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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씁 새 (202)_그놈이 온다(하)
낚시 꽁트 씁새

씁 새 (202)

 

 

그놈이 온다(하)

 

 

“딸딸이 복수는 조진 거 같은디….”
호이장놈이 뒷좌석을 백미러로 쳐다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개놈의 자식!”
씁새가 이죽거렸다.
당초에 딸딸이 녀석을 골탕 먹였다는 문제의 녀석을 개차반낚시회에 합류시켜 씁새의 지독한 악명을 보여주리라는 계획이었지만, 순탄하게 풀려나가지 않고 있었다. 녀석이 낚시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지독한 산사나이에 약초 캐러 다니는 얼치기 심마니라는 것이 개차반낚시회의 인간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개차반낚시회가 거금도로 낚시를 간다는 얘기를 듣고, 딸딸이가 저 심마니 녀석을 끌고 가 끔찍한 경험을 체험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였건만, 이미 대세는 얼치기 심마니 녀석에게로 기울고 있는 중이었다.
“이것이 지가 3년 전에 캔 하수오루다 담근 하수오 술이구먼유. 이것이 흰 머리를 까맣게 맹길구유, 피를 말끔허니 맹길어 준다는겨유. 창수 성님 한 잔 드셔보셔유.”
이미 뒷좌석은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딸딸이에게 치욕을 안겨주었다는 문제의 녀석은 이미 하수오라는 별명을 얻었고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며 자신이 캐서 담근 술이라며 도라지술에 더덕술, 산양삼주까지 꺼내 놓으며 좌중을 휘몰아가는 중이었다.
“씁새 성님두 한 잔 하셔유. 호이장 성님은 운전 허시니께 못 드시니라 섭섭시럽구먼유.”
하수오 녀석이 앞자리로 술잔을 건네며 말했다.
“그려. 씁새두 한 잔 혀라. 이 더덕주가 상당시럽게 잘 익었다.”
창수씨는 이미 혀가 감기는 중이었다.
“이 도라지술두 엄칭시럽게 맛나네? 하수오가 술두 잘 담내벼?”
총무놈이 잔을 비우며 다시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만들 처먹어! 시방버텀 술에 쩌들문 우찌 낚시를 헐라는겨?”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씁새, 이눔아! 거금도 도착혀서두 갯바위루 드갈라문 안적두 서너 시간 더 가야 혀. 그때쯤이문 술두 다 깰껴. 안 그러냐, 우리 하수오?”
창수씨는 이미 하수오 녀석을 우리 하수오라 부르며 강한 친분감과 동시에 막역한 사이로 둔갑시키고 있었다.
“우리 하수오란다… 니미… 만난 지 월매나 됐다고….”
배알이 뒤틀린 호이장놈이 이죽거렸다.

하수오라는 별명을 얻어가진 녀석, 이규열을 만난 것이 채 한 시간도 안 된 상황이었다. 집합장소에서 만나 씁새가 녀석을 딸딸이에게 소개 받았다며 인사시키고 서둘러 차를 달려가는 중이었다.
“그려서 우리 하수오 동생은 산에는 월매나 다닌겨? 얘기 들어보니께 웬만시런 심마니덜은 뺨치는 모냥이여?”
이번엔 회원놈까지 우리 하수오라며 녀석의 칭찬을 하고 나섰다.
“지랄들 혀… 예미, 구르는 돌이 박힌 돌 빼는 격인디?”
씁새가 뒷좌석을 흘깃 쳐다보고 말했다.
“그라문, 인자 우리 하수오두 개차반이루 들어오는 것이 어뗘?"
난데없이 창수씨가 제안을 했다.
“그려, 그것두 좋은디?”
총무놈이 찬성을 했다.
“내두 괜찮은디?”
회원놈까지 들고 나섰다.
“에헤헤… 지가 우치키 유명시런 개차반낚시회에 드간대유?”
하수오 녀석이 이미 회원이라도 된 듯 머리를 벅벅 긁으며 웃었다.
“그건 또 뭔 자빠져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래유? 하수오는 산 타는 놈인디, 우치키 우덜 낚시회에 들어온대유? 우덜은 낚시꾼덜인디?”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우치키 안된다는겨? 같이 낚시 가서 우덜은 낚시허고 하수오 동생은 산이루 올라가서 약초캐문 되는 거 아니여? 낚시 갈 때마다 이렇게 좋은 술 가져오문 금상첨화지. 암만.”
창수씨가 같이 소리 지르며 말했다.
“지가 그것은 확실허니 할 수 있구먼유. 낚시 가실 적마다 담근 약초술 공급해 드리지유. 그라구 웬만시런 음식이나 매운탕은 잘 끓이니께 성님덜하고 같이 댕기문 이리저리 쓰실 만 하실껴유.”
하수오 녀석이 연신 창수씨와 회원놈, 총무놈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그라문 우덜 개차반낚시회가 온갖 잡시런 모임이 되잖여?”
호이장놈이 씁새를 거들고 나섰다.
“우덜 낚시회 이름버텀 개차반인디 뭣이가 걱정이여? 낚시꾼, 심마니 죄다 들어와두 되는겨. 어차피 개차반낚시회니께. 안 그려유, 창수 성님?”
총무놈이 창수씨를 거들기 시작했다.
“그려. 어차피 우덜 낚시회에 모인 인간덜이 개차반인디, 뭣이가 우찌 됐다는겨? 조지에 거시기에 문제아덜 투성인디 안될 것이 뭐여?”
회원놈이 총무놈의 말을 거들었다.
“예? 지가 무신 거시기 했남유? 조지는 담달부텀 거시기 헌다든디….”
맨 뒷좌석에서 차에 타자마자 잠들어 있던 거시기가 부스스 일어나며 말했다.
“너는 자빠져 자.”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좃됐다….”
호이장놈이 씁새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라문 오늘 낚시 보구서 하수오가 결정혀. 우덜허구 계속 같이 다니문서 약초를 캘 것인지, 말 것인지.”
창수씨가 불콰해진 얼굴로 말했다.
“그려유. 어차피 바닷가 갯바위에 무신 약초가 있겄어유? 다니다 보문 지두 싫증이 나겄지유.”
씁새가 하수오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 하수오 녀석은 무슨 생각인지 빙그레 미소만 짓고 있었다.
거금도에 새벽녘에 도착하여 잠시 숨을 돌린 후 날이 밝아오자 미역 작업선을 타고 거금도 중간의 갯바위로 이동했다. 여전히 하수오 녀석은 창수씨와 회원놈, 총무놈에게 갖은 친절을 보이고 있었다. 제놈의 등산 장비도 버거우련만 그들의 낚시 장비까지 이고 지며 괴력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호이장놈과 씁새는 그들을 쳐다보며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고 영문을 모르는 거시기만 어찌해야 하는지 몰라 허둥거렸다.

갯바위에 도착하자 하수오 녀석은 산으로 올라갔고 들물에 맞춰 일행들의 낚시가 시작됐다. 드물게 올라오는 쏨뱅이와 손바닥만 한 노래미들로 조황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그리고 그마저도 들물이 끝나자 소식이 없고 대신 감잎 크기의 전갱이들 성화에 시달려야만 했다.
“많이 잡으셨어유?”
산으로 올라갔던 하수오 녀석이 다가오며 물었다.
“가을에 젓갈 담글 예정이다.”
씁새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하수오 동생. 많이 캤는가? 산삼이라두 캔 거 아녀?”
창수씨가 돌아보며 물었다.
“없어유. 땅이 척박시러우니께 약초가 없구먼유. 그려서 야생 달래허고 취나물이 있길래 따왔어유. 무지 많으니께 나눠들 가지셔유. 인자 점심 준비혀야지유? 지는 잡은 괴기루 매운탕 끓일께유.”
하수오 녀석이 큼직한 비닐봉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역시 심마니인개벼! 뭐든지 캐오누먼?”
총무놈과 회원놈까지 봉지를 들추며 떠들었다. 하수오 녀석은 실실 웃으며 창수씨의 아이스박스에서 고기를 꺼내 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하수오 동생은 쓸모가 많어. 워떤 잡놈은 괴기 안 잡히문 돌멩이나 던지구 지랄인디. 점심 먹고 내가 하수오 동생에게 민장대 하나 줄라니께 낚시두 배워봐.”
창수씨가 씁새를 쳐다보며 말했다.
“니미… 잘허문 의형제 맺겄다.”
씁새가 찌낚싯대를 거두고는 원투대로 바꾸며 욕을 뱉어냈다.
“우째… 저 하수오놈이 창수 성님의 총애를 받는 것 같은디… 이대루 복수고 뭣이고 끝난 것 같어.”
호이장놈이 씁새에게 속삭였다.
“지랄맞은 놈!”

씁새가 원투채비를 던지고는 뒤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일행들은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고, 하수오 녀석은 창수씨 옆에 붙어 매운탕을 끓이는 중이었다. 씁새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배알이 뒤틀리는 장면이었다. 갑자기 자신에게 몰리던 관심이 사라지고 외톨이가 된 느낌이 몰려왔다.
암울한 심정에 주머니를 뒤적여 담배를 꺼내던 씁새가 문득 땅을 쳐다보았다. 갯바위의 작은 구멍에서 무엇인가 꼬물거리고 있었다. 바로 창수씨와 하수오 녀석의 뒤 쪽이었다. 호기심과 심심함이 겹친 씁새가 돌을 들어 무엇인가 꼬물거리는 구멍을 향해 던졌다. 무엇인가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 또다시 돌을 던졌다. 구멍을 기어 나오던 어떤 놈인가가 돌에 정확히 맞으며 쓰러졌다. 벌이었다! 놀란 씁새가 돌 던지기를 멈추려 했지만, 이미 세 번째 돌이 날아가고 있었다.
“우! 우… 우어!”
새까만 몸체에 선명한 노란색 줄무늬를 두른 놈! 땅벌이었다. 이미 무수히 많은 놈들이 기어 나오는 중이었다. 씁새가 놀라 소리쳤지만, 그것은 비명소리일 뿐이었다. 갑자기 갯바위가 소란스러운 땅벌들의 날갯짓으로 뒤덮였다.
“뭐여! 뭐여! 벌이여?”
“튀어! 옷이라도 뒤집어써!”
“뿌리는 모기약 어디 있는겨?”
순식간에 낚시터가 초토화되고 있었다. 허둥대는 일행들에게 성난 땅벌들은 무차별로 고공폭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난무했다.
“우억! 씨벌. 니놈이 딸딸이놈 대신에 하수오놈에게 복수해 주겄다는 것이 결국 이거여? 예미, 우덜 다 뒤지게 생겼잖여?”
잽싸게 텐트 그늘막을 뒤집어쓰고 바위틈으로 피신한 씁새에게 달려와 파고든 호이장놈이 씁새에게 소리쳤다. 녀석의 얼굴에 두 개의 시뻘건 혹이 올라오는 중이었다.
“그… 그게 아니여! 그게 아니라구. 예미!”
씁새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씁새의 눈에는 갯바위의 처참한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하늘에는 일행들이 뿌린 모기약이 난무하고 여기저기 옷을 뒤집어 쓴 패거리들이 시체처럼 뻗어있었다. 그들이 지르는 비명소리만 아직 그들이 살아있음을 알려줄 뿐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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