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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씁 새(181)_전갱이 살인미수사건의 전말(하)
낚시 꽁트 씁새

씁 새(181)_전갱이 살인미수사건의 전말(하)

 

 

 

“비 오는디?”
총무놈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비 오니께 좋으냐? 빌어먹을 자식! 그렇게 하늘을 쳐다보문서 날씨가 요상시럽다드만, 비가 오니께 좋은겨?”
씁새가 여전히 달려드는 전갱이를 떼어내며 이죽거렸다.
“자네는 전갱이나 열심히 잡아 올리게. 전갱이가 모자르문 우덜이 잡은 것도 보태 줄라니께, 어물전이라도 차리시게나.”
호이장놈이 클클거리며 말했다.
“빌어먹을 자식들!”
씁새가 바늘에서 떼어낸 전갱이를 아이스박스에 던져 넣으며 노려봤다.
“빗발이 심상허덜 않은디?”
또다시 총무놈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간간이 뿌려지던 빗발이 제법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드만, 간만에 참돔 얼굴 귀경허는디 하늘도 안 도와주는구먼!”
호이장이 급히 보조가방에서 우의를 꺼내 입으며 말했다.
“옌장할! 우의 가지고는 턱두 없겄는디? 빗발이 더 거세지는구먼!”
“박선장이 오후 한때 비 온다고 혔으니께 대충 뿌리다가 물러가겄지!”
“대충 뿌릴 기세가 아녀!”
저마다 우의를 입으며 떠들어댔다.
“안 되겄다. 참돔두 좋지만, 빗발이 강해서 도저히 낚시허긴 텄다. 비가 멈춘 다음에 낚싯대를 드리워야지, 원!”
회원놈이 낚싯대를 걷어 비탈에 세우며 말했다. 회원놈이 낚싯대를 걷자 모두들 낚싯대를 세우고 갯바위 위로 올라섰다.
“우선 저짝 갯바우 구녕으루 몸을 피해야 쓰겄다.”
총무놈이 갯바위 절벽 밑 움푹 들어간 바위틈을 가리켰다. 어쩌면 구멍이라고 하기에도 이상한 형태의 바위틈이었고, 근근이 네댓 명 들어가 앉으면 될 만한 넓이의 틈이었다. 대충 비를 피하기에는 괜찮을 듯싶었지만, 잠을 자거나 다른 일을 하기에는 비좁았다.
“옌장! 고 새 몸이 젖어버렸구먼. 참돔 잡으러 왔다가 사람 잡겄다.”
낚시짐을 챙기고는 바위 홈통 속으로 몸을 끼워 붙인 씁새가 이젠 거세게 퍼붓는 빗발을 쳐다보며 말했다.
“니놈은 전갱이 잡으러 왔지, 참돔 잡으러 왔는가?”
총무놈이 뒤따라 들어오며 말했다.
“개 아들놈!”
씁새가 구석으로 몸을 움직이며 총무놈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빌어먹을! 참돔이 붙었다 싶으니께 비가 내리는 건 또 뭔 조화여? 겨우 알토란 같은 놈 두 마리 잡고 이대루 끝나는겨?”
총무놈이 바위틈의 쓰레기들을 치워내며 말했다.
“금방 그친대잖여. 참돔이 지대루 붙은 것 같으니께 그칠 때까지 지달려 보자구.”
호이장이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아나! 빌어먹을 놈들아. 이 비가 그치문 참돔들두 죄다 나가버릴껴. 또다시 전갱이나 후려 잡아야 하는겨.”
씁새가 킬킬거리며 말했다.
“저 씁새놈을 탓허기 이전에 저놈하고 엮여버린 내 처절한 인생을 원망허야 헐 것이여.”
회원놈이 입맛을 쩍 다시며 중얼거렸다.
“우째 날씨가 심상치 않은디… 대충 내리고 말 비가 아닌 거 같어…”
총무놈이 또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게 무신 노숙자 신세두 아니구, 바위틈에 주저앉아서 하염없이 내리는 비나 쳐다봐야 허는겨?”
바위 밑에 처량하게 주저앉은 일행들을 바라보며 씁새가 말했다.
“그라문? 뭔 뾰죽헌 수가 있간디? 저 비에 참돔 잡겄다구 낚싯대 휘두르라는겨?”
호이장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소리를 지르구 지랄이여? 전갱이만 후려잡다가 비까정 내리니께 허는 말이지. 이왕 이리된 거, 전갱이나 구워서 쐬주나 한 잔 하는 것이 우뗘?”
씁새가 입맛을 쩍 다셨다.
“그려. 이렇게 쪼그려 앉아서 내리는 비만 쳐다보느니, 볼락구이용이루 가져온 번개탄에 전갱이나 구워서 추운 몸이나 뎁히자구. 쐬주허고 번개탄은 내가 가져 올라니께 불 피울 자리나 만들어 놔.”
호이장놈이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말했다. 그리고는 우의를 뒤집어쓰고 일행들의 낚시짐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 부랴부랴 주위의 돌들을 모아서 석쇠 올려놓을 자리를 만들고, 번개탄 놓을 자리까지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가뜩이나 비좁은 자리가 더욱 옹색해져 버렸다.
“좀 더 들어가 봐. 내는 등짝이루 비를 다 맞잖여!”
번개탄과 소금, 그리고 자신의 아이스박스까지 들고 온 호이장놈이 소리를 질렀다.
“지랄! 내 등짝은 바위모서리에 찔려서 뒤지시겄다.”
자연스럽게 회원놈이 바위틈의 맨 구석으로 몰리게 되었고, 물건을 들고 온 호이장놈이 제일 바깥에서 들이치는 비를 맞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안성맞춤이여. 들이치는 비는 호이장놈이 죄다 막아주는구먼. 인자 번개탄부터 붙여봐.”
씁새가 웃으며 말했다.
“옘병할! 볼락 대신 전갱이나 굽고 있어야 허다니, 신세 참 든적시럽구먼.”
총무놈이 번개탄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치직거리는 소리를 내던 번개탄에 불이 붙자, 호이장놈이 석쇠를 올리고는 전갱이를 깔기 시작했다.
“든적시럽더라도 쐬주가 있으니께 흥겹구먼. 우째 낭만시럽덜 아니한가?”
씁새가 어느새 종이컵을 나누어 주고는 소주를 부어주며 말했다.
“낭만은 개뿔. 두 번 낭만시럽다가는 장맛비에 떠내려 가문서 전갱이 굽겄다.”

낚시칼로 전갱이에 칼집을 넣고는 소금을 뿌리며 총무놈이 말했다.
“된장맞을! 연기가 죄다 내헌티루 오잖여. 불 좀 잘 붙여봐.”
구석으로 몰린 회원놈이 번개탄 연기에 콜록거리기 시작했다.
“우쩌겄냐? 바람이 안쪽이루 몰려드니께 헐 수 없지.”
호이장놈이 전갱이를 돌려 구우며 말했다.
“번개탄 꺼지잖여. 어여 다른 놈이루 올려.”
씁새가 피어오르는 연기를 손으로 날리며 말했다.
“이눔의 번개탄이 불이 빨리 붙어서 번개탄이 아닌개벼. 번개같이 타버리고 만다구 혀서 번개탄인개벼.”
소줏잔을 냉큼 비운 호이장놈이 타고 있는 번개탄 위에 새로운 번개탄을 비닐 채 올려놓으며 말했다.
“켁! 여… 연기… 여…”
갑자기 구석으로 번개탄 연기가 훅 쏟아져 들어갔고, 회원놈이 번개탄 연기에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더니 몇 마디 말을 남기고는 스르르 모로 쓰러졌다.
“월레? 저눔이 왜 이려?”
이미 바위틈은 매캐한 연기와 코를 찌르는 연탄가스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구석 안쪽으로 들어가 있던 회원놈이 그 연기와 엄청난 번개탄 가스를 한꺼번에 정통으로 맡고는 급작스러운 가스 중독 상태가 된 것이다.
“개스! 개스! 연탄개스! 회원놈 끌어내!”
씁새가 석쇠와 번개탄을 그대로 밖으로 차내며 말했다. 쏟아지는 빗속으로 연기를 뭉클뭉클 피워내며 번개탄이 구르고 구워지다 만 전갱이들이 날아올랐다.
“눕혀! 눕혀! 씨벌! 애 잡겄다.”
질질 끌다시피 구석에서 끌어낸 회원놈을 비가 쏟아지는 편편한 갯바위에 눕혀놓았다. 이미 얼굴이 파랗게 질린 상태였고, 눈이 풀려가는 중이었다.
“예미! 박선장헌티 전화혀! 연탄개스 중독이라구! 119두 부르라구 혀.”
씁새가 소리소리 질렀다. 연신 회원놈의 몸을 주무르고 계속 입으로 물을 쏟아붓자, 회원놈의 눈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창백하던 얼굴빛도 제 빛을 찾기 시작했다.

뭐여? 장난여, 뭐여? 아니 대낮에 갯바위서 뭔 연탄개스 중독이라는겨?”
박선장이 배를 대고는 갯바위 위로 뛰어 올라오며 물었다.
“하이고야… 참, 얄궂다. 119생활 십 년에 갯바우서 연탄개스 중독된 사람 첨이라. 우예 이리 된 기고? 무신 일이라예?”
포구로 돌아가는 박선장의 뱃전에 널브러져 헐떡이는 회원놈의 상태를 보며 주사를 놓던 119 여자 대원이 씁새 일행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러나 온몸이 비에 젖은 씁새 일행은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아무 말이 없었다.
“참 요상한 무리들이여. 니놈덜 개차반낚시회 짓거리는 내가 대전서 낚시점 헐 때부텀 알고 있었다만, 이젠 허다허다가 갯바우서 개스 중독이여? 참이루 못 말릴 인간들이여.”
박선장이 선장실에서 킬킬 거리며 확성기로 떠들었다.
“씨이벌… 누군 이라구 싶어서 이라는겨? 당췌 뭔 일이 건드리면 꼬이니께 그라지. 갯바우서 연탄 개스 중독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여?”
호이장이 빗물에 푹 젖은 담뱃갑을 구겨 던지며 말했다.
“빌어먹을 전갱이!”
갑자기 씁새가 전갱이로 가득한 자신의 아이스박스를 발로 걷어차며 소리를 질렀다.
“이눔의 전갱이 때미 애 하나 잡을 뻔 했다구! 이눔의 전갱이가 살인미수를 저지른겨!”
씁새가 이번에는 호이장놈과 총무놈의 아이스박스를 번갈아 걷어찼다.
“그것이 우째 전갱이 탓이여? 번개탄 때문에 그란 것이지.”
총무놈이 자신의 아이스박스를 고쳐 놓으며 말했다.
“전갱이가 한 마리두 안 잡혔으문 이런 일이 안 생겼을 것 아닌가? 하다못해 감생이가 잡혔으문 번개탄에 구울 생각을 혔간디? 저 눔의 전갱이가 잡히는 바람에 이리 된 거 아녀! 낚시두 못하구 연탄개스 중독된 놈 때려 싣고 되돌아가다니 이런 개뿔 같은 경우가 워디 있는겨?”
씁새가 비가 쏟아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애초에… 이눔의 개차반낚시회가… 저주를 받은겨…”
겨우 정신이 돌아오는 회원놈이 널브러진 몸을 겨우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그리고는 뱃전으로 기어가 토악질을 시작했다.
“오늘도 낚시 좃돼버렸다. 씨이불…”
호이장놈이 자신의 아이스박스를 열고는 두 마리 참돔을 쓰다듬으며 그렁그렁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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