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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310)] 선장열전-오옥께이 선장님
낚시 꽁트 씁새

[연재_낚시꽁트 씁새(310)] 선장열전-오옥께이 선장님



선장열전-오옥께이 선장님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일러스트 이규성



지난 편 선장열전 중에서 아나운서형 선장님이셨던 ‘오옥께이 선장님’을 올려드렸더니 “그 냥반 지두 아는디유?”, “알지유, 알지유. 증말루 보고 싶은 선장님이시구먼유.”
이렇게 많은 분덜이 메일을 보내 주시더군요. 그리고 그 선장님과의 재미있었던 일화도 보내주셔서 이 기회에 한 번 더 오옥께이 선장님을 소개하려 하는구먼유.
물론 모든 선장님들께서 각자 개성이 있으시고, 본인의 스타일이 있으신지라 딱 찍어서 이 선장님이 최고라고는 말씀 드리기 어렵지만, 적어도 이 정도의 열정과 손님들과의 신나는 교감이 있다면 우리들의 조행이 좀 더 즐겁지 않을까 싶네유.


간혹 손님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자신의 고집대로만 하시는 선장님들이 있지유. 괴기는 나오지도 않는 포인트에서 줄기차게 포인트 고수만 하시는 선장님. 손님들을 윽박지르듯이 하는 선장님. 괴기 끌어 올리다 떨구면 매몰차게 핀잔을 주는 선장님. 도저히 낚시하기에는 힘든 날씨임에도 출조를 강행하는 선장님.
이외에도 손님들의 의견이나 요구에도 꿈쩍도 없이 할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무관심한 선장님들… 왜 이분들의 배에는 손님들이 없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지유. 다른 배들은 예약이 이미 차버려서 대기 손님까지 줄 섰음에도 불구, 유독 그 배만, 그 선장님의 배만 여유자리가 있다면 심히 의심스러워지는 지경이여유.
하루 즐겁고 재미있게 놀다오면 손님들은 못 잡았어도 미련은 없을 것이고, 선장님으로서는 최선을 다 하셨으니께 후회는 없지 않겄어유? 그래서 더욱 오옥께이 선장님이 그리워지는지도 모르겠군요.


“오옥께이! 작가님 오셨네? 지난 번이는 갓난애 볼기짝만한 광어 두 마리 방생허구 가셨쥬? 그려, 오옥께이! 오늘은 시마리 방생해 보셔유. 복 받을껴. 오옥께이! 서울 사장님 내외분 타셨네? 사모님보다 못 잡는 우리 사장님. 오옥께이! 날 좋고 물 맑으니께 괴기 잡으러 떠나봅시다! 거기 장 사장님. 우리 배에 도시락 좀 올려줘 봐유. 저거 없으문 우리 굶어 뒤지는겨. 오 사장님도 좀 거들어 줘 봐유. 오옥께이! 도시락 실었고 물도 실었고, 인자 괴기 실으러 갑시다. 오오오옥께이!”


출항 전부터 모두들 신이 나 있지유. 다른 배는 유독 조용히 출항 준비를 하지만, 옥께이 선장님 배는 거의 축제 분위기지유. 당시(5~6년 전)에는 배 자리에 대한 추첨이 없었지유. 먼저 낚싯대 꼽는 사람이 그 자리의 임자였으니께유. 그려서 배가 도착하문 먼저 자리 선점하기 위해 뛰어 타느라 위험하기가 그지 없었슈. 하지만, 옥께이 선장님은 철칙이 있었지유.


“에또… 보자… 거기 김 사장님, 그러고 장사장님 일행은 괴기 잘 잡는 프로들이니께 저짝 배 중간이루 서셔유, 옥께이.”


이미 몇 번 타본 사람들은 옥께이 선장님이 알고 있고, 실력도 알고 있으니 배에서 가장 취약한 곳으로 찍어놓지유.


“서울 사장님 내외 분은 솔직히 여성 분이니께 좋은 자리 해드려야지유? 여성우대! 오오옥께이! 이짝 선장실 옆이루 서셔유. 오늘은 선장실 옆쪽이루 무조건 포인트 진입하는겨!”


처음 배를 탄 손님이거나 여성 분, 또는 가족인 경우는 가장 좋은 자리로 지정을 하지유. 그래도 누구 하나 항의 하는 사람덜이 없었지유.


“김 사장님, 장 사장님, 오 사장님, 그라구 작가님은 프로 아녀? 프로문서 이짝 앞쪽이루 서실껴? 초짜들이나 이런 데 서는 것인디. 초짜였슈? 오오오오옥께이! 그라취! 프로들은 험악시런 곳에 서는겨! 역시 프로들여! 선수나 선미 쪽은 무조건 초짜들이 서는겨유. 오오오옦께이!”


물론, 배에서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두 알지유.
하지만, 선장님이 포인트 진입할 때 꼭 선미나 선수부터 진입하는 경우는 없고, 골고루 잡을 수 있도록 여러 방향으로 진입하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불만은 없었지유. 그리고 선장님께 프로라고 인정 받으문 별로 탐탁지 않은 자리라도 뿌듯한 거 아니겄어유?



“오오옥께이! 인자 2시간 가량을 달리겄습니다. 지난밤에 잠을 설쳐서 도저히 바다귀경이 힘들다 허시는 허약시런 분덜은 선실로 들어가셔서 주무시고, 늙어 죽으문 실컷 잘 수 있으니 살아있을 때 눈 똑바로 뜨고 살련다 허시는 분덜은 배 뒤쪽이루 가셔서 바다귀경을 허시문 되겄습니다. 오옥께이! 달려봅시다!”


유독 이 배에 선실이 텅텅 비는 이유여유. 허약시럽지않음을 보여줘야 하니께. 그러다보니 배위 뒤편, 물보라가 미치지 않는 뒤쪽 공간은 낚시꾼들의 기술공유의 장소가 되곤 했지유. 그리고 사무장이 커피를 타주며 자신의 노하우나 옥께이 선장님의 기술에 대해서도 전수하는 장소가 되기도 했구먼유.


“오오오옥께이! 도착혔습니다. 다들 채비하시고, 채비가 영 힘들다 허시는 분덜은 저나 사무장에게 도움을 청허시문 김진사댁 상머슴보다 더 열심히 가르쳐 드리겄습니다. 어허이! 뭐여? 발써 채비 담그는겨? 안되유. 다 같이 담궈야지 그리 욕심내문 쓰겄슈? 일사분란허니, 정답게 채비를 내리기로 헙니다. 정답게! 그라취! 뒤쪽에 이 사장님도 채비 끝났쥬? 그라문 내립니다. 오오오오오옥께이!”


드디어 채비가 내려가고 본격적으로 낚시가 시작되면
옥께이 선장님의 중계방송이 시작되지유. 이때 볼만했던 것이 저 멀리 있던 낚싯배도 옥께이 선장님의 배로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이지유. 주위의 배들이 옥께이 선장님의 배로 몰려드는 것이지유. 그러면 옥께이 선장님의 중계방송은 거의 열변을 토하듯 합니다.


“오오옥께이! 00호 8번 손님! 힛뜨! 힛뜨! 이어서 00호 6번 손님도 힛뜨! 하지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우리의 장 사장님 히이잇뜨! 오오오옥께이! 00호 8번 손님 아쉽게도 광애. 눈만 달린 방생 광애! 00호 6번 손님 그나마 회 썰면 앞뒤 두 쪽짜리 광어 힛뜨! 오오오오옥께이! 우리의 장 사장님 보란 듯이 4짜 광어! 사무장! 뜰채. 뜰채. 이것이 프로의 자격이다 허는 진실한 모습을 보이며 00호와 00호의 기를 죽이는 장 사장님의 힛뜨! 오오오오옥께이!(우리 것이 컷을 때)”


“오오옥께이! 00호 8번 손님. 크다, 크다! 00호 사무장. 똥 싸러간겨? 끊고 뛰어! 뜰채, 뜰채! 오오오옥께이! 한눈에 봐도 5짜 광어! 이때 우리의 장 사장님 신중한 릴링. 거의 프로급 자세를 유지하면서 릴링… 오오오옥…아! 자세만 프로였던 장 사장님. 앞 뒤 썰어 세 점짜리 광애. 씩씩거리면서 다음을 기약하면서 방생. 오오오오옥께이. 00호 8번 손님은 그저 어쩌다가 잡을 걸로. 오오오오옥께이(우리 것이 작았을 때).”


이러다보니 주위의 배들도 신이 나게 마련이지유. 온바다를 울리는 옥께이 선장님의 중계방송이 고조될수록 괴기를 잡았던 못 잡았던 모두들 즐겁기만 했어유.
그중에 압권은 우리 배에 탄 여성 손님이 한 마리라도 올리면 터져 나오는 옥께이 선장님의 멘트였습죠.


“거러췌! 오오오오오오옥께이! 우리 사모님 히이이이잇뜨! 그짝 00호! 저짝 00호! 그라고 앞쪽에 00호 손님들. 이것이 낚시의 근본이여! 우리 사모님 힛뜨! 무려 5대의 낚싯배 손님들을 압도하는 힛뜨! 신중히… 신중히…그려! 오오오오옥께이! 낚싯배 5대문 20명씩 계산해두 100명이여! 100명의 눈을 합하문 200개여. 무려 200개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우리 사모님 힛뜨! 그라췌! 자세 좋고. 인물 좋고. 날씨 좋고. 신중허니 감어유. 그라췌!


어이! 그짝 00호 2번 손님 워디 가시는겨? 이 역사적인 순간에 오줌이 나와유? 여성 분이 잡는디, 남자인 내가 못 잡으니께 창피혀서 도망가유? 그라췌 방광을 포기하고 이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봐야 혀. 그라취! 크다. 크다. 사무장 신중허니, 신중허니. 뜰채 꽉 붙들고 대기혀.


그라췌! 오오오오오오옥께이! 남자 손님들의 아랫도리를 숨죽이게 만드는 대물 광어! 그라췌 이거여! 오오오오오옥께이! 사모님! 인자 사모님은 프로여! 사무장. 한방 거하게 찍어드려. 거러췌. 오늘의 장원이여! 오오오오오옥께이!”


이 정도 되문 자존심의 문제가 될 수도 있지유. 남자로서의 자존심, 여성 조사에게 질 수도 있다는 강박증.


“에헤이, 오 사장님. 지금 오줌이 나와유? 방광이 긴장되질 않어유? 우리 사모님 대물 보니께 기가 맥혀유? 지금 황금시간이여. 느나느나 타임에 자리를 비우시문 우치키혀? 그라췌. 비어져 나오는 오줌을 비끄러매고 잡아야지! 오오오오옥께이. 오 사장님 방광을 포기하고다시 낚시를 시작하십니다. 전투적이루, 낚시는 오늘이 끝이다 허는 간절시런 마음으루. 오오오오옥께이. 여러분의 그 간절한 마음과 염원을 담아서 오늘 낚시는 2시간 더 연장허겄습니다. 오오오오옥께이! 사무장! 화장실 때려 잠궈!”



이쯤 되면 거의 낚시는 둘째 치고 거의 뱃전을 굴러다닐 정도로 웃음만 가득하지요. 물론 옥께이 선장님의 말솜씨만 유명한 것은 아니였어유. 손님들에 대한 마음 씀씀이 또한 거의 전설적이었지유.


갑자기 중계방송을 멈추고 선장실을 비우는 때가 있지유. 거의 낚시 끝 무렵이면 선장실을 비우는 때가 많았는데, 그때쯤이면 배에서 괴기를 많이 잡았거나 큰 놈을 잡은 손님에게 다가가지유.


“씁새 작가님. 아까 큰 놈 잡았잖여유? 그러고 작은 놈이루 3마리. 그 중에 작은 놈 2마리 빼가유. 알고만 계셔유.”


손님의 승낙은 필요없어유. 그냥 일방적인 통보지유.


“최 사장님. 오늘 7광했대유? 그거 다 못 먹어. 그거 다 먹을라문 배 터져. 그츄? 3마리만 빼가유. 알고만 계셔유.”


너는 알고만 있으문 내는 빼간다 이거지유. 하지만 누구 하나 싫다고 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은 없었어유. 그것이 옥께이 선장님 배의 불문율이 었으니께유. 으레히 낚시 끝 무렵이면 옥께이 선장님의 방문이 있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으니께유.


그렇게 배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어창에서 손님들 괴기를 빼낸 마릿수가 꽤 되었지유. 물론 많이 못 잡았거나 아예 몰황인 날은 그렇게 하지도 못했지만유.


“오늘도 즐겁게 놀았슈? 인자 가시문 원제 얼굴을 본대유? 얼굴들 잊어 먹지 않게 자주 오셔유. 집안 거덜낼만큼 자주는 아니구유. 오오오옥께이! 오늘 날씨두 좋구 괴기두 많이 나오구 증말로 좋구먼유. 오오오오옥께이! 모두들 살펴 가셔유. 오오오오옥께이 오늘 낚시 이상 끝.”


그러고는 선장님은 선장실에서 나와 손님들 일일이 짐을 날라 주고는 아쉬운 악수를 하지유. 옥께이 선장님 배는 거의 단골들만 타다보니 손님들끼리도 거의 알고 지냈지유. 그래서 손님들끼리도 악수를 나누고 다음을 기약하지유. 손님들이 항에서 사라질 때 까지 옥께이 선장님은 뱃전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지유. 이런 선장님이라면 어찌 낚시가 즐겁고 유쾌하지 않겄어유?


물론 모든 선장님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음을 강조합니다만, 좀 더 손님들을 배려하고 내 귀중한 손님이라는 마음만 있으면 옥께이 선장님보다 더 멋진 선장님이 될 것 같구먼유.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옥께이 선장님에 대해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봤구먼유.


아! 손님들에게 걷은 괴기는 어찌 됐냐구유? 그 항구에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작은 시설이 있어유. 불우한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고, 그 지역의 소외된 계층이나 독거노인들을 위한 작은 시설인디, 그 시설의 독지가 중 한 분이 옥께이 선장님이시라고 하드만유.


잡은 물괴기뿐 아니라 낚싯배의 이익금도 기부한다고 하드라구유. 선사와의 문제로 배를 놓았다고 하는데…가끔씩 맘에 안 드는 선장님을 만나면 그 호탕하고 멋졌던 옥께이 선장님이 생각나누만유.


“날 좋고, 물 좋고, 오늘도 떠나 봅시다. 오오오오오옥께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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