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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씁 새(181)_전갱이 살인미수사건의 전말(상)
낚시 꽁트 씁새

“옘병, 아이스박스 한 가득 풍년이로세.”
낚싯대를 바위 한쪽으로 세우고는 갯바위에 주저앉은 씁새가 아이스박스를 뒤적이며 말했다.
“씨벌. 이러다가 밑밥통까정 채우고야 말 지경이여.”
총무놈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우째 넣기가 바쁘게 물려 나오는겨?”
호이장놈이 또 한 마리를 걸어내며 말했다.
누가 들으면 엄청난 떼고기 호황을 만난 것 같지만, 실상은 갯바위에 도착한 내내 정신없이 달려드는 전갱이들에게 포위되어 있는 상태였다. 멀리 던지건, 가까이 던지건, 순식간에 바닥으로 가라앉히건, 파죽지세로 달려드는 전갱이들에게 어찌할 도리가 없을 지경이었다.
“막장대에 직결채비루 기냥 바닥이나 훑어버리까?”
회원놈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바닥이구 뭐시구 간에 대한민국 전갱이 떼가 여기 갯바우루 다 몰린 거 같어. 염병! 참돔 풍년이라구 새빠지게 노가리 떨드만, 뭣이가 참돔이여? 참전갱이만 디립다 끌려 나오는디.”
“하다못해 고등어 새끼라두 나왔으문 좋겄다. 예미랄.”
“원제는 우덜이 낚시 가서 재미를 본 적이 있간디? 인생이 보잘 것 없으니께 되는 일이 없는겨.”
“씨바랄놈!”


지겹게 걸려나오는 전갱이에 질려버린 일행들이 기계적으로 미끼를 끼우고 던지고는 물려나오는 손바닥만 한 전갱이 떼어내기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갯바위에 올라서서 두 시간째, 이들의 아이스박스는 이미 전갱이들로 가득 차고 넘칠 지경이었다.
밑밥을 뿌리기만 하면 물빛이 시커멓도록 전갱이들이 몰려들었다. 와중에 재수 없이 끌려나오는 용치놀래기나 놀래미 새끼들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갯바위 포인트로 보나, 수중여의 위치로 보나, 최고의 명당자리임에는 틀림없어 보이건만, 정말로 총무놈 말대로 인생이 보잘 것 없다보니 보잘 것 없는 전갱이들만 끌려나오는 듯싶기까지 했다.
“에헤라디여! 막장대 직결채비에두 전갱이라네~”
회원놈이 전갱이가 대롱거리는 4칸 민장대를 번쩍 들며 말했다.
“조진겨.”
총무놈이 자신의 낚싯대에도 매달린 전갱이를 떼어내며 이죽거렸다.
“에헤라디여~ 참돔이란 놈이 어치케 생긴 놈인지~ 귀경이나 해봤으문 좋겄네~ 에헤라디여~”
씁새가 낚싯대를 다시 던지며 되도 않는 노래를 불러 제꼈다.
“저 씨불놈이 어수선시려우니께 용왕님이 진노허셔서 전갱이만 올려보내는개벼.”
총무놈이 씁새를 노려보며 말했다.  
“지랄 말어, 시방새야. 용왕님이 진노허시문, 전갱이 새끼두 안 보내 주셨을껴.”
“여허튼 째진 입이라구 한 마디를 지덜 않해요. 근디… 날씨가 좀 수상시럽덜 안 혀?”
총무놈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일기예보서 가끔 소나기가 온다구 허덜 안 혔냐? 먹구름이 슬슬 몰려드는 것이 한바탕 할라는개비다. 박 선장이 오늘 날씨는 우려헐만 허덜 않다구 혔으니께 걱정 말어.”
씁새가 다시 물려나온 전갱이를 떼어 아이스박스로 던지며 말했다. 하지만 전갱이는 아이스박스 귀퉁이에 맞으며 튕겨 나왔고, 전갱이는 살아보려는 몸부림을 치며 갯바위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아이씨발!”
씁새가 낚싯대를 놓고는 굴러 내려가는 전갱이를 잡으며 소리쳤다.
“참이루 해괴한 놈이여. 아이스박스에 처치 곤란이루 전갱이가 넘치는디, 그걸 또 기어코 주워 넣겠다구… 참이루 해괴한 놈이여.”
그 모습을 본 호이장놈이 혀를 끌끌 찼다.
“날씨가…”
여전히 총무놈은 흐릿한 구름이 몰려드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 새키는 기상캐스터를 시켰어야 혀. 씨불눔이 낚시만 오문 하늘만 쳐다보구 지랄이여.”
씁새가 기어코 손으로 움켜쥔 전갱이를 아이스박스에 넣으며 말했다.
“아무래두 하늘이 수상쩍으니께 그러지.”
총무놈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소나기가 내리든, 폭풍이 몰아치건, 오늘 우리는 밤낚시 들어온겨. 날씨가 어수선허다구 철수헐 생각은 말어. 전갱이 물러 가구 밤 되문 볼락이라두 걸리겄지.”
씁새도 소리를 버럭 질렀다.
“번개탄은 잘 있는겨?”
호이장놈이 물었다.
매번 민물낚시만 하다가 연휴기간에 모처럼 바다낚시를 계획했고, 그 맛있고 유명한 볼락 소금구이라도 해먹자고 밤낚시를 떠나온 터였다. 물론, 볼락이 아니더라도 어느 고기든 칼집 넣은 몸통에 굵은 소금 흩뿌려 구운 고기라면 밤낚시의 정취와 맛을 만끽하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잘 있으니께 걱정허덜 말어. 그란디 이 지경이루 전갱이만 올라오다가는 야밤에 볼락은커녕 전갱이만 귀경헐 판이여.”
회원놈이 대답했다.
“볼락만 소금구이해 먹는겨? 옛말에두 있잖여? 전갱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마누라가 돌아온다구.”
씁새가 킁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조 입술에 거짓말이 붙어 다니는 놈이여. 우째 집나간 마누라여?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오는 것이지.”
회원놈이 킬킬거리며 말했다.
“어린놈의 자식. 그건 전어여. 전어는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오고, 전갱이는 집나간 마누라가 돌아오는겨.”
씁새가 씩 웃으며 말했다.
“지랄두 가관이여.”
호이장놈이 입맛을 쩝 다셨다.

 

 


“하늘이 점점 요상시러워…”
낚싯대를 던지고는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전갱이 떼어내고 하늘 한 번 쳐다보던 총무놈이 또 다시 중얼거렸다.
“저 씨불넘이 비라두 퍼부으라구 기우제를 지내는구먼.”
씁새가 잡아 올린 전갱이를 떼어 총무놈에게 냅다 던지며 말했다.
“한두 차례 소나기 온다구 했잖여. 걱정은 니놈 똥구녕에 고이 잡아넣고 괴기나 잡어. 아주 전갱이루 포획을 혀서 동네에 죄다 나눠주고 인심이나 써 볼란다.”
씁새가 다시 낚싯대를 던지며 말했다.


“우째 좀 잡았는가?”
일행들의 앞쪽으로 지나가던 박선장의 배가 푸르르 서더니 확성기에서 박 선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나, 개 같은 박 선장아.”
씁새가 박선장을 향해 주먹을 쥐고는 감자떡을 먹였다.
“그려! 솔찬혀게 잡은 모양일세. 씁새, 자네는 허는 짓거리가 개 같으니께 날씨마저 조지는겨. 오후에 비가 오락가락 헌다는디 우째 계속 해볼 심산이여?”
박 선장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나 먹어라! 개시키야! 워디 전갱이 소굴에다가 내려주고는 뭘 잡았냐는겨?”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전갱이를 한 마리 집어 들어 박 선장의 배 쪽으로 던졌다.
“옳거니! 전갱이가 파시를 이루는 개비구먼. 씁새는 전갱이루 젓갈 담궈서 많이 먹어. 낼 오후에 철수헐 때 들릴라니께 그리 알어. 내는 가네! 씁새만 전갱이 실컷 잡구 호이장허구 회원허구 총무는 참돔이루 쿨러를 채우게.”
“그려! 고마워!”
호이장놈이 낄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박 선장의 확성기 소리가 사라지고 박 선장의 배가 다시 시동을 걸고는 오른쪽 갯바위 뒤로 사라졌다. 박 선장의 배가 만들어낸 파도가 갯바위로 몰려들었다.
“아무래두 저 시발눔이 지놈 가게서 음식 주문 안 혀구 우덜이 싸왔다니께 심사가 뒤틀린 모냥이여. 그려서 전갱이 소굴에다가 떨궈 준 것이지.”
씁새가 박 선장의 배가 사라진 오른쪽 갯바위를 노려보며 말했다.
“우째 너는 박 선장허구 심사가 뒤틀려서 만나면 못 잡아먹구 지랄여?”
호이장이 씁새를 보며 물었다.
“저눔이 나만 보문 지랄이잖여.”
씁새가 다시 낚싯대를 드리우며 대답했다.
“만나면 아웅다웅허문서두 못 보문 전화질 해대는 것을 보문 심사가 뒤틀린 것은 아니여. 서루 좋으문서 지랄들 허는 것이지.”
총무놈이 키득거렸다.
“씨불놈!”
그때였다.
“오오오! 와… 왔다!”
회원놈이 활처럼 휜 낚싯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참돔이다!”
갯바위 앞까지 끌려나온 고기를 보는 순간, 호이장놈이 소리쳤다.
“어어어! 나두 왔다.”
이번에는 총무놈이었다. 역시 회원놈과 같은 씨알의 40센티를 넘어서는 참돔이었다.
“뭐여? 인자 참돔들이 들어오는겨? 수심 몇 미터 준겨?”
호이장놈과 씁새가 부지런히 채비를 다시 정리하며 허둥댔다.
“오케이! 이번엔 내 차례구먼!”
낚싯대를 담그기 무섭게 휘는 낚싯대를 붙들고 호이장이 소리쳤다.
“뭐여! 내는 뭐여! 박 선장 이눔의 새퀴!”
그러나 여전히 전갱이가 물고 늘어지는 자신의 낚싯대를 보며 씁새가 바락거렸다.
“그라니께 맘을 곱게 쓰란 말여. 박 선장헌티 감자떡이나 멕이는 놈이 우찌 참돔을 바라는가? 박 선장의 말대루 되가는구먼.”
총무놈이 갯바위 물칸에 참돔을 던져 넣으며 말했다.
“박 선장 이 썩을 종자!”
또 다시 물려나온 전갱이를 패대기치며 씁새가 씩씩거렸다.
“이런! 또 왔다.”
호이장놈이 다시 낚싯대를 쳐들며 힘겹게 말했다. 그리고 어느새 그들 주위의 갯바위에는 검은 얼룩이 흩뿌려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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