센티 이하의 농어 새끼만 무던히 올라오는 중이었다.
“쟤가유, 우덜 몰래 바다낚시 여러 번 갔었드랬잖여유? 그게 왜 그런 중 아셔유?“
“씁새야! 그런 소리는 뭣 헐라고 허는겨? 나는 그냥 홀로 외로이 고독시럽게 허는 외톨이 낚시를 즐기는 것뿐이여.”
인환이놈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니놈이 내헌티 그랬잖여. 과수댁 낚시 허러 가는 것이라고. 저놈이 말여유. 혼자 낚시를 오잖여유? 그라문 낚시는 안 허고 실실 저녁 늦게까정 이리저리 돌아다닌대는겨. 그러다가 매운탕이나 횟거리 파는 음식점을 둘러본대유. 그라다가 아줌씨 혼자 장사허는 집을 봐뒀다가 문 닫을 즈음이 거길 드간대는겨유.”
씁새가 인환이놈을 노려보며 말했다.
“에헤이! 그건 그런 게 아니여! 그건 그냥 허는 말이지.”
“지랄 말어! 내가 원젠가는 원주로 올라가서 니놈 마누라헌티 죄다 꼰질를겨! 좌우간 저놈이 드가서는 매운탕이나 회 한 접시 시켜놓고 온갖 고독시런 인상을 쓰문서 술을 홀짝인대는겨유.”
“시끄러워! 내가 운제 그랬다는겨?”
인환이놈이 발끈해서 일어서며 말했다.
“이눔아! 내가 네놈의 죄상을 낱낱이 알구 있어.”
씁새가 또 올라온 농어 새끼를 녀석에게 집어 던지며 말했다.
“그라무는 그 집 주인 아줌씨가 ‘뭔 일이라도 있는감유?’ 이람서 합석을 허게 된다네유? 그라문 인자 자연적이루 술잔이 오고가고… 뭐 그리 혀서 역사를 만든대는겨유.”
“씨불넘이…”
인환이놈이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올 봄에 성님허구 저놈허구 거문도서 미역 한 아름 따오셨잖여유?”
씁새가 창수씨에게 물었다.
“그려. 그러구서는 씁새, 너헌티두 나눠주고 인환이두 한 망태기 가지고 갔는디?”
“그 미역이 언놈 주둥이루 드간 중 아셔유?”
씁새가 키득거리며 물었다.
“그 미역이 워디루 갔간디?”
“저눔이 원주 집이루 안 가구 중간서 샜대유. 원주 쪽이루 아줌씨 하나 맹긴 거 같어유. 지는 낚시 가문 사고나 쳤지, 여자낚시는 하덜 않는디.”
씁새가 속사포처럼 쏘아대고는 후련한 듯 바늘의 미끼를 갈아 끼웠다.
“그려두 낚시는 잘 허니께.”
인환이 놈이 숙였던 얼굴을 들며 말했다.
“지랄. 그라문 어여 낚싯대 들구 괴기 잡어봐. 놀래미 새끼 한 마리 못 잡은 놈이 말이 많어. 니놈이 어제부텀 낚싯대 한 번이라두 물에 담가봤는가? 목구녕이루 술이나 들이부었지. 니놈이 온전히 낚시허는 꼴을 못 봤어.”
씁새가 발끈해서 소리쳤다.
“그라문 씁새, 니놈은 내가 예전에 감생이 큼직헌 놈이루 대여섯 마리 잡아 올리는 거 못 봤대는겨? 솔직허니 말혀서 바다낚시두 창수 성님헌티 전수헌 게 나여.”
“지랄을 바가지루 혀. 내는 여적지 니놈이 괴기 잡는 꼴을 못 봤대니께. 감생이? 지랄. 그리 잘허문 여어 낚싯대를 들어.”
씁새가 비실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녀석의 입에서 나온 말이 걸작이었다.
“프로는 함부루 낚싯대를 잡는 게 아니여.”
순간, 씁새와 창수씨의 얼굴이 굳어졌고, 잠시 후 둘의 입에서 박장대소가 터졌다.
“월레? 지랄두 유분수여? 그라문 인환이 자네가 프로란겨?”
창수씨가 배를 잡으며 물었다.
“지가 프로는 아니지유. 그저 지는 내는 프로다 허는 맘이루….”
“그게 그거 아녀? 니놈이 프로라매?”
씁새가 깔깔거리며 말했다.

 

“그게 아니고… 이 나는 프로는 아닌디… 그냥 남들이 프로라는 말을 허드라고… 원주서는 그려두 프로낚시꾼으루 생각하는 모냥이여.”
인환이놈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원주 낚시꾼덜이 다 죽었는 개비네? 그라문 자네의 프로 실력을 뵈줘봐.”
씁새가 아예 허리를 꺾으며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프로는 이리 북적이는 방파제서 허덜 않어. 물때와 날씨두 봐야 허구….”
인환이놈이 또다시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저눔이 밤새 마신 술이 안적 소화가 안 되는 개벼. 어이 서 프로! 그라덜 말고 잠깐 프로의 솜씨를 뵈주지?”

씁새는 거의 갯바위에 쓰러져 죽을 지경으로 웃어대고 있었다.
“내는 프로가 아니라니께. 그냥 프로 같은 맘이루. 내가 프로라고 생각하문 프로인 거여.”
인환이놈이 슬며시 일어서며 말했다.
“이건 무신 개 풀 뜯는 소리여? 프로가 아니랬다가 프로랬다가. 남덜이 프로라고 인정헌대미.”
“남덜이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고, 내는 프로는 아닌디. 그냥 맘이루 프로여.”
“개눔시끼! 어이, 서 프로. 인자부텀 내가 자네를 프로루다가 인정을 해줄라네. 개프로라고.”
씁새가 승합차 뒤로 사라지는 인환이놈을 보며 말했다.
“개프로는 뭐여?”
창수씨가 물었다.
“뭣은 뭣이겄슈? 낚시는 뒷전이구 입이루만 떠드는 프로가 개프로지유.”
씁새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씁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방파제 가득 낚시꾼들의 웃음소리가 낭자하게 퍼졌다. 씁새와 인환이놈의 입싸움이 일방적으로 씁새의 승리로 끝난 것이었다.
“저 개프로두 우덜 개차반낚시회의 멤버루 영입혀야 쓰겄어유.”
씁새가 창수씨를 보며 말했다.
“오죽허겄냐? 명물덜만 모아놓은 곳이 개차반낚시횐디 저눔도 한 몫 허겄다.”
“아주 우덜 낚시회에는 딱이라니께유. 그래야 저놈두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얼굴을 보지유. 원주로 이사 가고는 발써 7년이나 흘렀네유.”
“그러게 말여. 이렇게 셋이서 낚시 오니께 옛 생각도 나고 기분이 좋구먼.”
그때, 창수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승합차 뒤에서 인환이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씁새야! 이것 좀 해결혀라.”
놀란 씁새와 창수씨가 낚싯대를 던지고는 승합차 뒤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인환이놈과 옆 낚시꾼 대여섯 명이 엉킨 낚싯줄과 씨름 중이었다.
“이것이… 조류가 이리 흐르는 중 몰랐는디?”
인환이놈이 또다시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씁새가 개프로라고 하자 배알이 상한 녀석이 뭔가 한 마리 잡아서 면이라도 살려보자고 승합차의 뒤쪽으로 돌아가서 낚싯대를 던진 것이었다. 하지만 녀석의 미천한 실력이었건, 밤새 마신 술이 아직도 덜 깨서 실수를 했건, 그곳에서 낚시를 드리운 대여섯 명의 낚시꾼들에게 폐만 끼친 꼴이었다.
“방파제두 협소시러운디… 낚시꾼들두 많으니께.”
창수씨와 씁새가 엉킨 줄을 푸느라 끙끙거리는 모습을 보며 인환이놈이 쑥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성님.”
씁새가 창수씨를 보며 말했다.
“뭐여?”
“맞지유?”
“뭣이가?”
“개프로!”
“맞어!”
그렇게 그들의 7년여만의 낚시는 개프로 한 명을 탄생시키고 있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원주의 낚시꾼들께서는 서인환이라는 물건을 만나시게 되거들랑, 녀석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의미에서 한마디씩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개프로! 라고.(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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