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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307)] 선천적 얼간이들
낚시 꽁트 씁새

[연재_낚시꽁트 씁새(307)]



선천적 얼간이들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일러스트 이규성



벌써 한 해가 다 가고, 마지막 달이구먼유. 우치키 올해는 인생 물괴기 좀 잡으셨남유? 노바닥 강이루 저수지루 바다루 발바닥 뭉그러지도록 싸돌아 댕겨두 워낙이 낚시 실력이 신통치를 못해서 지는 인생 물괴기는커녕 변변시런 놈 하나를 못 잡았네유.


올해는 이상시럽게 괴기들이 흉년인개벼유. 삼천포 문어를 시작이루 올해는 문어가 풍년일 거라고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주꾸미에 갑오징어두 풍년일거라고 허드만, 초기에 반짝 호황 후에는 영 신통치를 않드만유.


뭐 ‘네놈 실력이 그따우니께 잡덜 못허는거여’라고 허신다면야 우짤 수 없지만유. 그나마 한치가 풍년이라 쿨러 채운 기억이루 정신승리 허는 거지유.
예미, 올해는 진정이루 낚시 실력을 업그레이드해 보겄다구 없는 돈에 싸지른 장비가 아까워 죽겄슈. 그동안 못난 주인 만나서 고생했던 장비들 죄다 꺼내서 쓸고 닦고 기름칠허구 나니께 섭섭시럽고, 안타깝고, 아쉬웠던 일들이 떠오르대유? 그라문서 또 내년을 기약허는거지유.


겨울이니께 대부분의 독자님덜께서두 장비 챙겨놓고 손바닥 벅벅 긁으문서 내년을 바라보고 있으실 거 아녀유? 뭐, 지는 우럭 침선낚시 한 번 다녀올 예정이구유, 먼 바다 열기낚시두 다녀올 예정이지만, 아무래도 겨울 한철은 낚시꾼들에게는 무료한 휴식시간 아니겠어유?


낚시 못 가고 무료허구 따분한 몇 달간은 지허구 독자님덜 허구 댓바람에 웃기는 얘기 좀 해 보자구유.
이 선천적 얼간이 시리즈는 그동안 몇 번인가 들려 드렸지유? 우치키 지헌티는 그런 얘기가 많드라구유. 물론, 지두 얼간이에 속허긴 하지만유. 그니께 독자님덜은 이 얘기 잘 들으시고 똑같은 얼간이 짓은 허덜 마시자구유, 얼간이는 씁새 혼자로도 족허니께유.


때는 2009년경이었을 거여유. 모처럼 갯바우 한번 타자고 혀서 호이장놈하고 동네 다른 사람허구 왕등도를 가게 되었지유. 한여름이었는디, 무지허니 더웠어유. 새벽에 왕등도 갯바우에 내렸는데도 벌써 온몸이 땀에 젖드라구유.


간조에서 만조로 넘어가는 물돌이 시간에 감생이가 심심찮게 나오는 포인트였지유. 갯바우에 내린 시간이 막간조 끝 무렵이었어유. 시간이 없으니께 내리자마자 낚싯대 꺼내고 밑밥치고 허문서 낚시짐 따위는 대충 옆에다 던져둔 상황이었구먼유. 낚싯대 드리우기 무섭게 얻어걸린 게 숭어였어유. 우째 심상치 않다… 허는 생각이 들드라구유.


그려두 그놈의 숭어를 시작이루 농어에 놀래미까정 잡어들이 쉴 새 없이 올라오니께 신들이 났지유. 물론 대상어인 감생이는 없었슈. 그라문서 인자 물돌이 시간이된 거여유. 감생이 첫수를 호이장놈이 했지유.


이 호이장놈이 바다보다는 민물을 좋아하는 놈인디, 바다낚시두 잘 혀유. 근디두 민물이 좋대유. 바다낚시는 든적시럽다는겨유. 막말루다 민물낚시는 안 든적시러워유? 바다낚시 장비 많고, 갯지렁이 만지고, 밑밥 개는거. 그거 민물두 안 그러남유?


지놈두 지랭이 만지구, 더헌 구디기두 만지고, 떡밥두 개문서. 뭐 대충 고요시런 민물이 좋다는 얘기지유. 바다낚시처럼 우당탕탕 허는 호쾌한 맛보다는 아기자기시러우문서 고요시런 민물이… 니미럴, 그랄라문 고요시런 저수지서 캠핑이나 혀라, 했드만 올해에 캠핑장비를 장만했드라구유. 요상시런 새키여…
뭐 그렇게 호이장놈이 감생이를 올린 것을 시작이루 다들 한 마리씩 걸었어유.


“흐미, 오늘 지대루 낚시 줌 되겄는디."



다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들떠 있었지유. 그라문서인자 들물이 시작된겨유. 입질은 들어오는디, 우덜이서 있는 비탈진 자리로 물이 들어오니께 뒤로 주춤주춤, 비탈길 위로 뒷걸음질치문서 낚시를 허게 된 거지유. 다시 이놈 저놈 감생이가 붙기 시작했고, 서로 뜰채질 해주문서 물러나고 있었어유.


근디… 한참 그 난리를 치다가 보니께… 바다 위에 노란 물체가 네 개가 떠다니는겨! 월레 저거이 뭐여? 안적새벽 시간이 다 지나질 않아서 어슴프레허니 동이 터오는 시간이었어유. 그라드니 웬 시커먼 물체들도 떠 있대유? 길다란 것, 둥그스럼헌 것, 거기에 뭔 천쪼가리같은 것도 떠 있는겨유. 뭔지 심상치 않아서 어두운 시간임에도 눈 크게 뜨고 자세히 보니께… 염병! 우덜 장비들여유!


이게 그니께 첨에 내린 장소가 저 아래쪽 평평시런 곳이었잖여유? 들물 시작허문서 등 뒤 쪽 비탈길로 후진허다 보니께 낚시짐을 옮기는 것을 잊은겨유. 그놈의 감생이들이 쏟아지지만 않았어두 그 사단은 일어나덜 않했지유.


“허미! 좃됐다!”


뭐 그 당시에 지나 호이장놈은 그닥 낚시장비가 저렴시러운 편이었구유, 같이 간 동네놈덜은 장비가 겁나 비쌌구먼유. 웬만한 외제차 한 대씩은 짊어지고 댕긴다구혔으니께유.


“와아씨! 우치키 혀! 우치키 혀!”


입이루는 그러고 있었지만, 딱히 우치키 해야 할 방법이 없었어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들물 시간이라서 장비들이 멀리 나가지를 않고, 우리 앞쪽 20여 미터 되는지점에서 동동 떠있다는 거였쥬. 하지만, 언제 저놈의장비들이 물속으로 사라질지, 아니면 그대로 먼 바다로 떠나갈지는 모르는 일이지유.



“낚싯줄로 걸어봐! 멀리 쳐서 끌고 오자구!”


결국은 낚싯대를 던져서 물건들을 잡아서 끌고 오기로 했지유. 허지만, 그 무거운 밑밥통에, 낚시가방에, 벗어놓은 옷가지에, 소품가방이 그 얇디얇은 낚싯줄로 가당키나 허겄어유?


용케 바늘로 걸었드라두 이미 물먹은 장비들이 천근만근이구 당췌 딸려 오질 않는겨유. 아무리 들물이라지만, 치고 들어 온 파도가 다시 나가문서 장비들을 꿈쩍도 못허게 하는겨유. 거기다 물이 자꾸 들어오니께 우리는 뒤로 물러나는 판이었지유. 똥줄은 타들어 가는디, 방법이 없드라구유.


그때였슈! 아침햇살이 바다에 가득헌디, 저 짝이루 통발 어선이 나타나대유? 됐다! 싶었어유. 거기다 다행히 그 통발 어선이 우리 쪽, 먼 앞 쪽에서 통발을 걷드라구유. 두 내외분(?)이 열심히 통발을 걷고 있길래 우덜이 소리소리 지르며 구원을 청했어유. 손을 마구 흔들고, 장비 쪽을 가리키며 소리쳤쥬!


“여기요! 우리 좀 도와줘유!”
“여기 장비 좀 건져줘유!”


마침내 통발 어선의 내외분이 우리를 보신겨! 아니…웬 낚시꾼 놈들이 갯바우 위에서 선무당 깨춤 추듯이 지랄을 떨고있네? 요상시런 놈들이다 싶은지 한참을 우덜을 쳐다보더니… 얼레? 갑자기 아줌씨가 우리들처럼 손을 쳐들더니 마구 몸을 흔들대유?


워미… 그 아줌씨가 우덜이 춤추는 중 아셨는개벼! 난데없이 갯바우와 바다 위에서 한판 춤마당이 벌어진겨!


“그게 아니구유! 우덜 장비! 저기! 저기! 장비 줌 건져주셔유!”


우덜은 필사적이루 손짓 발짓 허는디, 그 아줌씨는 더욱 신나서 춤을 추시는겨! 결국은 그 배의 남편(?) 선장님이 냅다 배에서 노랫가락을 트시드만, 같이 추시대유? 미치구 환장허겄대유? 하지만 우덜의 타들어 가는속도 모르고, 노랫가락에 맞춰 두 내외분은 더욱 신났어유. 증말루 욕 나오기 직전이었지유.


그때 또다시 다른 통발 어선이 나타났슈! 우덜은 더욱 필사적이루 그쪽 통발 어선을 향해 구원의 깨춤(?)을 추기 시작했어유. 그 통발 어선이 아무래두 심상치 않음을 느낀 모냥여유.

처음에 온 어선 쪽이루 가까이 붙더니만 그 선장님에게뭔가 묻드만유.


그러자 최초의 어선 선장님이 우리를 가리키며 뭐라고 하니께… 얼레? 낭중에 온 통발 어선의 선장님이 우리를 보더니 박수를 치시는겨! 거기다가 낭중에 온 어선의 아줌씨두 우리에게 쌍따봉을 날려주시대유?


우와! 겁나 새끈한 낚시꾼놈들! 우와! 춤신 춤왕! 그러고는 두 번째 온 어선은 아침 바다를 향해 유유히 사라져갔어유. 그리고 우덜의 장비도 유유히 수장되었지유.


하지만 최초의 통발 어선의 노랫가락과 아줌씨의 춤은 계속되고 있었어유. 우덜은 허탈감에 빠져 갯바우에 주저앉아서는 완벽하게 신이 난 아줌씨만 바라보고 있었지유.


우와! 겁나 새끈한 아줌씨! 우와! 춤의 여신! 그렇게 우덜은 할 말을 잊고 춤에 완벽하게 녹아든 아줌씨의 춤을 구경하고 있었슈. 마치 하늘에 나이트클럽의 미러볼이라도 달려있는 착각이 들드라구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선장님께서 노랫가락을 끄셨고, 신이 난 아줌씨에게 뭐라고 하자, 두 분은 통 발을 걷기 시작했어유.


이미 우리는 낚시고 뭐고 온몸 에 힘이 다 풀려서는 일어설 생각조차 없었어유. 그리고는 통발을 다 걷은 내외분은 우리를 향해 크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멀리… 떠나갔지유. 그런데… 왜 우리는 그분들을 향해 박수를 처주었을까유? 그리고 우덜이 잡아서 홈통에 넣어둔 감생이들이 들어오는 물에 휩쓸려 빠져나가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었을까유… 그리고 다시는 동네놈들이 우리와 낚시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어유.


어쩌면 그놈들이 낚시를 끊은 것인지두 몰러유. 시상을 살다보문 이런 일, 저런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지유. 허지만, 왜? 어째서 지헌테는 이런 일들이 일상 다반사처럼 벌어지는 것일까유? 해괴시럽고, 말도 안되는 일들이… 그래서 씁새인게지유. 그라문 또 다음 얘기 들려드릴때까정 무탈허니 안녕히 계셔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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