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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 (319)] 제자님 나의 제자님 (하)
낚시 꽁트 씁새
[연재_낚시꽁트 씁새 (319)]

제자님 나의 제자님 (하)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일러스트 이규성

“그려서? 제자루 받아들이는겨?”
호이장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뭔 개소리여? 내가 왜 제자를 받는다는겨?”
씁새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라문 누가 그눔을 제자로 받는다는겨? 그려두 거시기를 니놈이 제자루 택했으니께 이번에두 제자루 택해야지.”
총무놈이 커피를 홀짝거리며 말했다.

“지랭이 똥구녕 같은 소리 하덜 말어. 그러구 거시기가 뭔 내 제자였다는겨? 여허튼 우치키 생겨 먹은 놈인지 보구서 결정허자구.”

씁새가 총무놈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말여. 이… 자네덜 개차반낚시회가 지대루 굴러가려면 씁새헌티 제자루 붙여주면 안 될 것이여. 암만! 저 씁새가 허는 행동거지루 보문 사람 하나 요절내는 것은 불 보드키 뻔혀. 애꿎은 사람 하나 병신 만들지 말고 호이장이나 총무가 제자루 가르쳐.”
낚시점 김 사장이 거들고 나섰다. 
“그 입 닥쳐라! 다 시들어서 곤죽이 된 지랭이를 팔아제끼는 악덕상인!”
씁새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뭔 곤죽이 된 지랭이를 팔았다는겨? 우덜 지랭이가 
월매나 싱싱헌디?”
김 사장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김 사장은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 판에 아침부터 개차반낚시회 놈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는 것부터 심란했다. 더욱이 대전 시내 낚시점마다 요주의 인물로 찍혀있는 씁새놈이라니.
“그만 좀 처먹어! 물건 하나 안 사는 주제에 발써 몇 잔째 타 먹는겨?”
김 사장이 또 믹스커피를 타고 있는 씁새에게 말했다.
“그깟 봉다리 커피가 월매나 한다구 난리여? 자린고비 악덕상인!”
씁새가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개새!”
김 사장이 끙 소리를 냈다.

“근디… 신입회원은 원제 오는겨?”
회원놈이 보던 잡지를 덮으며 물었다.
“안적 약속시간 20분 전이여. 오늘이 토요일이라 쉬는 날이니께, 여기서 보자구 했지. 갸 집이 이 근방인개벼.”
씁새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저건 뭐여?”
총무놈이 낚시방 창으로 길 건너편을 보며 물었다. 
거기에는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 하나가 길에 서서 이쪽 낚시방을 한참 쳐다보고 있었다.
“보험판매원 같은디? 아니면 영업사원이나… 근디… 토요일에두 뭘 팔러 댕기나?”
호이장놈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생긴 게 바늘로 찔러두 피 한 방울 나덜 않게 야무지게 생겼구만. 저런 놈은 취미두 고급질껴. 골프나 하다못해 테니스를 하던… 이리 오는디?”
씁새가 하던 말을 멈추고 길을 건너오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뭔가 이질적인 느낌의 녀석은 낚시방 앞에 멈춰서더니 옷매무새를 고쳤다.
“이거… 싸헌디?”
총무놈이 엉거주춤 일어서며 말했다. 그리고 낚시방 문이 열렸다. 녀석이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개차반낚시회 분들이 여기 계시지는 않으신지요?”
문 앞에 우뚝 선 녀석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와아씨! 강적이다!
순간, 씁새의 머릿속이 마구 헝클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거시기가 소개헌… 그…”
호이장놈이 물었다.
“네! 제가 김OO 선배님께 소개받은 강OO입니다. 오늘 여기서 면접을 본다고 해서 왔습니다.”
녀석이 허리를 90도 각도로 꺾어 인사하며 말했다.
“며…언… 접?”
“네!”
“그… 그게… 뭔 낚시나 같이 댕기구 그라는디 면접이여? 이게 뭔 직장 구하는 것두 아니고. 어여 이리 앉아.”

회원놈이 엉거주춤 씁새의 옆자리를 권하며 말했다.

“그래도 선배님의 엄밀한 지시가 있어서 실례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왔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3년 전 이곳 대전지사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김OO 선배님하고는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며, 일
찍이 선배님께서 무취미로 일관하시다가 낚시에 취미를 들이시고는…”
“스탑! 스탑! 그니께 한 가지만 묻자고.”
씁새가 일사천리로 떠들어대는 녀석을 제지하며 물었다.“넵! 말씀 하십시오!”
“그… 자네 선배라는 김OO 말여. 걔가 우리들 사이에서는 거시기루 통했는디…”
“거시기라니요? 저는 처음 듣습니다.”
녀석이 몸을 꼿꼿이 세우며 대답했다.
“갸가 그… 말허는 사이사이에 거시기, 거시기 허는 추임새를 넣었거등. 그려서 우리들 사이에서는 별명이 거시기였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선배님께서는 늘 올바른 표현을 쓰셨고, 말씀도 기승전결이 명료하며 또렷하셔서 회사의 모든 보고를 도맡아 하셨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거시기라는 별명이 있다는…”
“그만! 스탑, 스탑! 장황시런 설명은 관두고, 그라니께 그 자네 선배인 거시기가 말이 어눌하고 막 거시기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네?”
“넵! 언제나 말씀이 명료하시며 일관된 표준어를 쓰셨으며, 모든 일에 적극적이며 매사에 신중하시지만 낙천적이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후배들 사이에서는 본받아야 하는 인물이며 롤 모델로…”
“스탑!”
씁새가 이번에는 손을 들어 저지 시켰다.
이거! 물건이다!

“그니께 그놈이 우리덜헌티만 거시기 거시기 헌 것이네? 왐마! 우쩐지 그런 흐리멍텅헌 말로 회사 생활을 어찌할까 궁금혔는디, 이건 식스센스급 반전일세.”

씁새가 혀를 차며 말했다.

“우짠지. 녀석이 이중적인 생활을 허는 느낌이었다니께.”
총무놈도 킬킬 웃으며 말했다.
“됐고, 그려서 자네는 낚시를 해 봤는가?”
이번에는 호이장놈이 물었다.
“넵! 저는 태어나서 일찍이 사회의 유지과정을 배웠으며, 그 과정에서 오로지 힘이 되는 것은 끊임없는 노력과 배움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다른 어느 것에 눈을 돌리지 아니하였으며…”
“스탑! 그려서 낚시는 해 봤다는겨?”
그때, 개차반낚시회 놈들의 얼굴에는 똑같은 생각이 스쳐갔다.
이 새퀴! 범상치 않은 놈이다!“제가 취미생활을 갖고자 하였던 것은 일찍이 초등학교 시절에 문득 체력적인 면이 부족함을 느끼고는 부모님께 부탁하여 태권도 도장을…”
“그만! 그만! 낚시! 낚시! 단답으로 얘기혀! 낚시를 해봤냐고? 해 봤으면 네! 안 해봤으면 아니요!”
씁새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넵!”
“응?”
“넵!”

“그니께 해 봤냐고?”
“저는 학교 졸업과 동시에 직장생활에 뛰어들었으며 이후 여느 직장인들처럼 변변한 취미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역량을 높여 더욱 발전하기 위하여 매진하였으며…”
“쫌! 쫌! 단답! 단답! 낚! 시! 를! 해 ! 봤! 냐! 고!”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낚시방 김 사장이 배를 움켜쥐고는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안 해봤습니다.!”
“염병…”

씁새가 한숨을 폭 쉬며 중얼거렸다.

“그니께 우덜헌티 낚시를 배우고 싶다는 것 아녀?”
지친 목소리로 회원놈이 물었다.
“넵! 강원도로 전근 가신 선배님께서 무취미로 일관하시다가 여기 선배님들의 권유로 낚시를 배우고는 일상에 활력을 더욱 찾으시며 회사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시는 모습을 보고는…”
“배우고 싶다고?”
씁새가 다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넵!”
녀석이 더욱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대답했다.
와! 염병… 거시기보다 더 한 놈이 들어왔다…
녀석과의 대화에서 진이 빨릴 대로 빨리는 지경이었다.
“예미… 진짜루 개차반이 되가는 갑다.”
호이장놈이 중얼거렸다.“그려서, 자네는 낚시장비부터 시작혀서 모든 것을 첨부텀 배워야 한다는 것이잖여?”
총무놈도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넵! 저는 일찍이 회사 생활과 일상적인 생활만을 영위하여 왔기에 이참에 더 나은 세상을 보고 경험하기 위하여 취미생활을 갖기로 마음먹었던 바, 마침 김OO 선배님의 권유가 있었으며, 이에 대하여 저희 집 사람과 논의를 하였습니다. 저희 집사람의 의견이 마침 저의 무료한 생활에 어쩌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 후원해 주기로 하였기에…”
“제발 그만! 자네…”
씁새가 귀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느낌을 받으며 녀석의 말을 끊었다.
“자네 영업직인가?”
“아닙니다! 저는 회사에서 인사노무 팀을 맡고 있습니다. 인사노무 팀을 3년째 맡고 있으며, 이전에는 총무회계 팀에서…”

녀석의 말은 끝나지 않을 기세였으며, 개차반놈들은 모두 지친 모습으로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그리고 개차반 놈들과 낚시방 김 사장의 머릿속에는 딱 한 가지 생각만이 남아있었다.
염병! 개차반낚시회에 씁새가 두 놈이 돼 버렸다.
열변을 토하는 녀석의 등 뒤, 낚시방 창문 너머로 까마귀 한 마리가 울며 지나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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