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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화)

[연재 낚시꽁트 씁새 (322)] 또 다시 선장열전_내 고향은 충청도라오
낚시 꽁트 씁새
[연재 낚시꽁트 씁새 (322)]

또 다시 선장열전
내 고향은 충청도라오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일러스트 이규성






“저기… 그 짝이루 열기가 호황이라대유?”

그랬슈. 어쩐 일인지 첫 전화에서부터 느낌이 쌔 허드만유. 남쪽으로 열기낚시가 호황이라는디, 너무 늦게 출조를 잡은 탓인지 낚싯배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니께유. 열심히 찾아보문 한 두 자리는 있는디, 우리 개차반낚시회 다섯 명이 탈 자리는 없었슈.

그렇게 열심히 출조 사이트를 뒤지고 아는 선장들 모두에게 전화를 돌리고 소개 받기를 여러 차례. 그렇게 소개 받은 선장이 이 선장였지유. 대충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할 때 느껴지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잖유? 그 지방의 사투리라던가, 선장들 특유의 시니컬

한 분위기 말여유. 그런데… 이 선장은 무언가 달랐어유.

“여보셔유.”

뜬금없는 충청도 사투리였다니께유. 선장 특유의 시니컬한 분위기는 있는디… 예상외의 충청도 사투리가 들려온 거여유. 뭐 대충… 충청도 사투리의 선장덜은 서해 쪽이잖어유? 이짝은 남쪽이니께 당연히 남쪽 사투리여야 헌다고 생각헌거지유(선장님의 신신

당부헌 부탁이루 지명과 이름은 뺏구먼유, 이해허셔유)

“열기유? 근디유?”

여전히 익숙한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선장이 묻대유? 뭔 낚싯배 선장이 이따구여… 싶었쥬. 통상적이루 낚싯배 선장헌티 전화허문 낚시 갈라구 그라는거지, 뭐겄슈?

“저기… 그니께 우리가 열기낚시를 갈라고 혀서 문선장님헌티 전화하니께 선장님을 알려 주대유?”

“그라문 그 문 선장은 열기낚시 안 간대유?”

“아녀유, 문 선장님은 가는디, 예약이 꽉 차서 자리가없대유.”

“갸는 나이두 어린놈이 뭔 심산이루 나를 알려줬대유? 자리가 없으문 만들문 되는 것이지.”

“자리가 꽉 찼대잖여유.”

“원제 갈라구유?”

“이번 달 말에유.”

그러자 선장이 한참을 생각하는 눈치드만 좀 지나서말허대유.

“날씨가 춥잖여유.”

이건 뭔 소리인가 싶었지유.

“그라지유. 지금이 겨울이니께 당연히 춥지유.”

“그게 날씨가 추우문 일 하기가 싫어서유.”

뭔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었슈.

“그람 낚시 출조 안 허셔유?”

그때 눈치 챘어야 했구먼유. 이 범상치 않은 선장에게 잽히면 그 마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추우문 일 하기 싫다니께유. 봄이 되면 나갈까 혀유.”

“그람 열기낚시는 안 가시네유?”

“춥다니께유?”

그렇게 남쪽에서 낚싯배를 운영하지만, 추울 때는 출항하기 드럽게 싫어하는 충청도 선장과의 전화가 끝났구먼유. 그 선장은 혹시 모르니까 따듯한 봄이 되면 전화를 주겠다고 허고는 전화를 끊었슈. 뭐 이런 선장이 있나 싶대유? 선사 이름도 없고, 뭔 예약 사이트도 없는디, 낚싯배 선장은 맞다고 허대유?

문 선장 말로는 낚시 포인트도 잘 알고, 선사는 없어도 혼자 낚싯배 운영하는 베테랑급 선장이라고 허드만유. 영판이 맘에두 안 들고, 수상쩍었슈. 뭐… 그러고는 열기낚시 자리를 잡덜 못하고 포기상태였을 때, 갑자기 충청도 선장에게서 연락이 온 거여유.

“저기, 대전분이쥬? 열기 가신다고 혔던.”

“아! 선장님. 웬일이래유? 봄두 안 됐는디?”

“열기낚시 가유?”

이 질문은 보통 낚시꾼이 선장에게 묻는 것 아녀유?

왠지 순서가 순서가 바뀌었슈.

“안적 자리가 안 나와서 포기혔는디유?”

“그라문 가자구유, 열기.”

마치 하도 니들이 성화를 부리니까 가주마 하는 말투였다니께유.

“추워서 안 간다매유?”

“그니께유. 추워 죽겄는디, 뭔 선장놈덜이 죄다 열기 손님덜 모시구 나가네유? 그 놈덜은 춥덜두 안 현가벼. 몸땡이덜이 철갑이여. 여허튼 열기 갈라구 혀유.”

여전히 특유의 시니컬하면서 귀찮은 듯 헌 목소리였어유.

“그려유? 그라문 우덜 다섯이서만 가유?”

이게 이상허잖어유? 추워서 안 간다던 열기낚시를 갑자기 우덜 데리구 간다니께 당연히 선장 배에 우덜만 타는 중 알았쥬.

“배 지름값두 안 나와유. 지는 뭐 흙 퍼다가 배 엔진 돌려유? 손님덜 꽉 채웠슈. 20명.”

이것두 놀랍대유? 추워서 안 나간다고 헐 때는 원제고 그새 손님덜을 채웠다고? 뭐… 당시는 열기낚시 호황기니께 손님들이야 금새 차겄지유. 근디… 선사두 없이 예약 사이트두 없는디… 금방 배가 찼다구유? 이건 뭐, 도깨비에게 홀린 기분이드라구유. 여허튼 그렇게 예약이 되었고, 우덜은 열기낚시를 가게 되었구먼유.

“이 추운디 뭔 사달이 났다구 열기낚시를 간다구 그랴? 그러구 저짝이 어시장 가문 열기가 한 짝에 돈 만원이여. 거서 사먹음 엄칭이 싸. 뭣헌다구 힘들게 발발 떨문서 열기 잡으러 가자구 성화를 부리는겨?”

첫 만남에 선장이 허는 말이었슈. 이 양반이 대체 선장질을 허겄다는 말인지, 영판 수상시럽드라구유? 근디, 그 배에 타는 낚시꾼 모두가 킬킬 웃으문서 그러려니 허대유?

“그라문 안 간다구 허지, 왜 또 갑자기 열기간다구 헌겨?”

배에 오르던 낚시꾼 하나가 물었슈.

“그것이 말여. 성만이 새키허구 종필이 새키허구 죄다 열기배 띄운다구 지랄이잖여. 그놈덜만 그랴? 따른 배 선장덜두 죄다 열기 가구, 갑오징어 가구, 참돔 가구 그라는디 내만 안 나간다구 마누라가 지랄을 허는겨. 추워 뒤지겄는디 뭔 열쳤다구 배 띄우라구 지랄인가 몰러. 좌우간 나가는 보는디, 괴기 새끼 안 나온다구 나헌티 뭐라 그러덜 말어. 괴기 새끼들두 추우면 안 나오는 벱이여. 두어 시간 달릴라니께 선실서 눈 좀 부쳐유. 춥다구 하두 난리쳐서 담요 하나씩 놔뒀으니께 단단히 싸매고들 자유. 감기 걸리면 지만 손해여.”

그렇게 배는 달리기 시작했구유, 선장의 말과는 달리 정말 기가 막히는 포인트에 도착을 하드라구유. 낚싯줄 내리문 10개 바늘에 10마리씩 달려 올라오구유, 또 한 바퀴 돌아서 포인트루 진입하문 정확히 물어대드라구유. 가히 신급의 선장이드라구유.

“그라문 안 잽혀. 봉돌이 바닥을 때리덜 못 허잖여?

열기가 짬푸해서 먹는 놈이 아녀. 바닥 찍고 두어 바쿠 돌려. 시방 봉돌이 63빌딩 옥상에서 노는디, 열기가 먹남?”

“그려. 그따구루 낚싯대 돌려서 초릿대 빠숴지문 사장님만 손해여. 그렇게 채문 낚싯대가 남아나간?”

“돈 많어유? 그르키 낚싯대를 휘돌리문 낚싯대 아작난다니께. 돈 많으문 낚시허덜 말고 수산시장서 사먹어유.”

“그려. 잘혀는디? 아조 남해바다 열기들 싸그리 훑어가겄어? 쫌 냄기야 다른 배덜두 잡아가지, 싸그리 줘담으문 다른 배덜은 우쩌란겨?”

쉴 새 없이 선장은 선장실에서 마이크에 대고 떠들대유. 근디, 그 얘기덜이 너무 재미있고 웃기는겨. 가끔씩 손님덜 복창 터지는 얘기도 서슴없이 하는디, 그게 기분이 나쁘덜 않허는겨.

“장 사장! 뭔 그따구 실력이루 낚시허겄다구 주워 입구 나온겨? 낚시 경력이 수년이라드만, 낚시는 안 가구 바닷가 모텔서 여자낚시만 헌겨? 그따구루 낚시할라문 낚싯대허구 전동릴 죄다 바다루 던져버리구 산이루 올라가! 건강에 좋으니께. 아조 낚시는 지지리두 못허는 것덜이 외제 옷에 왜놈 장비만 들구 다녀요.”

그때마다 배 안은 웃음소리로 가득혔어유.


“대전서 왔슈?”

점심시간이 되자 선장이 다가와 묻대유?

“야. 대전서 왔구먼유? 선장님은 말씨가 여기 분이 아니신데 우치키 된 일이래유?”

“그게 완전 인생 꼬인겨. 내가 충북 옥천 출신이여유. 그란디 우짜다가 군산 쪽이루 낚싯배 사무장을 헌겨유. 그때버텀 인생이 조진겨유. 우찌우찌허다가 이짝 남쪽이루 사무장이루 왔네? 그라다가 저 장수새끼 헌티 배를 사게 된겨유. 졸지에 선장질을 헌거지유. 조졌어. 이게 뭔 짓거리여. 추워 죽겄는디 한 겨울에 배나 몰구 댕기구. 아조 죽겄어. 예미.”

점차 선장 말을 들어보니 모든 게 이해되드만유. 예약 사이트도 없이 선사도 없이 혼자 배를 몰고 다니지만, 늘 아는 단골들이 어디로 무슨 낚시를 가자고 꼬시면(선장 말로는) 그때부터 다른 손님들헌티 전화 넣어서 예약을 받는다는 겨유.

손님이 예약을 허는 게 아니고 선장이 예약과 고기 종목을 받는 거꾸로 된 시스템이지유. 그런데도 여직껏 배에 손님덜 비워 본 적이 없다네유. 그만큼 믿고 타는 선장이라는 거지유.

“추워유! 어지간히 잡았으니께 돌아가자구유. 너무 많이 잡아두 낚시질이 재미 없는 겨. 대충덜 7, 80마리씩은 잡은 듯 허니께 여기서 종쳐유. 추워 뒤지겄어.”

그 시간이 점심 먹고 조금 지났으니께 두어 시쯤 됐을 거구먼유. 누구 한 사람 어깃장 놓는 사람 없이 만족한 얼굴로 낚싯대를 걷었슈. 항구로 돌아오는 내내 웬지 흐뭇하드라구유?

“선장! 담번에 참돔 가야지?”

“추워 죽겄다니께! 날 따듯시러운문 가자구.”

내리는 손님들께 일일이 인사하며 선장이 대답했지유.

“올해 문어가 조황이 좋은 듯허든디? 문어 금어기 풀리자마자 한번 떠야지?”

“뎌 뒤질 일 있어? 한여름에 뭔 문어낚시여? 더워! 집구석이서 선풍기 틀고 낚시 갈 비용이루 수박이나 사먹어.”

“뭔 선장이 노바닥 춥다, 덥다 난리야?”

“선장은 뭔 철갑이여? 내는 추위 엄칭이 타. 더위두드러지게 타! 겨울 여름에는 안 나가!”

선장의 말은 단호했어유. 하지만 다음 말이 걸작이었지유.

“예미, 나는 추워 죽겄는디, 더워 뒤지겄는디, 그저 낚시 가자구 난리를 치니께 나가기는 허지만… 워쩌겄어. 손님덜이 원허문 아픈 삭신 부여잡고 나가야지. 전화 헐티니께 지둘려유.”

배에서 내려서 돌아보니께 선장이 배 위에서 손을 흔들어 주고 있드만유. 말은 저리해도 마음 한 쪽이 따듯한 사람이구나 싶대유? 분명히 며칠 있으문 참돔이나 갑오징어 가자고 전화가 오겄쥬? 손님들 성화에 추워 죽겄는디, 할 수 없이 간다면서.(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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