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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연재 낚시꽁트 씁새 (298)] 선천적 얼간이들 (2021)
낚시 꽁트 씁새

연재 낚시꽁트 씁새 (298)


선천적 얼간이들 (2021)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안녕들 허시지유? 씁새여유. 아마두… 지가 몇 번 선천적 얼간이들이라는 제목이루다 인생 대간(힘들다는 사투리)한 놈덜 얘기 해 드린 적이 있구먼유. 누구는 그러대유? 낚시를 허는 놈덜이 죄다 얼간이라구. 돈 주구 사먹으문 되는디, 뭔 열첬다구 고생시럽게 낚시를 가느냐 이 말이지유.
냅둬유. 그런 생각이문 등산가는 사람덜두 얼간이여유? 올라갔다가 금방 내려올 것을 뭔 땀을 삐질거리문서 고생시럽게 올라간대유? 거기 올라가문 뭐 있대유? 그러고, 운동헌다구 야밤에 헬스클럽에서 런닝머신 죽어라고 뛰는 양반덜두 얼간이여유? 어차피 밀폐된 공간이서 죽어라 뛰어봐야 다리만 아프구 숨차유! 다 지 잘난 맛에 사는 거지유, 안 그려유?
부자덜두 배고픈 날이 있구, 난봉쟁이두 외로운 날이 있는 벱이여유. 우덜 동네에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녀석이 하나 있구먼유. 홍근이라구. 제법 실력두 좋아서 학생들두 많드라구유. 근디, 이 자식이 우덜 패거리들이 낚시 댕기는 게 워낙이 부러웠던 개벼유. 지두 한번 가보겄다구 그리 벼르고 별렀는디, 갸 마나님이 보내주덜 안 허는 겨유.
갸 마나님이 말씀하시길 그게 바로 ‘낚시 가서 잡아 오느니, 사먹는 게 더 헐혀(싸다!). 낚시 가봐야 옷 더러워지고 생고생하고, 피곤허기만 혀’ 이거지유.
그려두 노바닥 학원서 애덜 가르치느라 변변시런 취미도 없던 녀석이라 우덜 낚시에 꽤 관심이 있었지유. 근디, 이놈이 어린 학생덜 허구 지내다 보니까 요즘 애덜이 허는 신조어에 대단시런 흥미를 지니고 있었어유. 뭐 재미난 얘기나, 단어만 나오문 우치키든 써먹고 싶어서 안달인 녀석이였지유.
좌우간 우치키 우치키혀서 이놈허고 낚시를 가게 되었구먼유. 그저 학원서 애들헌티 치어 사는 남편 모습이 안타깝고 짠해 보였는지, 갸 마님이 흔쾌히 허락을 하셨대유. 그려서 우덜 패거리들 허고 군산에서 배타고 우럭낚시를 가게 된 거여유. 홍근이 말대로라면, 소싯적에 저수지서 낚싯대 좀 휘둘렀다고 허드만유. 그래서 그런가, 몇 번 요령을 가르쳐 주니께 곧잘 허드라구유?
선장님이 “어초 넘어가유. 5메다 감으셔유” 이라문 알아서 감고 풀고 허문서 기특시럽게 해내드만유. 뭐 초짜덜 다 그렇듯이 바닥 찍구서는 “우왓! 성님! 대물인개벼!”, “우와앗! 이거 대물이여! 사무장님 뜰채!” 이 지랄두 몇 번 했지유.
우덜이 때글때글헌 우럭 몇 마리 잡아내니께 지두 욕심이 생기고 과거에 민물낚시 좀 했다는 자부심으로 승부욕두 바글바글 타올랐지유. 그라다가 드디어 이 홍근이 놈이 첫 우럭을 잡아냈어유. 워미! 크기냐구 손바닥 되는 애럭(우럭 새끼)을 하나 잡아내고는 아주 난리가 깨춤을 춰유.






“성님, 성님! 사진 한 번 박아봐봐!”
“흐미, 흐미! 지 실력이 우뗘? 지가 예전에 저수지 좀 훑었대니께유!”
“와하! 그놈 때깔 좋다! 이게 자연산이여!”
이 지랄을 하문서 그 애럭을 사진을 찍고, 아조 난리를 바가지로 혀 대드만, 전화를 걸드라구유.
“흐미! 내가 자연산 우럭을 잡았다니께! 흐미! 자기야! 내가 이래뵈두 왕년에 저수지서 괴기 좀 때려잡든 사람이여! 내가 사진 보내 줄라니께 함 봐봐.”
갸 마님헌티 허는 전화였지유. 그라고는 까톡이루 사진을 날리고, 들고 있는 모습을 찍어서는 또 사진 날리고… 그러지유… 암만, 초짜 때야 그런 거지유. 우덜 조사님덜두 다 이해허시지유? 우덜두 초짜때 다 그랬잖여유.
뭐 지금도 좀 큰 거 잡으문 곧바루 사진 찍어서 보내서 자랑질 허잖여유? 첫 바다낚시에, 첫 괴기니께 그럴만 허지유. 그라더니 두 번째 괴기가 걸리자마자 한 술 더 뜨대유?
“와싸! 또 걸었다! 성님, 성님! 성님 휴대폰이루 내가 이거 끌어 올리는 거 동영상이루 찍어 봐유!”
아조 유튜버 납셨어유. 마지못해 동영상 찍어 주는디, 유튜버 인기 BJ 저리가라여.
“오우씨! 인자 두 번째 괴기를 잡아냅니다. 아마도 우럭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려, 이 진상놈아.
우덜이 우럭 잡으러 왔으니께 우럭이겄지, 참치겄냐?
“아핫! 거의 올라온 듯합니다. 꽤 무게가 나가는 것이 첫 번째 우럭보담은 커 보입니다. 이제 거의 다 올라왔습니다. 이쯤에서 사무장님께 뜰채를 부탁해야 하는지 조심히 갈등을 때려봅니다.”
아조 중계방송까지 하문서 열심히드라구유. 낚싯대 휨새로 보아하니 첫 번째 우럭이랑 쌍둥이 같구먼, 난리 버거지여. 결국 들어뽕헌 우럭이 딱 첫 번째 놈허구 진짜 쌍둥이여. 그러자 이 놈이 또 난리 깨춤을 춰유.
“자기야!!!! 내가 또 잡았어! 지금 동영상 보낼테니깐 봐봐.”
이라드니 까톡이루 동영상 보내고는
“얘들아! 이 쌤이 우럭을 잡았다. 동영상 보낼 테니까 잘 보그라!”
이라문서 학원 제자덜 헌티두 보내드라구유!
“냅둬. 아조 좋을 때여. 아마 보리멸 한 마리만 잡아두 동영상 찍을 놈이여. 냅둬.”
그 모습을 보며 호이장놈이 피식피식 웃드만유. 그라다가 드디어 홍근이놈헌티 심상치 않은 입질이 온 거여유! 그냥 냅다 낚싯대가 휘는디, 이건 크다! 싶드라구유.
“아아악!”
홍근이놈이 거의 비명을 지르듯이 대를 세우는디, 직감적이루 이건 개우럭이다 싶었지유!
“천천히! 대 세워!”
“대 내리지마! 그대루, 그대루!”
거의 난리굿하듯이 녀석에게 코치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유. 완전 정신 나간 얼굴로 홍근이 녀석이 끌어 올린 건 70센티에 육박하는 대광어였어유. 힘 빠지고 정신 빠져서 뱃전에 널부러져 있던 홍근이놈이 차츰 기력을 회복하드만유.
“성님! 이게 광어여.”
첫 마디가 그거였어유. 그러고는 다시 시작이지유.
“내가 광어를! 그것두 대광어를 잡았다!”
역시나 사진 찍고, 문자 보내고 전화하고 난리가 났어유!


“자기야! 내가 광어를 잡았어! 씁새 성님, 호이장 성님, 총무성님도 못 잡은 광어! 대광어를 잡았다니께! 사진 본 겨! 자연산 대광어여! 내가 왕년에 저수지 휩쓸던 놈이여!”


그렇지유… 뭐… 배는 아프지만, 녀석이 저리 신났으니 된 거지유.
애덜 가르치느라 온전히 자기 시간도 못 찾아먹은 녀석이 저리 좋아하문 됐지유.
“우럭? 하이고, 우럭 열 마리 잡아두 대광어엔 껨이 안되는 겨! 성님 봤슈? 이게 대광어여. 우럭이 비싸유? 광어가 비싸유? 이건 대광어여!”
그려유… 뭐… 배는 아프지만… 그걸루 된 거지유.
그 이후로도 녀석은 자랑질 허느라 낚시를 못 헐 지경였어유.
“성님! 우덜 집사람헌티 전화가 왔는디, 성님덜허구 낚시 자주 댕기라는디? 그 잘 허는 낚시를 이때껏 못혀서 어찌 지냈냐구, 인자는 취미루다 낚시두 댕기구 허라는디유?”
홍근이놈이 한껏 웃으며 말했슈.
그려유… 뭐… 그리혀서 낚시꾼 하나 더 생기문 좋지유.
우덜허구 낚시 댕길 놈 하나 더 생기문 좋지유.
“그라문 담에는 또 뭔 낚시를 가남유? 이참에 낚시장비를 살라니께 씁새 성님이 낚시점에 같이 가줘유.”
녀석은 이제 완전히 낚시에 빠져 버렸구먼유. 그러나! 시상은 그리 호락시럽덜 안혀유. 이 이야기의 제목이 ‘선천적 얼간이들’이라니께유? 점심을 먹고 나서 다음 포인트 이동하는 참에 제가 화장실을 다녀 오니께 저를 보구 호이장놈이 이죽거리대유?
“인자 늙으니께 고추가 안 서? 오줌 누는디, 왜 이리 오래 걸려?”
“빌어먹을 놈아! 사람이 늙으문 꼬추도 겸손해지는 겨. 겸손해지문 오줌빨두 겸손해지는 벱이지.”
그라구 지가 대답했는디… 지가 서두에 얘기 했잖여유? 홍근이놈이 흥미로운 이야기나 단어가 나오문 우치키든 써 먹을려구 안달을 헌다구유? 이놈이 겸손이라는 단어를 꼭 써먹고 싶었대유. 그러고 그 날 낚시가 끝이 났고, 홍근이는 다음 낚시할 생각에 부풀고, 낚시점 가서 장비 살 생각에 들떠서 집이루 갔어유. 물론, 광어, 우럭을 항구 앞 횟집서 회를 떠서는 들고 갔지유.
근디, 며칠이 지나두 이놈이 연락이 없는겨유? 더구나 그놈 마님허구 길에서 마주쳤는디, 그 마님 눈에서 레이저가 뿜어져 나오대유? 지 남편 취미생활 맹길어주고, 오랜만에 활기찬 하루를 맹길어줬는디… 이상시럽대유? 그러다가 홍근이놈 허구 만나게 됐어유. 학원 앞, 계단참에 쭈그리고 앉아서 외로이 담배를 태우대유?
“너는 뭐여? 낚시점에 같이 가자드니? 낚시 안 헐껴?”
그러자, 홍근이놈이 슬픈 눈으로 지를 올려다 보문서 얘기 허대유?
“그게유… 낚시… 못 가유… 우리 자기가… ‘워디서 시정잡배 잔잔바리 생 양아치들 하고 어울리려는 거냐’구.”
“그건 뭔 개소리여? 우덜이 시정잡배 잔잔바리란 겨?”
그려서 이놈이 이실직고를 허대유? 그날 낚시를 다녀와서 집으루 들어가는디, 마님이 샤워 중이셨다네유? 그 샤워허는 모습을 보니께 문득 점심때, 배에서 씁새 성님이 했던 웃기는 말이 생각 났대유! 그려서 신나게 내깔린 거지유!
“에헤이, 인자 당신도 나이가 드니께 쭈쭈가 매우 겸손해졌네? 젊을 직에는 공구리두 뚫을 기세루 살기등등 혔는디, 세월이 가문서 쭈쭈가 상당히 겸손…”
그 순간, 몸에 비누칠 허든 마님이 그대루 비누를 냅다 홍근이 놈헌티 던졌다드만유.
이게 미친놈 아녀유? 나 같았으문 비누 안 던져! 샤워 꼭지루 후두려 패지! 결국 그 겸손이라는 못된 말을 누구헌티 배웠냐니께 씁새라구 했대유. 시정잡배 잔잔바리 쌩 양아치… 그려유… 지가 그 잔잔바리… 구만유…
그려서 우치키 됐냐구유? 그놈은 학원서 애덜이나 가르치고, 우덜은 낚시 댕기는 거지유. 시상 뭐 있어유? 그냥 선천적 얼간이루 사는 거지유, 안 그려유?<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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