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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 (305)] 그날은 참 이상한 날이었지(상)
낚시 꽁트 씁새

[연재_낚시꽁트 씁새 (305)]



그날은 참 이상한 날이었지(상)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일러스트 이규성



그려유, 그게 말루다 뭐라고 표현허기 어렵게 심히 이상한 날이었슈. 오죽허문 북한의 김정은이가 탈북을 했어도 이보다는 이상허지는 않았을껴유. 평생을로또복권을 사 보덜 안 헌 내가 느닷없이 로또를 맞았다고 혀도 이보다 이상하지는 않았을 거여유.
에또… 요즘이 서해 쪽이루 갑오징어에 쭈꾸미가 난리 아녀유? 서해바다가 그야말로 쭈꾸미 대첩이라구 난리도 아녀! 이순신 장군님 어찌해 보겠다고 일본놈 수군덜이 몰려왔다고 혀도 이 정도로 배들이 몰리지는 않았을껴.


여허튼! 이 정도로 난리 상황인디, 이 개떡 같은 개차반놈들은 굳이 민물낚시를 가겄다구 허는겨유. 우리 개차반낚시회의 호이장놈, 총무놈, 회원놈은 바다낚시를 좋아허덜 안 해유. 그저 민물이 좋대유. 고요한 새벽에 올라서는 찌올림을 보며 인생을 반추하고…(지랄!) 그라문서 내가 쭈꾸미 갑오징어 낚시 갔다오잖여유? 그라문 또 나눠달라고 지랄들 해유.
“오늘은 많이 잡았는가? 그라문 쭈꾸미 숙회허구,갑오징어 회에 쏘주를 한 잔 허야지?”
촘만색…휘들…
왜 니놈덜은 안 가냐니깐, 배멀미래유. 하루 배 타고 나문 며칠을 앓아 눕는대유. 뭐 허긴… 이 빌어먹을 놈덜은 몸땡이가 휴지 쪼가리여!


여튼간에 이 빌어먹을 놈덜과의 친분도 유지해야허고, 명예로운 개차반낚시회의 명예회장님으로서한 번은 가줘야 할 것 같드라구유. 증말루 쭈갑낚시를 가고 싶었다니께유? 비린내 풀풀 나는 붕어 잡아서 뭐헐껴? 기냥 잡은 거 죄다 풀어줄 거문서!
그래서 붕어낚시를 가게 되었구먼유. 그게 이 이상헌 일의 시작이었어유. 우리 집에 고양이가 두 마리산다고 했잖여유? 새벽에 민물낚시 가방하고 짐을싸들고 나오는디, 큰 고양이가 자꾸 옷을 붙잡는겨유. 그러구 작은 고양이가 태클박스에 올라가서는 안 내려 오는겨유. 도통 이러덜 안 하는 놈덜인디…그러구 우덜 마님께서두 한 말씀 허시대유?


“쟤덜이 이상허게 구는 게 불안시럽네유? 뭐 하나라두 조심해유.”
말을 듣고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헌게 살짝 겁도 나드만유. 영 찜찜한 기분으로 집을 나섰고, 아파트정문에 주차한 호이장놈의 승합차에 짐을 실었슈.
그리고는 가는 길에 집에서의 찜찜한 이야기를 하니께… 어땠겠슈?
“이 개눔은 나이 70 바라보문서 뭣이가 불안하다는겨?”
“우리 나이 되문 무서운 것이라고는 저승사자뿐이여!”
“아주 개뻘짓을 다하고 댕기는 씁새가 무서운 것도있는겨?”
이따위 대답만 돌아왔슈.
허긴… 이 잡것덜헌티 뭔 말을 허겄어유. 그렇게 안적은 어둠침침헌 대로로 들어 섰구먼유.
“서해 쪽이루 쭈갑이가 만선인디, 내가 니놈덜 때미 붕어새끼 잡으러 간다, 오늘 낚시는 그야말로 봉사활동이고 나는 낚시 좃된겨!”
“그래 씁새야. 담주에는 쭈갑이 낚시 가서 많이 잡아오거라. 쐬주 한 잔 허게.”
“내 인생에 니놈덜 만난 게 인생의 실패여!”

“우덜두 니놈 만난 것이 인셍 최대의 저주여!”



뭐 이런 얘기를 하문서 공주 쪽 소류지로 가기 위해서 시청 쪽 왕복 8차선 대로를 달리고 있었지유. 토요일 새벽인지라 차덜두 없고, 가로등만 비추는 텅빈 도로였구먼유. 그때였슈.
“와이씨! 뭐여!”
호이장놈이 갑자기 차를 틀면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더라구유! 그 바람에 우덜은 이리저리 나뒹굴고, 잠들은 죄다 굴러 내리고 난리도 아니었슈.
“뭐여! 운전을 개떡이루 하는겨? 운전은 손으루 해야지, 발루 하는겨?”
아픈 머리를 누르며 호이장놈에게 소리를 지르니께, 호이장놈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대유?
“저기! 저기! 사… 사람…”
우덜이 1차로로 달리고 있었는디, 급하게 차를 트느라고 3차로까지 밀려난 상황이었지유. 호이장놈이 손짓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께 1차로와 2차로 사이에 뭔 허여멀건헌게 쭈구리고 앉아있는겨유.
자세히 보니께 웬 여자여유! 하얀 원피스를 입고는 1차로와 2차로의 차선에 쭈구리고 앉아서는 울고있는겨여유.
“우워씨! 칠 뻔했다!”
호이장놈은 핸들에 머리를 파묻고는 떨리는 숨을 고르고 있었슈.

“112! 112!”


저대로 두면 기필코 대형사고가 날게 뻔했지유. 놀라서 경찰에 전화하고는 쭈구리고 앉아있는 여자에게 가봤어유. 달리는 차에게 신호도 보내야 하니께 휴대폰을 켜고는 이리저리 흔들었지유. 나이는 20대 중반쯤 되 보이는데, 무슨 일이냐니께 서럽게 울기만 해유. 울고 싶은 건 우리두 마찬가지여유.
뭔 꼭두새벽에 이리 황망한 일이 있대유? 그렇게 5분여를 기다리니께 경찰차가 도착하고 술에 취해 흐느끼는 여자를 싣고는 간단하게 우덜 인적사항과 당시상황을 얘기 듣고는 경찰차가 떠났어유.
“와씨! 십 년 감수혔다.”
“조지나! 완전 인생 조지는겨!”
“이게 뭔 일이래? 아침 새벽부텀 날궂이하는겨?”


우덜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느라 한참을 그렇게 길가에 차를 대고는 서 있었지유. 겨우 정신을 차리고, 거의 넋이 나간 호이장놈을 대신혀서 총무놈이 운전을 하기로 하고는 다시 출발했슈. 아까의 놀란 기억때문에 우덜 모두 말이 별로 없었구먼유.
한참을 지나자 호이원놈이 입을 열었지유.
“아까 씁새가 집이서 찜찜헌 일이 있었다구 혔잖여?
그거 이번 일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다행히 사고가 안 났으니께 액땜 헌 것이고.”
뭐, 생각허기 나름이지유. 그렇게 모든 일이 액땜으로 끝났으면 오죽 좋겠어유? 인생이란 게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단순한 낙관주의자들이우리 개차반여유.
공주 쪽으로 들어서면서 다들 정신을 차렸고, 어느새 낄낄거리기 시작했어유. 오늘의 목적지는 공주초입의 유구천 상류의 소류지였어유. 유구천허문 지가 예전에 한 번 얘기 드렸을거여유. 장마에 떠내려온 마네킹 보고 시체 떠내려 온다고 경찰 부르고 난리쳐서 전경까지 출동하고 감식반까지 출동했던…바로 거기지유.


유구천 상류 쪽으로 올라가문서 마을을 지나고 한참을 달려서 소류지에 도착을 했지유. 거기서 짐을 내리고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총무놈이 더 위쪽으로 올라가서는 공터 쪽에 주차하고는 걸어 내려왔어유(우리가 낚시하는 자리에서는 차가 보이지 않음).
그리고는 건너편으로 가서 자리들을 잡았지유. 이 소류지가 대물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아도, 준척급들이 자주 입질을 해서 심심하지는 않은 곳이여유. 큼지막한 우렁이와 민물새우덜두 많구유. 그렇게 낚싯대를 거치하고 자리를 손보면서 아침이 밝았구먼유.
오자마자 던져놓은 새우망을 걷어서는 라면에 새우를 넣고는 아침으로 대충 때우려는 중이었어유.
“어? 뭐여?”
갑자기 호이장놈이 벌떡 일어서더니 건너편 산길 도로(총무놈이 차를 주차하러 올라간 산길)쪽을 보더라구유?
“왜 또 지랄여? 라면이나 처먹어!”
“그게 아니고… 저거 우리 차 아녀?”
뭔 개떡 같은 소린가 싶어 우리도 일어나 건너편 도로 쪽을 봤지유. 얼레? 그 산길 아래쪽으로 나무들 사이로 우리 차가 얼핏 얼핏 보이는디… 막 달려가는겨유!
“우어 씨… 너 차 제대로 주차한겨?”
“주차… 제대로 했는… 그게 아니잖여! 저건 언놈이타고 운전하는겨! 직선이루 안 가고 길 따라 가고 있잖여.”
“와이씨벌!”
그 소리와 함께 득달같이 호이장놈이 뛰기 시작했슈. 어쩌겄어유? 우덜두 놀라서 뛰기 시작했지유. 다행히 산길이 꼬불꼬불하고, 차 한 대 다닐 정도로 좁은 길이라 그 차가 느리게 가고 있어서 따라잡을 것 같더라구유.



"잡아!”

호이장놈이 소리를 고래 고래 지르며 뛰어가고.

“거기 서! 이 개새야!”

우덜두 소리 지르며 쫓아갔어유. 그런다고 우덜이 차를 잡을 수 있겄어유? 이미 차는 사라져 버리고 우덜은 닭 쫓던 개 마냥 길 위에서 헉헉거리며 늘어졌지 유.

“개… 개… 새… 차… 차키를… 차에 꼽고… 온겨?”

“머리에 뇌 대신… 헉… 헉… 모래를… 헉… 채운 겨?”

우리는 총무놈에게 모든 화살을 퍼 부었지유.

“아닌데… 차… 키는 여기 있는데?”

갑자기 총무놈이 주머니를 뒤지더니 호이장놈의 승합차 키를 보여 주대유?

“그라문…?”

문득 생각이 난 듯, 호이장놈이 부리나케 총무놈이 차를 세워둔 공터 쪽으로 달려갔어유. 그러고는 한참 있다가 호이장놈이 나타났는디, 완전 늘어진 초죽음 였어유.

“이 샹놈아! 차는 그대로 있는디, 뭘 본 겨?”

“아주 아침부텀 깨춤을 추는구먼.”

“그라문… 그 차는… 뭐였대?”

뭔진 몰라도 분명히 산길을 따라 차가 내려가고 있었어유.

“똑같이 생긴 차가 내려간 거 아녀?”

“그러기엔 이 위쪽에 마을두 없는디? 그러고 우리 차를 주차한 곳 위로는 길이 좁아서 차두 못 댕겨.”

그렇게 새벽부터, 아침까지 해괴한 일을 겪은 우리는 퉁퉁 불어터진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는 찜찜한 기분을 억누르며 낚시를 시작한거여유. 손바닥 만 한 붕어가 올라와도 감흥이 나덜 않대유? 그리고는 그 요상시러운 일이 또 일어난거여유. 그것두 연타석이루 계속 말이지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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