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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씁 새(197)_개차반낚시회 신년모임
낚시 꽁트 씁새
개차반낚시회 신년모임

 

 

 

“뭐여? 이 조잡시러운 구성은 또 뭐여?”
재춘이놈이 방 한구석 벽을 기대고 앉은 외국인과 중간에 앉아 자신을 보며 씩 웃고 있는 거시기를 보며 중얼거렸다.
“인자 진실루 거시기에 거시기가 되었는개벼유?”
거시기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당췌 뭔 씨나락 까먹는 소린 줄 모르겄는디….”
“그니께 인자는 우리 거시기에 거시기가 된 거다 그런 거시기지유. 그리구 저짝이 거시기두 인자 우리 거시기다 이거지유.”
거시기가 벽에 기대있는 외국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왓?”
거시기가 자신을 지적하자 놀란 외국인이 몸을 곧추세우며 물었다.
“이… 씨벌. 이눔의 낚시회는 아조 지대루 다국적이여.”
재춘이놈이 이를 지그시 깨물며 중얼거렸다.
“그니께 우덜이 거시기허문 인자는 거시기할 때 참이루 거기시할 수 있겄어유. 그려서 거시기를 허문 참이루 거시기해지덜 않겄어유? 그라문 진실루 거시기 되는 거지유.”
“씨…벌.”
“왓! 거… 시… 왓?”
“염병헐.”
도저히 통하지 않는 언어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돌아다니는 식당 골방이었다.
“그라문 그짝이 외국분은 이름이 뭐대유? 왓츄어 네임?”
재춘이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외국인에게 물었다.
“오! 조지. 마이 네임 이스 조지!”
외국인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닥 크덜 않은디?”
재춘이놈이 외국인의 아랫도리를 슬며시 쳐다보며 말했다.
“그라문 외국 거시기는 다들 거시기하남유?”
이건 뭔 소리인지 알아들을 만했다.
“외국놈덜 거시기가 크다드먼유. 그란디 순두부맨치 힘아리는 없다드먼유. 이름은 조진디, 그닥 조지지는 못 허겄는디?”
재춘이놈이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거시기가 허리를 꺾으며 웃었다.

“그건 그렇고 이 양반덜은 왜 안 오는겨?”
재춘이놈이 시계를 쳐다보며 말했다.
“다들 온겨?”
골방 문이 열리고 우람한 체구의 창수씨가 들어서며 말했다. 방으로 들어오던 창수씨가 이 해괴한 조합을 보고는 헉 소리를 질렀다.
“뭣이여? 이 든적시러운 쌍판때기덜은? 개차반낚시회 신년 모임이라드만, 개그콘서트 찍는겨?”
창수씨가 좌중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니께 안적 거시기덜은 거시기허네유?”
“개눔! 니놈 말은 당췌 알아듣덜 못허겄으니께 입 닥쳐. 어이, 조지! 잘 지냈는가? 그러고 그짝이 새로운 세숫대야는 뭣이여?”
창수씨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물었다.
“지… 지는 씁새 성님이 낚시 가르쳐 준대서… 잘 부탁드려유.”
창수씨의 기세에 눌린 재춘이놈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미, 지랄두 풍년이여. 개차반낚시회에 새로운 인물이 또 영입된겨? 아조 지랄 번창을 해요.”
창수씨가 앞에 놓인 컵에 물을 따라 마시며 말했다.
“그라니께 인자 이짝 거시기가 우덜 거시기에 새로이 거시기헌 거지유. 씁새 성님이 거시기 해서 인자는 거시기….”
“닥쳐, 이 외계인 종자야!”
창수씨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이, 창수씨.”
조지가 창수씨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개눔! 내가 니놈 친구여? 하이는 무신! 잘 지낸겨, 조지?”
창수씨 말에 조지가 손을 흔들었다.
“이 지랄맞은 낚시회는 날이 갈수록 해괴해져만 가는구먼. 우쩌자고 이눔의 낚시회에 고문으루 앉게 되었는지, 인생 지랄나게 기구허다.”
“고문님이셔유?”
재춘이놈이 창수씨를 보며 물었다.
“그려. 낼모레 70인디, 인생이 꼬일라니께 드러운 인물덜 하고 엮여서 이 지랄이여.”
“그라문… 개차반낚시회가 소문대루 개차반여유?”
“그려. 자네두 인생 조지기 싫으면 이눔의 낚시회 때려 쳐!”
창수씨가 재춘이놈을 노려보며 말했다.

“허이구, 입은 떠들라구 찢어 놨다드만, 성님은 잘두 떠드시누먼유? 그라는 성님은 있는 구녕두 못 뚫으시는 양반이 우째 말씀을 그리 지랄맞게 허신대유?”
방문이 열리고 씁새가 들어서며 말했다. 뒤이어 호이장놈과 총무놈, 회원놈도 들어섰다.
“개아들놈! 니놈이 용전동 낚시점에서 내가 창천지 얼음구녕 뚫다가 실신혔다구 고자질했다미?”
“에헤이, 성님두 그것이 뭔 고자질여유. 인자 기력이 쇠퇴했으니께 창수 성님 좀 잘 모시라는 뜻에서 그리 얘기헌 거지유.”
씁새가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 얘기혔는가? 창수 성님이 인자는 고추에 힘아리가 빠져서는 구녕두 못 뚫는다구 부지불식간에 저 세상이루 가실지도 모른다구 얘기혔지?”
총무놈이 씁새와 창수씨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이눔의 새끼! 이 지랄맞은 놈은 그저 그라스롯드 4호대루 뒤지도록 쳐맞아야 혀!”
창수씨가 씁새의 등짝을 내지르며 말했다.
“내가 없는 말 했간디유? 솔직허니 말해서, 성님이 괴기 잡는 데는 귀신이지만, 구녕 뚫는데는 영….”
“싸가지가 메주여!”
이번에는 총무놈이 씁새의 등짝을 후려 갈겼다.
“인자 그만덜 하고, 우덜 개차반낚시회의 신년모임이니께 모처럼 술이나 한 잔씩 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허는 자리를 가져봅시다.”

호이장놈이 상을 탕탕 두드렸다.
“이짝이는 조지라고 미국서 한국지사루 전근 온 사람이고, 이짝은 요번에 새로이 들어온 김재춘이라는 인물여유. 여허튼 인자 우덜 개차반낚시회가 무려 여덟 명이루 늘어났으니께 여타 낚시회와 견주어도….”
“개뿔이나! 개차반낚시회를 어느 낚시회에서 인정을 해주든가? 니놈덜 나타나기만 허문 죄다 도망가기 바쁜디?”
창수씨가 호이장놈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거참, 개차반낚시회의 고문이라는 양반이 우찌 그리 섭허게 말씀을 지저귀신대유? 낚시회 중흥을 위혀서 성님을 고문이루 앉혔는디, 그리 이상시럽게 우덜을 고문허시문 되겄어유?”
“개눔아! 니덜 고문하라고 고문 시킨 거 아녀?”
“어따, 진정들 허셔유. 우째 씁새하고 창수 성님만 같이 만나면 쌈박질이여?”
회원놈이 두 사람 사이로 들어와 앉으며 말했다.
“아닌 말루다가 우덜이니께 고문님이루 앉히고 극진시럽게 대접허는 것이지, 어느 누가 성님을 대접허겄슈? 같이 낚시 갔다가 송장 치울지도 모르는 노친네를!”
씁새가 지지 않고 떠들었다.
“이 낚시회는 원이가 이래유?”
재춘이놈이 얼결에 거시기에게 물었다.
“그게 노바닥 거시기허지유. 그래서 거시기여유.”
“이… 씨….”
“헤이! 싸움? 노오! 술, 술! 술 먹고… 헤이, 이모!”
갑자기 난장판처럼 변하는 좌중을 둘러보며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조지가 밖으로 소리쳤다.

“지발, 고요히 헙시다!”
회원놈이 귀를 막으며 소리쳤다.
“올해 낚시 계획을 짜자고 모였는디 또 이 지경이문 우쩌자는겨?”
호이장놈이 덩달아 소리쳤다.
“내가 낚시회를 잘 못 들어온개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육두문자를 견디다 못한 재춘이놈이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니께 거시기를 잘 허문 인자는 거시기 해지니께 낭중에는 거시기해질 거여유.”
거시기놈이 재춘이놈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러나 재춘이놈의 눈에는 그 미소가 흡사 악마의 비웃음처럼 보였다.

“저기는 뭐대유?”
방 밖의 홀에 앉아 술을 마시던 손님들이 시끄럽게 변해가는 방안을 보며 주모에게 물었다.
“냅둬유. 저 육시럴 종자덜은 모이면 저 지랄허는 게 취미래유.”
주모가 방안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게… 개차반어쩌구 허든디… 뭐하는 사람덜이래유?”
“노바닥 물괴기 잡으러 댕기는 종자덜여유.”
“어부래유?”
“낚시질 허러 댕기는 종자덜여유. 시상 편헌 종자덜이라 신나게 낚시 가서는 남덜 골탕 먹이구 사고 치는 해괴시런 종자덜여유.”
주모가 방안으로 가져갈 음식들을 쟁반에 탕탕 올려놓으며 대답했다.
“헤이, 이모!”
방안에서 시끄러운 소리 사이로 조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미국 종자는 워디서 이모 소리는 배웠대?”
주모가 방안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주모! 무거운 방댕이 빨리 빨리 움직여서 술허고 안주 좀 가져오라니께!”
씁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입구녕이라고 드러운 놈덜이… 저것덜 올해는 낚시 가서 죄다 빠져뒤지문 좋겄어.”
주모가 악담을 뱉어냈다.
“월레? 우찌 그런 소리를 헌대유?”
손님 하나가 주모를 보며 깜짝 놀라 물었다.
“냅둬유. 저 종자덜은 물에 빠져두 조동아리가 물에 동동 떠서 뒤지지두 않을 것이니께.”
주모가 방안으로 들어갈 안주거리에 소금을 쫙 뿌리며 대답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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