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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연재 낚시꽁트 씁새 (299)] 세상에 이런 놈이 (2021)
낚시 꽁트 씁새

연재 낚시꽁트 씁새 (299)


세상에 이런 놈이 (2021)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날씨가 상당히 어수선혀유. 우치키 된 날씨가 주말이문 비가 오구, 바다에는 파도가 넘실대구… 낚시꾼덜만 허탈시러운 것만은 아니지유. 낚시 손님덜 모시구 출항혀야 허는 슨장님덜두 죽을 맛일 겨유.
그야말로 낚시꾼덜은 손바닥 벅벅 긁으문서 비 내리는 창밖을 보며 시린 가슴을 쓸어 내리구, 슨장님덜은 파도 몰아 제끼는 바다를 보문서 애꿎은 담배만 피워대실 겨유. 우차피 봄날의 날씨라는 것이 변덕이 죽 끓듯 허니께유.
접때는 봄 광어 탐사를 나간다구 손 슨장이 전화가 왔대유? 탐사 낚시니께 마릿수 생각은 버리구 그저 낚싯대 물에 담근다는 생각이루 가는 것이 탐사낚시지유. 그러구 선비두 솔찬히 싸잖여유? 여튼 그리혀서 손 슨장(야가 슨장 면허 딴지 월매 안 되유. 고생시리 면허 따구 다른 슨장 밑이서 몇 년을 사무장이루 있으문서 착실히 배워서는 곳잘 허드라구유) 배에 올라타서 탐사를 가기루 했어유.
근디 지가 그랬잖유? 봄 날씨는 개판이라구. 그날이 토요일인디, 새벽버텀 바다에 해무가 잔뜩 낀 겨! 염병. 새벽에 배에는 올라 탔는디, 해경덜이 출항을 안 시켜주는 겨. 당연히 안 시켜줘야지유. 사고나문 안 되니께. 그러고 해무가 걷힐 때까정 배에서 대기허는디, 죽을 맛이대유? 겨우 항구 바로 앞이서 해무 걷히면 요이땅 해서 나갈라구 배덜이 수십 척이 모여 있었시유.
이눔의 해무가 걷힐 생각이 음써! 우치키해유? 선실서 시체놀이 허는 것두 재미없으니께 대충 뱃전에 나가서 항구 바루 앞이는 뭔 놈이라두 잽히나 혀서 광어 다운샷을 해 봤어유.
월레? 이건 또 뭔 해괴시런 일이랴? 놀래미가 제법 손바닥 넘어가는 놈덜이 따문따문 잽히대유? 항구에서 겨우 50미터 정도, 그라니께 해경덜이 빤히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는디, 수심이냐고 10미터두 안 될껴. 놀래미가 심심찮이 올라 오드라구유?
그라니께 선실서 시체놀이 하던 놈덜이 죄다 나와서는 낚싯대를 드리우는 겨. 졸지에 광어탐사낚시가 항구 바로 앞 놀래미낚시가 된 겨. 한 뼘두 안 되는 놈덜부텀 제법 30센티 되는 놈덜까정 재미나게 올라오대유?
그걸 다른 배에 낚시꾼덜이 그냥 보고 있겄슈? 어차피 해무 걷히기는 애저녁에 틀린 것 같고 허니께 이 배 저 배 낚시꾼덜마다 죄다 낚싯대를 던지는 겨. 이따금 애럭두 올라오구유, 웬 삼식이두 올라오대유? 결국 그날은 해무가 점심나절에 걷히는 바람에 광어 탐사낚시는 물 건너갔구유, 겨우 놀래미 파티만 하다가 돌아왔어유.


뭐, 지가 이런 얘기 헐라는 것은 아니구유, 시방 봄 낚시가 이리 힘들다는 얘기를 헌 거지유. 진즉에 헐라는 얘기는유, 시상 얼토당토 않헌 희안시런 놈을 얘기 할라는 겨유. 오죽허문 시상에 이런 놈이라구 했겄슈? 야가 우덜 개차반낚시회 놈은 아녀유.
기냥 우리 옆 아파트 단지 사는 놈인디, 가끔 만나서 술잔도 기울이고 허는, 대충 피라미 모였다가 흩어지듯이 띄엄띄엄 만나는 놈여유. 이놈이 바다낚시를 엄칭이 좋아해유. 실력두 어지간혀서 중간치는 허는 놈이지유.
이 웃기는 놈이 바다 물괴기를 엄칭이 좋아허는디, 회는 못 먹어. 그러고 매운탕두 못 먹어유. 오로지 처먹는 것이 바다 물괴기 잡아와서는 배 갈라서 꾸덕꾸덕 말려서 구워먹는 거. 그걸 그리 좋아한다네유? 그려서 이놈 아파트 베란다에는 노바닥 물괴기가 배때지 갈라져서는 말라가고 있는 겨. 그것두 손수 제작한 5단 망에 넣어서는 대 여섯 망이 빨래 대신 빨래건조대에 줄지어 걸려 있어유.
그놈 집 가보문 물괴기 비린내가 은근시럽게 풍겨유. 여허튼 이놈이 코로나19라는 돌림병이 창궐하기 이전에 환갑이 됐거든유? 그러니께 3년 전 쯤이지유? 그놈 아들허고 딸허고 환갑이 됐으니께, 기념이루 태국이루 해외여행을 시켜줬어유.
물론 그놈 마누라허고 아들허고 딸허고 며느리허고 손주놈까정 그야말로 총출동혀서 해외여행을 간 거지유. 5박 6일을 태국의 이곳저곳을 쏘댕기문서 재미나게 놀았대유.
그때가 여름인디, 우리나라에는 장마가 한참이었어유. 난생 처음 보는 외국 문물에 취해서는 5박6일을 겁나게 신나게 놀고는 인자 돌아 오문서 인천공항서 휴대폰을 풀었대유. 어차피 외국 나가는디, 휴대폰 쓸 일이 없으니께 죽였는 모냥여유. 해외 통화요금두 많이 나올깨비. 이놈이 해외 나갈 때는 로밍을 하면 된다는 것을 모른 모냥여유.


근디, 이게 뭔 일이래유? 전화가 엄칭이 와 있드래유! 그것두 이곳저곳에서 모르는 전화번호두 와 있고유. 심지어는 112에서두 와 있드래유! 그려서 부랴부랴 전화를 해봤더니, 그놈 집이서 시체가 썩어가고 있다고 난리가 났다는 겨유!




일러스트 이규성



며칠째 두 내외가 보이지도 않고, 전화도 안 받고 그려서 동반이루 하직하신 것 같다고 주민덜이 112 신고 허고, 119 부르고 난리라는 겨유. 막 경찰덜이 이놈 집 문을 부수고 들어갈 태세라는 겨유. 온 아파트에 썩어가는 비린내가 창궐을 하니께 주민덜이 놀란 거지유. 그때서야 아차 싶었지유.
이 빌어먹을 놈이 태국 가기 전전날에 우덜허고 서해루 광어 잡으러 갔었거든유? 이놈이 그 잡아온 물괴기덜, 광어 우럭, 장대(우덜이 잡아서 버릴라는 장대까정 뺏어서는) 등등을 죄다 배를 따서는 베란다에 널어놓고는 태국이루 내뺀 겨! 가기 전에 죄다 걷어놓고 갔어야 허는디. 우리나라는 장마에 비도 오고 꿉꿉헌 날씨가 계속되는디, 베란다에 널린 물괴기덜은 배때지 까뒤집고는 그대루 썩어 나가고 있었던 거지유.
어쩌겄슈? 기냥 인천공항서 대전 이놈 집까정 택시를 타고는 쏜살같이 달려갔대유. 결국 베란다의 썩어가는 물괴기 사건이루 마무리 되구, 이놈은 경찰서 끌려가서는 조서 쓰고 온 동네 주민덜헌티 욕은 욕대로 먹고 결국은 관리사무소에 가서는 다시는 베란다서 물괴기 말리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끝났다네유. 그 담부텀은 물괴기 말려 먹는 것은 안 허드라구유. 그렇다고 낚시를 끊은 것은 아니구유. 물괴기 잡으문 우덜 주고는 지놈은 어시장서 말린 괴기를 사가드라구유. 뭐, 우덜은 고맙지유.


또 한 번은 그놈이 활동허는 낚시밴드에서 겨울에 서해로 먼 바다 침선 우럭낚시를 가기로 했다네유? 그려서 새벽에 밴드 회원들과 만나기로 헌 대전올림픽경기장을 간 거여유. 도착해서 보니께 밴드 회원들을 태우고 갈 버스는 도착했는디, 회원덜은 안적 한 사람도 안 보이드래유.
그려서 대충 편의점 들러(여기 올림픽경기장이 상당시리 좋아유. 주차장 옆에 24시간 편의점도 있구유, 화장실도 무료개방 24시간이구유, 주차장이 엄칭이 넓어유. 그려서 대전의 낚시 밴드마다 여기를 모이는 장소로 정하지유.) 커피도 사고, 담배도 사고 했대유.
그래두 안적 안 오드래유. 몇몇 낚시꾼들은 삼삼오오 모여 있는데 아는 얼굴들이 없다대유? 그려서 그냥 어차피 시간되문 오겄지, 혀서 버스에 올라 탔대유. 그러고는 맨 뒷자리로 가서는 길게 뻗어서는 잠을 청했대유. 그러다가 문득 잠에서 깼는디, 어느새 버스에는 회원덜이 다 타고는 버스는 불을 끈 채, 야간주행 중이었다누먼유.
그려서 총무가 인원파악을 언제 했는 모냥이다 하고 창밖을 내다 봤대유. 거의 목적지인 군산에 다 왔는가 싶게 길가에 상점 불빛도 보이고 가로등도 보이드래유. 그렇게 멍하니 밖을 내다보는디, 늘 보던 바깥 풍경이 새롭게 느껴지드래유. 인자 나이를 또 먹어 가는구나 싶은 게 눈물이 흘렀다네유.
문득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모든 풍경이나 익숙했던 물건들, 사람들, 온갖 사물덜이 새로이 느껴지면 늙어가는 것이라는 얘기가 떠올랐대유. 갑자기 슬퍼지기도 하고, 처량스러운 기분이 몰아치기도 하고 그랬다네유. 온갖 주접을 다 떨고 있었던 거지유. 순간! 스쳐지나가는 가게들의 상호가 오묘했대유!
‘엘지 유플러스 여수1호점’
‘여수 제일 부동산’
‘낚시플라자 여수점’
“월레? 웬 여수? 군산에서 뭔 여수 타령이여?”
아아! 이놈이 버스를 잘못 탄 거지유!


이놈 낚시 밴드에서 그날은 모임장소를 올림픽경기장이 아닌 뿌리공원서 모이기로 했는디, 이놈이 공지사항을 안 읽은 겨유. 이미 버스는 여수에 도착하고 있었고, 부랴부랴 전화를 보니 밴드 총무헌티서 전화가 수십 통이 와 있드래유.





낚시… 물 건너갔지유. 그 버스는 다른 낚시 밴드서 여수로 참돔낚시를 가는 중이었다드만유. 인생은 꼬일라고 하면 순식간에 꼬이는 거지유. 이놈이 탄 버스의 낚시밴드 총무가 그날도 인원파악을 했대유. 근디, 인원이 맞았다는 겨유.
이 총무놈도 웃긴 게 돼지 숫자 세듯이 정작 자신을 포함하지 않고, 버스 인원을 세어보니 맞아서 그냥 출발했다는겨유. 결국… 이놈은 그 버스의 낚시회원덜이 참돔을 신나게 잡아 올리는 시간에, 전동릴과 침선용 낚싯대가 든 무거운 가방을 버스에 둔 채, 말린 반건조 물 괴기를 사러 여수 어시장을 돌아다녔다네요.
낚시할라면 낚시점서 장비 대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실 분들 때미 부연 설명드릴께유.
참돔낚시는 장비만 필요한 것이 아니구유, 그 비싼 헤드에 스커트까정 사야되유. 이놈이 그 헤드와 스커트 등, 타이라바를 사기에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 거지유. 한 번 밑걸림 당해서 채비 뜯기문 최소 만원여유.
그리고 이미 이 낚시밴드서 낚싯배를 모두 예약혀서 이놈이 탈 자리가 없었지유. 인자 이놈이 왜 우리 개차반낚시회에 회원이 안 되는 중 아시겄지유? 이놈은 이 씁새를 찜 쪄 먹을 놈이여. 씁새는 잔잔바리로 사고를 치지만, 이놈은 토네이도급 대형 사고를 치는 놈이여. 징한 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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