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유튜브 믿을 것 없고, 낚시방 정보도 믿을 것이 안 된다.
“막 쏟아집니다. 만쿨? 아이스박스가 모자라는 경험을 하시고 싶으세요? 여기는 그야말로 소문나지 않은 저만 아는 비밀 포인트입니다. 온갖 고기는 다 나옵니다. 제가 강력 추천하는 저만의 낚시 포인트를 공개합니다. (사진을 가리키며)이 부분! 여기가 감성돔 포인트입니다. 이쪽에서 방파제의 끝 쪽으로 원투를 치면 정확하게 감성돔이 뭅니다. 저만 알고 있는 비장의 포인트를 이렇게 낱낱이 우리 회원님들께 최초 공개합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사랑입니다.”
유튜버가 게거품을 물고 떠들어댄다. 그래, 어차피 낚싯배 예약도 어렵고, 먼 바다 기상도 안 좋은 때에 오랜만에 원투낚시를 가보자고 그 비밀 방파제로 떠났다.
그래... 네놈만 아는 비밀 포인트가 현지인들로 바글바글 하는 것도 비밀로 해주마. 이전부터 현지인들과 알만한 낚시꾼들은 이미 알고 있는 소문난 방파제라는 것도 비밀로 해주마. 그렇게 방파제에 가득 찬 낚시꾼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원투대를 던진다.
“거기? 왐마! 거기는 증말루 감싱이 포인트구마. 우찌 알았다요? 걱정하지마소. 원 없이 손 맛 볼팅께.”
낚시점 주인도 유튜버와 짜고 덤비는 모양이다.
거짓과 허풍으로 가득 찬 낚시인들의 세계에 몸담고 있다는 뿌듯함이 몰려온다! 잡혀 나오는 것은 손가락만한 베도라치들이다.
“조또! 이게 감싱이여? 그러게 차라리 수상펜션이나 잡아서 술이나 먹다 오자니께.”
호이장놈과 회원놈의 욕이 수시로 머리를 때리며 지나간다.
그때였다. 와다다다! 어마어마한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보기에도 동네에서 말썽 좀 부리게 생긴 덩어리 세 놈이 하나의 오토바이에 타고 등장했다. 용케도 맨 뒤의 놈은 그 무거운 낚시가방과 보따리까지 등에 메고 있었다.
“여깁니다, 형님.”
운전하던 놈이 오토바이를 세우며 말했다.
“그냐? 아야 증말 감싱이 까 묵을 수 있냐?”
중간에 타고 온 덩어리가 물었다.
“믿어주십쇼, 형님. 저 허고 창배(오토바이 끝에 타고 있던 놈)가 기깔나게 잡아보겠습니다, 형님. 제가 낚시하고 사시미는 또 잘합니다, 형님.”
“그냐? 함 믿어보마. 혀라.”
“예, 형님.”
그렇게 형님이라 불리는 놈은 간이 낚시의자에 팔짱을 끼고 앉았고, 창배라 불리는 놈과 운전해 온 놈은 부랴부랴 낚싯대를 던졌다. 그런데, 뭔가 부자연스러워 보이긴 했다. 하는 말투는 영화에 나오는 조직폭력배처럼 보이긴 하는데, 행동은 골목길에서 담배 삥이나 뜯는 양아치스러웠다. 꼴에 팔뚝에는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는 허접한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아야. 잽히냐?”
“아직입니다, 형님.”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앉아있는 형님은 가끔씩 놈들을 재촉했고, 두 놈은 연신 공손히 대답했다.
“쟤덜 깡패여?”
회원놈이 조그맣게 물었다.
“예미, 저런 놈덜이 깡패면 우리 동네 최씨는 국제적인 거물 킬러다.”
호이장놈이 킬킬 웃으며 말했다.
우리 동네 최씨는 술만 처먹으면 아무한테나 시비 걸다가 줘 터지고 사는 인물이다.
“아야. 안즉이냐?”
“예, 형님.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형님”
여전히 미동도 없는 낚싯대를 쳐다보며 운전해 온 놈이 대답했다.
“그냐? 술은 없냐? 쏘주라도 안 사왔냐?”
“아! 그건 미처 준비를... 그럼 잠시 기다리십시오, 형님.”
형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토바이 맨 뒤에 타고 온 창배가 운전해 온 놈에게 오토바이 키를 넘겨받고는 급하게 와다다다 방파제를 빠져 나갔고, 잠시 후 와다다다다 돌아왔다.
그리고는 형님 앞에 검은 비닐봉지를 내려놓았는데... 그게 또 가관이었다. 달랑 소주 한 병에 종이컵 한 개, 그리고 안주는 마른 멸치봉투 작은 것 하나였다.
“아야, 안즉이냐?”
온갖 폼을 잡으며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은 형님이 멸치를 씹으며 물었다.
“예, 형님. 금방 잡아 올리겠습니다, 형님."
하지만, 녀석들의 의도대로 고기는 나오질 않고 있었다.
어느새 형님의 소주병은 비어 가고 있었다.
“아야, 안즉 못 잡냐?”
“예, 형님. 잠시만 기다리십쇼, 형님.”
“아야, 소주가 없다.”
또 다시 창배란 놈이 낚싯대를 던지고는 부리나케 와다다다다 오토바이를 몰고는 사라졌다. 그리고는 잠시 후 와다다다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와서는 달랑 소주 한 병을 형님 앞에 내려놓았다.
“아야, 메루치가 물린다. 안즉 안 잡히냐?”
형님이 또 재촉을 시작했다.
그때였다.
“왔습니다, 형님!”
그리고는 운전한 놈이 멋지게 낚싯대를 감아 들이기 시작했다.
“그냐? 큰 놈으로 잡아야헌다. 아야, 감싱이 좀 까보자.”
하지만 올라 온 것은 아쉽게도 감싱이가 아닌 우리와 같은 베도라치였다.
“아야, 그게 뭐다냐?”
“뽀드락집니다, 형님.”
운전해 온 놈이 송구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그냐? 까자.”
그러자 창배란 놈과 운전해 온 놈이 가방에서 회칼을 꺼내더니 그 작은 배도라치를 회치기 시작했다. 안스러워서 못 볼 정도의 횟거리 서너 점이 형님 앞에 놓여 졌고 다시 형님의 주문이 이어졌다.
“아야, 쏘주가 없다.”
다시 창배가 오토바이를 와다다다다 몰고 나갔다가 와다다다 돌아왔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세 병이었다.
“너희도 해라.”
형님이 두 놈에게 술을 권했고, 두 놈은 방파제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서는 두 손으로 공손히 술잔을 받아서는 뒤로 돌아 마셨다.
“한 점해라.”
형님이 겨우 두세 점 있는 베도라치 회를 권했다.
“아닙니다, 형님. 우린 깡 소주 좋아합니다, 형님.”
그랬다... 저 귀하디귀한 두세 점의 회를 놈들이 먹어 치우면 형님에게 무서운 응징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세 놈의 불쌍하고도 슬픈 술자리가 이어졌다.
“아야, 가자.”
“예, 형님.”
그렇게 술병이 비워지고 형님이 갑자기 일어서자 두 놈이 부리나케 낚싯대를 걷었다. 형님에게 감생이 회는 못 해드리고, 손가락만 한 베도라치 회 세 점 대접해 드린 두 놈이 형님을 모시고 오토바이로 다가갔다.
그런데, 문제는 이 놈들이 음주운전이란 것이다. 더욱이 하나의 오토바이에 세 놈이 타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운전하는 놈이 오토바이에 자세를 잡았고, 형님이 중간에 오르려다 그대로 고꾸라졌다. 미천한 안주인 마른멸치와 베도라치 세 점이 놈의 자세를 흐트러트린 것이다.
“형님!”
놀란 두 놈이 형님을 부축하기 위해 급히 다가갔다.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다.운전하려고 한 놈이 그대로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바람에 오토바이가 중심을 잃고 고꾸라져 있는 형님에게 덮친 것이다.
“떠흐흑!”
형님이 괴상한 비명을 질렀고, 두 놈은 더욱 공포스런 얼굴로 오토바이를 일으키고 형님을 부축했다. 이때, 방파제에서 낚시하던 낚시꾼 모두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내기 위해 모진 애를 쓰고 있는 중이었다.
어찌어찌 괴로워하는 형님을 중간에 앉히고는 창배가 뒷자리에 바짝 올라타자 오토바이가 출발했다. 하지만, 운전하던 놈도 음주 상태인지라 제대로 오토바이가 굴러갈리 만무했다.
비틀거리며 굴러가던 오토바이에서 이번에는 낚시장비를 등에 멘 창배가 무게를 못 이기고는 그대로 오토바이에서 떨어졌다.
“꺄흐윽!”
창배가 소리를 지르자 오토바이가 급히 멈추며 운전하던 놈이 내렸다. 그러자 형님이 오토바이 채 옆으로 쓰러져 버렸다.
“끼야옥!”
“앗! 형님!”
운전하던 놈이 창배와 형님을 번갈아 보며 공포에 질린 얼굴로 변해 버렸다. 이제는 미친 듯이 참아오던 낚시꾼들의 웃음소리가 방파제에 한껏 울려 퍼졌다. 겨우겨우 인사불성이 되어버린 형님을 다시 중간에 앉히고 아픔에 겨운 신음을 쏟아내는 창배를 겨우 태운 오토바이가 다시 비틀거리며 방파제를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 개콘이 망한 이유를 알겄다.”
호이장과 씁새와 회원놈, 그리고 방파제의 낚시꾼 모두가 신나게 웃어제꼈다. 하지만 그들의 몸 개그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방파제를 다 빠져나간 오토바이가 어쩐 일인지 또다시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주차되어 있던 트럭을 들이받으며 세 놈 모두 고꾸라져 버렸다.
멀어서 들리지는 않지만 놈들의 신음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신고를 한 것인지, 경찰차가 나타났고 세 놈은 종영되어버린 개그콘서트의 마지막 모습처럼 쓸쓸히 사라졌다. 우리의 낚시도 처참한 배도라치의 만쿨을 기록하며 끝이 났다.
염병할...
그나마 덩어리 세 놈이 아니었다면, 이번 달 씁새 소재도 사라질 뻔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