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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씁 새 (201)_그놈이 온다(상)
낚시 꽁트 씁새

그놈이 온다(상)

 

 

“우치키 허겄슈. 그냥 바닷바람이나 쐬겄다구 허니께 데불구 간 것인디… 그란디 그눔이 우덜이 놀래미 댓 마리 잡아 놓으니께 지두 허구 싶었던 개벼유. 이리 기웃 저리 기웃허문서 급격시럽게 지대헌 관심을 보이드라니께유… 아니지유! 그눔은 산이루 돌아댕기문서 풀뿌리 캐구 나뭇잎 뜯던 놈여유. 물이라고는 지 에미 뱃속에서 양수에 온 몸 적실 때 외에는 담을 쌓고 지내는 놈이여유. 그니께 낚시라고는 평생 해보덜 않은 놈이라니께유. 그려유! 산이루 약초인지 뭣인지… 그… 하수온지 상수온지 허는 약초뿌리허구 취나물인지 그딴 거 뜯으러 댕기던 산 타는 놈여유.”
딸딸이(가끔 씁새 코너에 이름을 올리는 하태성이란 작자. 스쿠터를 끌고 다녀서 스쿠타라는 별명을 만들어 주었다가 딸딸이로 개명해줬음)가 소주잔을 기울여 단숨에 털어놓고는 한숨을 폭 쉬었다.
“그란디 그 딸딸이라는 별명은… 심히 거북시럽네유? 스쿠타라고 부르시드만… 딸딸이라니께 워디 뒷골목에서 바지춤 내리고 용두질허는 느낌이잖여유? 알것슈… 성님이 그리 부르시겄다면야… 부탁하러 온 지가 싫다 좋다 헐 처지는 아니지유. 좌우간 그놈이 녹동 쪽이루 낚시를 간다니께 그짝 방면이루 있는 산을 타보겄다구 호미 들구 따라온 거여유. 그짝 산이루 하수오허고 취나물이 좀 있을 것 같다면서유. 하수도? 문 하수도래유? 하수오라니께유. 씁새 성두 인자 나이가 드시니께 가는귀가 잘 안 들리는개벼유? 아… 죄송시럽구먼유. 안적두 새벽이문 아랫도리가 뻐근허신 청춘이신디… 으흐흐. 좌우간, 그눔이 하수도… 거봐유! 성님 때미 지두 하수도라잖여유! 좌우간 그눔이 녹동 방파제에 도착허니께… 그려유. 그 부면장 동네 앞이 방파제. 우덜이 낚시 준비허니께 그눔두 연장 챙겨서 산이루 올리가드먼유.”
딸딸이가 다시 소주잔을 기울였다. 녀석의 얼굴은 엄청난 소나기가 내리기 직전의 하늘처럼 우울하고 어두웠다.
“그 방파제가 오월 초순이문 학공치가 알을 낳으러 들어오잖여유? 씁새 성님두 창수 성님이랑 출조혀서 아이스박스 채웠다구 대전권 낚시꾼덜 소문이 자자허드만유. 그려서 우덜두 간 것인디… 개뿔이나 학공치덜이 알 다 낳고 죄다 빠져나갔는개비드라구유. 지우 손바닥만 한 놀래미만 따문따문 걸려나오는디, 회루 썰어먹기두 죄시러운 크기드라구유. 예미럴 그따우 놀래미는 올해 갓 태어난 놈덜이 틀림없시유. 우치키 부면장 집 방파제는 꽝이 없다는 명당인디 그 지랄 같은 경우는 뭐래유? 아… 지가 너무 흥분혀서 죄시럽구먼유. 좌우간 그눔이 두어 시간 지나서 산에서 내려왔구먼유.”

딸딸이가 게거품을 물고 떠들다가 머리를 조아리며 씁새의 소주잔에 술을 따랐다. 녀석이 분명 부탁을 할 일이 있어 보자고 한 것은 맞는데, 이렇게 장황스럽게 어느 녀석에 대한 사연을 늘어놓는 것에는 분명 그 부탁이란 것이 쉽고 녹록한 부탁이 아니라는 것에는 틀림없었다.
딸딸이 녀석이 개차반낚시회에 빚진 것이 많은 놈인지라 감히 부탁을 할 처지는 아니었다. 대청댐 후미진 곳에 엄청난 명당이 있다며 끌고 가서는 첩첩산중에 데려다 놓고 자리를 잊어버렸다며 도망치고, 탑정지 좌대낚시에 웬 낮도깨비 화장을 한 여자들을 데리고 와서 밤새 풍악을 울려대다가 쫓겨나기도 한, 씁새에 버금가는 골칫덩이였던 것이다. 잊을 만하면 가끔 나타나서 개차반낚시회 사람들에게 욕을 실컷 먹고는 사라지는 인물인 것이다. 바다낚시보다는 민물낚시를 더 좋아하는 놈이었고, 민물낚시보다는 실내낚시터를 선호하는 우스운 녀석이었다.
녀석이 바다낚시를 갔다는 것도 희한한 일이지만, 누군가를 데리고 갔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녀석의 낚시 실력은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돼먹은 낚시였던 것이다.
“월래? 씁새 성님두 지 실력을 하등허니 보시는겨유? 지가 월매나 갈고 닦았는디유? 지두 인자 고수 반열에 들 지경이라니께유. 알겄슈. 얘기나 마저 허지유. 결국 그눔이 두어 시간 후에 산이서 내려 왔는디, 한 손에 달래를 한 웅큼 쥐고 왔드라구유. 하수오가 없대는겨유. 취나물이나 다른 나물도 없구유. 달래만 지천이라대유. 그라구서니 지들 등 뒤에 앉아서 씁새 성님이 잘 허시는 짓거리 있잖여유? 아… 죄송시럽구먼유. 짓거리라니… 좌우간 그눔이 우덜 등 뒤에 앉아서니 돼지 멱따는 소리루 노래를 부르구 돌멩이를 주워서니 바다에 집어 던지문서 괴기 이마빡에 꽂혀라 이라구… 지랄 옘병을 허드만 급격한 호기심이루 우덜 낚시허는 것을 보는겨유. 그라다가 그 호기심이 폭발헌 거지유. 지두 낚시를 해 보겄다는겨유. 우쩌겄어유? 낚시 안 시켜주문 그눔 돼지 멱따는 소리를 들어야 헐 판인디. 그려서 대충 써금써금헌 릴대에 릴을 달아서 원투낚시나 허라구 줬지유. 허는 요령을 시범 뵈주구유. 녀석이 에헤헤거리문서 저짝이루 가대유? 그러고서 던지는 모습을 보니께 곧잘 던지드먼유. 그려서 거기서 바닥괴기나 잡으렴, 이라고 우덜은 낚시를 계속 했구먼유. 근디 조금 있다가 녀석이 다시 온겨유. 그라더니 날라갔대유. 그려유, 날라갔대유.”

딸딸이가 주먹을 쥐더니 술상을 내리쳤다. 녀석이 격해지고 있었다. 무엇인가 심각해지고 있었다.
“뭐긴 뭐겄슈. 식전 댓바람부텀 짝짓기허든 갈매기가 날라갔겄슈? 그 옘병헐 눔이 릴대를 날려 버린 거지유. 이 씨불눔이 스풀을 안 제끼구 잡아 던져서니 그대루 바다루 날려 보낸겨유. 참이루 산이루 나댕기던 놈이라서 그란지 힘이 대단히 쎄드먼유. 그눔의 릴대가 근 사오십 미터는 날라간 거 같어유. 까마득허니 파도에 꼴깍거리는 릴대를 보니께 억장이 무너지구… 씨부럴 눈물이 앞을 가리드만유. 써금써금헌 릴대 하나 가지구 뭐 그라냐구유? 성님! 씁새 성님! 그 릴대는 써금시런 릴대지만, 그 릴대에 달려있는 릴은 사십만원짜리 최고급품 신형이었다구유!”
딸딸이 녀석의 눈에 반짝 눈물이 스쳤다. 같이 듣고 있던 호이장놈이 문득 씁새를 쳐다보았다. 씁새, 네 놈도 낚시 초보 시절에 그런 짓거리를 하지 않았더냐는 물음이었다. 씁새가 눈을 부라리며 그때는 고기 손질하던 손으로 릴을 던져서 미끄러워서 그랬다며 호이장놈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호이장놈이 자그마한 소리로 씨불넘이라며 이죽거리고는 딸딸이 녀석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씁새놈두 그 지랄을 몇 번 했다며, 그 중 몇 번은 고의로 날려 보낸 잡스러운 놈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씁새는 다음번에는 기필코 저 호이장놈을 날려버리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딸딸이놈이 씁새를 의미심장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씁새가 나를 그따위 허접스러운 놈으로 보느냐고 협박하자 딸딸이가 고개를 숙이고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속은 터지고 미치겄는디… 그때따라 고깃배가 하나두 안 보이는겨유. 수시루 들락거리문서 파도를 일으키던 든적시런 고깃배덜이 왜 안 보이냐구유. 결국 있는 릴대 다 동원혀서 그 릴대를 끄잡아 낼라구 생지랄을 했는디… 조류를 따라 멀리 사라졌지유.”
딸딸이가 참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줘 팰까도 생각혔지만… 산이루 나돌던 놈이 뭘 알겄슈. 그놈 생각에는 릴대하고 릴이 지놈이 하수오 캐는데 완빵이라며 애지중지허는 호미자루나 마찬가지라구 생각혔겄지유. 호미자루 돈이루 월매나 되겄슈? 또 그놈이 등 뒤에 앉더니 잡아놓은 놀래미 새끼를 희롱허는디… 이눔의 새끼를 우찌 처리해야 허겄드만유. 같이 간 낚시꾼덜이 초보자에다 낚시꾼두 아닌디 우쩌겄냐구 말리구 다독거려 주는디… 참이루 고단시럽드라구유. 뭐, 그라구 대충 낚시질을 다시 시작혔는디, 오줌이 매렵구 날씨가 뜨거우니께 세수 생각이 절루 나드만유. 그려서 부면장 집이루(진짜 부면장이 아님. 녹동의 작은 면에서 근무하는 창수씨의 후배 아내가 면사무소에서 근 30여년을 근무하다보니 면장은 바뀌어도 그녀는 안 바뀐다는 의미에서 붙여준 별명이 부면장임.) 얼굴이나 닦고 볼일이나 보자구 일어섰지유. 그눔이 내가 일어서니께 놀래미 희롱하다가 빤히 쳐다보드라구유. 그때! 알아챘어야 했시유. 그때! 낯짝이나 씻겄다구 일어서덜 말았어야 했구먼유. 그때! 오줌은 바로 그 근처서 눴어야 했어유.”

딸딸이 녀석이 참으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술집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끓어오르는 분노와 흐르는 회한의 눈물을 감추려 함이리라.
“낯짝 씻고 오줌 누고 터덜거리문서 방파제루 돌아오는디… 참이루 고난의 행군이드만유. 허지만, 사태가 거기서 끝나문 월매나 좋겄어유. 돌아와서 낚시를 헐라구 자리에 앉는디 동료덜 얼굴이 심상치 않드라구유. 그눔은 워디룬가 사라졌구유. 낚싯대가… 낚싯대가… 초릿대부텀 가이드가 너덜거리구 있는겨유. 아예 아작이 났드라구유. 그 씨부럴 눔이 어깨 너머루 사람덜이 릴 던지는 모습을 보구서니 지가 자리를 비운 틈에 낼름 그 릴대를… 지눔두 해 보겄다구 잡아 던진 거지유. 그눔의 릴대가 아까의 원투 릴대와 똑같어유? 순식간에 아작이 난 거지유. 살인이 왜 일어나는지 이해가 가드만유. 결국 그눔은 지가 분이 다 풀릴 때쯤 저녁 늦게야 산이서 내려오드만유. 하수오가 없네… 이 지랄허문서유.”
딸딸이가 씁새의 손을 느닷없이 꼭 잡았다.
“그눔이 또 낚시를 가구 싶대유. 그것두 지대루 된 양반덜허구… 그려서 지가 그날 밤 속이 터지는 바람에 술이 떡이 되어서니… 개차반낚시회 얘기를 했지유. 그 낚시회가 다음 주에 다시 거금도루다 쏨뱅이 잡으러 간대드라… 그랬드니 지를 꼭 데불구 가게 해 달라드먼유. 아! 낚시를 허겄다는 것은 아니구유. 그짝이루 산을 들어가 보겄다구… 근디… 꼭 그눔이 산을 탈런지는 모르지유. 그냥… 그… 씁새 성님이 그눔헌티 씁새 성님의 진상을… 죄송허구먼유. 씁새 성님의 매서운 맛을 봐야 지에 대한 복수를 해 주시는… 뭐… 그런 거지유.”
그러면 결국 부탁이라는 것이 그 이상스러운 놈을 거금도 낚시에 데려다 달라는 얘기냐고 씁새가 물었다.
“그렇지유. 워낙이 씁새 성님이 요상시런 사람덜을 많이 아시구, 솔직허니 말씀드려서 씁새 성님의 진상 짓이야 시상 사람덜이 다 아는 거 아녀유? 그눔을 대불구 가서니 제대루 혼쭐을 내주십사 그런 거지유.”
씁새가 그 ‘든적시러운 죽일 놈’이 과연 누구냐고 물었다. 순식간에 변하는 씁새의 얄팍한 마음은 어느새 공명심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감히 나의 딸딸이를 곤경에 빠뜨리다니. 제대로 바다 싸나이들의 두려움을 네놈, 산 싸나이에게 가르쳐주마, 따위의 허접스러운 자만심이었다.
“그눔이 누구냐 하면유… 그 씁새 성님두 아실껴유. 이규열이라구… 돼지네식당에 자주 출몰허는… 그렇지유! 그 식당서 술 처먹음서 지가 따온 취나물이라고 삼겹살에 싸먹던… 그렇지유. 그 얄팍시런 종자 말여유.”
호이장놈이 안 그래도 우리 개차반낚시회에 감당하기 힘든 놈덜이 부산 기장항의 멸치 떼처럼 누워있는데 또 무슨 짓이냐고 말렸다. 씁새가 지금 이놈은 내가 사랑하는 동생에게 슬픔을 선사한 놈이라서 응징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결코 개차반낚시회에 들어오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호이장놈이 언제부터 딸딸이가 너의 사랑하는 동생이었냐고 물었다. 허구한 날 때려죽일 딸딸이놈이라며 분기탱천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씁새가 말했다.
“무릇, 낚시란 도가 있어야 하며 그 도가 바로 서지 아니하면 낚시란 한낱 쓸모없는 인간들의 치졸한 취미로 전락하는 법이다. 그 도를 바로 행하지 아니하고, 그 도를 지키지 아니하는 인간을 외면한다면 우리의 스승이신 강태공님의 얼굴에 먹칠하는 법이며 스승을 욕되게 하는 법이다.”
딸딸이가 진정 흠모하는 표정으로 씁새를 우러러보았다. 호이장놈은 개눔의 새끼, 그 도를 죄다 깨트리는 인간이 네놈이다, 라며 씁새를 노려보았다.
“데려오라. 씁새가 왜 씁새인지 제대로 보여주마.”
씁새가 술잔을 크게 들어 단숨에 빈 잔을 만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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