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 (306)]
그날은 참 이상한 날이었지(하)
일러스트 이규성
“참이루 괴이시런 일이여.”
호이장놈이 떡밥을 달아 던지며 중얼거렸슈.
“괴이시러운건 니놈 얼굴이여. 참이루 막무가내루 생겼어.”
“시부랄놈덜…”
아침의 그 사건이 있은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께 다들 정신을 차리고 낚시를 시작했지유. 되도 않는 말을 씨부리문서유. 아무래두 아침 나절이니께 붕어들 입질보다는 피라미들의 간사시런 입질만 계속되고, 밤낚시를 위해 떡밥만 주면서 집어를 하는 중였슈.
“어허어이!”
해가 머리 위로 솟으려고 하는 10시경쯤이었슈. 갑자기 회원놈이 낚싯대를 힘겹게 들면서 일어서더라구유! 근디! 그 낚싯대 휨새가 장난이 아닌겨! 초릿대는 물론이고 3칸 반 대가 완벽한 반원을 그리문서 휘어지는디, 이건 지두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어유.
“뭐여? 바닥 아녀?”
“지구를 걸고 저 지랄하는겨?”
다들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떠들었지유. 하지만 바닥을 건 것은 아녔어유. 초릿대가 거의 물속으로 끌려들어갈 듯이 쿡쿡 처박는 폼이 이건 보통 대물이 아닌겨유! 마치 작년에 강원도로 삼치낚시 갔다가 느닷없이 대방어가 걸려서는 요동치던 그 모습이더라구유.
근디, 여기는 그냥 조그마한 소류지 아녀유? 대방어 따위가 있을 리도 없고, 월척 붕어라고 하기에는 휨새가 너무 크고, 대형 잉어라고 하기에도 그 휨새는 엄청났어유.
“가물치 아녀?”
호이장놈이 놀라 소릴쳤어유.
“아녀! 아무리 가물치가 크다 혀두 저건 아니지! 저건미친 휨새여! 민물에서 저런 놈이 있을 리가 없어!”
총무놈도 소리쳤슈. 회원놈은 물속으로 처박히는 낚싯대를 세우느라 정신없고, 우리는 그 희한한 광경에 넋을 잃고 있었지유. 회원놈의 낚싯대는 꺾이다 못해 부러질 듯 삑삑거리는 소리를 지르고, 물속에서는 어떤놈인지 회원놈을 끌고 들어갈 듯이 쿡쿡 끌어당기는 중이었어유. 낚싯줄은 이리저리 끌려 다니느라 핑핑거리는 피아노 소리를 내고 있었지유.
“힘내! 지면 안돼!”
“버텨! 죽어라고 버텨!”
“인생괴기여! 니놈 인생에 전환점을 찍는겨! 지면 안돼!”
말이야 쉽지유. 그 엄청난 놈과 사투를 벌이는 회원놈은 죽을 맛이었어유. 얼굴은 시뻘겋게 변했고, 온 얼굴에 땀으로 범벅이 되었어유.
“씨… 씨… 벌! 힘들어서… 못 허… 겄다. 그냥… 끊어버리고 싶다!”
회원놈이 헉헉거리며 말했슈. 그렇게 10여 분을 회원놈이 질질 끌려가며 버티고 있었지유. 그리고는 갑자기 회원놈이 뒤로 나자빠지고, 낚싯대는 허무하게 펴지며 상황이 끝났슈. 겁나 허무허게… 마치 줄다리기를 하다가 상대편이 줄을 놓은 듯 그렇게 허무하게 상황이 끝난 거지유.
“뭐여? 뭐여?”
다들 회원놈에게 몰려들었고, 낚싯대를 살폈어유. 근디… 참이루 이상하게… 바늘에 미끼로 끼운 지렁이가 생생하게 달려있는겨유! 혹시 바닥의 나뭇가지나 풀에 걸렸나 싶어 낚싯줄을 살펴봐두 아무 이상이 없어유!
“이게 뭐여? 아무 이상도 없잖여? 괴기 걸린 게 맞는겨?”
“니놈두 봤잖여! 이리저리 끌고 댕기고, 쿡쿡 처박는거!”
“그라문… 왜 바늘이 생생한겨?”
그때부터 우리는 뭔가 찝찝하고 개운하지 못한 기분에 휩싸이기 시작했어유.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새벽에 차도에서 울고 있던 여자부터, 산길을 내려가던 승합차와 지금의 해괴한 일들이 겹쳐 생각나면서 매우 기분이 불쾌해졌구먼유.
“대체 뭔 일이…”
호이장놈이 뒷말을 끊으며 중얼거렸지유. 근디, 그때부텀 낚시 헐 맛이 않나는겨유. 아까의 해괴한 상황이 나에게도 벌어질지 모른다는 기분 나쁜 불안감이 든 거지유. 누구 시키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3칸 대 이상의 낚싯대는 접고 2칸 반 대만 드리우고 있었어유. 혹시나 멀리 던지면 아까의 이상한 무엇인가가 끌고 들어갈 것같은 불안함 때문이지유.
그렇게 피라미 성화에 가끔씩 올라오는 손바닥만 한 붕어를 잡아내며 오후를 맞이하게 됐구먼유.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그저 무념무상이루 낚시만 허다보니께 그냥그냥 또 불안감이 가시대유? 워낙이 우리 개차반놈들이 단순허잖여유?
“저녁은 무얼 먹을껴?”
호이장놈이 심심한 듯 일어서며 묻대유?
“여기 물속에 지천이루 깔린 게 우렁이여. 대충 걷어서 우렁이 고추장찌개 허문 좋겄는디? 쐬주로 반주할 겸.”“그거 좋은 생각이여. 케미 꽂을 때까정 우렁이나 몇 마리씩 주워와.”
호이장놈이 코펠과 버너를 챙기며 대답했어유. 그러고 우리는 물가로 걸어 다니며 우렁이를 줍기 시작했지유.
워낙이 우렁이가 많은 곳이라 얼마 안 가서 커다란 코펠 하나 가득 우렁이가 들어 찼어유. 그러고는 어둑어둑 해 지문서 케미를 꽂았고, 랜턴 불빛에 음식을 하며 모여 앉아 있었지유.
“아까 그게 대체 뭐였을꼬?”
회원놈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묻드라구유?
“괴기는 아녀! 결단코 괴기는 아녀!”
“그라문 물귀신이 뎀빈겨?”
“아마도 미끼는 건드리지 않고, 초릿대를 붙잡고 늘어진 것 같어… 그라문… 뭐지?”
“개떡 같은 소리 허덜 말어. 뭔 귀신이 헐 일 없어서 초릿대를 잡고 늘어진다는겨?”
총무놈이 피식 웃으며 말을 끝내는 순간 갑자기 우리 모두 입이 얼어붙은 듯, 말이 없어졌어유. 한참 지나서 쭈뼛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회원놈이 말했어유.
“뭐… 뭐가 지나간 거여?”
그랬어유. 우덜이 떠들고 있는 순간, 무엇인가 풀숲에서 후드득 소리와 함께 우리들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었지유. 그것도 섬짓할 정도로 차가운 무엇인가였어유. 그리고 그 순간, 우리들 모두 얼어버린 것이지유. 그러자 산 위쪽에서 나무들이 바람소리와 함께 일제히 부대끼기 시작했어유.
마치 산 위에서 우리들 쪽으로 무엇인가가 쓸고 내려오듯이 나뭇잎들이 부대끼며 쏴아아 하는 소리가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어유. 근디 그 소리가 너무 음산한 거여유. 평소에 낚시하며 들었던 바람소리와 나뭇잎 흩날리는 소리와는 느낌이 아주 달랐어유.
마치 마른 낙엽이 회오리바람에 날리듯이 서걱서걱거리는 메마른 소리와 함께 엄청난 무리들이 달려 내려오는 듯한 맹렬한 소리였지유. 또다시 불안감이 우리를조여 왔고 어떻게 해야 할지 정신이 혼미해져 있을 때였어유.
“이... 일어나!”
총무놈이 갑자기 떨리는 소리로 조그맣게 말했어유.
누구 하나 총무놈의 말에 대답도 못하고 일어서자 총무놈이 랜턴을 집어 들며 크게 소리쳤어유!
“뛰어!”
놀란 우리들은 앞서 뛰는 총무놈의 뒤만 죽어라고 쫓아뛰었어유!
“어디루 가는겨? 뭐여? 무슨 일이여?”
헉헉거리며 물었더니 총무놈이 죽어라고 뛰며 대답했어유.
“저 밑에 밭 쪽으루 농막이 있어! 거기까지 뛰어!”
뒤에서는 쏴아아 하는 바람 소리와 나뭇잎 소리가 덮칠듯이 밀려오고 있었고, 우리는 총무놈의 뒤만 랜턴 불빛에 의지한 채 죽어라고 달렸어유. 그렇게 우리는 소류지 아래쪽의 소롯길을 따라 달려 내려갔고, 얼마나 달렸을까…
넓은 고구마밭의 끝자락에 세워진 농막이 보였어유. 밭일을 하다가 뜨거운 볕을 피할 겸, 농기구도 넣어둘 겸 지어진 작은 농막이었어유. 자물쇠로 잠근 문을 거의 뜯어내다시피 하고는 겨우 들어서자 퀴퀴한 거름 냄새와 비닐들, 그리고 노끈들과 지주목으로 쓰이는 나뭇가지 다발이 보였지유.
“뭐여? 무슨 일이여?”
정신을 차리고 총무놈에게 물어봤어유.
“못 봤어? 니들 못 본겨?”
“뭘 봤다는겨? 그 기분 나쁜 숨소리만 들렸는디?”
“숨소리? 나는 누군가 내 목을 쓰다듬었는디?”
“그려? 나는 누가 귀에 대고 뭐라고 중얼거렸는디?”
우리는 저마다 서로 다른 상황에 처했던 거여유. 다만, 산 위에서 내려오는 그 음산한 바람 소리와 마른 낙엽들의 서걱거리는 소리는 똑같이 들었던 거지유.
“그게 아니고! 우리 낚시하던 건너편에 이상한 허연 것들이 마구 모여들었다니깐!”
총무놈이 숨을 가쁘게 내쉬며 대답했어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겨?”
“귀신 아녀? 우리 귀신에 홀린겨?”
하지만, 참이루 이상한 것은 누구 하나 귀신에 홀렸다는 느낌이 없었다는 거지유. 뭔지는 모르지만 해괴한 일에 휘말렸다는 느낌만 있었어유.
음… 예를 들자면 별것도 아닌 일인데 싸움이 났고, 거기에 의도치 않게 휘말렸다는 이도 저도 아닌 그런 기분이었던 거지유. 분명한 것은 이 상황이 무섭다거나 공포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해괴하다는 것이었어유.
얼레? 이게 뭔 일이래? 뭐... 이런 거지유.
“살다보니 뭔 이런 일이있대?”
그 정도였어유. 어쩌면 나이를 먹어가며 무서운 일이나 공포스러운 일에 무뎌진 것일까유? 그리고 우리 뒤를 쫓아오던 바람 소리와 마른 낙엽 소리가 어느새 우리가 숨어 들어간 농막을 에워싸기 시작했어유. 농막 주위로 메마른 낙엽이 부딪히고 날리는 기분 나쁜 서걱서걱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어유.
“어떻게 하지?”
총무놈이 랜턴으로 농막의 벽을 비추며 물었어유.
“뭘 어쩌겄어? 저 기분 나쁜 것들이 물러나길 바래야지.”
호이장놈이 포기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유.
“오늘도 낚시 조진겨?”
회원놈이 농막 바닥에 다리를 쭉 펴며 물었어유.
“응. 조진겨. 니놈덜 때미 주꾸미 못 잡고 이 산골 농막에 갇혀서 뒤질지도 몰러.”
지가 회원놈 허벅지를 걷어차며 대답했어유.
“그건 축하할 일일세. 모든 낚시꾼들이 씁새의 죽음을 환영할껴. 아마도 농림수산부에서 국경일로 지정할 거여.”
시덥잖은 농담이 실실 나오대유. 그리고 그렇게 밖에서는 바람 소리와 낙엽 소리가 잦아들었지유. 어느새 우리는 잠에 빠져들었고, 좁은 농막 안에서 꼬부리고 앉아 아침을 맞이했어유. 농막의 문을 열자 시원한 새벽 바람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산새들 소리까지 들려왔지유. 그렇게 우리는 밤새 있었던 일들을 떠들며 다시 낚시하던 자리로 올라갔어유.
우리의 낚시자리는 그대로 누가 건드리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있었어유. 지금도 생각하면 그게 무엇이었는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궁금하지유. 다만 참 이상한 날이었다는 것 뿐여유.
시상 살다보면 뭐 그런 날도 있잖여유? 귀신 얘기를 바랬어유? 우덜이 귀신에 홀리길 바란겨유? 씁새 패거리들이 오줌 지리문서 무서워서 눈물 질질 짜길 바랬슈?
관둬유! 그래서 제목이 참이루 이상한 날이라니께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