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연재 낚시꽁트 씁새 (302)]
슬기로운 낚시생활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일러스트 이규성
“허다허다 이런 개떡같은 낚시는 츰이여. 뭔 목간통두 아니구 바닥에 괴기 한 마리 없다는 게 말이 되는겨?”
씁새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니께. 이게 따문따문 나오기라두 혔으문 선장이 뽀인뜨를 못 잡아서 그렇다구나 허지. 배에서 괴기 잡은 놈 하나 없이 죄다 전멸이여.”
총무놈도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염병… 오늘두 여수 수산시장의 발전과 여수 어민들의 소득증대에 이바지하기 위하야 또 수산시장을 들러야 허는 겨?”
씁새가 창문을 열며 말했다.
“낚시란 게 그런 겨. 열 번 가문 다섯 번은 수산시장 들리는 겨. 아마두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사람덜은 낚시꾼덜일 껴.”
호이장놈이 운전을 하며 대답했다. 모처럼의 여수 참돔낚시였다. 언제나 그렇듯 조황 소식이나 사진을 보면 뱃전에 널부러진 참돔들이 유혹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출조하면 ‘어저께는 잘 나왔는디… 오늘은 왜 그러나 몰러.’ 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대충 쿨러 채우고 싶고, 고기 손맛을 보려면 어제 왔어야 하는 것이다.
네가 고기를 못 잡는 것은 어제 오지 않고 오늘 왔기 때문이다. 오늘 역시도 하루 종일 별 짓을 다했건만 그 흔한 노래미 한 마리보이지 않고 바닥을 긁다가 떨궈버린 채비만 부지기수일 뿐이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개차반놈들은 집에 가서 체면이라도 살려야겠기에 참돔 한 마리씩 사가기로 하고 여수의 수산시장으로 가는 중이었다.
“근디 이리 가는 길이 맞는 겨?”
총무놈이 물었다.
“그람. 내비 아가씨가 이리루 가는 것이 빠른 길이라잖여! 이 든적시런 놈들은 나이 환갑 넘어간 놈덜이 안적두 의심이 많어.”호이장놈이 휴대폰의 내비게이션을 따라 운전을 하며 말했다.
“그 아가씨 너무 믿지 마라. 그 뭣이냐 텔레비전에서 허는 ‘심야 괴담회’라는 방송 보니께 내비 아가씨가 안내하는 대로 한 치의 의심이 없이 따라 갔는디, 절벽으로 안내 하드라는 겨. 저 내비 아가씨가 죽일라고 작정을 한 겨.”
씁새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염병을 날루 허구있네. 그런 해괴시런 소리를 믿는 겨? 우리나라 내비가 월매나 잘 되어 있는디, 그딴 소리를 허는 겨? 김정은이가 우리나라 침범할라문 내비만 하나씩 인민군 애덜헌티 쥐어주문 된다는 얘기가 있어. 그만치 남쪽 구석구석 지도가 잘 되어 있다는 겨. 주변에 건물들 까정. 지번만 치문 죄다 나와!”
총무놈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이 쓰바랄 자식은 내비 아가씨의 깊은 뜻을 안적두 모르는 겨? 바로 김정은이가 침범을 혀서 내비 아가씨 말대로 따라오다가 죄다 절벽으로 보내서 몰살하려는 큰 뜻이여!”
씁새가 총무놈의 등짝을 후려갈기며 말했다.
“김정은이가 탈북허는 소리허고 자빠졌네. 괴기 못 잡으니께 뭔 헛소리들을 하고 지랄이여. 니놈들 떠드는 통에 운전이 안 되니께 조동아리 좀 닫어!”
호이장놈이 버럭 신경질을 부렸다.
“우아! 예미럴! 생각헐수록 속상허네. 우치키 여수 바다에 괴기가 한 마리도 없는 겨?”
회원놈이 맨 뒷좌석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그니께. 오늘 바닥에 뜯겨 먹은 채비만도 얼마여… 그 비싼 일제 채비들이 한 방 날라가면 텅스텐헤드에 타이라바까정… 예미…”
“낚시란 게 그런 겨. 열 번 가문 다섯 번은 수산시장 들리는 겨. 아마두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사람덜은 낚시꾼덜일 껴.”
총무놈이 한숨을 폭 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른 새벽에 배에서 출항 할 때만 해도 총무놈은 의기양양했었다. 새로 산 신상 참돔 채비라며 일제 낚싯대에 그 비싼 텅스텐 헤드에 비싼 일제 타이들까지.
씁새와 호이장, 회원놈에게 일본 나까무라의 후손이라는 둥, 독립군 팔아먹은 돈으로 산 낚싯대와 장비라는 둥 수많은 놀림을 받으면서도 남들보다 더 많은 조과를 올릴 것이라는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어떤 기법도 어떤 기교도 듣지 않고 침묵하는 바다에 그 비싼 채비들을 수없이 떨구기 전 까지는 말이다. 못해도 열 댓 개 이상의 그 비싼 채비를 바닥에 수장시킨 상태였다.
“총무놈아.”
씁새가 나직하게 총무놈을 불렀다.
“뭐여. 개눔아!”
“니네 나라에서 헌다는 올림픽 말여. 그거 잘 되겄냐? 이 시국에 그거 해서 뭐 좀 도움이 되냐?”
“이건 뭔 개소리여?”
총무놈이 씁새를 보며 물었다.
“스가라는 니네 삼촌, 일본 총리. 그 놈이 올림픽 허겄다구 고집을 피우는데, 니네 나라 일인데두 걱정이 안되냔 말이여. 이 나까무라 새퀴야!”
“이 썩어빠진 놈이 뭔 헛소리여? 내 고향은 논산! 호국의 요람! 백만 장병의 육성소!”
총무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닥쳐!”
총무놈이 씁새의 허벅지를 걷어찼다.
그때였다. 호이장놈이 차를 세우며 말했다.
“뭐여? 시방 저 인간이 자신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 모르는겨?”
호이장놈이 정면을 쳐다보며 말했다.
“뭐여?”
씁새도 시선을 앞쪽으로 돌렸다. 내비에서 아가씨가 가르쳐 준 길을 따라 열심히 가고 있었고, 차는 주택가의 이면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옆으로는 주택들이 밀집해 있었고, 그 집들을 따라 차들이 주차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길은 외길. 일방통행 도로였다. 그리고 그들의 차는 앞에서 마주 오던 차와 정면으로 대치된 상태였다.
“응? 이게 뭔 상황이여?”
총무놈도 밖을 보며 물었다.
“우리가 잘 못 들어 온 겨?”
“그러게 내비 아가씨 말대루 믿고 따르면 안된다니께.”
“뒤로 빠꾸!”
개차반놈들이 전부 한 마디씩 소리쳤다.
“잠깐! 이거 뭔가 요상시러운디?”
호이장놈이 밖을 살피며 말했다.
“얼레? 시방 우덜은 지대루 들어 온 거 아녀? 저 놈이 역주행 혔구먼.”
회원놈이 차창을 내려 도로 바닥을 살피며 말했다.
“그러네! 저 까막눈이 잘 못 혔구만! 초보여?”
씁새가 소리를 치며 차창을 열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써 있는 ’일방통행‘ 글자를 가리키며 차를 빼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역주행 해 들어오던 앞의 차는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상향등까지 날려댔다.
“아놔, 이런 샹! 시상에 따끔헌 맛을 봐야 알아처먹을껴? 가뜩이나 부애가 머리 끝까정 났는디 해 보자는겨?”
“이 빌어처먹을 놈들이 단체로 더위를 먹었나! 잘못 헌거는 저놈인디 왜 우덜이 비키라는겨? 얼릉 차 빼라고 혀!”
급기야는 씁새가 차 문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
“저놈이 하루 꽝친 낚시꾼이 얼마나 무섭고 표독시런지 모르는 모냥이네?”
앞의 차로 걸어가는 씁새를 보며 총무놈이 실실 웃었다. 그러나 앞의 차로 다가가 무언가 말을 하려던 씁새가 다급하게 앞차 운전석의 문을 밀며 소리쳤다.
“아녀! 아녀! 나오지마! 나오는 거 아녀! 에헷! 날 뜨거운디 뭣허러 나올라구! 우덜이 비킬껴. 나오지마!”
씁새가 필사적으로 운전석에서 사람이 나오지 못하게 막으며 소리치고 있었다.
“저 씁새는 또 뭔 개짓거리를 허고 있는 겨? 얼릉 비키라구 허야지.”
보다 못한 회원놈이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회원놈도 앞차로 다가가다 말고 소리쳤다.
“에헤이! 우리가 비킬라고 혔다니께! 야! 호이장놈아! 어여 옆이루 비켜. 비킬 자리 없으문 빠꾸혀!”
그리고 씁새 역시도 부리나케 호이장놈의 차로 다가오며 말했다.
“어여 비켜드려! 날 더운디 서로 이라는 거 아녀. 비켜드려.”
“이 빌어처먹을 놈들이 단체로 더위를 먹었나! 잘못 헌거는 저놈인디 왜 우덜이 비키라는겨? 얼릉 차 빼라고 혀!”
호이장놈이 소리쳤다. 하지만 씁새와 회원놈은 필사적으로 호이장놈을 부축이고 있었다.
“아녀! 이우지서 그라는 거 아녀. 어여 우리가 양보허문 되는겨.”
“그려, 그려. 슬기롭게 헤쳐 나가자구. 내가 신호 할라니께 차를 뒤로 빼.”
회원놈이 호이장 차 뒤로 돌아가서는 수신호로 후진 유도를 시작했다.
“이건 당췌 뭔 개짓인지 모르겄네…”
호이장놈의 수신호에 따라 차를 후진시키며 호이장놈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일방통행 차로를 위반한 그 검은색 세단은 호기롭게 크락션 한 방을 넣은 후 천천히 호이장의 차 옆으로 느리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려유. 가셔유.”
“날 더운디 찬찬히 운전허셔유.”
씁새와 회원놈이 그들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호이장놈과 총무놈은 그들 차를 스쳐 지나가는 검은 세단의 열린 창을 보았다.
“아!…”
걷어 올린 소매에 그려진 꿈틀거리는 용들과 짙은 선글라스로 무장하고 있는 네놈의 덩치들을…
“아이고, 시상을 살다 보문 별 일들이 다 있지.”
호이장놈이 다소곳이 운전을 하며 말했다.
“그람, 그람. 다 시상 사는 일인디 좋은 게 좋은 겨.”
“암만, 시상에 괴기가 오늘만 안 나왔지 내일도 안 나오겄어?”
“그려, 그려. 뭐던지 슬기롭게 생각허문 다 답이 나오는 겨.”
“괴기 안 잽힌다고 화 내봐야 뭣 허겄어. 언젠가는 나오겄지 하문서 사는 것이지. 한두 번 꽝 친 것도 아니잖여?”
심히 다소곳해진 네놈이 여수 수산시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