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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씁 새(194)_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낚시 꽁트 씁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실상이 안 그려유? 대체루 낚시라는 취미가 영 생산적이루는 비효율적인 취미라는 거지유? 아녀유?”
“개무녀리 잡놈!”
선미에 쪼그리고 앉아 연신 떠들어 대는 재춘이 녀석을 보고는 씁새가 이죽거렸다.
“그러게 저놈은 왜 끌구 온겨?”
호이장이 씁새의 옆구리를 찌르며 나직이 물었다.
“예미럴 내가 끌구 오구 싶어서 끌구 온겨? 저놈 마누라가 주말에 집구석에 처박혀서 잔소리 끌어대니께 보다 못해서 낚시라두 데불구 가라구 허니께 데리구 온 거지. 그러구 저 잡놈이 주둥아리에 모타를 달았는 중 누가 알았겄어?”
씁새가 바다 쪽으로 침을 칵 뱉으며 말했다.
“씨부럴, 내는 제자루다 거시기 한 놈두 감당하기 힘들어.”
“그라문 거시기여유?”
씁새가 중얼거리자 옆에 앉은 거시기가 물었다.
“닥쳐. 니놈이 발써 제자 짓거리 그만두구 하산허시겄다는겨? 낚시질 배운지 월매나 됐다구 졸업이여? 앞이루 10여 년은 더 배워야 제자 짓거리 졸업이여.”
씁새가 쏘아붙이자 거시기가 고개를 숙였다.
“대체루 이 낚시에 쏟아 넣은 돈이 월매래유? 뱃삯허구 준비헌 것덜허구 여기까정 오는데 들어간 비용허구… 그 돈이문 어시장서 물괴기를 몇 박스는 사놓고 줄창 입이서 비린내 풍기문서 풍족히 먹을겨유.”
재춘이 녀석의 입은 여전히 쉬지 않고 비아냥 섞인 이야기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 조동바리 닥치지 못허겄어? 괴기잡이 나온 것이 그리 싫으문 시방이라도 배에서 내리든가, 안적 선장이 오덜 안 했으니께. 아니문 낚시질이 아니고 뱃놀이 나왔다고 생각혀구 구석에 찌그러져서 갈매기 배때지나 감상허든가!”
견디다 못한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그렇다… 이거지유.”
녀석이 얼른 시선을 바다 쪽으로 돌리며 중얼거렸다.
“조또 우째 씁새가 두 놈이루 증식된 기분이여. 재춘이라는 저 놈 조동아리두 씁새 버금가는디?”
총무놈이 씁새와 녀석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라문 인자… 거시기두 거시기여유?”
거시기가 이번에는 총무놈을 보며 물었다.
“글쎄다… 우째 저 재춘이란 놈 하는 짓거리 보니께 우리의 고결하신 명예 호이장이신 씁새님께서 개차반낚시회에 회원이루 들여 주시지는 않을 것 같다. 그라고 저 재춘이놈두 말하는 싸가지를 보니께 낚시헐 놈은 아니여.”

총무놈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오늘의 우럭 배낚시에 재춘이놈을 끌고 온 것이 씁새로서는 마냥 후회가 되고 있는 중이었다. 날아가는 새를 보고도 잔소리를 해댄다고 할 정도로 아파트 단지에서도 유명한 놈이었는데, 이놈이 주말이면 자기 가족들에게도 엄청난 잔소리를 해대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가족들 모두 주말이면 녀석을 피해 핑계를 대고는 집을 나가기 일쑤였다.
변변한 취미라고는 없이 그저 연구소와 집을 오가며 시계추처럼 사는 놈인지라 잔소리가 취미로 돼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제 재춘이 마누라가 씁새의 집으로 방문해서 씁새와 씁새의 마누라에게 재춘이놈에게 낚시라도 배우게 해 달라고, 취미라도 안 되면 이번 주말에 낚시라도 한 번 데려가 달라고 사정사정했다. 예전에 할 일없이 빈둥빈둥하며 숫기 없이 지내던 거시기놈이 낚시에 취미가 붙어서는 명랑 남편에 자상한 아빠로 돌변하고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까지 의욕적으로 변한 것을 봐왔다는 것이다. 물론 거시기놈의 전매특허인 ‘거시기’ 소리는 고쳐지지 않았지만.
가볍게 생각해서 그러마고 씁새가 대답했고, 개차반낚시회 모두가 낚시 가는데 누구 하나 더 늘어난다고 해서 인 될 것도 없으려니 해서 승낙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가는 낚시는 선상 우럭낚시이므로 녀석이 달리 낚시장비를 구입한다거나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승낙의 이유였다. 선장의 장비를 빌려주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가볍게 승낙한 것이 실수였다. 아침에 만나서 오는 내내 녀석의 잔소리와 푸념, 되먹지 못한 온갖 이야기를 다 들어야만 했다. 한마디로 재춘이 녀석은 씁새마저도 입을 다물게 할 정도의 가공할 녀석이었던 것이다.

“다 탄겨?”

김 선장이 배에 오르며 물었다. 김 선장의 입에는 여전히 이쑤시개가 물려있었다.
“개차반낚시회 인물들은 다 알겄는디? 저짝이 저 분은 뉘셔?”
“그냥 뱃놀이 나온 인물이여. 그니께 상관 말고 우럭밭이루 사정없이 밟아 조져!”
“그려? 그라문… 낚시 초짜여? 오늘 파도가 심히 높다는디 견딜라나 모르겄구먼.”
김 선장이 다시 재춘이 녀석을 힐끗 바라보고는 선실로 들어갔다. 또다시 재춘이 녀석이 투덜거렸다.
“파도가 높아야 월매나 높겄슈? 우덜이 원양어선 타구 참치잡이 가는 어부두 아니구, 안 그류? 이 손바닥만한 배루다가 바다루 나가봐야 월매나 멀리 가겄슈?”
“그러다가 거시기 한 번 거시기해야 인자 다시는 거시기 안 허지유.”
재춘이 녀석을 보며 거시기가 피식거리며 말했다.
“이 냥반이 뭐래유?”
“그러다가 뱃멀미 한번 된통 당하고 피똥 싸봐야 다시는 그런 소리 안 헌다고 그러누만.”
회원놈이 통역을 해주며 킬킬거렸다. 거시기놈도 심히 기쁜 웃음을 지으며 재춘이 녀석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외국 분여유?”
재춘이놈이 거시기를 보며 눈이 동그래져 물었다.
조금씩 속력을 높인 낚싯배가 방파제를 빠져나와 난바다로 들어서자 드디어 최고 속력으로 올라서고 있었다.
“요히! 이 맛에 낚시하는겨!”
씁새가 뱃머리의 난간을 붙잡고 서서 튀어 오르는 물보라를 맞으며 칼칼대고 웃었다.
“저 쓰불넘은 물만 보문 화이팅이 부쩍 넘친다니께. 아마도 저 씁새놈은 이 배에 봉이라도 달려 있음 그거 붙잡고 봉춤도 출 놈이여.”
호이장놈이 뱃전에 길게 누우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파도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탄력을 받은 배가 파도에 텅텅 부딪히며 파도를 타고 넘었다. 순식간에 정면으로 다가선 파도가 눈 앞에 솟아올랐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에… 에에엑!”
재춘이놈이 선미에서 손아귀가 떨어져 나가도록 붙잡고 있던 뱃전을 놓더니 헛구역질과 함께 데굴데굴 굴러왔다.
“뭐여? 벌써 시작이여? 그려! 그 재수 없는 조동아리로 뱃멀미를 하다가 피똥 싸는겨!”
씁새놈이 여전히 뱃머리에 서서 데굴데굴 굴러온 재춘이놈을 돌아보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사악한 새끼!”
호이장놈이 사색이 되어버린 재춘이 놈을 일으켜 앉히며 소리쳤다.
“꾸웨에엑!”
하지만, 이번에는 헛구역질이 아니었다. 재춘이놈이 호이장놈의 옷에 한 무더기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 이… 뭣이여! 이… 이… 우우우웩!”
자신의 옷에 쏟아져 내린 날벼락을 보고는 이번에는 호이장놈이 평생 하지 않던 멀미를 해대기 시작했다.
“이런 씨이벌! 어이쿠! 우웨엑!”
호이장놈이 자신의 옷에 쏟아진 재춘이 놈의 이물질을 보고는 뱃전에 자신의 이물질을 토해내기 시작했고, 놀라 일어서던 총무놈이 그 이물질을 밟고 미끄러져 주저앉으며 자신도 토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이것은 무신 사단이여? 자신덜이 뭣을 처먹었는지 보여주는겨?”
씁새가 녀석들의 사태를 보고는 소리쳤다.
“어이! 어이! 안 돼! 여긴 안 돼!”
난장판이 되어버린 뱃전을 피해 꾸역꾸역 치밀어 오르는 오바이트를 참으며 선장실로 피신해온 회원놈이 이번에는 선장실에 한 무더기 토악질을 해대자 놀란 선장이 소리쳤다.
“거시… 거… 우에엑!”
이미 세 놈의 토악질로 뱃전이 그득해지자 견디다 못한 거시기놈이 씁새가 서있는 뱃머리로 뻘뻘 기어오더니 씁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는 토악질을 시작했다.
“이! 개눔의 시키! 어디서… 우우우… 우엑!”
결국 씁새마저 참다 참다 목구멍까지 끓어오른 토악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이게 무신 돌림병이 창궐하는겨? 평생 멀미 한 번 안 하던 놈덜이 이게 무신 해괴헌 일이랴?”

김 선장이 처참한 무리들의 토악질을 쳐다보며 얼이 빠진 표정으로 말했다. 뱃전에 널브러져 토악질을 해대는 세 놈, 뱃머리에서 서로 붙잡고 해대는 두 놈, 그리고 자신의 영역에 까지 쳐들어와서는 토악질을 한 후 널브러진 한 놈, 마치 극악한 돌림병이 쳐들어온 듯 처참한 모습이었다.
“이런 쓰불것덜이… 그래서 우치키 괴기 잡으러 가잖겨? 그 지경이루 낚시나 할 수 있… 우… 우우엑!”
결국 자신의 발밑에서 올라오는 토악질의 냄새에 견디지 못한 김 선장까지 토악질을 시작했다.
“괴… 괴기잡… 우우우… 욱.”
무엇인가 말하려던 씁새놈이 난간 너머 바다 쪽으로 다시 토해내기 시작했다.
“씨이벌… 오늘 낚시두 조진겨.”
호이장놈이 아예 뱃전에 길게 누우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의 목에서는 또다시 구역질이 밀고 올라오고 있었다.
“시상에… 모진 놈 하나 데불구 낚시 왔드먼, 이 무신 지랄이여… 저 개 썩을 종자를 다시 만나면 내가 사람 새끼가 아녀. 낚시꾼들의 철천지 원수놈! 무녀리 잡놈!”
씁새가 호이장의 옆에 나란히 누워 구역질을 해대는 재춘이놈을 보며 중얼거렸다. 최고의 우럭 포인트라는 형제섬 뒤편으로 배가 도착했고, 거친 바람을 형제섬이 막아주어 바다는 잔잔하건만, 어느 누구 하나 낚시하는 이 없는 낚싯배 하나가 둥실 떠있었다. 가끔 갈매기들이 잔잔한 파도에 흔들리는 낚싯배에 날개를 쉬며 시체처럼 늘어져버린 사람들을 쳐다보고는 불쌍하다고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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