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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화)

[연재 낚시꽁트 씁새 (293)] 시상에 우째 이런 일이
낚시 꽁트 씁새

연재 낚시꽁트 씁새 (293)

 

시상에 우째 이런 일이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존경해 마지않는 천만 낚시인 여러분, 그간 안녕하셨지유? 시상이 어수선허니께 참이루 인사를 드리기두 면구스럽구먼유. 코로난지 뭣인지 허는 역병이 돌아버리니께 워디 댕기기두 조심시럽구, 낚시를 댕기기두 심란시러워유, 안 그려유?
그려두 방구석이서 손바닥 박박 긁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께 조심히 낚시를 댕기기는 허지유. 근디, 지가 낚시를 간다구 허문, 이 시국에 낚시를 댕긴다니, 사람 복작거리는 포구에서 역병을 옮으면 어쩔꺼냐니, 좁은 배에 십 수 명이 타구서 낚시허는 게 말이 되냐니, 참이루 말들이 많아서 대놓구 낚시가기가 힘들드라구유.
지만 그렇지는 않을껴유. 천만 낚시인들 모두 그럴테지유. 근디, 따지구 보문 우리 낚시꾼덜 만큼 코로나 역병에 진실루 대처허는 사람덜이 월매나 있겄슈? 안 그려유? 요새 워디 카페나 점방에 들어갈라치문 명부적구, QR코드 찍구 허잖어유? 그거유, 우덜 낚시꾼덜은 이미 애저녁버텀 허던 거여유. 그치유?
배 탈라문 승선명부 꼬박꼬박 적잖어유? 심지어는 사고나문 알려줄 지인덜 전화번호까정 적어야 혀유. 그거 이미 십 여 년 전버텀 해 오는 거여유. 그러구유, 요즘은 마스크 안 차고 배 타문 선장님덜헌티 쌍욕 먹어유. 거기다가 해경덜두 마스크 안 허구, 구명조끼 안 입구, 배에서 술 처먹으문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상품권(벌금) 나눠줘유.
더구나, 접때 무창포루 주깨미(주꾸미) 낚시를 갔었거던유? 근디, 아따… 무창포 증말루 칭찬 받아 마땅허드라구유. 무창포 초입에서 그 새벽에 지역 주민덜이 길 막고서 버스건, 승용차건, 전부 다 체온 체크허구서는 종이밴드를 주드라구유.
그 밴드를 손목에 감고서야 진입이 가능허드만유! 그 밴드 없으문 그냥 집이루 가야 혀유. 무창포 전 지역이 그 밴드 없으문 출입금지 드라구유. 배는 당연히 못 타는 거지유.
그 정도루 철저허문 백번 칭찬혀두 모자라유. 그 무창포허구 대천 쪽이루는 전부 그런가봐유. 증말루 엄칭이 잘 허는 겨유. 대단혀유. 증말루 맴이 놓여유.
다른 곳도 당연히 잘 허구들 계시지만, 무창포는 진실로 잘 허드라구유. 무창포허문 우덜이 이즈음에 쭈깨미 잡으러들 많이 가시잖여유? 격포, 홍원, 무창포 이짝이루는 요즘 쭈깨미가 잘 나오지… 그 쭈깨미가… 쭈…
워미… 쭈깨미 얘기 나오니께 또 부애기 치밀어 오르누만유. 지가유, 그눔의 쭈깨미때미 증말루 황당시런 일을 당했구먼유. 지가유, 저번 참에 아주 황당시런 얘기 드린 적이 있었슈. 그 정신머리 나간 선장 놈이 포구서 출항허문서 점심꺼리를 포구에 내뻔지구 나갔다가 한참 낚시허는디, 되돌려서 점심꺼리 가지러 가고, 결국이는 포구로 돌아오문서 해무가 꼈다구 길을 잊어버리고는 지랄 염병을 허다가는 해경헌티 에스코트 받아서 돌아온 얘기. 아시쥬?
근디, 그건 양반여! 이 얘기에 비하문 애교여! 그냥 그러려니 허는 겨유. 그 선장 놈은 정신머리나 나갔지만, 지금 얘기 드리는 선장 놈은 뇌를 빼먹구 댕기는겨! 염병!

 

일러스트 이규성


쭈깨미… 아! 부애가 치밀어서 원…
인자 9월 1일에 바야흐로 쭈깨미낚시가 해금되었잖어유? 그야말로 생활낚시라는 쭈깨미낚시만 고대허문서 해금된 주말에 쭈깨미낚시를 가게 된 거여유. 물때 상당시럽게 좋았구유, 태풍이 휩쓸고 갔다고는 혀두 다행히 서쪽이루는 피해 갔었기에 참이루 꿈에 부풀어서 출조를 혔어유. 낚시방에 들러서 명부 쓰고, 소소헌 채비두 몇 개 사구 그라문서 남은 시간 보내다가 출항시간이 임박혀서 포구루 나갔지유.
근디, 이눔의 날씨가 지랄여. 비가 추적거림서 내리대유? 그렇다고 그닥 쏟아지는 것은 아니구, 대충 비 옷 입구헐 정도였지유. 허긴, 1년을 기다린 쭈깨미낚신디 비온다구 대수여유?
조금 기다리다가 배가 도착혀서는 짐들을 바리바리 들고 메고는 올라탔어유. 늘상 낚시꾼덜 허드키 자리 잡고 앉아서 채비를 했지유? 뭐, 다른 배덜 나가는 시간에 맞춰서 출항도 잘했어유. 그러고는 한 30여분 달려갔을 껴유. 이미 도착해 있는 다른 배들 사이에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첫 에기를 던졌지유.
우왐마! 흐미! 채비 내리기가 무섭게 쭈깨미덜이 올라타는겨! 그 담버텀 이건 뭐! 20여년 금욕생활에 지친 홀애비마냥, 쭈깨미덜이 에기에 환장을 허고 달려드는 겨유! 정확히 5분 만에 10마리를 건져 올렸슈. 왐마! 오늘 꿈의 300수를 찍는구나 혔지유.
수심도 깊덜 안허니께 그저 내리문 올리는겨! 자동빵이루 그리 되드라구유. 근디… 10마리째 시시덕거림서 올리는디, 선장놈이 빼액허구 싸이렌을 울리는겨!
월라리요? 이리 잘 나오는디, 뽀인뜨를 옮길라고 허는겨? 이람서 마지못해 낚싯대를 걷으니께 선장놈이 마이크루 이라대유!
“아… 이 배… 기관 고장이루 다시 항구로 돌아가겄습니다.”
옘병! 예미럴! 아… 증말루 황당허대유. 근디, 뭐 어쩌겄어유? 기관 고장이루 표류허는 중인디… 에레이, 썩을… 결국 근처에 쭈깨미 잡던 배가 다가와서는 로프로 걸고는 해경선의 에스코트를 받음서 항구루 되돌아왔지유.
우덜 배 끌어주던 낚싯배에 타고 있던 낚시꾼덜 얼굴을 보니께 ‘아… 똥 밟았다…’ 이 표정이드만유. 그짝 예인허는 선장님이 낚시꾼덜 달래주느라 “아, 이 배, 손님덜 낚시 시간 뺏은 만큼 더 연장해 드리겄음니다” 이라문서 방송허는디, 그게 위로가 되겄슈? 황금물때인 아침 시간을 죄다 조져버렸는디?
옌장 맞을… 결국 황금시간(어디서 들어본…) 조져 먹구 패잔병처럼 갖은 쌍욕을 해대문서 도착했어유.
그 날, 우덜이 버스를 대절허구 독배를 예약헌 거였거든유? 죄다 덜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허니 입이루는 쌍욕을 해댐서 항구서 버스가 주차된 주차장이루 터덜터덜 걸어 왔지유.
다시 대전이루 올라 갈 생각허니께 막막허드만유. 이건 낚시 갔다는 놈이 점심 때가 되기도 전에 집이루 돌아가게 생겼으니… 거기다 빈 아이스박스…
죄다 버스에 올라타고는 막 출발하려는데, 인솔자헌티 전화가 오대유? 이건 또 뭔 개지랄여? 그 배가 기관 고장이 아니고, 뇌를 빼먹은 선장놈이 배에 기름을, 글쎄 기름을 안 채우고 나간 거래유! 이런 개… 아들.
그람서 시방 기름 가득 채웠으니께 다시 하실라문 승선하라네유?
와… 그러니께 낚시점이서는 버스 대절헌 비용허고, 뱃삯도 죄다 물어 줘야 허니께 지덜두 애가 탔겄지유. 잠시 버스서 회의를 했지유. 환불 받고 되돌아가겠는가, 아니면 이 황금물때에 더욱이 오늘 아니면 다른 날 예약 잡기도 어려우니 그냥 할거나…

 

 


죄다덜 그 생각이었어유. 오늘 아니면 다른 날은 예약 꿈도 못 꿀 것이고,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허탈혀서 쏘주에 절여질 뿐이고… 옌장… 그냥 다시 낚시허자.
또다시 장비가방 들고, 메고 항구로 걸어갔어유. 비는 왜 그리 청승맞게 오는지…
“손님덜 대단스럽게 죄송헙니다. 오늘 낚시는 세 시간 연장혀 드리겄습니다.”
뽀인뜨로 달리는 배에서 선장 놈이 방송허드라구유. 지껄이건 말건, 이미 상처 난 마음에 뭔 변함이 있겄어유? 변심헌 애인헌티 선물공세 혀봐야 개털이여.
다시 30여 분을 달려서 정확히 10시28분에 두 번째 낚시를 시작혔구먼유. 염병! 이건 뭐! 아까의 20년 금욕생활에 지친 홀애비 쭈깨미덜이 또 달려드는겨유! 그냥 느문 나와! 우덜 허는 말로 느나느나 타임(넣으면 나오는 피크타임)인 겨유!
그렇게 또 20여 마리를 순식간에 뽑아냈는디… 얼레? 이건 또 뭔 개지랄여유? 갑자기 선장놈이 배를 못 잡는겨유! 막 떠밀리구 줄이 한없이 풀리도록 떠내려가고 난리가 아녀. 배를 잡아줘야 우치키 낚시를 허지유. 마구 밀리고, 뱅뱅 돌고 난리도 아녀!
“시방 뭣이여! 배를 잡아줘야 허지!”
“이게 어린이 동산 놀이기구여? 월미도 디스코 팡팡이여? 왜 뱅뱅돌구 지랄여?”
막 항의가 들어가는 찰라!
“아… 이 배… 대단히 죄송시럽습니다… 기관 고장이루… 철수허겄습니다.”
그려! 이 뇌를 빼 처먹은 선장놈… 이번엔 진짜 기관 고장여유.
쭈깨미낚시가 호황이니께 정비두 안허구 기름두 안 채우구 뇌 빼먹구 출항헌 거지유. 또 다른 낚싯배에 밧줄로 예인되어 오문서 우리 배 안에는 세계 각국의 욕설이 난무했지유.
한국말로 개쉐… 영어로 빠큐, 일본놈 말로 빠가야로! 별 욕덜이 다 튀어나오는디, 지가 티베트 말을 못 배운 게 한이었어유! 티베트 말만 알았어두 전 세계 욕은 다 했을 것인디….
그리고 예인해주는 배에 탄 저 짝 낚시꾼덜의 욕설까지 합하문 전 우주의 욕설이 서해 바다를 가득 흘러다녔지유. 결국 또 빈 아이스박스에 장비 가방에… 늘어진 어깨에 메고 지고 항구서 패잔병 차림으로 주차장까지 걸었지유. 비는 왜 그리 추접시럽게 내리는지…
버스에 올라서 시계를 보니께 11시 40분이더만유. 1년 기다린 쭈깨미낚시가 그야말로 30마리 잡고 끝난 거지유. 대전이루 버스타고 돌아오는디, 잠두 안오구 눈물만 핑 돌대유?
뭐, 거의 모든 선장님덜이 배 정비 잘 허시고, 제때 제때 손질허시문서 낚시꾼들에게 존경받는 선장님들이시지만, 이렇게 뇌가 가출해버린 선장님덜 때미 욕을 먹는 거여유.
결국, 그날 이후로 쭈깨미 낚시를 못 가봤어유. 예약은 꿈도 못 꾸고, 대기 자리 찾을래두 죄다 꽉 차서는 하늘에 별 따기드라구유. 누구 쭈깨미나 갑오징어 출조허시는데, 자리 쫌 비문 씁새에게 연락 좀 해주셔유. 쭈깨미가 워찌 생겼는지 이젠 가물가물허구만유, 옘병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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