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연재_낚시꽁트 씁새(304)]
그렇게 세월이 간다
일러스트 이규성
에또… 사랑시런 독자님덜 무고허니 잘 계시지유? 세월이 안적두 어수선 시려워서 안부 전허는 것도 조심스럽구먼유? 낚시는 무탈허니 댕기시지유?
인자 9월 1일버텀 주꾸미 금어기가 풀렸으니께 그야말로 생활낚시의 꽃이라고 허는 주꾸미낚시를 댕기시겄구먼유? 민물괴기 잡으시는 독자님덜은 가을로 들어서문서 서늘허니 월척 붕어가 올려주는
찌맛을 보러 댕기실 것이구유. 지는 9월 4일허구 5일날, 이틀간 무창포루 주꾸미 댕겨왔구먼유.
워미! 날이 주말인데다가 금어기 풀리고 첫 휴일이니께 그냥 전쟁이드만유. 그냥 바다가 낚싯배루 쫘악 깔려서니 거짓말 조금 보태문 배들때미 바닷물이 안 보일 지경이여유.
뭐, 주꾸미는 작년에 비해 많이 나오대유? 근디 안적 크덜 안혀서 죄다 거미라고 부르는 쪼꼬미들 뿐여유. 이틀 동안 500여 마리 잡었는디, 워낙이 작아서 뭐 키로수도 안 나가드라구유. 그나마 작은놈들 방생허구 나니께 더 줄어들어서 커다란 지퍼백이루 5팩 겨우 나오드만유.
노동에 비해서 결과물이 허술혀유. 그래두 계절괴기 잡는 맛이루 가는거지유. 안 그려유? 토요일 날 새벽에 무창포 선착장서 독자님을 한 분 만났어유. 지가 속해있는 ‘텐피싱’에서 단체복을 맹길었는디, 소매에 별명을 썼거든유? 지는 ‘씁새’라고 써 놨으니께 다른 낚시팀에 속해있는 그 독자님이 ‘저어기… 닉넴이 씁새여유? 그라문 낚시춘추에 나오는 씁새허구 뭔 상관이 있남유?’ 그라대유? 그려서 지가 그 씁새라는 글 쓰는 씁새라구 혔지유. 반갑게 인사혔는디, 그 양반이 물어 보대유?
"노바닥 낚시댕기시는 것 같던데, 집이서 안 쫓겨나유? 지는 한 달에 한두 번 가는 것두 눈치 보문서 온갖 이양을 다 떨문서 가는디?”
그려서 지가 참이루 슬프믄서 참이루 다행이었던 얘기를 드릴려구 허는구먼유. 때는 작년 10월 말 경이었슈. 격포서 문어가 실허니 나온다고 낚시클럽(텐피싱)에서 난리가 난겨유. 아! 지가 그 클럽의 고문을 맡고 있거든유. 회원들 고문허는 것 말여유. 디립다 욕으로 살벌하게 고문을 해주고 있지유, 아하하.
근디, 그 10월 달에 주말마다 낚시를 댕겨오고, 남은 휴가 죄다 써서는 평일에도 댕겨오고, 한글날이 껴있는 연휴는 이틀 동안을 낚시를 댕겼거든유? 거의 15일간을 낚시 댕겼으니께 이틀에 한 번은 낚시터에서 살았던 거지유. 근디, 마지막 주까정 또 낚시를 간다구 허니께 우리 마님께서 그야말로 살벌허게 반대 입장을 표명허시드만유. 허긴 반대 안 허는 사람이 이상헌거지유.
“허구 헌 날 낚시만 댕기문 어쩌자는겨유? 건너방엔 낚시장비루 발 디딜 틈이 없는디, 정리두 안혀구, 물괴기 기른다구 어항은 잔뜩 맹길드만, 청소두 안혀서 죄다 시퍼렇게 이끼가 끼고, 저걸 원제 다 지대루 해 놓을겨유?”
증말루 난감시럽대유? ‘내 두 번째 직업이 낚시춘추 잡지에 낚시 글 쓰는 사람이잖여! 그려서 낚시 소재를 맹길라문 낚시를 가야 허는겨!’ 뭐… 이런 얘기는 할… 수가 없지유. 한 달을 내내 낚시를 가는 놈 이 뭔… 소재 타령을 허겄어유?
뭐 될대루 되라허는 심정이루 클럽에는 간다고 선비두 입금해 놓은 판이라 취소허기두 만만치 않더라구유. 차마 낚시 간다는 말도 못허구 그냥 난감시 런 심정이루 한 주가 거의 끝나문서 금요일이 되었구먼유.
오늘은 토요일 낚시 간다고 말허야지… 이라문서 지낸 한 주였지유. 말을 허문 길길이 날뛰실 마님 생각에 증말루 미치겄대유. 아마두 독자님덜두 그런 상황이 있었을거여유. 기냥 하루 하루가 쫄깃허니 심란시럽지유.
여허튼 금요일이 되었구먼유. 좀 있으문 내일 낚시 를 위해서 토요일 새벽 1시경 까지는 올림픽경기장 주차장이루 가야허는디… 거기서 버스를 타고 가그던유? 회사서두 수십 번 ‘오늘은 꼭 낚시 간다고 얘기 허야지’허문서두 막상 입이 안 떨어지는겨유.
우리 마님께서 백화점에 댕기시거든유? 남편이 하두 잘 나서 돈을 지대루 벌어다주덜 못 허니께 맞벌이를 허야지유. 우리나라 가정들이 대부분 그렇지유. 혀서 저녁을 맛있게 채려서니 마님 퇴근허시길 기다리다가 퇴근혀서 집에 오시자마자 공손히 바쳤지유. 그라문서 마님의 기분을 면밀히 살폈지유. 여차허문 낚시 얘기를 꺼낼 태세였어유.
근디... 참이루 입이 안 떨어지는겨유. 조금 있으문 낚시 장비를 챙겨서니 나가야 허는디, 괜히 불안시럽고, 죄지은 느낌이드라구유.
“뭔 일이 있어유? 왜 이리저리 안절부절을 못혀유?”
마님이 지를 보문서 물어보대유?
“뭔, 안절부절이여. 그냥 앉아만 있으니께 다리가 아파서 그러지.”
그라문서 담배를 태우러 밖으로 나갔지유.
“형님! 이따가 올림픽경기장 주차장으로 오시는 거 아시지유? 1시까지는 오셔야 혀유.”
텐피싱 공리(공동리더)를 맡고 있는 영수놈이 전화까지 허대유?
“알어! 꼭 갈테니께 걱정 말어.”
“형님이 나이가 있으셔서 깜빡 잠들어서 늦게 오실깨비…”
“시꾸랏! 안적은 삼박사일 줄팡 낚시혀두 거뜬혀! 그라구 낚시 간다구 맘이 설레는디 잠이 오냐?”
“그렇지유. 암만. 형님은 강철체력이신디.”
그려유… 체력은 강철인디, 가슴은 얇은 유리막이여유. 그냥 가슴이 먹먹허니 죽겠드라구유. 담배 다 피우구서 들어가문 얘기 허야지, 허문서 막상 얘기를 못 허겠는겨유. 그냥 담배만 피우러 밖이루 집안이루 들락날락 허니께 마님이 그라대유?
“뭔 할 얘기가 있는겨유? 왜 그렇게 불안시럽게 들락거려유?”
그때 얘기를 했어야 허는건디, ‘뭐… 그냥…’ 그라문서 넘어갔어유.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은 다가오는디, 머리가 하얗드만유. 저녁 9시. 마님께서 개막장 연속극을 다 보셨구먼유. 그리고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했슈. 저녁 10시. 마님께서 갑자기 쇼핑채널을 틀었슈. 지는 벌써 그 사이에 애꿎은 담배만 피 우러 다섯 번을 나갔다 왔슈.
저녁 11시. 마님께서 졸리신지 소파에 길게 누우시더니 연예인들 나와서 지들끼리 떠드는 프로그램을 틀었슈. 지는 괜히 믹스커피 타서는 테이블에 앉아 컴퓨터를 틀었슈. 그리고는 의미 없이 낚시용품 쇼핑을 시작했슈.
드디어 12시. 이제는 떠나야만 했슈! 올림픽경기장 주차장 까정 집이서 30분 걸려유! 차에 짐 싣고 어쩌고 할라문 20여분! 빠듯해유! 아아! 마님께서 티브이를 틀어 놓은 채, 소파에서 주무시기 시작했슈. 티브이에서는 여자 같은 남자가 코맹맹이 소리로 옷 선전 중이었슈! 그리고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루 몰래 낚시 짐을 밖에 있는 차로 나르기 시작했슈!
우리집 고양이들만 ‘이 인간이 또 낚시를 가는 건가?’ 하는 눈으로 노려봤슈! 아… 그렇게 불안하고 떨리는 심정으로 고이 출입문을 닫고 현관문을 닫고 차에 올라탔슈!
갑자기 베란다에서(우리집이 아파트 1층이구먼유) “또 가는 거여? 아주 내빼는겨? 야반도주 하는겨?” 이라문서 마님이 나타나실 것 같아서 증말루 심장이 쫄깃해지기 시작했슈!
그렇게 어찌어찌 도둑낚시를 가게 되었구먼유. 낚시를 하는 도중에도 너무 불안하드만유. 이건 낚시를 하는 건지, 깨춤을 추는 건지 모르겠더라구유.
낚시 하는 도중에도 휴대폰만 쳐다 봤어유. 마님께서 문자라도 보내오든가, 전화라도 걸어서는 역정을 내실까 불안한거지유. 그날따라 왜 그리 문어는 잘 잽히는지, 다른 날 같으면 열심히 사진 찍어서 까톡이루 마님께 보고하고는 했는디, 그러지도 못 하고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구만유.
불안한 심정이루 낚시가 끝나고 돌아왔지유. 집이루 가는 중에도 가슴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있었어유. 분명히 마님께서 불호령이 떨어질 것인디, 아주 죽겄더만유.
마님보다 일찍 집에 도착해서는 서둘러 낚시장비들 풀고, 잡은 문어 손질하고 목욕하고 저녁 맛있게 지어서는 마님을 기다렸어유. 그저 죽을죄를 지은 범 죄자의 심정으로 말이지유.
마침내 마님께서 퇴근을 하셨… 하셨는데… 으응?
월레? 그냥 어제와 똑같대유?
방안을 휘 둘러보고는 “안적두 어항 물 안 갈았어유? 토요일인디 집이서 뭐 허신겨? 집안 청소라두 했어야지, 노는 날이라구 빈둥대기만 해유?” 그라대유? 그라문… 지가… 낚시간 것두 모른다는겨유? 이건 뭔 일이래유?
“저어기 근디 말여… 내가 낚시를…”
조심스럽게 입을 뗬는디… “원제 또 낚시가유? 그만 좀 다녀유. 낚시 가는 것도 어느 정도지, 집 정리 좀 해유.”
이러대유? 지가 낚시 다녀 온 것을 아예 모르대유? 그라문… 소파서 자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아침 먹고는 회사에 다녀왔다는 것인디… 집에 남편이 없는 것 두 모르는겨?
이건 다행시럽다 하는 안도의 한숨과 더불어 웬지 투명인간이라도 된 듯한 슬픔이 밀려 오드만유. 결혼하고는 같이 산 세월이 그만큼 지나가문서 서로의 존재가 없어도 당연히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아닐까유?
마치 집안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전제품처럼, 으레히 그 자리에 있으려니 하는 것처럼 말여유. 부부가 세월을 먹어가면서 사랑 보다는 정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런 것 같어유.
슬프고 안타깝지만 그렇게 세월은 지나가는 것이겠지유.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는 날이었구먼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