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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309)] 시절 단상
낚시 꽁트 씁새

[연재_낚시꽁트 씁새(309)]



시절 단상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일러스트 이규성


“니는 안적두 낚시질 댕기는겨? 시국이 이 모냥인디 낚싯대 휘두를 맴이 나는겨?”


의례히 들어오던 잔소리일 뿐이다.


“전 세계가 역병이루 난리두 아닌디, 낚시질이나 댕기문 쓰겄어?”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낚시질 때려 치고 코로나 치료제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회사는 잘 댕기는겨? 정년 퇴직허구두 한참을 지났을 니놈을 계속 회사에 붙어있게 해 주는 좋은 회사여. 그란디두 틈만 나문 낚시나 댕기구 그라문 쓰겄어?”


그러면 그 고마운 회사에 살과 뼈를 묻고 쉴 틈도 없이 일해야 하는 것인가? 잔소리를 하든가 말든가, 씁새는 다른 생각에 몰두하고 있었다.

다음 주에 완도로 열기낚시를 가기로 했는데, 100호 봉돌을 몇 개 더 사야하는지, 완도 쪽은 120호를 쓴다던데 새로 사야 하는지, 낚시채비는 제대로 있는

지, 태클박스를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인자 다음 달이문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여. 우리나라의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다 이 말이여. 뽑을 인물은 정헌겨? 괜히 낚시 간다고 투표두 안 허구 낚싯대 들고 튀는 거 아녀?”


시국이 참으로 그렇다. 코로나인지 뭔지 하는 전염병으로 세상이 단절되기 시작했고, 뉴스에서는 오늘은 몇만 명이 감염되었다는 섬뜩한 소식이 먼저 흘러나온다.

러시아와 미국이 한 판 붙을 것 같고, 중국도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다. 대한민국을 경영해 보겠다고 대선주자들은 오늘도 정신 사납게 몰아친다.


“내 말은 듣는겨? 그 놈의 낚시가 뭣이라고 뻔질나게 싸돌아 댕기는겨? 돌아가신 니 아버님허구 우찌 그리 똑같은겨?”


이종형님의 잔소리는 끝없이 흘러 나왔다.


“인자 그만혀! 그려두 회사두 잘 댕기구 집안 잘 챙기문서 낚시 댕기는디, 뭣이 그리 난리여? ”


역시 믿을 사람은 어머님뿐이다.


“그게 그런 게 아녀유. 이모님두 생각해 보셔유. 시방시상이 우치키 돌아가…”

“그만혀! 시상이 거꾸루 돌아간다구 혀서 얘기 우치키할 수 있는 게 아니잖여?”


입가에 웃음이 배시시 흘러나왔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올해도 어느 저수지, 어느 갯바위, 어느 낚싯배 위에 있을 것이다. 그저 설날, 친척들이 모이면 흘러나오는 잔소리 일 뿐이다.

나는 다음 주 열기낚시만 생각할 뿐이다. 그렇게 세상은 돌아가는 것이다!




독자님덜, 우치키 신년 설은 잘 쇠셨나유? 여러분도 지처럼 낚시 댕긴다구 잔소리 들으신 건 아니쥬? 뭐 시상이 어수선시럽다구 낚싯대 손에서 놓으문 낚시꾼이 아니지유.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거지유. 어쩌면 해를 지나고 나이를 먹으문서 시상을 초월혀서 사는 기분여유.


설 전에 여수루다 참돔을 잡으러 갔었슈. 때가 겨울인지라 워디 마땅시럽게 갈 만한 곳두 없드만유. 그나마 남쪽에는 주꾸미도 나오구 문어두 나오구 마침 참돔이 풍년이라대유? 워낙이 귀때기가 얇으니께 혹해서 참돔을 가기루 헌거지유.


때마침 모 낚시회서 버스를 대절혀서 참돔을 가는디, 그짝 사람덜허구 같이 안 가겄냐구 후배놈헌티서 전화가 왔길래 힘들지 않게 다녀올 거라고 호이장놈허구 둘이서 예약을 했구먼유.


근디 이게 넘덜 낚시회에 끼어서 가는 것이다 보니께 영판 서먹시럽고 낯설어서 뒤숭숭시럽대유? 약속장소인 올림픽경기장 앞이루 가긴 했는디, 모여 있는 사람덜이 죄다 모르는 사람들인지라 멀찍이 떨어져서는 하염없이 호이장놈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쥬. 정작 소개해준 후배놈은 우덜허구 같이 가는 게 아니고, 자리만 예약해 준 거였어유.


편의점 앞이루 낚시버스들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다들 짐 싣고 올라타는디, 오덜 않는겨! 맘은 급헌디, 이럴라문 호이장놈 차를 타고 같이 왔으면 좋았을 것을. 일이 어그러 질라니께 호이장놈이 워디 들렸다가 온다구 혀서 따로 오게 된 거여유.


“뭐혀? 워디여? 버스는 발써 들어 왔는디 안적두 코빼기두 안 보이문 우쩌자는겨?”


급허니 워쩌겄어유? 호이장놈헌티 전화를 허니께 대뜸역정부터 내대유?


“뭔 개소리여? 발써 와서 지둘리는 중인디? 니놈은 워디여?”


월레? 이 쓰벌눔이 원제 버스에 탔다는겨?
그려서 부랴부랴 버스에 올라서는 자리마다 확인을 했지유.

음써! 이 썩을 놈이 보이덜 않는겨유. 죄다 모르는 얼굴들만 앉아있고 영 남사시럽대유?


“이 썩어문드러질 놈아! 뭔 버스에 탔다는겨? 너 워디여? 접때 마냥 뿌리공원서 넘의 버스 집어 탄 거 아녀?”

“야이 씁새야! 니놈이야 말로 뿌리공원 아녀? 여기는 올.림.픽.경.기.장! 편의점 앞 버스여!”


아차 싶대유? 내가 넘의 버스를 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쥬. 대전 사시는 낚시꾼덜은 다들 아실 테지만, 올림픽 경기장 편의점 앞이 고속도로 입구이고 버스 정차하기가 수월혀서 각 낚시회 버스들이 줄지어 서있고는 허지유.


아마도 그 버스 중에 하나일 것인디, 이 버스가 참돔 가는 00낚시회 버스냐고 묻기가 쑥스럽더라구유. 그래도 호이장놈은 00낚시회 총무를 알고 지내는 사이라 잘 알아서 탔겄쥬. 그니께 나만 바보 되서는 넘이 버스 짐칸에 낚시보따리 처박고 유유히 버스에 올라탄 거지유.


우쩌겄어유? 후다닥 내려서는 버스 짐칸에서 태클박스에 아이스박스와 낚시가방 빼서는 들고 지고 이 버스저 버스 기웃거렸지유. 두어군데 버스를 훑어보는디 한 버스 창문에서 호이장놈이 손짓을 허대유?


“이 잡것이 워디루 갈라고 그란겨? 어여 타!”


또 다시 버스 짐칸에 보따리들 욱여넣고 냅다 버스에탔지유.


“아조 세월을 먹음서나 대구리가 비어버렸어! 그따위 정신머리로 뭔 낚시질이여? 경로당이나 가서 물주전자나 날러!”


호이장놈이 아주 신이 나서 지랄을 허대유?


“시방새! 무슨 버스가 00회 버스인중 알아야 타지. 대충 올라탔드만 넘의 버스였어. 염병.”


가쁜 숨을 헉헉거리며 자리에 앉았지유. 그러고 좀 있다가 밖에서 담배 피우면서 떠들던 나머지 회원들이 타는겨유.
근디… 월레? 다들 앉았는디, 그짝 회원 두 명이 자리가음써!


“뭐여? 왜 자리가 비어?”
“총무가 사람 숫자 더 받은 거 아녀? 우덜은 서서 가라는겨?”


지덜끼리 막 떠들드만 맨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탔어유.


“이봐, 총무. 우치키 자리가 모질라? 24명 꽉 채웠다문서?”

“그려유… 근디… 저기… 두 아저씨덜은 우치키 오셨대유?”


대뜸 우리를 보며 묻는겨유. 호이장놈을 보니께 얼굴에 ‘좃됐다!’라고 써 있드만유. 염병! 이 버스가 아녀!


“죄송시럽구먼유. 이 버스가 아녀!”



무신 개 끌려 나가 듯이 버스에서 부랴부랴 내려서는 ‘별 미친놈들 다 봤다’하는 얼굴로 우릴 쳐다보는 낚시꾼들의 시선을 받으며 낚시 보따리들을 꺼냈지유. 인자시간은 다 되어 가는디, 늘어선 버스는 6대여유. 무거운 보따리 끌고 가며 버스마다 물어 보는 거지유.


“여수로 참돔가유?”
“00낚시회 버스여유?”


사람이 황당함이 복 받히면 서러워지는겨유. 갑자기 시상에서 따돌림 받은, 심하게 왕따를 당한 것 같은 서글픔이 몰려오대유. 내가 다시는 친애하는 텐피싱낚시회말고는 워디도 안 따라 댕길 거여!
겨우겨우 시동 걸고 우리 때문에 출발 못하는 00낚시회 버스에 올라 탔지유. 아마도 독자님덜은 이런 의문이드실껴!


“이 웃기는 종자덜은 버스 앞 유리창에 ‘00낚시회’라고 쓰여진 팻말도 안 쳐다보는겨?”


그려유. 뭐… 웃기는 종자덜 맞아유. 근디, 막상 이런 황당시러움이 밀려오문 눈에 아무 것두 뵈는 게 없는 벱이여유. 맑은 정신이라면 잘도 팻말을 찾았겄지유. 민망함과 서글픔과 조바심이 쓰나미로 몰려 오문 눈에 봬는 게 음써! 웃기는 종자덜 되는겨!


“워디 있다가 오셨대유?”


헉헉거리며 자리에 앉자마자 00낚시회 총무가 묻대유?
어쩌겄어유? 이실직고 혔다가는 평생 이놈덜 입방아에 오르내릴테지유.


“야가 똥이 매립다구 혀서 늦었슈. 야가 변비여.”


호이장놈을 가리키며 변명을 했지유.


“개씁새. 변비라니!”


버스가 떠나면서 호이장놈이 이죽거리드만유.


“좀만 종자야! 니놈이 먼저 넘의 버스에 올라타서는 뻔뻔시럽게 앉아 있었잖아! 니놈은 변비루 고생혀다가 지명에 못 죽어두 되는 놈이여!"


뭐 말은 그렇게 허지만 갑자기 세월이 무심하다는 생각도 들대유. 총명하고 맑았던 시절은 다 가고 머리 히끗하게 벗겨진 중늙은이가 되었다는 자괴감도 들구유.

낚시 가문서 그렇게 서럽다는 생각은 첨여유. 시국도 어수선시럽고 늘 지쳐 살다보니 그런가 싶대유.
우리 독자님덜은 늘 총명시럽게, 버스 탈 때는 아는 회원덜이 타고 있는 버스라도 다시 한 번 물어보고 타셔유. 시상 일은 모르는겨유.


근디… 지가 타려고 혔던 버스는 지대루 탔냐구유? 씁새는 지대루 00낚시회 버스를 탄 것이냐 이 말이지유?
지 별명이 뭐여유? 씁새여유. 상상에 맡길께유. 워쨋거나 올해도 어복들 충만허시구 안전사고 없이 슬기로운 낚시생활 허셔유.
“여복 만쿨!”… 여… 여복? 어복! 어복 만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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