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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308)] 선장열전
낚시 꽁트 씁새

[연재_낚시꽁트 씁새(308)]



선장열전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일러스트 이규성



드디어 새해가 밝았구먼유. 올해가 검은 호랭이 해라대유? 그라문, 뭐… 좀 신령시러운 건가유? 여허튼 올해도 어복 충만허시길 빌겠어유.


새해의 새날이 밝았다고 올해는 지난 해보담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들 허잖여유? 새해 초부텀 실없는 소리 들려드려서 죄송시럽긴 헌디, 늘상 보문 첫끗발이 개끗발 이더라구유.


연초에 첫 출조를 나가잖여유? 그려서 실헌 놈이루 괴기를 잡어유. 그라문 ‘옴마? 올해는 지대루 낚시 좀 되겄는디? 올해는 인생 괴기 좀 잡겄는디?’ 이러잖여유? 근디, 그 해가 다 지나고 연말에 돌이켜보문 역시나 개털이고, 개끗발이더라 이거지유.


괜헌 기대감이루 들떠서 한 해를 시작허느니, 그저 올해도 무탈허니, 가족들 먹을 만큼만 잡고, 건강시럽게 지내자는 작은 소망만 있을 뿐이지유.그려두 인생 괴기 하나쯤은 기대해도 좋지 않겄어유? 작은 소망에 인생괴기 한 마리 넣고 올해도 즐겁게 낚시를 떠나 보시자구유.


독자님덜은 특별히 좋아하는 선장님들이 계신가유? 선상낚시를 하다보문 여러 선장님덜을 만나는디, 이분덜이 각자 특색이 있고, 독특한 매력을 지니신 분덜이 많으시드만유. 그려서 오늘은 지가 만났던 선장님덜을 각 유형별로 분류를 해봤슈. 내가 좋아허는 선장님은 어떤 유형인지 함 골라보셔유.



1. 귀에 때려 박아 - 족집게 일타 강사형
이 부류의 선장님덜은 일단 말이 많어유. 근디 이런 선장님덜을 만나면 혹독한 훈련을 받고 제대로 된 낚시꾼으로 거듭나지유. 하도 말이 많아서 귀에 피가 날 지경여유.


“에헤이! 이봐유, 사장님(왠지는 모르지만, 선장님덜은 배에 탄 손님덜은 무조건 사장님이라고 불러유). 그건 아니지. 뭔 놈의 다운샷 하는디 목줄을 3호 줄을 매고 오신겨? 배낚시 츰여유? 3호 목줄이문 상어두 끌어올릴껴. 에헤이! 저짝 사장님! 그건 괴기가 아니고, 바닥여! 그러구 낚싯대가 그게 뭐여? 광어 잡으러 오문서 그따구 방맹이를 들구 오면 우쩌자는겨? 광어를 잡아올리자는겨, 아니문 그 몽둥이루 때려 잡자는겨?”(비응항모 선장님)


“자, 우리 손님덜 모여봐유. 요짝 뱃머리루 모여봐유! 얼릉 얼릉 모여봐유, 인자 우리가 광어를 잡으러 가잖여유? 이것을 다운샷이라고 불러유. 그짝! 집중해유! 꼭 알려주문 딴짓허다가 괴기 못 잡고 선장 잘못 만났다구 욕이나 허구 말여! 잘 들어유. 낚시 시작허문 줄 풀어서 바닥 찍고, 10센티. 꼭 기억해유! 머릿속에 때려 박어! 10센티 들어 올리고 기달려! 그러고 5초 뒤에 다시 바닥확인! 다시 10센티 올려! 그러구 또 스테이!”(무창포 모선장님)


“왐마! 이 사장님은 선상낚시 츰여? 몇 번 왔슈? 그란디 왜 그려유? 언놈헌티 낚시를 배운겨? 잘 봐유, 사장님은 츰부텀 낚싯대 파지법부터 잘못 배웠슈. 죙일 옆에서 알려 드릴라니께 애초부터 다시 배워봐유.”(홍원항 모선장님)


2. 낚시만이 목표가 아니다 - 관광가이드형
이 부류의 선장님덜은 입담이 상당히 좋아유. 낚시에 관한 얘기 말고도 출항해서 입항할 때까지 쉬지 않고 떠들어대지유. 덕분에 심심치는 않은디, 듣다보문 정신이 혼미해져유. 특징은 사투리가 아닌 표준말을 쓴다는 것이지유.


“에, 우리가 가는 포인트는 약 8미터 정도의 어초로 형성된 포인트입니다. 튼실헌 우럭이 냅다 반겨주는 포인트로 초보자도 개우럭을 잡는다는 전설의 포인트올시다. 잠시 오른쪽을 바라보면 그 유명한 ㅇㅇ섬으로 참돔을 비롯한 감생이 갯바위 포인트이며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섬이 되겠습니다. 저 멀리 왼쪽으로 보이는 섬은 ㅇㅇ섬으로써 전복양식을 주로 하는 섬 되겠으며, 저 섬으로 갯바위낚시를 갔던 낚시꾼들이 전복을 무단으로 따다 걸려서 벌금 폭탄을 맞고 실신했다는 슬픈 전설을 지니고 있습니다. 봄이면 진달래가 흐드러지고, 여름이면…”(삼천포 모 선장님)


3. 니들이 알아서 해라 - 자유방목형
이쪽의 선장님덜은 말이 별로 없어유. 그려서 쓸 얘기도 별로 없어유. 출항할 때 얼굴 보구서는 포인트 도착해서두 별 말이 없어유. 어초가 있는지, 여밭인지두 안 알려줘유. 기냥 포인트에 풀어놓고 ‘어여 해봐’ 이거지유. 그러구 포인트 이동헐 때면 삑삑 두 번 신호 보내고서는 얼마나 이동허는지, 그런 것도 안 알려줘유. 그려서 삑삑 신호허문 다시 포인트 진입허나보다 허구 낚싯대 들고 기다리다가 냅다 달리는 바람에 파도 뒤집어쓰기 십상이지유.


집이서 사모님허구 부부쌈이라도 혔나 싶어유. 철저히 니들이 알아서 해라지유. 뱅네 탄 낚시꾼들에게 욕 좀먹는 스타일여유.(무창포 모 선장님)



4. 오다 줏었다 – 차도남형
차가운 도시 남자형여유. 별 말이 없는 것은 자유방목형과 비슷하지만, 포인트의 어초 높이나 배의 진행방향, 이동거리 등등은 알려줘유. 확실한 특징은 말 그대로, ‘오다 줏었다’여유.


선장실에서 배의 상황을 지켜보다가 나와서는 낚시를 해유. 그러고는 잡은 괴기를 그 배에서 제일 못 잡은 낚시꾼이나 초보자로 보이는 낚시꾼의 아이스박스에 슬그머니 넣어주고 가지유. 개인적으로 지가 제일 좋아하는 선장님들이지유. 또 다른 특징은 이러한 차도남형의 선장님들이 옷이 깔끔하고 멋지게 차려입었다는 것이지유. 특히, 주꾸미 낚시나 문어낚시할 때 빛을 발하지유. 한번은 문어를 잡아 올렸는디, 실허니 3키로 이상은 나가 보이는 대물였어유(서해 기준).


그것을 양파망에 넣더니만 배의 후미에서 바닥 걸고, 뜯기고 하느라 곤욕을 치르는, 한눈에 보기에도 초보구나허는 낚시꾼에게 가더니 그대로 그분 아이스박스에 넣어주더라구유. 얼마 전에는 주꾸미낚시를 허는디, 초보 낚시꾼 옆에 붙어서는 같이 낚시를 하면서 잡는 족족 그분 망에 넣어주는 거여유. 선장님이니께 오죽 낚시를 잘 허시겄어유? 그 초보낚시꾼이 배에서 제일 많이 주꾸미를 가져갔다니께유. 이런 선장님덜 배는 예약허기가 쉽덜 안혀유. (무창포 모 선장님)

(지난해부터인가, 선장님들과 사무장님덜은 낚시를 못하게 법이루 정했다는디… 그려유?)


5. 속보를 전해드립니다 – 아나운서형

“옥~께이! 옥~께이!(이분은 오케이라고 안함. 옥~께이!) 왼쪽 뒤편 15번 사장님. 놀래미 한 마리. 크기가 아쉽지만 놀래미! 옥~께이! 사무장! 선수에 사장님 힛뜨! 뜰채대기! 옥~께이! 아녀, 아녀. 뜰채는 철수합니다. 안타깝게도 생기다만 광어가 올라오는 바람에 뜰채는 철수하고 들어뽕으로 마무리 되겠습니다. 그리고는 방생. 좋아요, 옥~께이!”


이 부류의 선장님들도 말이 엄청 많지유. 배의 모든 상황을 중계방송해유. 덕분에 누가 몇 마리 잡았고, 어떤 어종을 잡았으며 크기는 얼만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유. 거기다가 대박을 맞은 날이면 더욱 신나서 중계방송이 온 바다에 울려 퍼지지유.


“오오오오오~옥께이! 오른쪽 7번 사장님 힛뜨! 사무장님~ 뜰채 대기! 오옥께이~ 9번 사장님도 더블 힛~뜨! 7번 사장님, 손바닥만한 우럭 한 마리 올리시고 낙담한 표정이십니다. 9번 사장님은 4짜 우럭! 대박치시면서 가족들에게 오늘 저녁은 우럭회에 매운탕이라고 전화 때리실 준비를 하십니다.


그러취! 오오옥께이! 13번 사장님 갑자기 손님 고기로 장대! 슬프게도 장대! 내 친구 중에 장대라고 있어유. 김장대. 오늘 저녁에 이놈 불러서 쏘주를 한 잔 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말씀 드리는 순간 3번 사장님, 힛뜨! 크다! 크다! 사무장 뜰채 낼름 준비하시고, 낚싯대의 휨새로 보아 대물 맞습니다. 찬찬히 찬찬히. 릴을 냅다감으문 조지는겨유. 찬찬히! 찬찬히! 사무장님은 뜰채 긴장하시고…


그러취! 오오오오오오~옥께이! 6짜 넘는 광어를 올리셨습니다. 그러취! 오옥께이! 이봐유! 20번 사장님! 이 황금시간에 워디 가시는겨? 지금 화장실 갈 시간여유? 그거 참는다구 오줌보 안 터져유. 오옥께이! 20번 사장님 마려운 오줌 참으시문서 다시 낚시 시작. 오오옥~께이.”


이 모든 중계방송이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는 바람에 옆에서 낚시하던 다른 배의 손님들까지도 웃느라고 정신이 없었슈. 이제는 이 선장님께서는 은퇴를 하셨지요.


좌중을 압도하는 말솜씨와 흥겨운 중계방송을 듣고 있자면 배가 아파서 낚시를 못 할 정도였어유. 늘상 선장님의 배는 예약이 어려울 정도였고, 연초에 아예 일년 치를 예약할 정도였구먼유. 아나운서형의 선장님들도 많으신데. 이 정도로 달변이신 선장님은 안적 못 봤구 먼유. 몹시도 그리운 선장님여유.


6.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 학생주임형
이 선장님들은 거의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함을 뽐내지유. 구명조끼 착용은 물론, 착용한 상태까지 점검할 정도로 완벽을 자랑해유. 통로에 아이스박스 널부러진 것 못 참고, 낚시장비 제대로 정리 안 되면 화를 낼정도여유. 그렇다고 선장님을 나무랄 수는 없는 것이 그 모든 것이 배에 탑승한 모든 이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지유. 통로에 널부러진 아이스박스나 태클박스들에 걸려서 넘어지기라도 하문 대형사고를 일으키니께유.


구명조끼는 말할 것도 없지유. 바다에 쓰레기 하나라도 버리면 안 되고 낚싯바늘에 걸려 올라온 폐그물이나 쓰레기 따위라도 함부로 다시 바다에 던지는 일도 용납이 안 될 정도여유. 늘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예방해야 하는 분덜이 선장님덜이니께유. 그리고 우덜두 마찬가지로 지켜야 할 예절 아닌가유(대한민국 모든 선장님들)?


독자님덜은 특별히 생각나는 선장님덜이 계시나유? 아니면 낚시하며 오랜 세월을 같이 지내온 선장님들이 계신가유? 선상낚시에서 괴기는 낚시꾼덜이 잡는 게 아니라구 하지유. 낚시꾼덜은 장비 챙겨서 배에 타는 것이고, 그 이후로는 선장님이 잡아준다고 하지유.


그만큼 선장님들이 좋은 포인트에 모시고 가려하고, 낚시방법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하고, 다른 배의 손님덜보다 내 배의 손님덜이 더 많이 잡길 원하시잖여유? 지는 낚시 끝나고 항구에 도착하문 선장님들께 이렇게 인사하지유.


“오늘도 즐겁게 잘 놀았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모든 선장님들! 늘 건강하시고 올 한해도 안전사고 유의 하시문서 멋진 항해 부탁드려유. 그리고 우치키 인생 괴기 좀 잡아주셔유. 아셨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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