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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 (321)] 낚시꾼 귀는 팔랑귀
낚시 꽁트 씁새
[연재_낚시꽁트 씁새 (321)]

낚시꾼 귀는 팔랑귀

“이 새퀴가 요즘 추세가 방어여! 횟집 방어나 

까먹음서나 한 철 나는 것이 낚시꾼의 자세가 아녀!”


“한 해가 간다는 것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인간이 쪼개서 정해놓은 규칙에 불과합니다. 즉! 흘러가는 세월을 시간이라는 정해진 규칙으로 쪼개서 규정해 놓은 인간을 위한 잣대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과연 인간 이외의 동물들이 한 시간을 알고 하루를 알며 한 해가 지나가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저 드넓은 하늘을 나는 새들에게 인간의 규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잘난 새퀴!”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시간이라는 것이 인간 이외의 어느 것에 의미가 있을 것이며…”
“닥쳐!”
“닭은 양계장에서 치는 것이고, 저는 의미 없는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닥치라고! 거시기 새퀴는 왜 이런 놈을 우리에게 떠맡긴 겨?”
“무의미한 인생에 취미라는 방점을 찍으라는 선배님의 뜻이었…”
“닥치라고 했다!”
아시쥬?

이 답 없는 자식… 거시기놈이 강릉으로 전근을 가며 우리에게 맡기고 간 그놈(319화 참조)여유. 우리 개차반낚시회에 가입허겄다구 혀서, 물론 거시기 놈의 부탁도 있었지만, 낚시라고는 생전 해보덜 않은 녀석을 데리고 무슨 짓인가 싶대유.

계절이 겨울이라 딱히 출조할 마땅한 대상어가 한정되어 있는 터라 녀석을 데리고 출조 한 번 못해 봤으니 녀석 앞에서 낚시 얘기 해봤자 씨알도 안 먹히지유. 그려서 우쩌다 한 해가 가고 쓸쓸시러운 마음에 무심헌 세월에 대해 얘기허다가 나온 녀석의 말이었어유.

생각해 보문 녀석의 말이 맞기는 해유. 그저 흘러가는 세월을 시간대별로 끊어 놓는 게 뭔 소용이 있겄슈? 그려두… 내심 마음 한 켠이루는 모든 게 야속허지유. 10년만 젊었더라면…. 갑자기 파랗던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누구나 그런 생각 한 번쯤은 허덜 않나유?

또 다시 새해를 맞이허니께 심란허구먼유. 게다가 시절이 겨울이라 뭔 출조를 하기가 애매 시럽드라구유. 종목도 한정되어 있고, 낚시를 갈라 해도 멀리 남쪽이루 떠나야 허니께 그것두 만만치 않은 일이지유. 그렇다고 낚시꾼이 꽃 피는 봄날만 기다리면서 철 바뀌길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거 아녀유? 그나마 마음먹고 완도루 열기낚시 갔지유. 그란디… 뭔 갓 태어난 열기만 올라타는지, 잡고 방생허고, 잡고 방생허길 하루 죙일 한 거여유. 덤이루 미친 듯이 불어오는 바람에 정신머리가 거의 해탈 수준이었어유. 굳이이런 날씨에 낚시를 와야 하나 허는 요즘 애덜 말루 현타가 온 거지유.

결국은 낚시 포기하고는 선실루 들어가 자빠져 잤다니께유! 그라다가 또 동해 쪽이루 대구가 한 철이라는 말에 팔랑귀가 발동헌 겨. 몇 년 만에 허는 대구 낚시인지라 그려두 기대는 했지유.

우덜 낚시꾼덜이 간과하는 겨울낚시의 복병이 있지유. 바로 날씨여유. 그렇게 열기 낚시 가서는 회되게 당해 놓고는 그저 괴기 잡겄다는 욕심에 깜빡 잊어버리는 거지유.

예미랄! 하루 죙일 흔들구 지랄허는디 대구는 무신! 지랄 맞게 쏟아져 들어오는 너울에 심신이 무너지는 느낌이드라구유. 그려두 한 마리 잡아보겄다구 너울바람에 미친놈마냥 흔들어 제끼다가 대구는커녕 오십견만 얻어왔구먼유. 동해바다에 가라앉힌 스틱이 한 다스는 될껴! 에미럴…‧

대구? 대구는 경상도에 있어유. 동해에는 대구 음써! 다시는 겨울 낚시 가지 않겄다구 다짐을 혔지유. 그 추운 날씨에, 올 겨울 추위가 여간 추운 게 아니잖여유? 그 추위에 엄동설한에 개 떨듯 떨문서 뭔 인가 싶드라구유.

허지만! 이 낚시꾼이라는 게 습자지 보담두 얇은 귓때기인지라 뭔 소리만 들려두 못 배기잖여유? 여수권이루 문어가 잘 나온다대? 그것두 키로 오바루다 쿨러 채운다는 겨! 못 잡아두 10여 수를 넘어간다는 겨! 또 득달같이 달려갔어유. 문어? 그게 뭐여유? 먹는 겨유? 시베리아 칼바람에 귓싸대기 싸질러 처 맞고는 알배기 주꾸미 한 마리 낚고는 ‘다시는 겨울 낚시 안 간다! 내가 가문 개자식이다!’ 이 지랄을 했지유. 여수 앞바다에 수장시킨 에 기가 한 박스는 될 껴! 예미럴…

역시 겨울은 낚시허문 안 되는겨. 그저 따듯시런 봄 날을 지둘리문서 낚싯대나 닦고, 채비나 정리하는 게 겨울에 할 낚시꾼의 자세여유. 허지만! 그 아름답고 고귀한 자세를 지키는 낚시꾼이 워디 있겄슈? 낚시꾼이란 천성이루 팔랑귀를 타고 나는 겨! 그렇게 굳은 심지루다 방구석을 지키고 있건만, 이놈 저놈 팔랑귀를 흔들기 시작허지유.

“씁새야! 추자도 쪽이루 심해 우럭이 쿨러를 넘치게 한댜!”
“가짜뉴스 퍼트리문 잡혀가.”
“아녀! 진짜여. 중리동 낚시방 사장이 그라는디, 개우럭이루 대장쿨러를 채우고 왔댜!”
“꺼져!”
그려유.그렇게 한동안은 끈질기게 참았지유.
‘겨울에는 그저 따듯시런 방구석에서 유튜브나 보문서 대리만족 허는 게 최고여.’
근디, 이게 또 낚시꾼인지라 낚시방송 보문서 손바닥이 근질거리는겨. 때마침 언놈이 팔랑귀를 흔들대유?
“씁새야! 방어 안 갈려?”
“까세요. 방어는 횟집서 사 먹는 게 최고여.”
“이 새퀴가 요즘 추세가 방어여! 횟집 방어나 까먹음서나 한 철 나는 것이 낚시꾼의 자세가 아녀!”
“맘껏 지저귀세요. 나는 방구석이나 지킬라니께.”
하지만 어느새 손은 눈보다 빠르다고, 방어 낚시채비를 하고 있었지유.
“씁새야! 준비는 잘 허고 있냐? 최 뭐시가 그제 방어 가서는 중방어루다 20여 수를 넘기고 왔다드라.”

그려유. 인자 새 채비 준비허구 구입하느라 분주해지기 시작허지유. 허지만! 겨울낚시의 복병은 너울과 칼바람만 있는 것은 아니지유. 신상 방어채비에 낚싯대도 신상이루 구입하고는 출조 날짜만 손꼽아 기다려유. 꼴에 낚시꾼이라고 입도 싸유.

“이번에는 방어여! 다들 입맛 다시문서 지달리라고혀! 진짜 방어회를 멕여 줄라니께. 횟집 방어 따위는 방어가 아녀!”이라문서 동네방네 아는 놈, 모르는 놈 죄다 소문을 내지유. 그란디… 이게 막상 출조를 앞두문서 심상치 않어… 차라리 출조를 가서 너울에 처맞고 칼바람에 싸다구 맞어두 괜찮어유.

“야! 씁새야. 방어 폭파됐어. 염병.”
“뭔 개소리여? 왜 폭파된 겨?”
“날씨…”

그렇지유. 겨울 낚시의 복병 중 최고는 기상악화지유. 10번 출조 하기로 했다면, 그중 8번은 기상악화로 출항중지여. 애써 채비허고 구입해 놓은 장비들이 애물단지가 되는 거지유.

“여이, 씁새. 방어회 멕여준다드만, 워찌된 겨?
“니놈 허는 짓이 그렇지 뭐… 방어는 뭔 방어? 여허튼 꾼들 거짓말은 알아준다니께.”

욕은 바가지루 먹어유. 니놈덜 목구녕에 회 한 점 먹이는 것보담은 내가 출조 못하는 것이 더 슬픈 일이여, 새퀴들아! 넘쳐나는 낚싯대들과 방 안을 점령하는 채비들로 또 겨울이 지나가는구먼유.

여허튼 이번 겨울은 여느 겨울보다 춥고 힘들었지유? 아직은 겨울이 다 지나간 것은 아니지만, 그려두 우리 낚시꾼들에게는 면벽수련 허는 스님들 만치 힘든 계절인 것은 맞지유. 그려두 지난해에 썼던 장비들 하나하나 꺼내서 닦고 기름칠허고 정리하다보문 봄이 올 것이고 항구마다 우리 낚시꾼덜이 넘쳐 나겄지유. 그때까정 버텨보자구유.

“염병은 죽은 다음에 땅속에서 하세요.

네 놈 안가면 다른 사람 구해야 하니께 빨리 정해!” 

“야! 씁새야!”
“뭐여? 낚시 안 가!”
“지랄 말고, 동해 쪽이루 가자미가 풍년이랴!”
“너나 지랄마세요. 겨울낚시는 몸에 해로워.”
“진짜라니께. 느문 주렁주렁이여! 느문 달려나온다니께. 동! 해! 가! 자! 미!”
“닥쳐!”
“아, 이 새퀴가 낚시꾼 때려 치고 산악인이 되려고 지랄허나? 가자미 잡으러 가자고! 다섯명 모집허는디, 네 놈만 같이 가문 다섯 명 딱 되는겨!”
“음써! 낚싯대 음써! 채비도 음써!”
“염병은 죽은 다음에 땅속에서 하세요. 네 놈 안 가면 다른 사람 구해야 하니께 빨리 정해!”

음흠흠~ 가자미… 주렁주렁… 맛 좋은 가자미~ 세꼬시… 음흠흠~ 손은 눈보다, 아니 몸보다 빠르다. 가자미 채비, 10단, 낚싯대는 어느 구석에 처 박혀 있었던가? 

예이~ 가자미 잡으러 가자미~ 너울이 온 몸을 싸잡아 흔들던, 칼바람이 귓싸다구를 후려치던… 간다. 그것이 낚시꾼의 자세다. 면벽수련? 낚싯대나 정리하는 한가로운 겨울? 웃기지마라! 나는 낚시꾼이다! 팔랑귀를 흔들며 이번엔 가자미를 잡으러 공현진으로 달려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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