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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 (323)] 긍정의 왕
낚시 꽁트 씁새
[연재 낚시꽁트 씁새 (323)]

긍정의 왕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일러스트 이규성


“저어기, 그 뭐여. 사람이 살다 보먼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 아녀?”

그래... 뭔가 잘 못 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노바닥 괴기가 잘 나오덜 허남? 괴기를 못 잡으문 놀러 나왔다 생각허문 되는겨.”

다시는 이 종자와 낚시를 가면 내가 사람새끼가 아니다 라는 굳은 마음을 먹는다.

“안 그려? 시상을 고지 곧대루 살라허문 스트레스로 금방 뒤지는겨. 인자 마음을 차분허니 허고 세월이 흐르는 대로 바람결 처럼 사는겨.”

“개...새...”

“에헤이, 우짜다가 괴기 좀 못 잡았다고 그리 인상을 쓰문 되는가? 시상을 넓게, 응? 너얿게!”

그래 이 자식은 바다에 올 놈이 아니다! 깊은 산중의 절간에 있어야 할 놈이다.

“개수작 떨지 말고 접어!”

씁새가 도저히 못 참고 낚싯대를 접기 시작했다.

“그려. 좃또 안 나오는 감싱이 잡겄다고 이게 뭔 짓이여?”

총무놈도 낚싯대를 접기 시작했다.

“이게 접때는 감싱이가 쏟아졌다니께? 오늘은 물때도 안 맞고, 감싱이덜이 뭔가 심사가 뒤틀린 모양이여. 낭중에 오문 또 잘 나올 것이여.”

녀석은 여전히 싱글거리며 말했다.

“예미, 다시는 감싱이 안헐겨!”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에헤이, 왜 또 그랴. 우짜다가 괴기 좀 안 나왔다고 그라문 못 써. 광활한 바다를 보문서 그깟 괴기 못 잡았다고 속 좁게 그라는 거 아녀.”

녀석은 여전히 사람 좋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아나, 개종자야! 네놈이 여가 오자고 헐 때 뭐랬어? 감싱이가 쏟아진다매? 하다못해 안 쏟아져도 큼직시런 놈들루 서 너 마리는 잡을 거라고 뻥치던 놈이 너 아녀? 다시는 니놈허고 낚시를 가문 내가 낚싯대를 분지를껴! 염병할!”

씁새가 녀석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말했다.

“아예 네놈하고 낚시를 온 우리가 잘못이지. 누구를 탓하겄어?”

총무놈도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우째 바다를 보문서 낚시를 헌다는 사람덜이 속이 그리 좁아 터졌는가? 유유자적허니 여행을 즐기고, 뭐... 괴기가 나와 주문 좋은 것이고, 안 나오문 경치도 즐기문서, 그것이 살아가는 근본이여.”

녀석도 낚싯대를 걷으며 말했다.

“까고 있네! 개수작 부리지 말고 담부터 우리허고 낚시 가자는 소리 허덜 말어. 좀만 새퀴!”

씁새가 낚시가방을 짊어지며 말했다. 애초부터 이 자식을 따라온 것이 잘못이었다. 애초에 서해 쪽으로 우럭낚시를 갈 생각이었다. 초봄이라 서해 쪽 선사들 마다 우럭 탐사를 걸고 선비 인하까지 이벤트 중이었다. 그리고 초봄치고는 실한 조황도 올라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 녀석이 남해 모 방파제에서 감성돔이 무더기로 쏟아진다며 같이 가자고 조른 것이다. 

물론, 녀석의 허황된 조황에 한두 번 당한 것이 아니어서 믿지 않았지만, 낚시꾼 귀는 팔랑귀 인지라 결국은 따라왔고, 역시나 꽝이었다. 도저히 감성돔은커녕 그 흔한 전갱이조차 한 마리도 나오지 않는 그야말로 개꽝이었다.


“담부텀 우덜헌티 연락 하지마! 또 다시 우덜헌티 낚시가자고 조르문 죽는겨! 네놈 밥숫가락 놓는 거라고!”

씁새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녀석에게 싸질렀다.



"그라덜말어. 모든 일을 좋게 생각허야 인생이 순조로운 벱이여. 그저 눈앞의 목표만 보구 죽자고 달려들문 시상이 편해지는가? 오늘도 별 탈 없이 순탄시럽게 바다 귀경허고 왔다고 생각혀.”

녀석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며칠이 지났고, 비응항의 모 선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요 며칠 우럭이 심심치 안허게 올라오는디, 안 오실란가? 자네 좋아허는 놀래미두 곧잘 올라오는디?”

그렇게 선장에게 씁새와 총무놈, 호이장놈 세 명이 예약을 하고는 일이 틀어지고 말았다. 출조 전날에 호이장놈이 급한 일로 출조를 못하게 되었고, 급하게 회원놈에게 연락했지만 녀석도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또 그렇게 같이 출조할 놈을 찾다 보니 녀석만 남아있었다.

“그려. 시상은 이렇게 서로 즐기문서 재미지게 사는겨. 호이장이 가야 허겄지만, 못 가잖여? 그러면 빵꾸 나잖여? 그래도 내가 그 자리를 메우니께 월매나 좋아? 모든 일이 다 순리대로 흐르는 벱이여. 조바심내문 안되는겨.”

녀석은 여전히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조까! 이 개자식아! 네놈 절대 안 데리고 갈라다가 어쩔 수 없이 끌고 가는겨. 그니께 조동아리 닥치고 조심히 따라와. 넘들 배알 터지는 쉰소리 주절거리문 뒤지는겨.”

씁새가 낚시 가는 차 안에서 놈에게 단단히 주의를 줬다.

“아무리 생각혀두 네놈을 대불구 갈라고 안혔어. 그냥 한자리 선비 날렸다, 생각허고 씁새하고 둘이만 갈라고 혔다가 데불구 가는겨.”

총무놈도 녀석에게 이죽거렸다.

“에헤. 그라문 못써. 돈은 누가 거저 주는 거 아닌디, 선비를 그리 내버리문 쓰나? 우쨋든 내가 같이 가니께 선비두 굳었잖여? 월매나 좋은 일이여?”

녀석은 누가 뭐라든 그저 싱글거리고 있었다.

“증말로 오랜만여? 작년 겨울에 우럭 침선 타고는 츰이네?”

선장이 씁새 일행을 맞이하며 인사를 건넸다.

“그건 그렇고, 증말루 우럭이 나오는거여? 괜히 하루 죙일 한 두어 마리 나오는 거 보구서 잘 나온다구 허는거 아녀?”

씁새가 선장에게 말했다.

“선장네 밴드에 올라온 사진 보니께 우럭이 솔찮드만. 작년에 찍은 사진 울궈먹는 거 아니지?”

총무놈도 거들었다.

“와아! 선장질 허다보니께 별 소릴 다 듣는구먼? 내가 선장질만 십 수 년이여. 예전 사진이나 울궈먹을 놈이루 뵈는겨?”

선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라지유, 그라지유.”

그리고는 녀석이 끼어들었다.

“이... 괴기라는 것이 노바닥 잘 잽히는게 아녀유. 어제 참이루 잘 나왔다구 혀서 오늘도 참... 잘 나온다는 벱은 없는거구먼유.”

그러자 녀석의 말에 선장이 반색을 하며 말했다.

“맞어유. 사장님은 우찌 그리 마음이 넓으시대유?”

선장이 씁새와 총무놈을 흘겨보며 말했다.

“아닌 말로 배 타는 조사님덜 치고 괴기 잡고 싶덜 않은 분덜이 어디 있겄슈? 어제 다르구 오늘 다르구 내일 다른 게 바다여. 안그류?”

“그라지유, 선장님. 이게 노바닥 낚시 갈 때마다 괴기가 잘 나오구 만쿨허문 우치키 되겄슈? 바다에 괴기가 남아 나겄슈? 그리 잘 나오문 괴기가 씨가 말라서 낚싯배 문 닫는겨! 어민덜 죄다 굶는겨! 그리고 우리나라 어업이 망하는겨! 종당에는 전 세계의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덜 일손 놓고 죄다 실업자 되는겨! 그냥 전 세계가 종말을 고하는겨!”

녀석이 신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아조 온갖 지랄은 다 허네...”

씁새가 배의 난간에 낚싯대를 꼽으며 중얼거렸다.

“냅둬! 저 새퀴는 번개에 처맞아도 실실거릴 놈이여.”

총무놈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라지유, 그라지유. 시상 낚시꾼덜이 사장님만 같어봐유. 월매나 평화로워유? 사장님은 노벨평화상을 받으셔야 혀!”

선장도 신이 났다.

“그니께 괴기가 안 잽힌다고 조바심을 낼 것이 아니라, 내가 못 잡으문, 괴기덜이 풍성혀져서 어민덜이 잡을 것이고, 그려서 우리나라 어업이 발전혀고, 전 세계의 어민덜이 풍요시러워진다, 이렇게 생각하문 월매나 좋아유.”

녀석이 바다 쪽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아, 쉬펄! 저 개새를 미끼로 매달아서 던져 버리고 싶다!”

씁새가 녀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물 베려...”

총무놈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그라니께 오늘도 괴기도 괴기지만 넓은 바다도 보문서 좋은 바람 쐬문서 놀러왔다, 이렇게 생각하자구유.”

녀석이 여전히 사람 좋은 웃음을 띄며 말했다.

“그려유. 뭐 괴기는 나오문 좋고, 안 나오문 또 어떻고?”

선장이 배에 시동을 걸며 말했다.



“아조, 인물 납셨어. 촘만한 새퀴... 낚싯배 타느라고 처들인 선비가 월만디, 뭐? 바다 귀경? 세상의 어민들의 풍요?”




씁새가 배가 달리자 옆으로 돌아와 낚싯대를 준비하는 녀석을 보며 말했다.

“지금 그 얘기 여기 타고 있는 낚시꾼들 헌티 다시 해 줘봐. 니놈은 그 자리에서 수장되는겨! 시방새야!”

총무놈도 이를 갈며 말했다.

“내가 틀린 말을 혔나? 괴기가 잽힐 때두 있으문 안 잽힐 때두 있는 벱이구, 노바닥 괴기가 잘 잽히문 뭔 재미루 낚시를 가겄어? 안 잽히문 다른 날은 잽히겄지, 허문서 긍정적이루다 다음 출조를 기다리는 거 아녀?”

녀석은 여전히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아나! 노벨평화상이나 처먹어라!”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말이 씨가 되었는지 가는 곳곳, 스치는 포인트마다 꽝이었다. 연신 올라오는 것은 손바닥만 한 볼락 몇 마리였고, 글자 그대로 처참한 꽝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녀석과 선장은 끊임없이 열정적인 긍정의 대화를 나누었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야 하는 낚시꾼들의 얼굴은 허탈과 원망으로 바뀌고 있었다. 아예 선장은 포인트에 도착하면 배를 세우고는 녀석에게 다가와 무척이나 긍정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아하하! 오늘도 즐겁게 재미지게 하루를 보냈군!”

녀석이 항구로 돌아오자 빈 아이스박스를 들고 배에서 내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씁새와 총무놈은 왜 살인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된 하루였다. 

며칠 후.

“씁새야! 아하하! 요즘 남해루다 도다리가 잘 나오...”

“끊어! 잡놈아!”

그렇게 또 한 번 녀석은 우리에게 팽 당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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