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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화)

낚시꽁트 씁새 (294) 갑자기 납량특집(상)
낚시 꽁트 씁새

낚시꽁트 씁새 (294)

 

갑자기 납량특집(상)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뭣을 헌다고?”
씁새가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총무놈에게 물었다.
“결혼식! 예미, 귓구녕이 포경이여? 결혼식이 있다고!”
총무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결혼식? 예미럴. 시국이 이따군디, 뭔 결혼식에 가겄다는 겨? 10인 이상 모임 자제. 결혼식은 가족들만. 이거 몰러?”
회원놈이 이죽거리듯 말했다.
“그려. 웬만허문 축의금이나 송금혀주고, 우덜허고 내일 무창포루 문어나 때려잡으러 가자구.”
회원놈이 말했다.
“지랄. 오죽허문 여북허겄어? 내는 문어 잡으러 안 가고 싶겄냐? 조카 딸 결혼식인디, 거기다가 우덜 쪽이루 워낙이 친척덜이 없으니께 나라두 와서 자리를 메꿔야 헌다잖여. 송금허구 어쩌구 혀서는 안 될 일이라니께.”
총무놈이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려, 그라문 니놈은 양복 빼입고 결혼식이나 가. 우덜은 니놈이 결혼식장 의자에 앉아서 쭈구러져 있을 동안 뱃전에서 문어 뜯어 올리문서 깨춤이나 출라니께.”
씁새가 피식거리며 말했다.
“개 상놈의 씁새. 너는 내가 죽을 때, 필히 네놈을 내 곁에 산채로 순장혀 달라고 유언을 남길껴.”
총무놈이 씁새를 노려보며 말했다(이하 사실성에 좀 더 입각하기 위하여 총무놈의 일인칭 시점서 얘기를 허겄어유. 우차피 이번 이야기서는 총무놈뿐이 안 나와유. 죄다 이놈이 겪은 얘기여유).

 

안녕들 허시지유? 가끔썩 씁새놈 지랄 맞은 얘기에 등장허는 지주 집안의 부루조아 자식, 총무놈이여유. 낼 모레문 겨울인디, 뭔 얼어 죽을 납량특집이냐? 뭔 또 사고를 쳤길래 갑자기 분위기가 납량특집이냐 허시겄네유?
그 뭐 귀신 얘기나 뭣에 홀린 얘기나 이런 것이 뭔 계절에 맞춰서 나오나유? 갸덜이 시절에 맞춰서 등장허구 그래유? 지가 접때 겪은 얘기를 좀 헐라니께 들어 보셔유. 갸덜이 시절 맞춰서 등장허는 애덜이 아니라니께…
그니께 내일이 토요일인디, 조카 딸 결혼식여유. 이종사촌 성님의 딸 결혼식인디, 우덜 집안이서는 갈 사람이 저밖에 없드라구유. 엄니는 연로하시니께 못 가시고, 우덜 성님은 인자 추수 때가 되어서 나락 비느라 정신없구유.
우쩌겄어유. 지가 축의금 몰아 챙겨서니 가야허게 생긴 거지유. 근디, 식장이 해필이문 저 아래 삼천포여유. 우덜 이모님이 논산서 사시다가니 우치키 삼천포까정 시집을 가서는 거서 터를 잡으신 거지유. 가차운 대전이나 한산 쪽이문 오죽 좋아유?
허드키 청주라두 워낙이 좋아유? 하필이문 삼천포가 뭐래유? 허긴 뭐, 올 여름에 문어 때려 잡겄다고 삼천포는 열심히 댕겼으면서 결혼식에 오라니께 이런 말 허는 것도 인간의 도리는 아니지유?
여튼 간에 씁새허구 호이장놈, 회원놈은 낼 무창포루다가 문어 잡으러 간다고 신이 났는디, 그게유, 신이 날만 허지유. 요즘 쭈깨미허고 갑이는 숭년(흉년)인디, 문어는 풍년이여. 그려서 낚싯배 구허기가 심히 어렵잖여유? 근디 이놈덜은 재주도 좋아서 우치키 출조 취소자가 나온 배를 용케 잡았드라구유. 허긴 씁새놈이 발이 여간이 넓어야지유. 아마두 선장덜 닦달을 했을껴. 안 봐두 비디오여유.
참이루 허망시럽대유? 저 쓰벌놈덜은 낚싯배서 문어 뜯어내니라고 신이 나있을 건디, 지는 예식장에 쭈굴티고… 허망시러웠지유. 근디… 생각혀 보니께 뭐 그리 나쁘지는 않겄다는 생각이 든 거여유. 지가 가는 곳이 강원도 산골짜구니도 아니고, 워디 서울이나 이런 대도시도 아니고, 우덜이 신나게 문어 잡으러 갔던 삼천포 아녀유?
그려서 지두 씁새놈처럼 잔머리를 굴렸지유. 대충 토요일인 내일, 예식허는 거 보고서니 워디 모텔서 자고 일요일에 낚시를 허구 올라와야겄다! 그려서 씁새놈헌티 전화를 걸었지유.

 

일러스트 이규성


“뭐여? 결혼식 가는 부루조아 자식놈아?”
“똥구녕이 찢어지게 가난헌 머슴집안의 아들놈아! 어여 일요일에 삼천포서 나가는 낚싯배 하나 예약 잡아라!”
“뭔 개수작이여?”
“예식 보구서 하루 자고 일요일에 낚시나 하구 올란다.”
“역시 있는 집 자식이여! 기다려!”
그게유, 우덜 독자님덜은 저 씁새놈헌티 세뇌를 당혀서 모르시는디, 원이가 총무는 씁새놈이 제격이여유. 저 씁새놈은 전국의 낚싯배 선장님덜 전화번호는 죄다 알고 있을 껴. 없는 낚싯배 자리두 빼낸다니께유? 아니나 달러유?
“지주 자식놈아! 내항 6번. 뉴스타호! 종목은 갑이(갑오징어). 승선시간 새벽 5시30분. 선비 8만원. 내가 대신 네놈 이름으로 입금했으니께 신나게 잡고 와. 끊어!”
대단헌 놈여유. 그리혀서 집으로 가서는 열심히 짐을 꾸렸지유. 삼천포 쪽이루 지금 시즌에는 문어가 끝나고 쭈깨미허구 갑이가 한창인 모양이대유? 낼 입을 양복 준비허구 따로 낚시가방에 낚시복 따로 쟁여 넣고 낚싯대 준비허고 승용차에 실었구먼유.

 

다음날이 되자 아침 일찍 삼천포로 달려갔어유. 어차피 내일이면 낚시를 할 수 있으니께 그 먼 거리를 달려가는데도 힘이 한 개두 안 들었지유. 예식시간에 맞춰 도착을 하고서니 예식을 죄다 보구서니 친척덜허구 인사 나누고 그라니께 거반 2시 가차이 됐대유?
요즘은 예식만 허구서는 답례루다 기념품만 나눠주고 식사는 안 허는 모냥여유. 이종사촌 성님이 자기 집이서 술 한 잔 허구 자고 가라는 걸 극구 사양허구는(대전이서 일이 있다구 둘러댔지유. 낼 새벽에 낚시 간다구 허문 미친놈이랄깨비유.) 식장을 나왔지유.
그때 생각이 든 게 어디 낚시점이나 들러서 간단한 장대나 하나 사서는 포구서 잡어낚시나 좀 할까였지유. 허지만, 애덜처럼 추잡시럽게 보일깨비 관두고 밥이나 먹으러 갔어유. 대충 국밥이루 늦은 점심을 먹고는 모텔을 찾아 헤매이게 되었구먼유.
근디… 삼천포 모텔덜이 죄다 만실이라는 겨! 뭐여? 이 동네가 왜 이려? 들르는 모텔마다 족족이 만실이라는 겨유! 포구서 가차운 모텔은 말 할 것도 없구유, 시내 모텔덜두 죄다 만실이여! 참이루 난감시럽더라구유.
포구서 가차워야 새벽이 일어나서 쉽게 갈 것인디, 포구서 멀문 그만큼 잠도 못 잘 것이고, 움직이기도 힘들잖여유? 근디, 모텔이 빈방덜이 없어! 결국 모텔을 잡으려면 삼천포 초입에 있는 변두리 모텔이거나 국도변의 속칭 러브텔이라는 그런 곳 밖에는 없어 보이드라구유.
이미 시간은 저녁시간이라 어둑시러워지는디, 난감했지유. 이곳저곳 싸돌아 다녀두 모텔에 빈방은 없었지유. 결국 삼천포 시내를 빠져나가서는 변두리 모텔들을 죄다 섭렵했구먼유.
그날따라 삼천포에서 뭔 행사를 하는 것인지, 아니문 삼천포루 놀러온 관광객이 많은 것인지, 변두리두 죄다 만실여유. 허다허다 네비 찍고 삼천초 초입에서도 멀리 떨어진 국도변의 모텔까지 흘러가게 되었구먼유. 겨우겨우 국도변의 모텔에 빈 방이 있다네유?

 


문제는 이 모텔서 자구서는 내일 낚시를 헐라문 못해두 낼 새벽 4시쯤에는 일어나서 준비혀야 헌다는 거지유. 결국 방 하나 예약허구서는 일찍 자야겄다 생각했어유.
그려서 다시 삼천포 시내루 나가서는 편의점서 깁밥허구 라면허구 맥주 두 병 사서는 다시 모텔루 돌아왔어유. 옷은 갈아입고 자야 낼 아침에 빨리 움직이겠다 싶어서 차에서 낚시 옷가방을 꺼내서는 모텔로 들어섰어유. 츰에 입구서 예약하느라 모텔 안을 보덜 못 했는디, 키를 받구서는 모텔로 들어섰는디…
뭔가 싸아허드라구유? 시설은 꽤 나쁘지는 않았어유. 여느 모텔처럼 그런 정도의 깨끗하고 새로 신축한 느낌도 있는디… 뭔가 맴이 내키지 않는 찜찜함이랄까? 3층으로 올라가서는 복도를 보는디…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들어유! 아시지유? 뭔지는 모르겠는데, 괜히 서늘해지는 느낌말여유.
복도를 비추는 등도 환하고, 바닥도 두꺼운 천으로 깔려 있어서 꽤나 아늑해 보이는데도 망설여지는 그런 느낌 말여유. 분명히 실내 온도도 적당하고 따듯헌디, 자꾸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드라구유.
어찌어찌 방문 앞에 도착혀서 문을 여는디, 갑자기 섬뜩한 겨! 막 열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어유! 열지마! 열지마! 허는 마음의 소리 같은…
꾹 참고 열었는디, 갑자기 씁새놈허고, 회원놈, 호이장놈 얼굴이 미친 듯이 보고 싶어지대유. 지랄 맞은 놈들. 넓은 침대 하나, TV가 올려진 탁자, 둥근 티 테이블에 의자 두 개. 그리고 작은 냉장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텔의 모습인데 몹시 생뚱맞어 보이드만유. 이상한 기분을 달래려고 씁새놈에게 전화를 했지유.
“뭐여? 부루조아 자식아! 식은 잘 치뤘냐? 어디여? 우덜은 각자 열댓 마리씩 잡고 왔다.”
평소에는 욕지거리를 내뱉었겠지만, 왠지 살갑게 들리드만유.
“모텔이여. 시내에 죄다 빈방이 없대서 변두리 국도변에 겨우 하나 잡아서 들어 왔다.”
“그러면 빨리 자빠져 자라! 벌써 10시여. 갑이 50마리 못 채우문 8만원 뺏을껴!”
그 뒤로 시덥잖은 얘기를 몇 마디하고는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어유. 이상한 기분을 잊으려고 씁새가 그토록 싫어하는 영웅이의 트로트를 핸드폰으로 크게 틀어 놓고는 들어갔어유.
한참을 씻는디… 웬 전화가 오대유? 핸드폰 말구 탁자에 놓인 모텔 전화 말여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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